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필로소피아

패션 큐레이터 2011. 1. 19. 17:51

 

패션매거진을 읽는 시간

 

큐레이터의 서재를 꾸미면서 많은 단행본을 구매하고 관련 잡지들을 구독하고 있습니다. 이번달엔 220불을 주고 어렵게 구매한 인상주의 시대의 이탈리아 출신 화가 지오반니 볼디니의 한정도록이 들어왔습니다. 인상주의라는 시대는 한국의 많은 독자들에게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시대적 개념이지만 하나같이 프랑스의 인상주의가 대부분이죠. 그들이 그린 파리의 풍경과 여인, 패션의 풍경은 너무나 부드러운 붓터치로 벨벳처럼 그려진 탓에, 당대의 패션을 너무 예쁘게만 받아들이기가 쉽답니다. 지오반니 볼디의 그림터치는 지금으로 치면 약간 로모 카메라로 찍은 풍경같다고 할까요? 그가 그린 파리지엔의 패션이 다소 독특한 색감을 자랑하는 건 그런 이유일겁니다. 미술사를 공부하는 분들이나 패션 디자인에 관심을 갖고 잇는 분들에게도 좋은 통찰력을 줄 거 같아 힘들게 구했습니다.

 

이외에도 패션 디자이너의 전시도록으로서 가와쿠보 레이의 전시를 담은 <Refusing Fashion> 화려한 색채의 마술사 다카다 겐조의 여정을 담은 <겐조 40주년> 한 장의 천으로 옷을 조형해온 '건축적 패션'의 철학자 <이세이 미야케>의 전시도록이 입고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1950년대 미국 시카고를 중심으로 당대 상층 부르주아 귀족들의 화려한 패션을 정리한 <Chicago Chic>와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런웨이의 이면을 다룬 <Backstage Dior>가 들어왔습니다. 오늘은 단행본 이야기는 이 쯤하고 잡지에 관하여 몇 마디 드리려 합니다. <보그>나 <엘르><하퍼스바자><WWD><DAZED & CONFUSED>과 같은 기존의 매거진 이외에도 한국에서 패션관련 매거진의 종류는 거의 손으로 셀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16세기 화가들이 판화로 당대의 의상을 재현하고 설명을 붙이는 원시적인 책자들이 나온 이후로, 패션 매거진은 여성의 자아와 정체성의 형성, 근대의 자본주의와 쇼핑이라는 행위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고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지요.

 

 

 

패션 도서관을 세우고 그 속에 들어갈 컨텐츠들을 모으겠다고 결심하면서, 몇 가지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공간의 협소함을 넘기 위해선 무엇보다 자료의 디지털화가 시급하고 다종의 정기간행물 또한 관심을 갖고 정리를 해야 합니다. 대중적인 패션 잡지 이외에도 디자인 작업을 하는 분들에게 영감이 될 만한 통합적 관점의 매거진이 필요합니다. 건축에 비중을 둔 <DOMUS>외에도 패션과 건축, 디자인과 문화를 통합적으로 다루는 매거진을 중심적으로 구매해서 컬렉션 할 생각입니다. 오늘은 그래서 <WAD>와 <SURFACE> 두 권의 잡지를 소개합니다.

 

통합적 관점에서의 글쓰기가 눈에 돋보여서 구매하기 시작한 매거진입니다. 특히 쉬르파스는 건축과 디자인 순수미술, 패션을 한 자리에 묶어 따로 따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상호간의 영향력과 그 힘의 정도를 함께 풀어내는 기사들이 종종 들어있어 즐겨 읽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베네치아에 새롭게 공방을 연 루이비통 내부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현대화된 기계를 통해 구두를 만드는 장인들의 면모들이 드러나 있더군요. 이외에도 디자인 페어의 다양한 오브제 하나하나를 읽어가면서 시대의 표층과 표정을 짚어내는 글들은 꽤나 영양가가 있습니다. 제가 디자이너들(장르에 구분없이)의 사고를 좋아하는 것은 그것이 상업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인간의 제 2의 옷'을 만드는 작업을 하기 때문입니다. 외국의 패션 매거진이 눈에 띄는 건 장르별 경계를 허물고 서로의 상상력을 교류하는 방식이 좋다는 것이고, 무엇보다 이런 '경계지르기'를 실제로 행하면서 글로 표현해낼 수 있는 견고하고 두터운 필진이 있다는 점이죠. 여기에 비하면 우리는 어떻습니까? 한국판 패션 잡지들 만드시는 분들, 그 속에서 자칭 '수석 에디터'로 활동하시는 분들, 많은 반성이 필요합니다.

