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야기

금동이 2020. 8. 9. 21:37

Frank Cadogan Cowper

[여자마술사 니무에로 불리는 호수의 처녀]

The Damsel of the Lake, Called Nimue the Enchantress





아더라는 말은 맞지 않고 당시엔 기사도 없었지만 5세기의 실존인물이라는 것이 정설입니다.

1. 멀린 Merlin
아서 왕 전설에 등장하는 위대한 마법사 멀린은 웨일즈 어로는 뮈르딘Myrddin, 라틴 어로는 메를리누스Merlinus라고 불립니다. (메르디누스Merdinus라는 명칭도 있지만 라틴어로 메르두스merdus, 즉 '배설물'을 연상시키므로 잘 쓰지 않는다고 하네요^^)

멀린은 아서 왕의 마법사이자 조언자였고, 또한 아서의 왕국을 설계한 장본인이기도 했습니다. 현대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멀린의 이미지는 "현명한 노인"이지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바위 속에 꽂힌 칼>에 나오는 것처럼, 하얗게 수염을 기른 마음 좋은 할아버지 말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기록에 남겨진 멀린의 이미지는 여러 가지 상반된 모습을 겸비한 모순된 인물이라고 합니다. 즉 멀린은 예언자이면서 마술사이기도 했으며, 현자인 동시에 무모하게 진실을 좇는 어리석은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고전적인 전승에 따르면 멀린의 아버지는 인쿠부스incubus, 즉 몽마(夢魔)였다고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지상에 선을 불러들이자 그것을 본 지옥의 악마들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악을 풀어놓으려 했고, 그 결과 멀린이 태어난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태어난 아이는 곧바로 세례를 받았고, 악의 손길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브리튼의 왕은 보티건Vortigern이었는데, 로마인들이 영토에서 물러나자 탑을 지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 탑은 항상 세워지자마자 무너지곤 했지요. 왕의 고문들은 아버지 없는 아이를 제물로 바쳐야만 탑이 제대로 설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런 아이는 흔치 않았고, 마침 멀린은 그 당시 아비 없는 아이라고 널리 소문이 퍼져 있었기 때문에, 곧바로 제물로 점지되어 끌려왔습니다. 그러나 멀린은 무너진 탑을 보자마자 탑이 무너지는 진짜 이유를 밝혀냈지요. 바로 탑의 터 아래 지하수가 고여 있었던 것입니다. 땅을 파 보자 곧 지하의 호수가 드러났고, 한 쌍의 용이 나타났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멀린은 예언자로서 이름을 떨치게 되었지요. 몬마우스의 제프리가 쓴 <브리튼 왕국의 역사HISTORIA REGNUM BRITTANIAE>와 <멀린의 생애VITA MERLINI>는 브리튼의 운명에 대한 멀린의 예언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후 아우렐리우스 암브로시우스Aurelius Ambrosius가 보티건을 왕좌에서 몰아내었습니다. 새로이 왕좌를 차지한 아우렐리우스는 승리의 기념비를 세우고 싶어했는데, 그 때 멀린은 아일랜드로부터 어떤 돌을 가져와 기념비를 세우라고 조언했습니다. 이 돌로 만들어진 기념비가 바로 솔즈베리 평원Salisbury Plain에 세워져 있는 스톤헨지라고 합니다.

아우렐리우스의 사후 왕위에 오른 사람이 바로 티?왕의 아버지 유서Uther입니다. 아서 왕의 출생에 대한 설명은 저번에 한 적이 있으니 간단히만 말하지요^^ 유서 왕은 이그레인Igraine이라는 여성에게 반해 있었는데, 그녀는 유부녀였습니다. 그래서 멀린은 유서에게 마법을 걸어, 이그레인의 남편 골로이스Gorlois의 모습을 취하게 한 다음 그녀와 동침할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가로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아서를 데려갔지요.

그 후 아서가 왕위를 되찾는 과정은 거의 멀린의 계획 대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서의 정체를 모르는 엑터Ector 경으로 하여금 그를 키우게 한 것도 멀린이었고, 돌 속에 꽂힌 칼을 뽑는 자가 왕으로 인정받으리라는 예언을 한 것도 멀린이었습니다. 결국 아서는 엑터 경과 그의 아들 케이Kay를 따라왔다가 우연히 돌 속에 꽂힌 칼을 뽑게 되고, 멀린의 계획 대로 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서의 왕국, 바로 멀린 자신이 계획한 그 왕국이 한창 강성했을 때, 아이러니컬하게도 멀린은 파멸을 맞이했습니다. 비비언Vivien, 혹은 니니언Ninianne이라 불리는 여자 마법사가 그 파멸의 원인이었지요. 그녀는 요정이라는 말도 있고 이세계(異世界)의 여인이라는 말도 있는데, 어쨌든 평범한 인간 여자가 아니었던 것은 확실합니다. 그녀는 멀린을 유혹하고, 사랑에 빠진 멀린은 자신의 마법의 비밀을 발설해 버리지요. 그러나 일단 멀린의 비밀을 알아 그를 굴복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자, 그녀는 본모습을 드러내어 그를 가두어 버립니다. 가둔 장소는 유리의 탑 속이라는 전승도 있고, 산사나무 아래의 바위 밑이라는 전승도 있습니다. 말로리 작의 <아서 왕의 죽음>에서 이 여성은 니뮤Nimue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데, 멀린의 제자이자 애인으로 제시됩니다. 멀린은 그녀에게 마법을 가르치고 결국 그녀에 의해 바위 밑에 갇힙니다.

