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많은 부모에게

고래 2017. 1. 23. 10:00



초등학교 4학년인 우리 딸아이는 질투가 많습니다. 자기와 친한 친구가 다른 아이에게 조금만 관심을 보여도, 서운해하고 울다가 결국 화를 내면서 두 친구를 욕합니다. 엄마인 저한테만 그러는 거면 괜찮을 텐데, 다른 친구들에게도 친구를 험담해서 문제를 크게 만듭니다. 작년에는 이런 식으로 반 친구 몇 명과 크게 싸워서 관계가 완전히 틀어져 버린 적도 있습니다. 아이에게 친구를 험담하는 건 나쁜 일이니 그러지 말라고 타일렀지만 쉽게 고치지 못합니다. 질투 많은 성격 탓에 편 가르기를 주도하는 아이. 이러다 내 아이가 다른 아이를 따돌리거나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면 어쩌나 걱정됩니다. _김유진(가명. 서울 송파구)



어디서 배웠어?_ 가정 안의 관계는 아이가 바깥에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만들 때도 영향을 끼칩니다. 아이와 부모님, 형제들과의 사이는 어떤가요? 아이의 바깥 모습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집안에서부터 아이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먼저 부모인 나와 다른 사람들의 관계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예전에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계신 한 어머니와 상담했었습니다. 이분은 아이에게 화 한번 내지 않고 대화를 통해 아이 의견을 존중하며 키웠는데, 왜 아이가 밖에서 문제를 일으키는지 모르겠다고 눈물을 보이셨어요. 하지만 상담을 통해 부부가 심각한 상황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아이를 위해 가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오래전부터 남편을 마음속으로 미워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이 앞에서 내색하지 않았다 해도, 아이는 부모가 타인을 배제하는 마음을 직관적으로 압니다. 아빠와 있을 때 굳어지는 엄마의 눈빛과 태도를 눈치채는 것이지요. 엄마가 아이에게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편을 가르는 것을 은연중에 가르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삼각관계는 못 참아_ 질투가 심하고 친구를 독점하려 하는 아이들은 친구와 공존하는 법을 배우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친구가 다른 아이와 친해지는 것을 자신이 관계에서 배제되는, 일종의 위기로 인식하는 거지요. 이런 삼각관계의 문제는 어디서부터 시작할까요? 아이가 경험하는 첫 삼각관계는 부모와의 관계입니다. 균형 잡힌 부모의 사랑을 바탕으로 가족의 질서 안에서 사랑을 받는 아이는 편안하고 행복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벗어나 부모의 위치로 올라가는 아이들은 감당하기 힘든 질투심에 사로잡힙니다. 예를 들어 엄마와 자신이 가장 친하다고 믿는 아들은 마치 자신이 엄마의 남편이라고 무의식적인 착각을 합니다. 그래서 엄마와 아빠의 다정한 모습에 심한 배신감과 질투, 좌절감을 느낍니다. 사실이 아닌 환상 때문에 마음이 불안하고 열등감이 심합니다. 아빠와 유대감이 깊은 딸은 아빠에 대한 마음을 들켜서 혼나거나 집에서 쫓겨나지 않을까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자녀가 부모의 위치에 올라가기 때문에 발생하는 질투와 불안이지요. 아이의 발달과정 안에서 풀지 못한 삼각관계의 문제는 정신적인 충격으로 남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반복됩니다. 아이가 질서 속에서 잘 자랄 수 있도록 부모는 서로를 존중하고, 아이와 주고받는 힘의 균형을 맞춰주세요.


질투의 본질_ 자기가 가진 것에 감사하는 사람은 질투할 필요가 없습니다. 질투는 상대적으로 덜 가졌다고 생각해서 서운함을 느낄 때 생깁니다. 내가 가진 것보다 다른 사람이 가진 게 더 많아 보이거나, 자신은 가지지 못해 불행한데 다른 사람은 행복해 보일 때 마음 한가운데가 휑하니 뚫린 것 같습니다. 질투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감사하는 것입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남의 떡을 크게 보고 자기가 가진 것은 보지 않습니다. 내가 가진 것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니 허전할 수밖에 없고, 계속 다른 것을 쫓게 됩니다. 아이가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인정하고 감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저는 클리닉에 오는 아이들에게 뭘 잘하는지, 무슨 장점이 있는지, 어디가 예쁜지 물어봅니다. 그런데 선뜻 대답을 못 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아이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 감사할 수 있도록 엄마가 먼저 아이의 좋은 점을 자꾸 발견해주고 이렇게 아이 앞에서 소리 내어 감사의 기도를 자주 해주세요. “이렇게 좋은 아이를 제 딸(아들)로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OO는 ~하는 점이 참 좋아요. 감사합니다.” 점차 아이도 자신의 장점을 바라볼 수 있게 되고 감사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질투도 줄어들게 됩니다.  

 

험담하는 이유_ 지금 아이는 예민한 상태입니다. 서운하고 짜증이 나고 불안합니다. 부정적인 감정 상태에 있으니 주변 사람들이 더욱 못마땅하게 느껴집니다. 험담하면 잠시나마 내가 힘 있는 존재처럼 느껴지고 불행한 마음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따님이 겪었던 것처럼 뒷감당이 어렵지요. 

