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가는(문화)

Gijuzzang Dream 2009. 7. 31. 22:51

 

 

 

 

 




제주도의 영등신앙과 영등굿

 

제주도는 2월 초하루에 영등할망이 들어오면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다.

그러므로 영등신은 바람의 신으로 지독한 혹한의 꽃샘추위를 가져오는 신이다. 제주도의 영등달은 그래서 매우 춥다.

 

영등할망이 올 때 딸을 데리고 오면 딸과는 사이가 좋아 날씨가 좋다. 그러나 며느리를 데리고 오는 해에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좋지 않은 관계 탓으로 궂은 날씨가 계속된다고 한다.

 

영등신은 ‘영등할망’으로 대표되지만, 영등신이 여러 식솔을 거느리고 제주도에 찾아온다는 속설도 있다.

영등달이 되어 영등신이 제주도에 꽃구경 올 때, 영등하르방, 영등할망, 영등대왕, 영등별감, 영등좌수, 영등호장, 영등우장 등 식솔을 데리고 오는데, 비옷을 입은 영등우장이 오면 비가 오고, 두터운 솜 외투를 입은 영등이 오면 그 해 영등달에는 눈이 많이 오며, 차림이 허술한 영등이 오면 영등달이 유독 날씨가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주도의 영등달은 날씨도 춥지만 습기가 많아 빨랫감이 잘 마르지 않아 구더기가 괸다고도 한다.

이와 같이 제주의 영등신앙은 겨울과 봄의 전환기에 찾아오는 제주의 무서운 추위와 관련이 많다.

이것이 제주의 영등신앙이다.

 

제주도 영등굿에 관해서는 여러 문헌 자료에서 그 기록을 찾아 볼 수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권38 제주목(濟州牧) 풍속조(風俗條)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영등굿은 2월 초하루에 시작하여 2월 보름에 끝난다.

이 달에는 배타기(=어로 작업)를 금한다. 영등굿을 하는 지역은 귀덕 · 김녕 · 애월 등이다.

초하루에 영신(迎神 : 영등신맞이)굿을 하고,

보름(또는 보름 전에)에 영등신을 보내는 오신(娛神 : ○○ 놀이)굿을 한다.

애월에서는 떼배의 모양을 말머리 같이 만들어 색비단(삼색 물색)으로 꾸며

영등송별제 때 놀이굿으로 ‘약마희(躍馬戱)’를 한다.

 

영등신은 제주도에 찾아온 내방신(來訪神)으로 바람의 신이면서,

해신(海神)이고, 풍농신이다.

영등신은 바람의 신(風神)이기 때문에

어부들의 어로 활동을 관장하는 선박수호신 ‘뱃선왕(船王神)’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어업의 신이기도 하다.

또 영등신은 농경신이기 때문에 땅에 씨를 뿌려주고, 바다 밭을 관장하는 용왕신(龍王神)처럼

바다 밭에 해초 씨를 뿌려주는 해전경작신(海田耕作神)이기도 하다.

 

제주도에 오면 영등신앙은 산촌과 해촌 어디에서나 보이며, 산과 바다 어디에서나 영등굿을 한다.

즉, 제주의 영등굿은 바람의 축제이며,

세경 너븐드르(땅)에 열두시만곡(12穀) 곡식의 씨를 뿌리고,

바다 밑 해전(海田)에 해초를 키우는 풍농굿이다. 
 

 


영등굿의 유래
 

제주시 건입동은 제주시 중심 시가를 이루고 있는 시내 5개 동의 하나다.

그러나 예전에는 제주읍성(濟州邑城) 동쪽 성(城) 밖에 자리 잡은

작은 어촌이었다.

현재 제주 시가의 중심은 조선시대에는 제주목(濟州牧)의 성(城) 안에 있었고, 성의 동문을 가로질러 산지천(山地川)이 흘렀으며 산지천의 하구에 있는 포구를 ‘건들개’라 불렀다.

이 포구가 한자로 표기하면 건입포(健入浦)이며,

건입포 근처에 마을을 이루고 고기잡이(어로작업)와 물질(海女작업)로

생계를 유지하며 살았던 사람들이 이룬 마을이 오늘날의 건입동이다.

 

제주에는 마을마다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모신 본향당(本鄕堂)이 있는데, 건입동의 본향당을 ‘칠머리당’이라 한다.

건입동의 본향당을 칠머리당이라 부르게 된 것은 본향당이 있는 곳의 지명(地名)이 ‘칠머리’이기 때문이다.

원래는 건입동의 동쪽 제주항(港)과 사라봉 중간에 있는 바닷가 언덕에 있었지만,

현재는 만덕기념관 동쪽 위치로 이전했다.

 

건입동 칠머리당에서는

영등신· 당신(도원수감찰지방관) · 용왕(龍王) 3종 6신위를 모시고 있다. 

 

본향당에서는 일 년에 서너 차례 정해진 제일에 당신(堂神)을 위한 당제를 지낸다.

