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영화에 홀리다

패션 큐레이터 2008. 8. 24. 14:16

 

S#1-첫사랑은 도서관에서 이루어진다(?)

 

모든 사람은 첫사랑을 경험하고, 그 사랑에 아파하고, 혹은 그로 인해 성장한다. 당신의 첫사랑은 언제였나? 이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면, 곤도 요시후미 감독의 <귀를 기울이면>을 보라. 여러분의 기억을 되살릴거다.

 

누군가 내게 첫사랑이 언제였냐고 물으면 대학 1학년때였다고 말하겠다. 그리고 이 애니메이션의 스토리와 참 많이 닮아있다.

 

정확하게 대학 1학년과 군대를 가기 위해 준비하던 2학년 사이, 나는 도서관의 전산화를 경험한 세대다. 도서카드에 학과와 이름을 적어넣던 시절을 뒤로 하고 바코드화된 책을 동시에 경험했다.

 

경영학을 했지만, 인문과 예술분야를 좋아하던 나로서는 소설칸과 미술칸을 참 많이도 들락날락 거렸다. 신간 소설이 나오면 빌리기 경쟁이 만만치 않았던 시절, 유독 내가 빌리는 책에는 공통된 이름이 하나 올랐다.

 

그것도 내가 빌리려고 마음 먹은 책을 꼭 먼저가져가는 사람. 그 우연이 한두번이면 모르겠지만, 10회 이상이 넘어가면 약간 화가 나기도 하고 그 사람이 누굴까 궁금해진다. 응용통계학과 한소연? "얘는 내가 빌리려는 책 마다 먼저 선점하냐"

 

김원일의 소설을 빌리다, 결국 그 친구를 봤다. 용감하게 말도 걸었다. 같은 학년의 친구였다. 키가 유달리 큰 친구로 기억한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이 자유롭지 않던 시절이니, 책은 공감지수를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매체였다.

 

 

원래 자신이 좋아하는 걸, 누군가 다른 사람이 공감하고 지지하는 것 만큼, 친해지는데 유리한 조건이 없지 싶다. 허접한 내 첫사랑 이야기는 여기서 접자. 나머지 부분은 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에 소품처럼 써 놓았으니 클릭해 보시도록.

 

 

이 영화의 주인공은 중학교 3학년인 시즈쿠. 이 녀석은 책 읽기를 유독

좋아해서 어줍잖은 시편을 끄적거려놓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빌리려던 책을

항상 먼저 빌려가는 '세이지'란 이름을 발견하곤 상상에 빠진다.

 

 

알고보니 동년의 학교 친구였다. 이 친구는 바이올린 제작을 배우며

이 분야의 장인이 되길 꿈꾸는 친구다. 그를 만나면서 소녀는 첫사랑에 빠진다.

적지 않은 열병에 시달리며, 자신의 꿈에 대해 고민하고 그때 누구에게나 한번쯤 다가오는

성장통을 겪는다. 이 영화는 꼭 첫사랑의 아련함만을 다루지 않는다.

 

참 예쁜 성장영화랄까. 꿈에 대해 나름대로는 진지하게

답을 내려 보지만, 주변의 시선은 그저 "공부나 열심히 해" "그래서 대학가겠냐"란

말을 들었던, 이제는 훌쩍 커버린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다.

 

 

1995년작이니, 벌써 13년이란 세월이 흐른 영화다.

그 당시의 작은 동네의 골목길, 빨래를 널어놓은 풍경이며

곱게 세일러복을 입은 여중생들의 모습이 행복하게 느껴질거다.

 

원화를 자세히보면 <빨강머리 앤>와 <미래소년 코난>의

작화를 맡았던 감독의 손길이 느껴지실거다. 너무 화려한 애니메이션이 많은 요즘

오래된 만화영화에서 편안함을 느껴본다.

 

 

요 며칠 굉장히 지쳐 있었는데 영화 한편을 보고 나니 기분이 좋다.

긍정의 힘이 뭐 별건가. 영화에서 여 주인공이 아침에 일어나, 자기 동네에 떠 있는

비행선을 보며, "오늘 좋은 일이 생길것 같다"라고 자기최면을 거는 모습이 그냥 편해보인다.

 

나에게도 중학교 3학년 시절이 있었고

말끝마다 스포츠형의 머리를 해야 한다며 머리카락을

박박 밀리던 시절, 의상 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이었던 시절, 몰래 사들인 패션잡지를

열심히 읽으며 장 폴 골티에니, 샤넬이니 하는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옷을 보며 찬탄하던때다. 내 지나간 추억이여......