 

비전공자로 패션의 역사와 이론을 공부하면서 저술작업과 강의에 열을 올리다보니 사실 모르는게 너무 많습니다. 특히 의상 디자인과 일반 디자인 학생들이 꼭 봐야 할 좋은 책이나 잡지들은 분과별로 다 차이가 조금씩 있어서 제가 접근하기가 쉽지 않죠. 미국의 저명한 도서관과 접촉해 관련 분류법을 하나씩 배우고는 있지만 여전히 부족합니다.

 

요즘와서 느끼는 것이지만 민간에서 하는 도서관일지라도 이제는 인터넷을 통한 데이터베이스의 접근이 어려우면 아날로그 도서관에 머물고 맙니다. 이걸 극복해야 하고 결국 막대한 돈을 들여서 외국의 비싼 데이터베이스를 사야합니다. 해외 논문 및 저널들, 정기간행물들을 고화질의 이미지와 PDF로 볼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이게 다 돈입니다.

 

저도 유학을 했지만 학비가 비싼 대학들, 최고의 학교들일 수록 데이터 베이스에 들어가는 목록들이 탄탄하지요. 국가에서 제대로 된 전문도서관을 운영하지 않는 한국이기에, 이 모든 것이 민간의 노력에 의해서 겨우 이뤄질 것 같습니다. 그걸 위해 오늘도 이렇게 바득바득 대는 것이죠.

 

패션 도서관이 없는 나라. 디자인 전문 도서관이 없는 나라에서 세계 10대 패션 브랜드, 혹은 디자인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지경부가 떠드는 나라입니다. 기본적인 서지작업도 없고, 그저 겉만 번지르르한 디자인 센터를 짓겠다며 운운하는 현 서울 시장의 모습도 썩 마뜩치 않습니다. 어찌된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디자이너를 키우려는 밑그림을 보여주는 사람은 없고, 그저 자신의 임기 중에 뭔가 눈에 살짝 띨 만한 것들만 보여주려하는데 혈세를 쓰려 하는 것인지 저는 분개합니다.  

 

세계적인 패션의 도시가 되려면, 패션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만큼 유행현상에 대해 예민하면서도, 때로는 거리를 두고 자신의 관점과 미를 찾아가는 이들이 많아야만 가능합니다. 그것이 스타일의 본질이고 유행이란 집단적 모방 현상 속에서도 '나 자신의 중요함을 찾아가는 방식이 되는 것이죠.

 

디자이너들은 이런 사람들을 만날수록, 대화할 수록, 자신의 아이디어와 생각을 전개할 수 있는 정신적 촉매를 만날 수록 내부의 열정에는 불이 점화될 겁니다. 우리는 언제쯤 꿈꾸게 될까요? 주가가 얼마를 돌파했다고 삼성의 주가가 언제까지 고공행진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언론은 치열하게 광고를 벌이지만, 항상 허한 마음이 있습니다. 맨날 말만 번지르르한 현상의 배후에, 척박한 우리들의 감성과 그것을 벼릴 도구가 없는 사회는 불행합니다. 그런 사회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저란 한 개인의 힘은 너무나 미약하기만 합니다. 여러분의 집단적 도움과 배려가 절실하게 필요한 요즘입니다.

 

예술을 이해하는 정치가나 행정가를 꿈꾸기에는 우린 아직 이르죠...예술과 패션을 이해하는 분이 정치에 뛰어 드는게 빠를 것 같아요...^^
세상에서 제일 싫은게 정치인데.....여기에 끼어드는 건 저는 죽어도 못할것 같네요.
사진이 너무 파격적이네요 ~~ 예술적으로 보이기도 하구요
기존의 틀을 깨면 항상 파격적이란 형용사를 붙이게 됩니다.
우리의 감각이 깨질때, 그 외피의 옷을 벗을 때 새로운 걸 만나게 되죠
안녕하세요 ㅎㅎ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ㅎㅎ
1월도 이젠 반을 넘었네요
곧 구정 설이 다가 오겠군요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WAD를 소개 하셨군요
Surface는 처음 듣는 잡지인데,,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항상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2011년에도 더 멋진 내용 기대하고
하시는 일마다 다,, 잘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올해는 반쪽도 꼭 찾으시고요 ㅎㅎ
오랜만에 뵙네요.....좋은 디자인/패션/건축/문화를 아우르는
잡지들을 찾다보니 하나 건졌습니다. 올해도 열심히 뛰어야지요.
패션은 곧 예술로부터 시작되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부터 시작이겠지요..언제나 겉만 핥고 지나가는 교육도 문제고..그런 시야를 갖고
있는 정치가들이 이 나라를 주무르고 있다는 것도 문제겠지요...홍기님의 지적이 하나 둘씩 이 사회에 스며들고 있고..
모두들 그런 생각에 공감해갈때..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힘이 생길껍니다..저 역시 조금씩 그 운동에 동참해가려 합니다...
지금 막 잡지를 신청하고 블로그 들르는 길이었는데...

