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별 분류/브람스

금동이 2020. 10. 13. 20:51

Symphony No.3 in F major, Op.90

브람스 / 교향곡 3번

 

브람스 교향곡 3번, Op.90

브람스의 교향곡 제3번은 1883년 5월 비스바덴(Wiesbaden)으로의 여름휴가 당시 작곡에 착수하여 다시 빈으로 돌아올 무렵인 10월 즈음엔 이미 완성단계였다. 당시 50세 중년의 나이로 접어든 브람스가 비스바덴에 머무르게 된 연유로는 그곳에 살고 있던 알토가수 헬미네 시퍼스의 권고였지만, 한편으론 이 여성에게 향하는 브람스의 애정 때문이라고도 한다.

비스바덴에 머무르는 동안 시퍼스와의 행복감에 넘친 나날들은 브람스로 하여금 새로운 교향곡을 쓰도록 자극했고, 대략 4개월만에 완성된 이례적인 작품이 되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브람스는 비스바덴의 고요한 숲속을 방랑자처럼 거닐며 악상을 떠올리곤 했다고 전해진다.

교향곡 제3번의 초연은 1883년 12월 2일 빈에서 한스 리히터(Hans Richter),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의해 대단히 성공적으로 열렸다. 당시 공연에는 관람객으로 참석했던 급진적인 Wagnerian들의 공연 방해가 있었다는 일화도 전해지지만, 성공적 초연을 좀더 드라마틱하게 각색하기 위한 과장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당시 급진적 추종자들간의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여하간 교향곡 제3번의 성공은 그 다음해까지 브람스 연주회가 수 차례 지속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고, 브람스 자신에 의한 연주도 1884년 1월 28일 베를린에서 열리게 된다.

제1악장(Allegro con brio) F장조 6/4박자

전형적인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힘차고 화려한 제1주제와 단아하고 목가적인 제2주제가 대비고 있다. 특히 제2주제에서는 <피아노 - 피아니시모 - 피아노>의 진행을 보이고 있는데, 이전 교향곡에 비해 이례적인 사용이라 할 수 있다. 제시부의 시작은 관악기가 뿜어내는 F-As-F로 이어지는 단3도의 motif로 시작된다. 이어서 제1주제가 튜티로 전개되는데, 고음의 바이올린과 트롬본, 그리고 팀파니의 트레몰로로 강렬하게 진행된다.

재현부는 제시부의 코데타부분까지의 진행과 거의 대동소이하다. 코다에 들어서면 갑자기 강렬한 기본 동기가 울리고 제1주제가 힘차게 연주된다. 곧바로 현악기에 의한 주제선율이 이어지는데 이것은 바로 경과부가 변형된 것이다. 그러나 그 변형 정도가 커서 전혀 새로운 선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곡은 클라이막스를 지나면서 점차 차분하게 되고 바순과 오보에가 기본동기 형의 선율을 나타내면 더블베이스와 첼로로 시작되는 4분음표의 상승을 타고 바이올린의 제1주제가 나온 후 차분하게 곡을 마친다.

 

제2악장(Andante) C장조 4/4박자

세도막 형식(혹은 리트형식)으로 구성된 악장으로서 ABA의 진행이다. 특히 2악장은 3악장과 더불어 지극히 서정적인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단 2악장은 장조로서 온화하고 나른한 분위기를 보이는데, 이에 비하면 단조의 3악장은 비애감으로 가득하다. 2악장의 중요한 특징으로는 각 악기들간의 대화형식으로 곡을 진행한다는 점인데, 주제 선율들이 서로 위로하고 함께 어울어지는 평화로움은 듣는 이로 하여금 커다란 위안을 느끼게 만든다.