멀린의 생애는 이렇게 끝난다는 것이 가장 흔한 이야기입니다만, 모든 전승이 다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 몬마우스의 제프리에 따르면, 마지막 전투인 캄란 전투를 치르고 치명상을 입은 아서 왕을 아발론으로 데려가는 일행 중에 멀린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 후 아서렛Arthuret 전투를 겪고 그 후 광인이 되어 숲 속에 은둔합니다.

이것은 멀린이 실존 인물이었다는 설, 즉 6세기에 실존했던 웨일즈의 시인 뮈르딘이 바로 멀린과 동일 인물이라는 설에 기반한 이야기입니다. 뮈르딘은 서기 575년 아르프데리드Arfderydd 전투에서 리데르흐 헤일Rhydderch Hael에 대항하여 그웬돌라우Gwenddolau 왕 측에서 싸웠는데, 패배한 후 그 충격으로 미쳐 버렸습니다.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현실성이 있다고 인정받는 이야기라는군요. 뮈르딘이 남긴 시 중에는 아직도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기랄두스 캄브렌시스에 따르면, 멀린이 미쳐 버린 것은 그가 아서렛 전투에서 본 끔찍한 광경들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중에는 그의 세 형제들이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것 역시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멀린에게는 가니에다Ganieda라는 누이동생이 있었는데, 승리한 왕 리데르흐 헤일은 그녀와 결혼했습니다. 가니에다는 여생을 숲 속에서 보내라고 멀린을 설득했습니다. 그러나 멀린은 그녀의 말을 듣는 대신, 오히려 그녀가 부정한 아내였다는 것을 왕에게 고해 바쳤습니다. 그 결과 리데르흐 왕은 전 아내 구엔돌레나Guendoloen에게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멀린의 광기(狂氣)는 치료되지 않은 채였고, 리데르흐와 구엔돌레나가 재혼하는 날 그는 다시 발작을 일으켰습니다. 그는 숫사슴을 타고 한 무리의 사슴을 거느린 채 결혼식장에 나타나, 타고 있던 사슴으로부터 뿔을 뽑아 신랑에게 던졌습니다. 뿔은 신랑의 심장을 꿰뚫었습니다. 그 후 멀린은 숲으로 돌아갔고, 누이동생 가니에다는 그를 위해 천문 관측소를 지어 주었습니다. 그곳에서 멀린은 별을 관측하며 여생을 마쳤다고 합니다.

웨일즈의 시인 뮈르딘의 생애와 그가 남긴 시는 몬마우스의 제프리가 묘사한 멀린과 매우 유사하다고 합니다. 아마도 제프리는 멀린과 뮈르딘이 동일 인물이라는 전제하에 두 책을 집필했던 것 같습니다. 반면, 러더포드Ward Rutherford나 톨스토이N. Tolstoy 등 현대의 작가들은 만약 멀린이 실존 인물이었다면 샤먼, 특히 드루이드였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칼 융 등 심리학자들도 멀린의 이야기에 샤머니즘적 요소가 많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반면, 이들보다 일찍이 데이비스E. Davies는 멀린이 저녁별의 신이며 그의 여동생 가니에다는 샛별의 여신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 증거로 데이비스는 브리튼의 옛 이름 중 하나가 '멀린의 땅Merlin's Precinct'이었다는 사실을 제시합니다. 이러한 명칭은 멀린이 일정 영역을 당담하는 신일 때에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멀린이 고대의 신이었건, 드루이드였건, 웨일즈의 시인이었던간에, 공통되는 부분은 그가 켈트 족을 대변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그의 라이벌인) 모르건 르 페이와 마찬가지로, 멀린은 기독교와 대비되는 켈트 족의 주술적 힘을 상징합니다. (아마도 그래서 고대 문명 아틀란티스와도 연관이 되는 것이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아서 왕의 기독교 왕국이 정점에 다다랐을 때 멀린은 땅 속에 묻히거나, 탑 속에 갇히거나, 혹은 숲으로 추방당해 떠도는 광인(狂人)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입니다.

