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8월 중순

2018. 8. 14. 09:25


(촬영일: 2016. 8. 14.)


먼 그 골짜기를 알게 된 뒤로 매년 못해도 두서너 번은 찾고 있다.

갈 때마다 성공하지는 못하지만, 아니 성공하는 경우는 되레 드물지만

그래도 철철이 가 보지 않으면 외려 불안하고 안달난다.


사실 이 글은 촬영 후 2년 반도 더 지나 엮고 있다.

현상을 이리 뽑아 보고 저리 뽑아 봐도

채워지지 않는 구석이 깔끄럽게 남아 눈맛에 맞지 않더라.

그러다 어느새 후발 작품들에 밀리고 치여 시간 먼지만 쌓이다가

밀린 숙제이자 해묵은 스트레스를 하나 해소하자는 결심 앞에

2년 반이나 지난 이번에서야 본 작품이 손길을 받게 되었다.

그간 후반 작업 관련 기술과 아이디어가 더 갖추어지고 안목 또한 더 깊어져서인지

이번에는 색감과 분위기가 예전보다 훨씬 더 매력적으로 유도된 듯싶다.

묵힌 보람이 있어 지연의 성공이라 할 만하다.

허나 대신에 기억을 잃었다.

2년 반 전 그날

무슨 목적으로 그 골짜기에 갔는지,

날씨는 어땠는지,

어떤 시시콜콜한 일들이 하루를 채웠는지,

망각의 천재인 내게 그 기억이 남아 있을 리 만무하다.

다만 이 친구를 발견했을 때의 흥분만큼은 여전히 생생한데,

딱 한송이가 최상의 상태와 색감으로 앙증맞게 피어 있는 모습을 본 순간

놀랐고 감탄했고 감사했다.

평생 다시는 이 종으로 이만한 장면을 재회하기 어려우리라 직감할 정도로 출중한 자태였다.

석회암 부스러기로 덮여 울퉁불퉁하고 척박하기 그지없는 암벽에

이리 아리땁고 연약한 임들이 어쩌다 터를 잡은 것인지,

그 이질적인 대비감은 더할 나위 없이 강렬했다.

그나저나 촬영 직후에 당시의 생생한 기억과 소감을 글로 남겨 놓으면 좋겠지만

그게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다음 날 다른 꽃을 만나러 나서야 할 때가 다반사여서 짬이 잘 나지 않고,

특히 이 결과물은 마땅히 작품이 된다라는 확신이 서지 않는 경우라면

시간과 공을 들여 글을 갈무리해 놓는 일에 선뜻 착수하기는 어렵다.




ü 병아리풀 이름의 유래

   - 이 병아리풀이란 이름의 유래는 모호한데, 이우철은 일본명 '히나노킨차쿠(ヒナノキンチャク)'에서 '히나'가 병아리라는 뜻이므로 이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출처: 안단테 님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