 

 

이 영화가 예쁜 건, 청소년들의 꿈에 대해

지지를 보내는 할아버지 때문이다. 앤틱샵을 운영하는

그는 세이지의 할아버지다. 잃어버린 사랑을 잊지 않으며 12시가 되면

마법에 걸리는 시계를 만든다. 그 아래층에선, 세이지는 열심히 바이올린을 제작하며

꿈을 키운다. 소년의 꿈은 그리 만만해 보이진 않는다.

부모의 반대도 많고,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다.

 

 

영화엔 참 착한(?) 대사가 많이 나온다.

절차탁마란 말이 있지만, 사실 이 말은 돌을 쪼개고 연마한다는

말이지 않은가. 시즈쿠에게 운모망간 덩어리를 보여주는 할아버지, 그 틈사이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초록색의 녹주석, 녹주석은 에메랄드의 원석이다.

 

"자기만의 원석을 찾아내어 연마하라"며 소녀를 격려하고

그녀가 쓴 첫번째 소설의 독자가 되어 주겠다고 약속한다. 참 예쁜 영화다.

 

오히려 요즘 청소년들은 하품을 할지도 모르겠다. 지브리에서 나온 작품들은 하나같이 좋다. <토토로>에서 <너구리대작전><하울의 움직이는 성><마녀 키키>등 기억나는 작품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이 영화의 감독 요시후미는 지브리에 입사하기 전 기흉을 앓았는데 업무 중, 육체의 피곤을 이겨내지 못하고 1988년 동맥파열로사망했다. 그 당시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를 기리며 한편의 시를 썼다.

 

"산 너머, 푸른 바다로, 맑은 하늘로, 부드럽게 빛과 바람과 나무와 물고 땅과 어우러져 편히 쉬십시요"라고. 이 시는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란 노래 속에 그대로 녹아 나온다. 감독의 첫번째 데뷔작이자 유작이 된 작품의 배경엔 이 노래가 참 많이도 나온다.

 

삶의 속도에 지치고, 경쟁에 지칠 때, 다시 한번 호흡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느껴질 때, 꼭 한번 보기를 바라는 영화다.

 

"외톨이가 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외로움을 억누르고 강한 자신을 지켜나가자. 이 길을 계속 걸어가면 그곳으로 갈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좌절하고 싶을 때에도 결코 눈물을 보이지 말자

추억을 지우기 위해, 고향으로 이어지는 이 길을 가지는 않을 거야

컨트리 로드. 내일은 여느 때의 나야"

 

영화 속, 존 덴버의 노래를 개사해 부르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소녀의 목소리로 들리는 노래소리가 좋다. 너무 교과서적인 영화 같지만, 요즘은 이런 영화가 더 끌린다. 깨끗하고 말끔한 영화였다. 더불어 첫 사랑의 추억도 되새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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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일이 머리를 복잡하게 했었는데
이공간에 있으니 또 해결책이 보이네요 ㅋ
머릴 식힐겸 인사동에 갔었는데
인사동도 많이 변했더라구요
찾는 사람들의 모습이 많아졌고
내가 좋아했던 갤러리는 없어지고
좀 상업화되어진 느낌
저만 그런가요~~
무튼 문화의 제국이 있어
에너지를 얻어 한주를 힘내
생활할 것 같아요 ㅎ
인사동도 예전의 인사동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도 미술작품들이 변하진 않아요.
화가 나긴 하지만 좋은 갤러리들도 찾아보면 많답니다.
힘을 내세요. 멋진 한주 되시구요
만화는 언제나 좋아요. ^^
너무나 행복한 만화였어요.
끝에 청혼할때.....아이들이 너무 귀여워요
정말 이쁠거 같아요! 어디나 저런 멋쟁이는 꼭 한 사람씩 있죠! 그래서 숨을 쉴 수 가 있나 봅니다. 할아버지든, 할머니든, 이웃 아저씨의 모습이든,
그림에서 코난과 빨강머리 앤이 보이네요 정말!
애니메이션이 오래되긴 했지만
오히려 더 정감깊지요?
이 영화는 꼭 봐야겠습니다. 아련한 추억에 젖어 슬퍼질 것 같네요 ㅋ
아련한 추억도 좋지만
희망적인 메세지가 가득해서 더 좋답니다.
이 영화의 감독분은 모두 판타지나 초자연적인 순수한 얘기들인데 이거는 일상의 얘기인데도 자연처럼 순수한 내용이더라구요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
지브리는 뭘 소재로 해도
이렇게 잘 만드는지....정말 궁금해요
같은 영화사에서 만들긴 했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만든 게 아니라, 이미 10년 전에 세상을 떠나신 곤도 요시후미 감독이 만든 작품입니다.
감독님의 유작인 것이 참 아쉽습니다.
비밀댓글입니다
비밀댓글입니다
담아갈게요.
예쁘게 담아가세요
홍기님의 첫사랑이 더 재미있네요.
계속해서 연재해 주시길...
제 첫사랑은 초등학교 1학년이었는데요. ㅎㅎ
그렇게 빨리......
역시 대단하세요
꽤 오래전에 본 영화인데 영화의 대부분은 희미하게 남아있지만 주인공 여자아이가 친구와 함께 콘크리트 로드(맞나요? 맞는건 같은데... ^^:)를 부르던 장면은 생생하게 기억에 남네요.
영화는 10년이 넘었어요 2007년에 상영했었죠
나이 먹었어도... 첫사랑이란 단어엔 언제나 설레이지요.
뚜르케네프의 첫사랑도 그렇고, 저의 첫사랑도 그렇고, 다 아름답지요.
이 영화 꼭 찾아서 보고 싶군요~


