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푸른별 2014. 9. 28. 18:35
 



 

 

르네상스 (Renaissance)

 

" (...) 특히 부르크하르트는 '재탄생'을 의미하는 프랑스 단어 ' renaissance'에서 머리글자를 대문자로 쓴 ' Renaissance'를 사용하여, 르네상스 시대를  근대와 구분짓는 특정한 시기 (대략 1300년대 초반~ 1500년대 중반)를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바꿔 놓았다. 그리고 이 시대의 특징을 이탈리아에서 발현된 개인 (세계인 또는 만능인)의 출현과 인간중심 인문학의 탄생, 고대 문화의 부활이라고 규정지으면서, 르네상스 시대를 구체성을 띤 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 (p. 352)

 

르네상스의 개념 정리부터 하자면 아마도 위의 글과 같은 생각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중세의 종교적 업악에서 벗어나 로마 문명을 부흥시키고자 했던 인본주의에서 싹 예술작품들이 머리를 스쳐가면서 그 중심에는 피렌체가 있었음을 어렵지 않게 생각해 낼 수 있다.

 

 

 

 

피렌체의 거리 곳곳에는 지금도 그때의 찬란했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도시 전체가 마치 큰 미술관과 같다는 생각을 이 도시를 걸으면서 사람들은 생각하게 된다.

 

" 고대 로마 시대의 모든 길이 로마로 통했다면, 르네상스 시대의 모든 길은 피렌체로 통했다. " (p. 19)

 

 

그런데, 피렌체와 같이 떠오르는 가문이 있으니, 메디치 가문이다. 이민자 출신이었던 메디치 가문은 피렌체에서 예술가와 인문학자를 후원하였다. 보티첼리, 미켈란젤로, 페트라르카, 다빈치 등은 피렌체를 중심으로 그들의 예술혼을 불태웠는데, 그들을 후원한 메디치 가문은 단순히 예술을 사랑했기 때문에 막대한 재산을 피렌체를 위해서 내놓지는 않았다.

 

 

<피렌체의 빛나는 순간>은 메디치 가문 뿐만 아니라, 엔리코 스크로베니, 바르디 가문, 스트로치 가문, 브란카치 가문, 메디치 가문, 플라톤 아카데미 인문학자들, 정치가 마키아벨리, 교황 클레멘스 7세와 파울루스 3세에 이르기까지 피렌체의 르네상스에 한 몫을 했던 주체들을 시대순으로 조명해 본다.

 

 

특히 이 책에서 많은 비중을 두는 피렌체 상인들. 그들은 르네상스 시대에 세속적인 욕망을 자유롭게 추구하던 이들로 예술과 문화의 꽃을 피우는 중요한 역할을 피렌체를 중심으로 펼쳐 나간다.

 

 

종교적으로 엄격하게 제한되어 오던 고리대금업을 하는 자들은 비난의 대상이었고, 천국에 갈 수 있는 길은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교황은 그들이 축적한 부를 후원받는 댓가로 수도원의 기도실을 내주게 된다. 선조의 시신을 수도원 내부에 안장할 수 있는 권한과 기도실의 내부를 장식하는 권한을 부여받은 부유한 상인들은 기도실을 예술적으로 치장하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 예술가들의 도움이 필요했고, 상인들은 예술 작품 속에 자신들의 명예욕과 정치적 욕망을 담게 된다. 그래서 각 성당이나 수도원의 예술 작품 속에는 후원자들이 숨겨 놓은 그림 속 메시지가 들어 있게 마련이다.  

 

특히 코시모 데 메디치 가문은 1200년대 중반부터 고리대금으로 부를 축적한 가문으로 1380년 이후에는 부동산 거래까지 하면서 거대한 상업 자본을 형성한다. 그들이 피렌체를 후원하면서 정치적 지지세력까지 얻게 된다.

 

메디치가 신축한 카스텔로 별장의 벽면을 장식한 그림인 보티첼리의 <봄>은 우리에게 너무도 잘 알려진 작품인데, 이 작품 속에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을 암시하는 메시지와 새로운 시대의 지도자가 로렌초임을 알려주고 있다.

 

 

 ( 보티첼리의 봄 )

 

로렌초의 측근인 인문학자들은 피렌체에서 펼쳐질 황금시대의 모습을 로마제국의 황금시대를 묘사한 문학 작품에서 찾았다. 그래서 pan이라는 아르카디아를 새로운 황금시대의 모델로 삼았으며, 로렌초를 판의 신관으로 묘사하면서 신격화시키기도 했다. 20살에 피렌체의 통치자가 되어 부와 권력을 누렸던 로렌초에게는 이름 앞에 '위대한' 이라는 뜻의 수식어가 붙어  로렌초 일 마니피코 (Lorenzo il Magnifico)라 불리고 있다.

 

로렌초가 죽은 후, 메디치 가문이 수장이 되어 피렌체의 실질적인 지도자가 된 지 60년 2개월 만에 메디치 가문의 독재는 끝나고 마키아벨리에 의해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

 

 

피렌체의 르네상스 무대는 메디치가의 로렌초와 인문학자들에 의한 '피렌체 황금시대'에서 마키아벨리의 '피렌체 시민 광장'으로 변화가 된다. 그러나 마키아벨리도 얼마 가지 못해 추방당한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르네상스 시대의 피렌체의 역사적 흐름이라기 보다는 그 속에 담겨 있는 예술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피렌체 상인들이 얻게 된 작은 기도실이 어떻게 꾸며지게 되는지, 그리고 메디치 가문 등에 의해서 성당이나 수도원을 꾸미게 되는 예술작품들에 담긴 메시지들을 찾아 보는 것도 그 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이 책을 쓴 저자인 '성제환'은 코넬대학교에서 노동경제학으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경제학자이다. 그런 경제학자가 쓴 르네상스와 관련된 인문학 책이기에 더 관심이 간다.

 

" 현대의 학문은 학문들 사이에 통섭과 융합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르네상스 시대에 탄생한 예술과 인문학에 대한 연구도 마찬가지다. 경제학을 전공한 필자는 새로운 시각으로 피렌체 르네상스를 예술가와 인문학자를 후원했던 피렌체 상인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보기 시작했다. "  (저자 소개글 중에서)

 

바로 경제학자이기에 피렌체의 르네상스를 예술가가 아닌 피렌체 상인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그 어떤 인문학자 못지 않은 시각으로 깊이 있게 피렌체의 르네상스를 조명하고 있다.

 

그 바탕이 된 것은 많은 자료들이다. 국내에서 얻을 수 없는 귀한 자료까지 어렵게 얻어서 이 책을 썼기에 더 빛나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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