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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치 2010. 12. 26. 22:04

 

 

 

  SOS 1시간만에 ‘총알 구조’… 성탄연휴의 기적

 

목포해경 소속 3009경비함이 신속한 구조 활동을 펼쳐 침몰 직전의 항로페리2호 승선자 15명을 무사히 구조해낸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평소 중국어선을 나포하면서 익혀둔 빼어난 소형단정 운항 실력이나 구조과정에서 대원들의 견고한 팀워크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기상 악천후 탓에 구조작업이 여의치 않은 것은 물론 사고해역에 도착하기 전 항로페리2호가 침몰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사고=전남 신안군 만재도 해상에서 전복된 항로페리2호가 가거도항을 출항한 것은 26일 오전 7시25분. 서남해의 절해고도로 불릴 만큼 절경이 빼어나 관광객이 몰리는 가거도와 목포항과의 직선거리는 165㎞로 쾌속선으로도 4시간 이상을 달려야 한다. 하지만 기상악화가 잦아 뱃길이 자주 끊기는 이곳은 민간 여객선과 화물선 선장 등이 가장 운항을 꺼리는 까다로운 노선 중 한 곳이다.

 

전날인 성탄절에도 기상이 좋지 않아 운항을 하지 않았던 이 노선에서 항로페리2호가 선체를 덮친 높이 4∼5m의 높은 파도에 무게중심을 잃고 선체가 기울기 시작하자 다급하게 구조요청을 한 것은 출항한 지 2시간이 채 되지 않은 오전 9시15분쯤.

 

 

 

바다가 거칠 때는 파도가 치는 쪽으로 뱃머리를 정면으로 돌려 파고를 넘어야 안전하다는 게 바닷사람들의 상식. 하지만 선체 앞뒤는 물론 옆면에서까지 갑자기 파도가 칠 때는 짧은 시간에 재빠른 방향회전이 힘든 배의 특성상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바닷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이른 바 '삼각파도'가 그것이다.

 

게다가 선박에 실린 승용차 등 무거운 화물들까지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배는 전복되기 십상이다.

밧줄로 묶였던 화물차 4대의 고정 장치가 풀어진 항로페리2호 역시 이 같은 전철을 밟아 전복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배에는 방학에도 그동안 기상악화로 발이 묶였던 가거도중학교 교사 6명과 학생 1명, 화물차 기사 4명, 선원 3명 등이 타고 있었다. 화물차도 4대가 실려 있었다.

 

사고 배의 선장 김상용씨는 선체가 30도 가까이 기울자 근거리 무선망(VHF)을 통해 긴급구조를 요청했고 우연히 신안 흑산면 가거도 인근에서 중국어선 불법 조업을 감시하던 3009함이 이를 듣고 즉시 출동했다.

 

◇구조=가거도 해상에서 현장까지는 17마일. 강풍과 높은 파도로 한치 앞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해상은 최악이었다.

 

김문홍 함장은 즉각 27노트(56㎞) '전 속력 현장 출동'을 지시하고 나서 무선통신을 통해 항해페리 2호 선장에게 "구조하러 가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며 안심시켰다.

 

경비정도 높은 파도에 맞아 좌우로 흔들리는 등 위험한 순간도 많았다. 30여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화물선이 50도 가까이 기울어 침몰 직전의 다급한 상황.

 

경비정 도착 모습을 확인했는지 일부 승객(6명)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바닷물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이들의 생명은 분초를 다투는 풍전등화 상태였다.

 

도착 즉시 경비정에 있던 고속보트(단정) 2척을 내려 바닷물에 빠진 승객 구조에 나섰다. 높은 파도로 단정도 가랑잎 같은 신세였다. 휩쓸려 떠내려가는 승객들의 비명으로 아수라장이 된 해상에서 목숨을 건 구조작전이 진행됐다. 조금만 지체하면 저체온증으로 생명을 장담할 수 없어 신속한 구조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신속하게 해상 표류 승객을 구한 해양경찰은 뒤집힌 배 위에서 손을 흔들며 구조 요청을 한 나머지 9명도 무사히 구조했다. 이후 화물선은 가라앉았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조금만 늦었다면…." 직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현장에 도착해 구조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0분여. '악천후 속에서 상상할 수 없는 기적'이었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이송=구조한 승객들이 저체온증에 시달리자 함 내에 있는 직원용 찜질방으로 옮겨 체온을 유지했다. 국내 첫 최신예 하이브리드함의 위력을 또 한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3009함은 이날 오후 구조한 승객을 목포항으로 이송했다. 저체온증 증세를 호소한 구조자들은 현재 목포 한국병원과 중앙병원, 기독병원 등 3곳에 분산 치료 중이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