뚜르게네프의 소설을
언제 읽었나 싶네요. 이 영화 꼭 한번 챙겨 보세요.
전 정말 홍기님께 놀랍니다. 어떻게 모든사람들에게 답변을 해주시는지. 정말 잠도 안주무시는것 같아요. 하는 일도 많으신것 같은데.
24시간을 48시간처럼 사시는분?? 어쨌든 좋은글 항상 감사드립니다. 꾸벅^^ 근데요. 영화관에서 못보면 비디오로 다 볼수있는건가요??
이 드라마는 비디오로 보실수 있어요
저도 이 감독님 되게 좋아해서 많이 봤는데 너구리 대작전이나 귀를 기울이면 토토로 센과치히로는 되게 재밌게 봤는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실망스러워서 좀 잊고 있었네요 이렇게 다시 보게 되니 정말 반갑네요.
전 아직 고딩이라..ㅜㅜ 공부해야되지만... 잠깐?의 휴식도 괜찮을거라믿어요...ㅋㅋㅋㅋ
영화사가 같을 뿐, 감독은 전혀 다른 분입니다.
언제나 좋은 애니. 언제나 노래죠..
지브리는 노래도 작곡을 참 잘하는 거 같아요.
>ㅇ< 오랜만이다 이것의 아이디어를 빌려서 고양이의 보은이 탄생했다죠??
일본만화는 아이디어가 독특하고 깨끗한것같아요^^
(몇개빼고... 그몇개는 무었인지?!?!?!)
그렇군요......어쩐지 고양이 백작이
나온다 했는데
새벽에 봤는데, 덕분에 기분 좋게 잠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한창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때라 더 깊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멋진 진로가 펼쳐지길 바랍니다.
도서관의 추억 ㅋㅋㅋㅋㅋ
누구에게나 있는 추억이겠죠
애니 너무 재미있게 봤는데,, 이감독,, 일찍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더 좋은 작품들 많이 볼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글 잘보고 갑니다,, ^^
저도 그 점이 너무 아쉽습니다.
한 기사를 클릭하다 님의 블로거에 들어와..정신없이 탐독합니다. 아는 사람도 나오네요. 오순환작가님...'귀를 기울이면'을 고양이의 보은보다 나중에 봤어요. 고양이 백작을 보면서..고양이의 보은에서 따온 케릭인가 했어요. 글이 따뜻해서 좋네요. 오늘은 바람이 많은 흐린 날입니다. 따뜻한 차 한잔 권합니다.^^ 입에서 흥얼거리네요...컨츄리로드...그 일본식 영어발음이 촌스럽고 푸근하던지....^^
따스한 차 다음에 한잔 꼭 주세요
그날의 우연한 감정 충동으로 겁 없이 제 불로그에 자서전을 쓰게 되었는데 다른 분의 블로그에서 이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첫사랑 추억을 쓰는 시점에서 잘 보았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지요
하품이라뇨 오히려 약2시간동안 빨려들었습니다아 완전 감동....ㅠㅠ
그렇군요.....저도 정말 좋은 영화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