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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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토골 일기

2020. 1. 11.






#.

도회의 형제가 집을 키워 이사를 했고

이를 기념하여 음주가무를 하겠다는 전갈이 있었으므로

이 참에 저 참의 일 까지를 더하여

잠시 산골을 내려섰다.


#.

내비게이션의 필요는

다만 편의의 선을 벗어나 필수에 닿아 있는거다

매달 매달 엎그레이드를 하고도

빈집에 거미줄 처럼 생겨나는 길들을

무슨 수로 꿰뚫어 살 수 있는가?


#.

천둥벌거숭이 처럼 들뛰며 말썽을 부리던 것들이

제 밥 먹고 자란 줄 알고

짐짓 젊잖을 빼며 앉아 있는 자리

술잔 들어 혈기 왕성하고도 목소리 우렁차던 이들은

조용하게 늙어 꼬부라져 가는

 

#.

친자연적

정화와 진화의 자리,


#,

그럼에도 여전히

술을 끊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아

저어 구석쟁이에 조신하게 앉아 밥이나 먹어야 했다.


#.

지하철과

버스와 택시와 온갖 탈 것들이 나날이 진화하고 번식하여

이제 도시에 사는 누구든지 신발이 필요 없을 거라고 

거북이 등때기에 부항 뜨는 소리조차 횡행하는

도시의 길들을 걸어 걸어

어느 선남선녀의 꽃같은 사진 한장이 끼어 있기도 한

헌책 서너권쯤을 구 해

다시 해 지는 거리를 되짚어 낯선 집을 찾아 드는 길,


#.

낯선 도시에서 해가 질 때면

자꾸 자꾸

엄마 잃은 아이처럼 울고 싶어지는 버릇,


#,

젊은 시절

공부를 위해 네해쯤 얹혀 있어야 했던

서울살이의 후유증 이다.


#.

어쨌든 그 낯선 집에 들어

보고 싶던 내 아이들을 품에 안아 노닐던 밤,

내 안에 숨어 있던 나,

그리하여 다

내 밖의 나,


#.

이제 비로소

나를 사랑 하기에 딱 좋은 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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