그림만 볼께 아니라..진정 그 안의 양질의 칼럼들이 숨어있는 걸 잘 못보고 지나가는 게 패션잡지이기도 합니다.
칼럼들을 읽다보면 우리나라의 예술적 감각 부족에 늘 허허롭기만 하지요..

오늘도 공감하며...
좋은 칼럼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브뤼트 3월호가 패션 특집호입니다. 20페이지 분량을 채워낼 멋진 아이디어를
연구중입니다.
예술이든, 패션이든, 정책이든.. 모든 것에 있어 기초란 모래성에 불과함을 절실하게 깨닫습니다. 요즘 제가 비판하는 무상의료 역시 민주당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상누각.. 그 자체이죠.. 모든 것은 기초가 바로세워지고 폭넓은 자료를 바탕으로 하며 모든 이들이 공감하는 보편적 의식하에 만들어져야 하는데, 위정자들은 치적쌓기에 열중하죠.. 모든 것은 우리가 낸 세금이라는 돈으로 가능하다 합니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죠..

홍기님의 노력과 목표에 저 한사람의 힘과 응원을 더합니다.^^
모래 위에 집을 짓지말아요.....라고 시작하는 유년시절 교회에서 배운
노래가 떠올라요. 흔히 반석이라 불리는 이 토대에의 천착. 그것이 없는 사회다보니
그저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만 치중하고 장기에 걸친 사고를 하지 못하는 거죠. 항상 아쉽습니다.
홍기님의 뜨거운 열정과 차가운 냉정함에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지켜보며 따뜻한 시선을 보냅니다..화이팅^^
힘을 내서 한발자욱씩.....걸어가야죠
예술....문화..라는거...순수함이 그려질때......진정성이 들어날텐데....
요즈음은 넘 상업적이죠~~~
그렇게 연결되어지고....그렇게 의도된것 처럼..말이죠~~
홍기님의 깊은 뜻을 모두 헤아릴 수 있는...것은..넘 미약하지만요...
우리가 아직도 많이 성숙 되어야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금은 어렵고...시간이 걸리겠지만....홍기님께서~자주 그 시야를 넓혀주세요~~~^^
상업적이라고 해서 진정성이 없는 건 아닙니다.
제대로 하면 되는 거죠. 우리에게 필요한 성숙은 바로 타인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고, 정말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부터 키워야 한다는 겁니다.
'타인의 옷차림을 비난하지 않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겐조 40주년이 담긴 책 한 번 읽어 보고 싶네요.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패션이란 예술이기전에 그저 몸에 걸치는 옷, 악세서리쯤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김홍기님이 하시고자 하는 일 잘 되길 바랍니다.
이 책 내용은 제대로 정리해서 포스팅하겠습니다.
펨께님이 사시는 네덜란드도 디자인의 강국입니다. 일상이 디자인이고
면면에는 묻어나는 흔적들이 우리와 비교해볼때 뛰어나죠. 지금 하는 일이 너무 외롭고
힘들긴 합니다. 왜 이걸 하려고 하는지 저 스스로에게 많이 물어요.
그래도 계속 하고 싶습니다.....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라고 물으시면

적어도 제겐 그렇다고 답할 수 밖에요.
담아갑니다 ^^
네.....그런데 담아가서 뭘 하시려고요?
멋진 포스트라서 담았습니다. 다른 분들도 구경하시라고..
불쾌하셨던건지... 그렇담 사과드립니다.. ^^ ;
불쾌했던건 아니고요.....그냥 퍼갑니다라고 써 있어서 물어봤어요.
국가지식포털은 블로그이긴 해도 글을 쓰는 분이 개인은 아닌듯 하네요.
안녕하세요. 김홍기님..

저는 패션에는 문외한이지만..
국가 DB에 대한 필요성은 늘 절감하고 있는데..

패션분야도 이제 그런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철학에 대한 이야기 정말 중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어떤 산업이든지.. 철학이 밑받침 되지 않으면 고도 성장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는 단순힌 지직이 아닌 모든 산업의 근간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네요.

깊이있고 섬세한 글 잘 읽고 많은 것 생각하고 갑니다.
이번 한주도 즐거운 한주되세요. ㅎ
패션분과에 대한 국가적 DB 노력이란 표현에
절대 공감하고 있습니다. 컨텐츠 없이 툭하면 서울 한 가운데
디자인 센터니 하는 하드웨어만 세우려 하는 지금의 행태로서는
지속가능한 디자인 개발이나 일상과 디자인이 어우러지는 정신성을 키워내기
어렵습니다. 지금보다 낙후지역에 더 많은 도서관이 지어지길 꿈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