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dante 2020. 12. 22. 23:58

겨울이 깊어지며 대부분의 식물들은 가지와 마른 잎으로

남았습니다. 그러나 저 죽은 듯 보이는 갈색 가지 속으로

푸른 피가 흐르고 있을 겁니다. 봄에 맞춰 꽃을 피우려는

뜨거운 결의가 숨죽인 채 푸른 피를 위로 몰아댈 겁니다.

 

그러니 앙상한 겨울나무는 오히려 보는 이의 피를 덥히고

무성한 여름나무가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것이겠지요.

사람의 시간도 식물들과 다르지 않을 겁니다.

 

젊은이들을 보면 그들이 살아갈 가을과 겨울 같은

나날이 안쓰럽지만, 주름투성이 얼굴들은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으니 담담합니다.

 

1914년 웨일즈에서 태어나 1953년에 죽은 딜런 토마스

(Dylan Marlais Thomas)는 겨우 39년을 살았지만

알아야 할 것을 거의 다 알았던 것 같습니다.

대개의 천재들처럼.

아래에 그의 시 한 편 대충 번역해 옮겨둡니다.

 

 

 

The Force that through the Green Fuse Drives the Flower

 

The force that through the green fuse drives the flower

Drives my green age; that blasts the roots of trees

Is my destroyer.

And I am dumb to tell the crooked rose

My youth is bent by the same wintry fever.

 

The force that drives the water through the rocks

Drives my red blood; that dries the mouthing streams

Turns mine to wax.

And I am dumb to mouth unto my veins

How at the mountain spring the same mouth sucks.

 

The hand that whirls the water in the pool

Stirs the quicksand; that ropes the blowing wind

Hauls my shroud sail.

And I am dumb to tell the hanging man

How of my clay is made the hangman’s lime.

 

The lips of time leech to the fountain head;

Love drips and gathers, but the fallen blood

Shall calm her sores.

And I am dumb to tell a weather’s wind

How time has ticked a heaven round the stars.

 

And I am dumb to tell the lover’s tomb

How at my sheet goes the same crooked w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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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도화선으로 꽃을 몰아대는 힘

 

푸른 도화선으로 꽃을 몰아대는 힘

내 푸른 나이를 몰아대네; 나무들의 뿌리를 죽게 하는 힘

나를 파괴하는 자.

그러니 나는 구부러진 장미에게 말할 수 없네

나의 젊음도 그런 겨울의 열정으로 구부러진다는 걸

 

바위들 사이로 물을 몰아대는 힘

내 붉은 피를 몰아대네; 열린 입의 시내를 마르게 하는 힘

내 피를 굳히네.

그러니 나는 내 혈관에게 말할 수 없네

어떻게 그 입이 산 속의 샘을 빨아대 바닥내는지

 

웅덩이의 물을 휘젓는 손

젖은 모래를 뒤섞어대네; 부는 바람을 잡아당기는 힘

내 수의의 돛을 끌어당기네.

그러니 나는 교수대에 매달린 이에게 말할 수 없네

어떻게 내 몸의 점토로 집행자 손의 석회가 만들어지는지

 

샘의 근원을 빨아대는 시간거머리의 입;

사랑은 뚝뚝 떨어져 모이고, 떨어진 피는

사랑의 상처를 진정시키네.

그러니 나는 날씨 타고 온 바람에게 말할 수 없네

어떻게 시간이 진드기처럼 별들의 낙원을 빨아댔는지

 

그러니 나는 사랑하는 자의 무덤에게 말할 수 없네

어떻게 내 이불에도 그런 구부러진 벌레가 기어 다니는지.

 

 

"그러나 저 죽은 듯 보이는 갈색 가지 속으로 푸른 피가 흐르고 있을 겁니다."
시인님 덕분에 앙상한 가지를 예뻐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역시 시인들의 관점은 날카롭습니다
날씨를 타고 온 바람! 부는 바람을 잡아당기는 힘! 갈색 가지 속으로 푸른 피가!
겨울이 결코 춥지만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