2. 모르건 르 페이 Morgan le Fay
모르건 르 페이는 아서 왕 전설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 중 한 명입니다.

모르건 르 페이는 보통 아서 왕의 누나이자, 무서운 힘을 가진 여마법사이며, 또한 아서 왕의 파멸을 노리는 마녀로 묘사됩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모르건은 아서 왕의 친누나는 아닙니다. 어머니가 같을 뿐, 아버지는 다르지요. 이 이야기를 하자면 얼마 전에 했던 유서Uther 왕과 이그레인Igraine 이야기를 또 해야 하는데(이 이야기만 세 번째로군요^^;) 전에도 몇 번 한 이야기니까 다 아시는 분은 다음 문단은 그냥 뛰어넘어 주세요.

잉글랜드의 왕이었던 유서는 이그레인이라는 여성을 사랑했는데, 그녀는 이미 결혼한 몸으로 콘월Cornwall과 틴타겔Tintagel의 영주인 골로이스Gorlois의 아내였습니다. 이에 멀린은 마법의 힘으로 유서를 골로이스의 모습으로 둔갑시켜 이그레인과 동침토록 했지요. 유서 왕은 골로이스를 죽인 즉시 그의 모습을 취하고 이그레인에게 달려가 그녀와 동침합니다. 그 자리에서 이그레인은 아서 왕을 배지요.

모르건은 이 일이 생기기 전, 이그레인과 골로이스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입니다. 아서 왕이 사생아인 반면 그녀는 정식 결혼으로 태어난 정실 자식이었던 셈이지요. (토머스 말로리의 <아서 왕의 죽음>에 따르면 이그레인과 골로이스 사이에는 모르건 외에도 또 한 명의 딸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녀의 이름은 모르고즈Morgause입니다.)

아서 왕에 대한 모르건의 증오는 유명한 반면, 그 이유는 정확히 제시된 바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아버지의 원수의 아들이기 때문이라고 보거나, 혹은 단지 요정 특유의 이해할 수 없는 변덕이라고 보는 것이 보통입니다. (다른 이유들에 관해서는 천천히 말씀드리지요^^;) 좀더 신빙성이 있는 것은 후자 쪽인데, 이는 모르건이 아서 왕과 그의 왕국의 주요 적대 세력으로 등장하는 한편, 그가 죽음에 인접했을 때에는 마치 연인처럼 애도하며 그를 아발론으로 인도해 주기 때문입니다.



르 페이Le Fay, 즉 요정이라는 이름이 시사하듯 모르건은 처음부터 초인간적인 여성으로 제시됩니다. (반면 이그레인과 골로이스가 비슷한 능력을 가졌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때문에 모르건은 사실 이들의 딸이 아니라 말 그대로 '요정'이었는데, 아서 왕의 누이라는 설정이 뒤늦게 덧붙여졌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영화 <엑스칼리버>에는 재미있는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골로이스의 모습을 한 유서 왕이 이그레인과 동침하러 왔을 때 아직 어린 모르건이 불안에 떠는 장면입니다. 모두가 유서 왕을 골로이스로 착각하지만 그녀만은 멀린의 마법을 꿰뚫어보고 "아빠는 죽었어"라고 말합니다. 이 영화에 따르면 그녀가 가진 마법의 힘은 선천적인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말로리는 그녀가 '어려서 수녀원에 보내어져 마법을 배웠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종류의 수녀원에서 마법을 가르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러한 마법의 힘 덕택에 그녀는 카멜롯에서 대단히 독특한 위치로 남습니다. 그녀는 기네비어를 비롯, 다른 여인들을 옭아매고 있었던 당대의 규범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같은 부모의 딸이며 같은 왕의 누나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자매인 모르고즈가 기사의 아내이자 기사의 어머니라는 존재 가치 이상을 갖지 못했던 반면(그녀는 오크니의 로트Lot of Orkney의 아내였으며 거웨인Gawain, 가헤리스Gaheris, 개러스Gareth, 애그러베인Agravain, 그리고 모드레드Mordred의 어머니였습니다), 모르건은 아서 왕의 당당한 적으로 등장합니다. 가장 강한 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녀 역시 관습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고, 고어의 유리엔Urien of Gore과 결혼하여 오웨인Owain을 낳았습니다. 그녀에게는 아칼론Accolon이라는 애인이 있었지만, 그녀의 청에 따라 아서 왕을 죽이려다 실패하여 목숨을 잃습니다. 또 그녀는 랜슬롯을 사랑하여(라기보다는 단지 '탐이 나서'라는 쪽이 더 옳을 것 같습니다만;) 그를 납치하지만, 결국 그를 유혹하는 데에 실패하고 도망친 그에게 앙심만 품게 됩니다.

