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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7. 9. 01:05


원고-충북사회복지센터-팔레스타인이야기(완성).pdf


카메라를 든 팔레스타인 아이들

복지영상 이성종

feelca@hanmail.net


‘영화처럼 살고 싶어~' 

주인공을 부러워하는 마음으로 생각해 본 적 있지만, 

실제로 영화가 나의 삶에 영향을 끼친 경험이 있나요? 


# 영화와 작은 인연으로 시작된 팔레스타인


2008년에 EBS TV에서 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독특한 영화 한 편을 만났습니다.

 ‘꿈꾸는 카메라 –사창가에서 태어나'. 

인도의 한 사창가에서 사진작가가 2년 동안 거주하며 카메라를 가지고 아이들을 만납니다. 

처음엔 카메라 놀이였지만, 일회용 카메라에 담긴 아이들의 순진한 시선과 메시지는 작품으로 만들어져 아이들을 지원하는 사진 전시회가 세계 곳곳에서 열리게 됩니다. 


사창가를 벗어나 꿈을 갖게 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전 세계에 상영되면서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주자(http://kids-with-cameras.org)'는 재단이 만들어지며 세계적인 프로젝트가 됩니다. 


사회복지와 다름없는 역할을 하는 다큐멘터리에 자극받은 저는  

장애인시설과 중학교 수업에서 만난 아이들과 카메라를 가지고 일상의 소중함을 발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러던 중 충북아동청소년포럼에서 순천향대학교의 김민 교수를 만나게 되었고,  

팔레스타인이라는 낯선 나라에서 청소년 미디어 프로그램을 하게 되었습니다.

# 헤브론에 있는 코리아 팔레스타인 센터


팔레스타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두건을 두른 청년이 탱크에 돌을 던지는 모습이었는데, 뉴스에서 보는 것처럼 위험한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왔다 하니까.. 북한의 미사일 걱정을 하면서 곧 전쟁이라도 날 것 같은데 괜찮냐고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머물고 있는 헤브론 지역에는 

코이카의 지원으로 학교와 청소년센터가 건립되었고, 

그중 센터의 운영을 위해 순천향대학교의 상담, 자원봉사, 한국어교육, 미디어, 전통문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는 미디어팀에 속해서 이곳의 청소년들과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앞서 소개한 영화와 한국의 마을미디어 운동 등을 참고해 '나는 팔레스타인 사진작가다'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주다



컴퓨터 학원을 다니고, 피아노 학원을 다녀도 

집에 컴퓨터와 피아노가 없으면 금방 실증을 내는 것처럼, 카메라를 제한된 공간과 시간동안 다뤄보는 것은 교육효과가 적습니다. 


아이들에게 두 달이라는 기간 동안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면서 자기만의 표현을 해보도록 하는 경험을 주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입니다. 


촬영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힌트만으로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많이 촬영해보고, 친구들의 작품은 어떤지 서로에게서 배우는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분명 같은 곳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다르게 보여지는 사진들... 



 

 


 

 

팔레스타인 사진 작가 프로그램

http://youtu.be/ogaDsRV6N3c


선생님은 어떻게 찍었는지 보여 달라는 아이에게 몇 가지 사진을 보여주니 

달려가서 이전과는 다른 사진을 찍어옵니다. 


# 이야기를 품은 사진


프로그램을 하는 목표중의 하나가 

나의 이야기를 잘 하고,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 포함되어 있어 

작품을 인화해서 작은 전시회와 발표를 하며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꽃이 예뻐서 사진을 찍고, 작품을 전시한 것 같지만, 아이들의 작품 해설에 놀라게 됩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 

                                                     루아이


이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꽃의 색깔이 나의 어린 시절과 할아버지

를 생각나게 하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는 꽃 가꾸기를 참 좋아하셨습니다.

그래서 이 사진은 마치 할아버지와 나를 연결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 사진을 볼 때마다 할아버지가 여전히 우리와 함께 있음을 느낄 것입니다. 




  *터프카메라/아웃도어 카메라

사진을 찍다가 떨어뜨려도, 물에 빠뜨려도 괜찮은 카메라가 있는 걸 아시나요? 중학생 때 남의 카메라를 고장 낸 경험이 있는 저였기에 혹시 튼튼한 카메라가 있을까 관심을 갖고 찾아보니 

방수, 방진 기능을 가진 카메라가 꽤 많이 있었습니다. 


여름철 휴가기간을 전후로 이런 제품들이 많이 나오니 손이 불편한 장애인, 아이들과 사진프로그램을 할 때, 물이 있는 곳에서의 프로그램을 기록할 때 활용해 보세요.


# 카메라를 들고 동네 사람들 만나기 

수업을 통해 사진속의 이미지를 읽고, 쓰는 훈련이 

좀 되었다 싶어 자기일상을 찍어오라고 과제를 내어보니, 여학생그룹과 남학생 그룹이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아기자기한 자기 세계가 확실한 여학생들은 할 이야기가 많은데, 남학생들은 무엇을 찍어야 할지 아직 모르는 눈치입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사람들의 일하는 모습을 촬영하기로 했습니다. 


팔레스타인에 와서 거의 한 달 동안 인사하며 친분을 쌓아놓았기에 

아이들과 다니며 사진을 찍는 것이 훨씬 수월했습니다. 



아예 레스토랑 한 곳에 포토프린터를 가져다 놓고 출력을 해주어

아이들이 방금 촬영한 주인공에게 사진을 선물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생각보다 무뚝뚝하게 사진을 ‘툭’ 전해 주고만 오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만들고, 평범한 일을 ‘특별한’ 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 안네의 일기를 꿈꾸며 



이곳 팔레스타인도 ‘공부’ 열풍이 얼마나 드센지 

시험기간에는 재미있는 카메라 수업을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거의 한 달이나 되는 시험 기간에는 매일 매일의 사진일기를 써보는 것을 과제로 해서 

어떤 일기들을 써올까 걱정반 기대반으로 한달이라는 공백기간을 갖고 있습니다. 


자기 카메라 메모리가 꽉 찼다며 사무실에 방문하는 아이들도 있고, 

중간 점검차 만난 미팅에선 열흘치가 넘는 일기를 꽉 채워 온 학생들이 새로운 양식을 받아 갑니다. 


글쓰기와 책읽기, 자기 표현의 기회가 너무나 부족한 아이들. 

저는 이 아이들에게서 ‘안네의 일기’ 같은 사소한 것 같지만,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개인의 역사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의 아픔을 개인의 아픔으로 승화시킨 ‘안네의 일기’가 있었던 것은 특별한 소녀가 어려운 상황에서 일기를 쓴 것이 아니라, 평소에 일기쓰기를 꾸준히 했던 소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봅니다. 

잊혀지고, 지워지고, 외면하려는 팔레스타인의 역사가 아이들의 손을 통해서 기록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