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문학

금동이 2020. 8. 1. 07:07

여름 비 - 박인걸

나뭇잎 위로
빗방울 뛰어가는 소리에

그대 걸어오시던
발자국 소리가 들립니다

어느 해 여름
아직 비는 그치지 않고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로
당신이 걸어오고 있었죠

묵직한 발걸음으로
작은 여운을 남기며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시던
당신을 잊을 수 없습니다

긴긴 기다림에
아득하기만 했던 당신이
느닷없이 오시던 날

나는 주저앉을 뻔했습니다

여름비 내리는 날이면
그날의 추억을 되짚으며

행여 당신이 오시지 않을까
비를 맞으며 서있습니다.





빗방울이 두드리고 싶은 것-남정림

빗방울은
꽃들의 가슴을 두드리고 싶어
구름의 절벽에서 떨어져
지구까지 달음박질 한다.

빗방울은
어두운 대기에 둥근 희망의
사선을 그으며
투명하게 다가선다.

빗방울이
무지개 우산 드드리면

빛망울은
누군가의 가슴을 두드린다.

꽃의 가슴으로 달려가
기어이 안기고 만다.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용혜원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사랑에 더 목마르다

온 몸에 그리움이 흘러내려
그대에게 떠내려가고 싶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그리움이
구름처럼 몰려와
내 마음에 보고픔을 쏟아놓는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온 몸에 쏟아지는
비를 다 맞고서라도

마음이 착하고 고운
그대를 만나러 달려가고 싶다.




비오는 날은-좋은글-

비오는 날은
새 울음소리도
더 슬프게 들리고

비오는 날은
평소 무심히 듣던
노래도
더 쓸쓸하고

비오는 날은
방안의 공기도
더 적막하고

비오는 날은
비에 쓸리는
여린 풀잎도
더 가련하다




비오는날의 일기/이해인

너무 목이 말라
죽어가던 우리의 산하

부스럼난 논 바닥에
부활의 아침처럼
오늘은 하얀 비가 내리네

어떠한 음악보다
아름다운 소리로
산에 들에 가슴에 꽂히는 비

얇디얇은 옷을 입어
부끄러워하는 단비
차갑지만 사랑스런
그 뺨에 입맞추고 싶네

우리도 오늘은 비가 되자

사랑 없어 거칠고
용서 못해 갈라진
사나운 눈길 거두고

이 세상 어디든지

한 방울의 기쁨으로
한 줄기의 웃음으로

순하게 녹아내리는
하얀 비 고운 비
맑은 비가 되자





빗방울 연주곡

고아로 자란 남녀가 결혼을 했다.
이들이 결혼해 살게 된 집은
달동네에 있는 허름한 집이었다.

비가 오면 금방이라도 샐 것 같았지만
이들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한창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던 여름,
이 허름한 집에도 장마가 찾아들었다.

남편은 장마에 대비해 지붕을 대충 손보긴 했지만
워낙 낡은 집이라 걱정이 떠나질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직장에 나간 사이에
세찬 비가 한참 퍼붓는가 싶더니
천장에서 비가 새기 시작했다.

아내는 어쩔 줄 몰라 방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빗물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때 집에 있는 아내가 걱정이 된 남편이 전화를 했다.

"집은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전화를 끊은 아내는 비를 맞으며
일하고 있을 남편을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아내는 정신을 가다듬고
천장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부엌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세숫대야, 냄비,
밥그릇 등을 들고 들어와
빗물이 떨어지는 곳에 놓았다.

잠시 후 아내는 비가 새지 않는 구석으로 가서
예쁜 꽃편지지에
남편에게 줄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날 여느 때보다 일찍 퇴근한 남편이 방문을 열었다.
아내는 활짝 웃는 얼굴로
남편을 맞이하면서 분홍 편지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여보,
저는 오늘 하루 종일 우리가 연애 시절에 즐겨 듣던
쇼팽의 빗방울 연주곡을 감상하는 기분이었어요.

자, 들어보세요.
그 첫 부분이 꼭 이렇지 않았어요?"
라고 적혀 있었다.

그제서야 남편의 귀에도 각기 크기와
모양이 다른 그릇에서 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내를 꼬옥 안아 주는
남편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거렸다.

- ‘좋은생각’ 중에서 -




비 - 윤보영

빗소리가
잠을 깨웠습니다

잠든 사이
혼자 내리다 심심했던지
유리창을 두드렸습니다

잠 깨운 게 미안한지
그대 생각도 깨웠습니다

여전히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내 안에는 그리움이 쏟아집니다

참 많이 보고 싶은
그대가 주인인 새벽입니다.





비와 그리움/나상국

잠결에 문득 들려오는 빗소리에
잠을 깬 밤
어둠 속에 깨어나 우두커니 앉아

창밖 불빛 속으로
타고 흐르는 빗방울 속에

아련히 떠오르는
그리운 얼굴울 보며
밤을 지새운 적이 있었습니다

그도 내 마음 알지 모르지만
온 밤을 그렇게
빗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다가설 수 없음에 애태우던 밤

아침에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
태양은 떠오르고
무거워진 눈꺼풀을
찬물로 세안하면서
지난 밤 그 그리움도
햇빛 뒤로 밀어 넣었습니다




비오는 날의 기도 - 양광모

비에 젖은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때로는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하소서

사랑과 용서는
폭우처럼 쏟아지게 하시고
미움과 분노는
소나기처럼 지나가게 하소서
천둥과 번개소리가 아니라도
영혼과 양심의 소리에
떨게 하시고

메마르고 가문 곳에도
주저없이 내려
풍요로이 맺게 하소서

언제나 생명을 피어내는
봄비처럼 살게하시고
누구에게나
기쁨을 가져다 주는
단비같은 사람이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나 이 세상 떠나는 날
하늘 높이 무지개로
다시 태어나게 하소서




비가내리면 - 정헌재

비가내리면
비 냄새가 좋고

그 비에 젖은
흙 냄새가 좋고

비를 품은
바람 냄새가 좋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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