제3악장(Doco Allegretto) C장조 3/8박자

이 악장 역시 세도막 형식으로 되어있다. 특히 3악장은 멜로디 자체가 쉽고 감성에 호소하는 힘이 커서 몇 번만 들어도 금방 주제선율을 흥얼거릴 정도로 쉽게 친숙해진다. 따라서 분석적인 접근 보다는 듣고 느끼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제1부 주제는 첼로의 애절한 선율로 시작되고 곧이어 바이올린이 이어받으면 첼로와 바순이 대위법을 형성해 나아간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바이올린의 선율 또한 매우 서정적이다. 곧이어 제1부의 주제 단편이 목관에 의해 흐르면서 제3부로 이어진다. 제3부는 역시 제1부 주제를 이용하여 연주되는데, 특히 호른의 흐느끼는 듯한 음색은 깊은 고독감을 느끼게 만든다. 이 주제의 반복은 제1부에서처럼 목관에 의해 시작되고 현악기에 의해 한번 더 나타난다. 이 유려한 현악기의 선율을 감상하다보면 어느덧 잔잔한 코다에 들어서게 되고 현악기의 피치카토를 타고 쓸쓸하게 마친다.

제4악장(Allegro)f단조-F장조(coda)2/2박자

소나타 형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발전부 자체가 생략된 구조를 갖고 있다. 대신에 제시부의 제2주제 이후와 재현부의 제1주제의 변주가 사실상 발전부 역할을 하게 된다. 한편 4악장은 브람스의 제1, 제2번 교향곡에서 보여준 힘찬 피날레 대신에 한 인간의 쓸쓸한 모습이 그려지는 사색적이고 신비로운 피날레가 특징적이라 하겠다. 제시부의 제1주제는 바순과 현악기를 통하여 유유히 흐르는 유동적인 선율인데, 브람스 교향곡 제2번의 4악장을 연상시킨다.

곧이어 목관악기에 의해 반복된 후 트럼본의 주제가 등장하면서부터 포르테 팀파니의 연타로 시작되는 힘찬 경과부에 들어선다. 여기서는 계속적으로 바이올린의 스타카토가 나타나고 금관악기가 엇갈리면서 등장한다. 잠시후 제2주제가 첼로에 의해 나타나고 평화로운 듯 하지만 포르테 팀파니와 함께 튜티가 있은 후 곡은 클라이막스로 들어선다.

이렇게 시작된 코데타는 마치 빠른 무곡을 연상시킬 정도로 격정적인 리듬을 타고 흐르는데, 사실 이 경쾌함은 경과부 선율을 이용하여 강렬하게 바꾼 것이다. 재현부로 들어오면 점차 평온을 되찾게 되고 플룻에 의해 제1주제가 연주된다. 그러나 이 고요는 잠시뿐이며 강렬하게 변형된 제1주제와 트럼본 주제의 변주곡이 나타나 다시 한번 클라이막스를 향해 간다. 또 다시 빠른 무곡의 악구가 등장하고 어느 정도 진행한 후 첼로에 의한 제2주제가 더블베이스의 피치카토를 타고 흐른다.

코데타는 또 다시 포르테 팀파니가 당당하게 울리면서 시작되고 높은 음역의 바이올린 스타카토가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이 스타카토는 마지막에 더블베이스로 연주되는 제1주제와 대위법 구조 속에서 교차한다. 이후 곡은 점차 고요해지면서 제1주제의 단편이 바이올린과 목관에 의해 번갈아가며 등장하고 나서 코다에 들어선다. 코다에서는 먼저 트럼본의 선율이 조용하게 나타나고 그 선율을 다른 악기들이 이어가다가 불현듯 바이올린이 제1악장 제1주제를 연주하는데, 이 바이올린의 선율은 마치 지난날의 영광을 떠올리는 듯 신기루처럼 나타나 홀연히 사라진다.

Johannes Brahms 1833 - 1897 교향곡 3번의 음악적 특성

작은 교향곡 Symphoniechen>, 혹은 <영웅 EROICA> 교향곡

교향곡 제3번은 브람스 자신이 "작은 교향곡"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다른 교향곡들에 비해 곡의 구성과 표현이 간결하고 뚜렷하다. 다시 말해서 각 악장의 주제 선율들이 분명하며, 관현악법에 있어서도 불필요한 요소들을 발견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유독 교향곡 제3번만큼은 우수에 젖은 3악장을 비롯하여 매우 선율적인 느낌이 강하다.

