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공주시 인사,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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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기고문, 보도자료

2020. 9. 7.

* 기고문은 필자 개인의 견해이며 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의 공식적인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다행이다. 가슴을 쓸었다. 태풍의 눈이 한반도를 피해갔다. 코로나도 갔으면 좋겠다.

 

조그만 실수도, 부정도 용납되지 않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 시장에게는 지극히 반민주적이라 할 수 있는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권한이 부여되는데 바로 인사권이다. 이 비논리가 허용되는 것은 그만큼 소신 있게 자신의 정치철학을 구현하라는 뜻이요, 아울러 그보다 더 엄격하게 권한을 행사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인사는 그리하여 가급적 입에 올리지 않는 게 도리인줄 안다. 그러하지만 근자 공주시문화재단 대표이사 및 문화도시 센터장 인사를 보면 좁은 소견으로는 선뜻 납득하기 어려워 시비곡절을 떠나지 못하고 입을 연다.

 

공주에 대한 한 사람의 기억과 추억 그리고 기억 속 꼬부랑길, 상여집, 공동묘지 등도 문화다. 거기서 건져 올린 정서에서와 이해를 바탕으로 공주를 디자인하는 것과 여기저기서 베껴와 색깔을 입히는 것과는 품격이 다르다. 기억이 있는 사람은 기억에서 시작하지만 없는 사람은 현재에서 시작한다. 낯선 색깔이 입혀질 수밖에 없다. 현재 공주는 익숙했던 사람에게는 낯설고 낯선 사람에게는 익숙한 도시다 어디에나 있는 것을 베껴 놓은 탓이다. 더 이상은 안 된다.

 

하여 비엔날레 같이 특별한 주제나 장르를 다룬다거나 공주문화도시 센터처럼 특정한 목적을 위해 한시적으로 만드는 단체가 아니라면 문화단체는 가급적 공주에 대한 기억과 이해가 깊은 사람일수록 좋지 않겠는가. 그런 점에서 이번 공주문화재단 대표이사 선임은 통념을 벗어났다. 어떤 자격요건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으되 당진문화재단 사무처장 출신을 공주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은 파격이다. 파격은 보통사람들이 납득할만한 설명이 가능해야 정당하다. 혹시 공주문화재단을 소위 예술이라 이르는 영역의 총 실무기획센터 쯤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의구스럽다. 시낭송하고 전시하고 공연기획하고 하는 것은 문화를 나름의 방식으로 향유하고 소비하거나 상품화하여 유통하는, 지극히 작은 문화의 한 요소일 뿐이다.

 

몇몇이 무리지어 작은 것을 크다 하고 얕은 것을 깊다 하며 판을 쥐면 공주가 남새스러워진다. 조심하고 삼가할 일이다. 공주는 까마득한 옛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지금의 GPS가 따를 수 없는 촉으로 깃들 곳을 찾아온 석장리, 환란을 피해 온 사람들을 품어주는 유마양수지간, 고된 조선민중들이 후천개벽을 소망하며 돌이 희어질 때를 기다리던 계룡산, 무학대사가 큰 그림을 그렸던 계룡산 자락 뜰, 조선민중의 저항정신의 푯대 우금치, 그리고 백제와 도청 소재지 등 유사 이전의 시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른 고장에는 하나 있을까 싶은 여러 중요한 문화적 요소를 품고 있는 고장이다. 조선팔도에 공주 말고 이런 곳이 또 있을까?

 

적어도 공주문화재단은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을 관통해 흐르는 맥을 잡고 공주의 미래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성친화도시, 문화도시 이러한 말놀음은 사물이나 현상을 파편적으로 보게 하여 부조화를 만들어 낸다. 여성친화도시가 아닌데 어찌 문화도시가 될 수 있으며 문화도시가 아닌데 어찌 여성친화도시가 될 수 있는가? 말을 정확하게 하고 우리 삶에 대한 좀 더 진지한 사유가 필요하다. 작금 공주는 문화라는 말이 과소비되고 있다. 허영이 낄 수 있다. 원컨대 기왕에 정해졌으니 대표이사는 재단이 세금을 낭비하거나 몇몇의 놀이터가 되지 않도록 경계해 주기를 바란다.

 

혹자는 문화는 민중들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이어지고 전파되고 상호흡수되는 것인데, 더구나 지금처럼 세계가 동시공감인 시대에 굳이 지역중심사고를 할 까닭이 있느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동시공감 시대라 하더라도 똑같은 사람이 세상에 단 한명도 없듯이 지역을 바탕으로 한 문화 또한 고유성이 있게 마련이다. 같은 충청도라도 산 넘어 저쪽 당진과 강 아래 저쪽 부여 그리고 공주가 말투도 다르지 않는가? 자유, 평등, 인류애 등 보편적 가치는 세계적으로 사유하되 문화는 될수록 작은 단위로 고유성을 지키며 세계와 소통할 일이다.

 

그리고 다음, 공주문화도시센터는 공주시가 문화도시로 선정되기 위한 활동을 목적으로 세운 단체다. 센터장 및 팀원을 공모로 채용했고 위촉 4개월 만에 센터장을 해촉하였다. 해촉사유는 업무태만과 전문성 부족이다. 말이 안 된다. 조그만 가게에서 알바채용도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 업무태만은 사람을 잘못 판단했다하자. 그것도 문제지만 전문성 부족은 무슨 말인가? 전문성, 경력 등 시에서 요구한 실증할만한 자격요건을 충족하였으니 위촉했을 것 아닌가? 아니라면 부정청탁이 있었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4개월 만에 전문성이 없어서 잘못했다면 얼마나 잘못했을 것이며 성과를 내면 얼마나 낼 것인가?

 

더구나 시장 자신이 위촉한 당사자에게 소명기회도 주지 않고 담당 공무원 말만 듣고 해촉하였다는 것은 인사권을 시 담당에게 위임했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위임했다면 책임도 담당이 지는가? 그러면 시장은? 팀원 간에 견해차이가 있었다면 토론을 통해 해결하도록 했어야 할 일이고 민관의 견해차이가 있었다면 마땅히 시장은 양쪽의 말을 들어보고 판단할 일이다. 거버넌스의 기본원리도 작동되지 않고 있다.

 

정반은 옳고 그름이 아니다. 관점의 차이다. 관점의 충돌지점에서 합이 발생한다. 합은 융합 혹은 타협이 아닌 새로운 길이다. 그것이 정반합이고 합의 길을 찾는 것이 시장의 역할이다. 하던 일 그대로 하고 가던 길 그대로 간다면 일러 그것이 구태이다. 김정섭 시장은 인사 시스템을 갖추어 인사 비리를 뿌리 뽑겠다고 하는데 그 자체가 목적인가? 만약 시스템 어디에선가 오작동이 난다면? 공주시민이 시장에게 바라는 것은 인사혁신이 아닌 인사혁신을 통한 시정혁신이다. 광속으로 변하는 시대다. 관료조직은 법과 제도에 의해서만 움직일 수 있고 법과 제도는 현상의 한참 뒤에나 이루어지기 때문에 민관협치는 필수다. 서양에서는 농경에서 산업사회로 변하던 1800년대에 이미 시작된 개념 아닌가? 민관은 원청과 하청의 관계가 아니다. 관점이 충돌할 때 시장이 적극 개입하여 합의 길을 찾기를 부디 기대한다.

 

2020년 9월 7일

사단법인 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

이사장 조성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