좋은 사람도 때로는 나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사람들은 서로 부족한 점을 받아들이고 용서하면서 산다는 것을 아이는 아직 모릅니다. 아이는 철저하게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나누고, 친구들 사이에서 편 가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계속 그러다 보면 주변에 남아 있는 사람이 별로 없어집니다. 아이에게 모든 일이 흑과 백으로 정확히 나누어지는 게 아니라 흑백 사이에는 회색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서운해!”_ 받고 싶은데 주지 않으면 서운합니다. 아이는 많이 받고 싶은 모양입니다. 친구가 자신에게 마음을 주는지를 항상 살피고, 받지 못하면 좌절합니다. 이런 사람의 옆에 있으면 불편하고 그래서 친구들이 떠나갑니다. 지금처럼 마음을 쓰면 자신도 불행하고 다른 사람도 힘들어진다는 걸 알려주세요. 결국 아무에게도 마음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세요. 피해의식을 가지고 의심을 하면서 친구들을 만나지 말고, 어떻게 친구와 더 재미있게 놀지를 더 많이 생각하게 도와주세요. 자신이 받는 것만 생각할 게 아니라, 친구를 배려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도록이요. 


사랑은 독점이 아니야_ 사랑을 독점하려고 하면 점점 사랑으로부터 멀어집니다. 사랑은 자연스럽게 숨 쉬는 감정입니다. 붙잡으려고 하면 도리어 상대방은 나를 피하게 되지요. 사랑할수록 상대방의 자유를 존중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세요. 그리고 상대방의 마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사랑의 주고받기가 계속되고 관계가 좋아지려면 독점이 아니라 더 넓고 크게 사랑해야 한다고 말이지요. 많은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게 더 풍성한 행복이라는 걸 알게 해 주세요. 

아이는 지금 좌충우돌하며 인생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질투도 해 봐야 지나친 질투가 얼마나 괴로운지, 어떻게 하면 질투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배우게 됩니다. 아이를 좋은 길로 이끄는 힘에 맡기면서, 아이에게 용기를 주세요. 


작별 인사_ 고래에 ‘고민 많은 부모에게’를 연재한 지 어느덧 10년이 되어갑니다. 세월 참 빠르지요? 부모님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며 저도 성장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제 글을 사랑해주고 응원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매일매일 건강하고 아름다워지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글_ 손성은 생각과느낌 몸 마음 클리닉에서 아이들, 청소년, 부모님의 마음을 함께 풀고 있습니다. 쓴 책으로는 <충분한 부모> <마음이 아파서 그런 거예요>가 있습니다.
그림_ 최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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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많은 부모에게

고래 2016. 12. 20. 11:00




4학년 남자아이의 아빠입니다. 우리 아들은 먼저 나서서 뭔가 하는 걸 참 좋아합니다. 쑥스러워하거나 망설이는 법이 없습니다. 길거리에서 모르는 어른한테 먼저 말을 걸 정도로 넉살이 좋습니다. 아내는 자기를 똑 닮은 아이의 성격을 좋게 생각하지만, 저는 솔직히 걱정 됩니다. 이대로 크면 아들의 인생이 정말 피곤할 거 같거든요. 적당히 뒷줄에 설 줄도 알아야 사는 게 편한데…. 아이가 앞에 나섰다가 실패하고 크게 상처받으면 어쩌지요?_ 이사무엘(가명. 경기도 용인시)



지나치면 병

현대사회에서는 적극적으로 잘 표현하는 것을 중요한 능력으로 여기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나서는 성격은 곤란한 경우를 만들기도 합니다. 특히 주변 상황을 잘 살피지 않고 무조건 나선다거나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하고,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경우 그렇지요. 자기만 돋보이려고 해서 다른 아이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그래서 모둠 활동이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눈치가 없는 탓에 그만해야 할 적절한 때를 잘 몰라요. 자신은 성격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요. 같이 생활하는 반 아이들이 아이의 문제를 가장 잘 압니다. 이렇게 계속 자기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면 반 아이들의 원성을 살 수 있습니다.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다른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을 수도 있지요. 

 

좋은 성격이란?

그렇다면 건강하고 좋은 성격은 어떤 걸까요? 무엇보다 유연한 성격이 건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머러스하고 가끔 넉살이나 애교도 부리고 진지할 때는 진지하고 집중할 때는 집중하고 놀 때는 재밌게 놀고 웃을 때는 활짝 웃는 사람이지요. 다양한 표정을 가진 사람,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건강합니다. 항상 나서기만 하거나 물러나기만 하지 않고 시간과 장소에 따라 융통성 있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면 건강합니다. 나서야 할 때 나서는 용기, 물러설 때는 물러설 수 있는 지혜와 절제가 필요하지요.