대조적으로, 초연을 맡았던 한스 리히터는 연주를 마치고 나서 "F장조 교향곡은 브람스의 에로이카"라고 말했다고 한다. 리히터의 이 말은 교향곡 제3번의 전체적인 성격을 반영하고 있는데, 브람스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가장 남성적인 기백을 발견했던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제4악장은 가장 에로이카적 특성이 강렬하다 하겠다. 그러나 베토벤이 그려낸 영웅이 초인적이고 형이상학적이라면 브람스는 고독한 한 인간으로서의 영웅을 의미한다. 특히 제4악장의 피날레는 서로 완전히 대치되고 있는데, 브람스의 경우는 매우 서정적이고 고요함 속에서 곡을 마친다. 코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갑자기 1악장의 주제 선율이 마치 신기루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데, 가끔 필자는 이 선율을 흥얼거리며 걸어가는 브람스의 뒷모습을 떠올려보곤 한다.

기본동기(Motif)사용

특히 교향곡 제3번의 F-As-F 단3도 motif는 브람스가 청년 시절부터 부르짖던 "frei aber froh"라는 motto의 머릿글자와 일치한다. 이 F-A-F 구조는 브람스가 30년 동안 우정을 지속해온 요제프 요하임(Joseph Joachim)과의 계속된 '음악적 대화 musical conversation'의 외적 발현이었다. 즉, 요하임은 F-A-E (frei aber einsam / free but lonely : 자유롭지만 외로운)라는 모토를, 이에 반해 브람스는 F-A-F (frei aber froh / free but glad : 자유롭지만 기쁘게)라고 대답한데서 유래한다.

위의 각각의 기본 동기들은 각 교향곡의 제1악장 인트로 부분에서 항상 등장하며, 각 곡의 조성이나 형식적 통일성을 이루는데 기본 뿌리가 되고 있다. 바로 이것이 쇤베르크가 언급했던 'developed variation', 즉 발전된 형태의 변주곡이란 단어의 진정한 의미이다.

쇤베르크는 자신의 논문 (Brahms the Progressive, 1933, 1947) 에서 브람스의 음악적 특성을 프로그레시브라고 칭했다 한다. 그런데 이 말은 앞 항복에서 살펴보았듯이 곡마다 기본 동기가 주어지고 이것이 점차 확장되고 변형되는 과정을 가리키는 것이다. 특히 교향곡 제3번은 이러한 원리가 가장 집약적으로 사용된 곡이 아니던가. 따라서 쇤베르크의 말은 '영웅'의 또다른 의미를 암시하고 있다.

영웅 또 다른 해석 베토벤을 넘어서

그것은 16세기 이후 발전된 다성 음악(polyphony)의 핵심적 원리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브람스의 의지로부터 발생한다. 브람스는 '변주곡 variation'이나 '파사갈리아 passacaglia', 혹은 '푸가 fuga' 등과 같은 고전적 음악의 원리들뿐 아니라 관현악법에 있어서도 고전주의 시대를 계승하고 있다. 그러나 브람스는 이러한 고전주의 시대의 음악적 형식을 계승하되 거기에 소위 'developed variation'이라는 새로운 원리를 적용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브람스는 교향곡 제3번을 통하여 전시대의 마지막 거장인 베토벤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맞이한 것이 아닐까. 베토벤이 자신의 교향곡 제3번 를 통해 고전주의 시대의 피날레를 웅장하게 장식하는 출발점이었다면, 브람스의 '영웅'은 새로운 시대의 음악을 잉태하는 모태가 되었던 것이다. 'developed variation' 즉, 브람스 음악의 특징인 발전된 형태의 변주곡(기본 동기의 사용)이란 개념을 쇤베르크는 자신의 새로운 음악적 원리로 받아들인다. 다름아니라<12음 기법 twelve-tone technique>이라는 이름으로...

 

 

Brahms - Symphony No.3 - Karajan BPO (1964) (Remastered by Faf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