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푸른별 2014. 9. 23. 15:49

 

 

 

차마고도

 

[아래의 지도와 글과 사진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2010년 5월호에 실린 특집을 발췌한 것입니다. 차마고도(茶馬古道, The Ancient Tea Caravan Route)는 비단길보다 앞선 세계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무역로입니다. 중국 윈난성, 쓰촨성에서 시작되어 티베트, 인도, 파키스탄 등지를 거쳐 비단길로 이어지죠. '마방(馬幇)'이라 불리는 상인들이 말과 야크를 이용해 중국의 차와 티베트의 말을 서로 사고팔기 위해 지나다녔습니다. 해발고도 4000미터가 넘는 험준하고 가파른 길이지만 경치가 매우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2007년 KBS에서 6편으로 구성된 차마고도에 관한 다큐멘터리, <인사이트 아시아 - 차마고도>를 제작하면서 우리에게 널리 알려졌습니다. http://www.kbs.co.kr/end_program/1tv/sisa/insightasia/chama  에 들어가시면 방송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 기마군은 말이 필요했고 티베트인들은 차를 원했다. 상호간의 필요로 11세기에 티베트 고원을 관통하는 교역로가 생겨났다. 중국 서부 변방지대의 길이 열린 후 차마고도는 1950년대까지 이용됐다. 

 

 

(글=마크 젠킨스, 사진=마이클 야마시타) 나는 쓰촨 성(四川省) 서부의 깊은 산중에서 대나무숲을 헤치며 전설적인 옛길을 찾고 있다. 불과 60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아시아 지역에서 이동 수단은 도보 아니면 노새와 말이 전부였기 때문에 차마고도는 중국과 티베트를 잇는 주요 도로이자 교역로였다. 며칠 전에 차마고도를 따라 등이 휠 만큼 무거운 찻잎꾸러미를 나르곤 했던 한 남자를 만났다. 그는 오랜 세월과 우거진 초목들로 길이 거의 사라졌을 거라며 나를 말렸다.

 

도끼를 한 번 후려쳤더니 대나무가 쓰러졌다. 그러자 폭이 1m쯤 되는 돌길이 눈앞에 나타났다. 숲속으로 굽이굽이 나 있는 돌길에는 녹색 이끼가 잔뜩 껴 있다. 1000년 동안 이 길을 왕래하며 찻잎꾸러미를 운반했던 수십만 명의 마방(馬幇)들이 들고 다닌 금속 지팡이 끝에 찍혀 파인 구멍에는 물이 고여 있다.

 

돌길은 15m 정도 이어진다. 부서진 돌계단으로 올라가니 길이 또 사라지고 없다. 오랜 세월 계속된 장맛비에 휩쓸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계속 가본다.

 

길이 좁은데다 산비탈이 너무 가파르고 미끄러워 멀리 아래로 보이는 돌투성이 개울로 떨어지지 않으려면 나무를 꼭 붙잡고 걸음을 옮겨야 했다. 그러다보면 언젠가 야안과 캉딩 구간에서 제일 높은 마안산(馬鞍山)을 횡단하게 될 것이라고 내심 바라고 있었다.

 

그날 밤 나는 개울에서 한참 떨어진 고지에서 야영했다. 아침에 500m쯤 더 가봤으나 도저히 진입이 불가능한 숲과 맞닥뜨리면서 횡단에 마침표를 찍었다. 적어도 이 지점에서만큼은 차마고도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차마고도의 옛길은 거의 사라지고 없다. 무모할 정도로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과거의 흔적을 가능한 한 빨리 파묻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이 교역로는 캐세이(중국의 옛 이름)의 중심부를 관통하며 쓰촨 성의 차(茶) 재배지인 야안에서 해발 약 3650m의 티베트 수도 라싸까지 총 2250km 정도 되는 구간을 이어줬다. 아시아에서 높고 험준하기로 유명했던 이 길은 중국의 푸른 계곡지대를 거슬러 올라가 티베트 고원을 횡단하고 차디찬 양쯔 강과 메콩 강, 살윈 강을 건너 녠첸탕굴라를 관통해 해발 5000m급의 아찔아찔한 산고개 네 개를 넘어야만 티베트 불교성지인 라싸에 다다른다.

 

 

 

차가 도자기나 비단보다 더 비쌌던 시절, 짐꾼과 노새 행렬은 차마고도를 지나면서 해발 4600m의 티베트 자르가마 고개를 넘기 위해 갈짓자로 나 있는 길을 터벅터벅 힘겹게 올랐다. 요즘 여행객들은 차나 트럭을 몰고 굽이굽이 이어진 도로를 오른다.

 

 

 

1946년, 마방들이 135km나 되는 티베트행 옛 교역로를 따라 찻잎꾸러미를 실어 나르고 있다. 이들은 몇 백 미터마다 지팡이에 짐을 얹어놓은 채 휴식을 취했다. 쓰촨 성의 야안에서 캉딩까지 225km를 3주 동안 걸어갔다. 그러고나서 말이나 노새에 짐을 실었다.

 

 

 

티베트 승려가 쓰촨성에 있는 리탕 대사원을 향해 서둘러 가고 있다. 사원이 해발 1만6000피트에 있기 때문에 공기가 희박하다. 차마고도가 사원 수십 곳을 이어주면서 사원들이 지역의 차 공급량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봄 눈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목민을 태운 낭첸 말이 티베트 초원을 유유히 가고 있다. 옛날 카라반(隊商) 시절에는 사람들이 이런 말을 이용해 미끄러운 절벽길을 통과하고 흰 물살이 거센 강을 건너 집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었다.

 

 

 

야크털 천막 밖에 있던 유목민 식구들이 갑자기 불어닥친 눈보라를 맞고 있다. 천막은 쓰촨성 서부 초원에 불어닥치는 강풍을 견딜 수 있도록 단단히 고정시켜놓았다.

 

 

 

티베트 고원은 겨울 같은 날씨가 5월 말까지 계속되기도 한다. 이곳 초원은 야크의 본고장으로, 유목민들은 야크를 돌보며 거기서 우유, 고기, 가죽은 물론, 티베트식 차(야크차)에 꼭 넣는 버터를 얻는다.

 

 

 

쓰촨 사원에서 열린 축제에서 한 배우가 전설적인 티베트 전사 게사르 왕으로 분장했다. 차마고도 초기 시절인 11~13세기경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게사르 왕은 적대 가문들을 통합시킨 업적 때문에 티베트의 아버지로 추앙받는다.

 

 

 

옛 차마고도 노선이기도 한 쓰촨 성-티베트간 고속도로는 해발 1만8000피트쯤 되는 트로 고개를 통과한다.

 

 

 

순례자들이 오체투지를 하며 라싸로 가고 있다. 벌써 몇 주 동안 1000년 된 옛길을 이런 식으로 걷고 있는 이 가족은 아직도 480km쯤 더 가야 한다.

 

 

 

달라이 라마가 살던 포탈라궁이다. 티베트 수도 라싸에 가까워지면서 교역 행렬은 이곳 풍경에 압도당했을 것이다. 13층인 이 궁은 18~19세기에는 세계 최고층 건물에 속했다.

 

 

 

 차마고도 다큐멘터리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