때문에 오늘날에는 모르건 르 페이가 자신이 뛰어넘을 수 없는 당시의 가부장제의 벽 때문에 아서 왕에게 앙심을 품었다는 해석도 인기가 있습니다. (특히 여성 작가들에게는요^^) '왕'은 누가 뭐래도 그 사회를 지탱하는 법칙의 화신과도 같으니까요. 확실히 모르건 르 페이는 남성중심적인 인간 사회와 그렇지 않은 자신만의 세계에서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데, 여자이자 아내로 남아 있어야 하는 카멜롯에서는 아서 왕을 파멸시키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악한 마녀로 등장하는 반면, 자신의 영지인 안개의 섬에서는 선악을 뛰어넘어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요정으로서의 면모가 강합니다. 랜슬롯을 납치하는 것은 특별히 사악하다기보다는 요정들이 흔히 보이는 행동 패턴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도 죽어가는 아서 왕을 아발론으로 데려다 준 것도 요정으로서의 모르건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카멜롯에 있을 때, 그녀는 소유자를 상처로부터 보호하는 힘을 가진 엑스칼리버의 칼집을 훔처내어 없애고 기네비어와 랜슬롯의 관계를 드러내어 원탁의 기사들을 이간질시키는 등, 악역의 면모를 톡톡히 보여줍니다. 멀린의 파멸에도 모르건이 관여했다는 전승이 많습니다. 파일Pyle은 멀린을 유혹하여 파멸시킨 여성 니뮤Nymue가 모르건의 제자라고 기록했으며, 영화 <엑스칼리버>를 비롯한 몇몇 이야기에서는 모르건 자신이 멀린의 제자이자 연인이 되어 그를 파멸시킵니다.

반면 피에르 드브와Pierre Dubois의 <요정대백과The Great Encyclopedia of Faeris>에서는 모르건의 적의(敵意)에 대한 좀더 독특한 해석을 제시합니다. 프랑스 전설에 바탕을 둔 이 책에 따르면, 모르건은 처음에는 부상당한 기사들을 돌보아 주던 착한 마법사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기네비어 왕비의 사촌 기요마르Guyomar가 카멜롯을 방문하고, 그와 모르건은 서로를 깊이 사랑하게 됩니다. 그러나 기네비어 왕비의 반대로 인해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되고, 모르건은 그녀를 평생 증오할 것을 맹세합니다. 이 이야기에 따르면 모르건의 증오의 대상은 아서 왕이 아니라 기네비어인 셈입니다.

한편, 모르건이 아서 왕의 누이가 아니라는 설도 있습니다. 제프리의 <멀린의 생에>에는 멀린이 아서 왕의 최후에 대해 탈리에신에게 이야기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캄란 전투에서 치명상을 입은 아서 왕은 사과의 섬, 즉 아발론으로 보내어졌는데, 그 섬의 주인은 아홉 자매이며 모르건 르 페이는 그들 중 첫째이자 우두머리입니다. 그러나 모르건 르 페이가 아서 왕과 혈연 관계가 있다는 언급은 나오지 않습니다. 단지 그녀는 하늘을 날고 모습을 바꿀 수 있는 마법사로 묘사될 뿐입니다. 또한 <불가타 멀린>과 <후흐 멀린>이라는 책에서 모르건은 아서 왕의 조카이자 기네비어의 시녀로 등장합니다.

모르건 르 페이와 켈트 족의 여신 모리언의 관계는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전쟁의 여신 모리언은 분명 모르건 르 페이라는 인물이 창조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특히 아서 왕을 아발론으로 데려가는 배 위에서 그 유사성은 더욱 뚜렷해지는데, 이 때 다른 두 여왕과 함께 아서 왕의 곁을 지키는 모르건의 모습은 전사한 영웅을 영원한 젊음의 땅으로 인도하는 켈트 족의 '전쟁의 세 여신'과 놀라울 정도로 흡사합니다.

그러나 모르건 르 페이가 여신 모리언과 동일 인물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한동안 그러한 설이 인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만, 오히려 그녀의 모델이 된 여신은 아일랜드의 여신 모리언이 아닌 웨일즈의 여신 모드론Modron, 그리스 어로는 마트로나Matrona라고 불리던 강의 여신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섬을 자신의 성역(聖域)으로 가진 것이나 혈통이 웨일즈 계(系)로 제시되어 있는 점 등이 이를 증명합니다. 브리튼 섬에서 물의 요정을 모르건, 혹은 마리-모르건Mari-Morgan이라고 불렀기 때문에, 강의 여신 모드론이 모르건이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 현재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학설입니다. 물의 요정 모르건 중 유명한 예로는 이스Ys를 멸망시킨 다후트Dahut가 있는데, 그녀의 전설 역시 모르건 르 페이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내용출처 : 티르 나 노우

(출처 : '켈트족 신화와 아더왕의 전설의 틀린점은?' - 네이버 지식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