4대 제일이라 하여 정월의 신과세제와 2월의 영등굿, 7월의 마풀림제,

10월의 시만곡대제를 지내는 곳이 많은데, 마을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칠머리당의 경우에는 신과세제나 마풀림제 등이 없는 대신

영등달 초하룻날에 영등신을 맞이하는 영등환영제를 하고,

영등달 열나흘날(음력 2월 14일)에 영등신을 떠나보내는 영등송별제를 한다.

그러므로 칠머리당의 영등굿은 영등신을 위한 영등굿인 동시에

본향당에서 하는 굿이기 때문에 본향당신을 위한 당굿의 기능도 겸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다른 곳의 영등굿과 달리 칠머리당 영등굿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것이

굿의 마지막에 ‘영감놀이’를 한다는 점이다.

건입동은 선박을 가진 선주들과 어부들이 많기 때문에 영감놀이가 굿 중 놀이굿으로 삽입되어 있다.

 

결국 칠머리당 영등굿은 영등굿의 기본형인

① 초감제 → ② 요왕맞이 → ③ 씨드림 · 씨점→ ④ 배방선에서

①과 ②사이에 당신을 청해 들이는 ‘본향듦’이 삽입되고, 다시 ③과 ④사이에 ‘영감놀이’가 삽입되어,

제주 지역에서는 가장 규모가 있는 영등굿을 완성하고 있다.

 

굿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모든 굿은 신을 모시고, 맞이하고, 기원하고 대접하며,

즐겁게 놀게 한 뒤 보내는 의식이다.

그러므로 큰 굿이나 작은 굿이나 굿을 시작할 때는

맨 처음에 신을 제장에 모시는 청신(請神) 의례인 ‘초감제’를 행한다.

초감제를 하여 영등신과 요왕신을 모셔다 잠시 대기 시켜 놓고,

마을 사람들의 이름을 신에게 고하는 ‘열명(列名) 올림’을 행한다.

다시 당신을 모시기 위한 당굿으로 ‘본향듦’ 제차로 들어가는데,

초감제로부터 ‘오리정 신청궤’하여 ‘본향다리’에서 본향 당신을 놀리고 맞아들인 뒤에

삼헌관에게 절을 시키고, 마을 전체의 한해 운수를 점치는 도산을 받고,

신을 즐겁게 하는 공연 의례인 석살림굿을 한다. 
 

 

        
제주 칠머리당영등굿 영감놀이
 

다음으로 신이 들어오는 길을 닦아 신을 맞이하는 굿인 ‘요왕맞이’가 이어진다.

여기서 ‘요왕’은 ‘용왕’을 가리키는데,

용왕국 · 용왕신이란 뜻보다는 바다 또는 바다 속에 있는 밭(海田), 즉 바다 밭이란 뜻으로 쓰인다. 결국 요왕맞이는 용왕국의 땅을 갈아 요왕신을 맞이하고,

요왕(바다밭)에 씨를 뿌리는 해전경작의례(海田耕作儀禮)이다.

 

요왕길을 치워 닦으면, 바다 밭에 씨를 뿌리는 모의적인 농경의례로

‘씨드림·씨점’을 하게 된다.

바다 밭에 씨를 뿌리고, 뿌린 해초들이 잘 자랐는지를 점을 치는 제차로,

제장에 멍석을 깔아 놓고 좁쌀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뿌리고,

좁쌀 알갱이가 흩어진 상태를 보고, 해초들이 자란 상태를 파악하고 풍흉을 점친다.

 

그 다음에 어부를 위한 풍어굿으로 ‘영감놀이’를 하고 ‘배방선’을 한다.

영감놀이는 선박의 신이며 어부들의 수호신인 ‘영감신(도깨비)’을 대접하여 보내는 굿으로,

소박한 종이탈을 쓴 영감신이 짚 배를 들고 등장한다.

영감놀이가 끝나면 짚으로 만든 배에 신들이 먹을 음식을 잔뜩 싣떠나보낸다. 


         


이로 보면 칠머리당의 영등굿은 다른 영등굿과 달리

영등신, 해신 등 일반신을 먼저 제장으로 청해 들여서 대기시켜 놓고,

본향당신을 청하는 본향듦과 선박과 선주, 어부들의 수호신 ‘영감’을 청하여 노는 영감놀이가 삽입되어

굿의 규모가 확대된 것을 알 수 있다.

 

제주 칠머리당영등굿은 영등신에 대한 제주도 특유의 해녀신앙과 민속신앙이 담겨져 있는 굿이며,

우리나라 유일의 해녀의 굿이라는 점에서 그 특이성과 학술적 가치가 있다.   

문무병 제주전통문화연구소 이사장                                          

- 월간문화재사랑, 2009-07-09
                                        

 

 



 

 


정신의 의지처이자 기원을 담아내는 곳 - 제주 신당(神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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