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8월 중순

2018. 8. 17. 12:31



3박 4일의 휴가를 맞아 가족과 함께 강원도를 돌았다.

첫날 오전에 산외를 본 뒤에 더 동쪽으로 이동해 이 친구를 처음으로 만났다.

본래는 다른 귀한 친구를 찾으러 그곳을 방문한 것이었으나

그 다른 친구를 쉽게 만난 대신에 적기를 살짝 놓친 데다 살찐 구름으로 어둡기까지 해

그 다른 친구를 위해서는 카메라를 꺼내지조차 않았다.

그렇게 한동안 그곳을 배회하다 보호 울타리 속 붉은 제비 친구들을 만났는데,

적기였으나 접근 불가였다.

너무 아쉬웠으나 별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차로 돌아가자 했는데,

내려가는 길은 다르게 근처 임도를 이용하기로 했다.

예전에 그 임도 가에서 귀한 꽃들을 본 적이 있어서였다.

그렇게 임도를 갓 따라 내려가는데,

사람들이 길옆 수로와 근처 숲 속에서 뭔가를 찍고 있더라.

가 보니 세상에, 이 친구들이 아닌가!

왜 여기는 이 친구들 둘레에 울타리를 두르지 않았는지 모를 일이었으나

쾌재가 아닐 수 없었다.

숲 속에 여러 개체들이 산재해 있었고

거기서 시작해 수로에까지 번져 있더라.

적기는 며칠 차이로 놓친 듯했다.

더 큰 문제는 빛이 바닥이었다는 점이다.

시간이 늦기도 했지만,

여름이면 산맥에 주야장천 두꺼운 구름이 걸리는 탓에

이날도 비가 곧 내릴 듯이 하늘이 끄물끄물해 직광이 전혀 없었다.

딱 한 송이만 곱게 피어 강렬히 시선을 끌던 개체가 있었으나

빛 사정이 그러하니 입맛만 다셔야 했다.

그렇게 첫날은 이 친구들과의 만남만으로 그쳤다.

그러다 이틀 뒤에 다시 그곳을 찾았다.

언제나 미련과 아쉬움이 재방문의 원동력이 되는 법이다.

걷힐 줄 모르는 구름 때문에 전날 제법 비가 내린 듯했고

그 탓에 수로에 있던 개체는 그야말로 수난(水難)을 입어 쓰러져 있더라.

숲 속 다른 개체들도 그새 기가 확연히 내림세였다.

그런데 이틀 전에 한 송이 피었던 그 개체는

오히려 두 개체가 더 피어 절정이더라.

하늘의 은혜라 아니할 수 없었다.

그 개체가 작업 대상임은 당연지사이나

이날도 문제는 빛을 게걸스레 삼키는 구름이었다.

다만 이따금 수 초 이상 하늘 조각이 드러나 광명이 하사되는 순간이 켜졌으나

그 찰나에 밝기, 수평, 구도 등을 적절히 선정해 담으려니

신경이 팽팽하게 곤두서고 호흡은 가빠지며 손은 떨렸다.

물론 빛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만능은 아니기에 작업은 늘 어렵다.

이날도 빛이 쨍하게 드는 순간에 담은 작품들이 있었으나

초점이 흔들려 마음에 안 들기도 했지만

색감이 지나치게 격해져 은근한 분위기가 나지 않더라.

결국 구름에 살짝 가려 드세지 않은 빛이 내렸을 때에 담은 위 작품이 여러 모로 성에 찼다.

그나저나 보통 귀한 꽃이라 해도 예쁜 경우는 많지 않은데,

이 친구들은 실물을 보니 정말로 예쁘더라!

자태도 색감도 뛰어나 대면하는 첫 순간부터 "아이, 예뻐라!"를 내내 입에 달고 마주했다.

그러나 동자꽃과 달리 너무 연약해

행여 건드려 다치게 하지나 않을까 싶어 무척 조심스럽더라.

그 예쁨과 연약함이 이 친구들을 귀하게 만든 악인(惡因)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틀에 걸쳐 작업하는 몇 시간 동안 기다려 준 가족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가족의 지원, 응원, 도움, 희생이 아니었으면

이런 작품 활동이 언감생심 어찌 가능했으랴!!!




ü 제비동자꽃(--童子-) 이름의 유래

   - 동자꽃: 동자꽃은 전설에서 유래된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즉 옛날 어느 깊은 산중의 조그만 암자에 노승과 어린 동승이 살고 있었다. 어느

                 해 겨울 스님은 어린 동승을 혼자 남긴 채 시주를 구하러 마을로 내려왔는데 엄청난 눈이 며칠 동안 내려서 산을 오를 수가 없었다.

                 산밑 마을에서 눈이 그치기만을 기다릴 뿐 달리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한편 암자에 남은 동승은 스님이 오기만을 기다리다가 굶어

                 죽었다. 암자에 돌아온 스님은 슬픔을 억누르며 양지바른 산자락에 동자를 묻어 주었는데, 그해 여름 무덤가에서 동승을 닮은 예쁜

                 꽃이 피어났고 사람들이 그 꽃을 동자꽃이라 불렀다는 설이다.

                 (출처: 허북구 외 3인 저 '재미있는 우리 꽃 이름의 유래를 찾아서' 73쪽)

   - 제비동자꽃: 꽃잎이 제비 모양 같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출처: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