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시대정신이 명분이다.'

댓글 0

성명서, 기고문, 보도자료

2020. 3. 19.

* 기고문은 필자 개인의 견해이며 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의 공식적인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세상사는 사람의 오욕에서 비롯된다. 그런 까닭에 세상은 정의로운 원칙에 의해서 작동되지 않는다. 그리하여 인류는 충돌하는 욕망을 조정하고 억제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만들었다. 생명이라는 본성 또한 이타적이지 않다. 이기적이다. 하물며 이해관계로 모인 정당임에야. 사실인즉 미래통합당(자유한국당)에서 비례전문당을 만들겠다고 나선 일은 자기 살 궁리에서 나온바 크게 나무랄 일이 아니다.

 

잘못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있다. 독립된 헌법기관이면 부여받은 권위에 맞게 판단은 오직 법의 취지에 부합하는지 만을 준거로 삼아 바늘 끝만큼도 사리에 벗어남이 없고 얼음장처럼 차가워야 한다. 함에도 소수정당의 국회 진입을 위해 제정한 준연동형비례제의 입법취지를 뿌리 채 흔드는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을 허용한 것은 헌법기관으로서의 권위를 장날 고추전 눈금만큼도 못되게 만들어버렸다. 부끄러운 일이다, 선관위원장은 즉각 사퇴함이 옳다.

 

민주당과 야4당 또한 상찬을 받아 놓기라도 한 듯 아무런 대책도 강구하지 않은 채 통합당을 비난하며 현명한 국민이 잘 판단해 줄 거라 했다. 참 한가한 소리였고 통합당을 향한 거친 비난은 자기에게 돌아올 메아리일 줄은 몰랐다.

 

절박함이 가장 큰 힘이다. 절박함은 도둑질도 하게 한다. 지금 민주당에는 없고 통합당에는 있는 것, 바로 절박함이다. 민주당이 전당원 투표를 통해 연합비례정당에 참여하기로 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를 두고 자기부정의 정치라 하는데 그렇다 하여 ‘명약관화’한 잘못 들어선 길임을 알고도 계속 갈 수는 없는 일. 말의 덫에 매어있을 일이 아니다. 비난은 받들고 굴욕은 참아야 한다. 온전한 준연동형비례제의 취지에 부합하는 길을 가는 것이 명분을 지키는 길이다.

 

수신하여 언행이 합일하고 경계 없는 자유에 이르고자 하는 개인의 윤리적 신념체계와 정당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개인은 승패를 떠나면 더 큰 자유를 얻지만 정당은 패하면 쇠락하고 소멸한다. 현실 정치에서 명분과 실리는 따로 양립할 수 없다. 명분을 지킨다함은 도리를 다 한다는 뜻인바 도리를 다하는데 누가 마음을 안 줄 것이며 도리를 못하는데 누가 돌아나 보겠는가.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저 언덕이 높다. 정치민주화, 아직 아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은 어떠한 경우라도 숨은 의도를 보여서도 안 되고 감추고 있어서도 안 된다. 감춘 것은 독버섯처럼 조건이 되면 드러난다. 오직 법에 의거한 조직의 존립목적에만 부합해야 한다. 지금 검찰이 그러한가?

 

국회는 어떠한가? 위임받은 권한으로 위임자를 위해 일하기보다 제 행세를 하는 집단이다. 의원 삼백 중에 도대체 판검사 출신은 몇이며 언론인 출신은 몇인가? 연동형비례제 제대로 해서 의원 특권은 줄이고 인원은 두 배쯤 늘려 기득권 집단의 로비가 관통하지 못하고 이해가 상충하는 직능별 집단 간에 활발한 토론을 통해 정책이 입안되는 거기까지가 정치민주화다.

 

명분과 실리가 한 몸이듯 정치민주화와 경제민주화는 한 몸이다. 경제민주화라는 화두는 김종인씨 같은 사람들의 호주머니 속에 있는 호두알이 아니다. 정치민주화가 완성되면 연인처럼 따라오는 것이다. 자각한 시민들만이 이룰 수 있다. 지금 여기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정치민주화이다. 그것이 제 정당의 명분이어야 한다. 시대정신에 저항하는 사나운 불은 맞불로 잡아야 한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정의당에 묻고 싶다. 공사 중에 뜻하지 않는 암초를 만났다. 애초 설계대로 하면 역학구조상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설계대로 하는 것이 원칙인가? 설계를 변경하여 구조상 문제가 없는 건물을 세우는 것이 원칙인가?

 

정의당이 이 땅에 세우고자 하는 정의는 무엇인가? 지금은 계급투쟁의 시대가 아니다. 노조가 앞장서 북을 울리던 시대가 아니다. 부마항쟁, 5.18, 6.10 항쟁을 경험하고 이제는 애비·어미가 된 필부필부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 낱낱이 주체세력인 시대이다. 각자의 삶의 터전에 있다가 순식간에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모이는 그들이 사회변혁을 추동한다. 그 낱낱이 소망하는 그것이 정의이다.

 

그들은 소망한다. 정치민주화를. 모두 함께 하기를.

 

2020년 3월 19일

사단법인 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

이사장 조성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