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엽 삼촌의 판화로 본 세상

고래 2012. 4. 13. 10:00


아주 옛날이야. 바위가 있었어. 공룡도 생기기 훨씬 전이었지. 그때 바위가 볼 수 있는 건 파란 바다와 파란 하늘뿐이었어. 바위는 바다가 자기 몸에 철썩 부딪치는 게 좋았고 매일매일 바뀌는 하늘의 색이 신기했지.

바위는 그렇게 억만 년을 조금 심심하게 보내고. 또 억만 년을 보내자,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했어. 바위의 몸에 뿌리를 내리는 풀들이 자라고 어떤 것은 크게 자라 나무가 되고, 하늘에는 새들이 날고 새들은 바위 위에서 잠도 자고 어떨 때는 똥도 쌌지만 수수억억만 년을 심심하게 보낸 바위는 그 모든 게 재미있고 즐거웠지.

그중에서도 바위는 사람을 제일 좋아했어. 사람들은 바위를 구럼비 바위라고 불렀는데 바위는 구럼비라는 이름이 딱 마음에 들었고 자기를 불러주는 사람들에게 아주 맑은 샘물을 주었지. 사람들은 그 샘물을 긷기 위해 매일 구럼비 바위에게 다녀갔고 그때마다 시시콜콜 자기들에 이야기들을 들려주었지. 이야기 중엔 웃긴 이야기도 있었고 슬픈 이야기도 있었어. 그래서 구럼비는 사람들의 할아버지에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에 할아버지 일들까지도 모두 알고 있었고 사람들이 슬프면 슬펐고 기쁘면 기뻐서 그들이 소원하는 모든 것들을 이루어 주었지. 

그런데 어느날 처음 보는 사람들이 나타나서 구럼비 바위 몸에 붉은 깃발을 사정없이 꽂기 시작했어. 해군기지를 만들기 위해서 폭파시킨다는 거야. 사람들은 울기 시작했고 군화를 신은 처음 보는 사람들과 구럼비 바위를 지키기 위해 싸우기 시작했어. 

구럼비 바위도 슬펐어. 자기가 상처를 입으면 수만 년 동안 같이 산 말똥게도 죽고 새들도 쉴 곳이 없고 풀도 나무도 모두 사라지고 수천만 년 동안 구럼비가 듣고 간직한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사라지게 되는 거야. 그래서 모두가 잠든 어느날 밤 아무도 모르게 구럼비 바위가 몰래 일어났어. 수수억억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어. 그리고 자신의 몸을 폭파시키려던 군인의 배를 멀리 집어던졌지. 그 광경을 붉은 말똥게가 보았는데 너무 통쾌해서 뒤로 자빠졌지.

그리고 아침이 되었고 사람들은 어째서 그런 건지는 몰랐지만 군인이 사라진 것에 기뻐하면 구럼비 바위 위에서 춤을 추었어. 구럼비 바위는 생전 처음 피곤했지. 구럼비 바위가 불쑥 일어난 건 수억억억만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고 구럼비도 자기도 그럴 줄 몰랐으니까. 그래서 그리고 수억억만 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구럼비는 다시 조용히 누워 콜콜 잠을 잤어.



글·그림_ 이윤엽 삼촌은 판화가야. 우리가 사는 세상을 따뜻하게 그러나 때로는 날카롭게 그려내지.




     


결론부터 말하면, 구럼비바위는 추암촛대바위나 문무대왕 수중왕릉, 또는 운석급의 임팩트있는 바위는 아니다. 그냥 돌덩어리다.

굳이 가치를 매기자면 현무암 kg당으로 매긴 가격 그대로다. 숫자로 표현하면 kg당 ₩1,000~1,500(2013년)이다.

이 부분은 해군기지 반대측이 반대를 위해 꺼낸 인위적+작위적인 논리라는 점이 맞다는 의견이 많다.

평화의 섬 류의 주장을 펼치는 반대 측은 위에서 보듯이 강정마을 인근의 '구럼비 바위'를 구체화 하여 표현하고 있다. 구럼비란 강정마을 앞에 있는 현무암 바위로, 제주어로 까마귀쪽나무를 가리카는 말이다. 제주도 출신 해군들은 구럼비 바위가 강정마을 근처 특정 바위들을 지칭하는것이 아니라 비슷하게 생긴 해안가 바위들은 다 구럼비 바위로 불렀고, 반대측 시위자들이 공사 반대를 위해 지어낸 이야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반대 측은 문화재 위원회에 구럼비 바위가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고 주변에 존재하지 않는 특별한 바위로서 보호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여 천연기념물 등재를 주장하였다. 그런 것들이 그 가치있는 바위에 화학물질인 락카로 낙서나 하고 앉았다.

결국 문화재 위원회는 가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반대 측은 이에 반발하였다. 실제로 '구럼비'라는 명칭은 2008년 이전에는 어느 인터넷에도 검색되지 않는다. 과연 오래전부터 그렇게 소중하게 지켜진 유명한 바위인지?? 

구럼비 바위를 강조한 주장이 비판을 받는 건 지역 명물 수준의 바위를 문화재급 희귀암이라고 과대포장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반대운동을 하는 쪽도 사실 그대로는 공감을 사지 못하겠다고 우려할 만큼 구럼비 바위의 가치를 높이 보지 않았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