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文章/[律&理]

김박 2019. 6. 10. 01:39
- 숙주가 죽어버리면 기생충도 죽는다-

집값이 폭등한 역세권을 벗어나
산쪽으로 이사하고 나서 좋은 것 중의 하나는
새소리로 계절의 변화를 알게 됐다는 점이다.

예컨대, 새벽부터 까치들의 소란이 유난하여
사전을 찾아볼 때는 산란기였다.

암컷이 알을 품고 있는 동안
수컷은 암컷에게 먹이를 날라다 준다.
또한 수컷은 둥지에 접근하는 새들을 경계하고
가까이 다가오면 야단법석을 핀다고 한다.
그때가 4월이었다.

정확히 5월이 되자
아름다운 홀딱 뻐꾸기 소리가 들렸다.
뻐꾹 뻐꾹 뻐꾸기 소리도 듣기 좋지만
한 밤중에 듣는 사촌 홀딱 뻐꾹의 소리는
영혼을 흔들어 버린다.

애달픈 음색이
그리움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조용하고 어두운 밤
홀딱 뻐국의 소리가 가까이 돌리면
수피교 신자들처럼
애달픈 갈대피리 소리에 맞추어
마냥 회전하면서 명상의 나락에 빠지고 싶다.

하지만,
홀딱 뻐꾸기의 음색이 더 애절해지는 때는
짝짓기에 성공한 뻐꾸기가
탁란을 시작하는 6월부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탁란할 때 뻐꾸기 소리가 더 애달프게 들리는 이유는
오목눈이 뱁새 둥지에 위탁한 새끼에게
너는 비록 위탁 가정에서 자라지만
뻐꾸기라는 사실을 잊지말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는 해석을 읽어 본 적이 있다.

새끼를 걱정하는 아비의 울음 소리 때문인지
뻐꾸기는 뱁새 알보다 먼저 껍질을 깨고 나와서
다른 알들을 밀어 떨어트린다.
애달픈 음색이 공포의 소리로 바뀌는 순간이다.

바로 이점 때문에
뻐꾸기는 기생하는 주제에
숙주의 대를 끊어 버리는
기생충 인간이나 정치인을 비유하는데 쓰이곤 하다.

1948년 이후 이남에서 탁란의 정치로 가장 논란이 됐던
대통령은 이승만과 노무현이었다.

한국민주당을 숙주삼아 자유당을 창당한 이승만
새천년민주당을 숙주삼아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노무현,
두 전 대통령은 길러 준 위탁가정에
심대한 타격을 주었다는 점에서
이남 정치사에서 대표적인 탁란 정치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자연의 진리는 오묘하다.
아직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기생체는 절대 독자생존할 수 없다.

숙주가 죽어버리면 기생충도 죽는다.
자유당과 열린우리당의 최후와
이승만과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이 이를 웅변한다. .

영화 기생충은 그런 오묘한 자연의 이치를
이남에 서식하는 인간 동물의 세계에서 그렸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봉준호 감독은
대표적인 기생정당 '진보신당'을 공개지지한 적이 있다.

노회찬, 심상정으로 대표되는 진보신당은
민주노동당이라는 둥지를 쪼개고 나왔지만
독자생존이 불가능했다.

이들이 탕자처럼 다시 위탁가정에 귀가했다가
참여계 사촌 뻐꾸기들과 연합하여
뱁새 둥지를 박살내고 나와 만든 기생적 결사체가 '정의당'이다.

한국사회에 대한 봉준호의 지적은
왜 자신의 정치적 선택에는 적용되지 않았을까?

나는 그 이유가
한국사람이지만
프랑스 영화와 만화를 숙주삼아 성장한
토착 이남인 감독 봉준호의 성장 환경에 있다고 본다.

결국 깐느가 봉준호에게
황금종려상이라는 영예를 선사한 행위를 비유하면
새끼가 오목눈이뱁새의 둥지에서 탁란에 성공했을 때
아비 뻐꾸기가 느끼는 희열과 비슷한 뭔가를 표현한게 게 아니었을까?

비유하자면 그렇다.

사족이지만,
홀딱 뻐꾸기 소리를 듣기 어려운 분들은
갈대피리 소리가 아름다운
아프가니스탄 음악을 들어보시라!
멋지다!!!^^

Safar- Music from Afghanistan
https://www.youtube.com/watch?v=nyF1IhjKDC4




사진: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카와카와 강변(201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