 

사회성이 좋다는 착각

부모가 객관적으로 보이는 아이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자신의 아이가 똑똑하다고 생각해서 문제가 되는 행동을 더 부추기기도 하지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말이 많고 활동적이어야 사회성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조용하지만 잘 웃고 사람들과 있을 때 행복한 아이가 있습니다. 반대로 말을 잘하지만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여 사람 만나는 게 불편한 아이가 있고요. 둘 중 누가 사회성이 좋은 아이일까요? 스스로 대인관계에서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끼고 조화로운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건강한 사회관계가 필수입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

새 학기가 시작한 지 2주만에 반 아이들은 피해야 할 유형의 아이를 알아챕니다. 대인관계에 깊이가 없고 행동이 과장되고 산만하며 불안정하고 상대방의 기분을 잘 생각하지 않는 유형이지요. 아이가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적극적으로 말을 걸고 쉽게 친구를 사귀는 것 같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이 있는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면, 그들은 아이를 피하게 될 테고, 어느새 주변에 친구들이 사라져 버립니다. 사회생활에서 소중한 것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입니다. 소극적・적극적보다 더 중요한 힘입니다. 아이가 다른 사람도 살필 수 있게 마음을 크게 쓰도록 도와주세요.

 

살리는 아이

사람들은 기를 죽이는 사람 옆에는 가려 하지 않습니다. 본능적으로 자신의 기운을 살려주고 에너지를 주는 사람 옆에 가려고 합니다. 조용하지만 다른 사람과 박자를 잘 맞추는 아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분위기를 살리는 아이 주변에는 친구들이 저절로 모입니다. 옆에 있으면 편안하고 즐겁기 때문이지요. 이 아이들은 어딜 가나 주위를 밝게 합니다. 다른 사람의 기운을 북돋고 주변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사람들과 조화롭게 지내며 자신의 기운을 살리고 다른 사람의 기운도 살리는 마음을 갖도록 키워 주세요. 따듯하고 즐거운 에너지를 뿜어내고 주변 사람을 미소 짓게 하며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사람이 되라고 일러주세요.

 

아프면서 크는 거야 

아이가 상처받는 것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다른 사람에게 상처도 받고, 눈치도 보면서 사회성이 느는 법입니다. 이를 경험하지 않아서, 눈치가 없다면 정말 큰일입니다. 아이가 힘들어할 때는 위로해주고 용기를 주세요. 사람은 계속 변화하고 성장합니다.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점차 활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면에 목소리가 크며 산만하고 좌충우돌 조절이 안 되던 아이가 의기소침하며 소극적이고 어두운 성격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아이가 커 가면서 점점 더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가 방향을 잡고 거울을 비춰주세요.   



글_ 손성은 생각과느낌 몸 마음 클리닉에서 아이들, 청소년, 부모님의 마음을 함께 풀고 있습니다. 쓴 책으로는 <충분한 부모> <마음이 아파서 그런 거예요>가 있습니다.

그림_ 최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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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많은 부모에게

고래 2016. 11. 22. 10:00



안녕하세요. 시골에서 아이들을 맡아 돌보는 교사입니다. 6학년 한 아이가 습관적으로 자꾸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자주 혼을 내게 되는데요. 옷 정리하는 것, 책가방 정리하는 것을 잊고, 자꾸 자기 물건을 이곳저곳에 놓고 다녀 하루에도 몇 번씩 지적하게 됩니다. 잔소리로 들릴까 봐 가끔은 그냥 넘기기도 하지만 그러면 더 심해집니다. 그냥 두면 "지난번에도 이렇게 했는데요."라는 핑계를 대거든요. 강하게도 해 봤지만 소용없는 거 같습니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아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_ 작은아이 (가명. 전남 완도군)



정신이 안드로메다에

집중을 잘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상황을 잘 살피지 못하고 주의가 산만하지요. 정신이 지금, 여기에 있지 않고 다른 데 팔린 것 같습니다. 3차원인 현실 세계가 아닌 4차원, 5차원의 세계에서 따로 살고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보통 사람들도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면 불러도 못 듣는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에 빠져서 온종일 그 사람 생각만 하거나, 좋아하는 게임이 눈앞에 아른거릴 수도 있고, 학교가 끝나면 놀러 나갈 생각에 신이 나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집중을 못하는 아이들은 일시적이 아니라 만성적으로 부주의한 모습을 보입니다. 딴 세계에 살고 있어서, 지금 여기에서 뭔가를 보고 들어도 깊이 마음속에 새기지 못하고, 돌아서면 잊어버립니다. 


머릿속에서 영화 상영 중 

아이가 빠져 있는 세계는 상상의 세계일 수 있습니다. 현실과의 선이 느슨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를 고려하지 못하고, 뜬금없이 자기 머릿속에 있는 상상 이야기를 늘어놓거나, 자기가 좋아하는 주제에 대해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다 보면 주변 사람들도 지겨워하고 피하게 됩니다. 이 성향을 보이는 아이들이 창조적이고, 자기가 좋아서 몰입하는 것에 대해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정도가 지나치다는 것입니다. ‘구슬이 열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재능을 잘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과정이 중요한데,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어렵고 협업이 안 돼서 모둠 수업이 어렵고 주변을 치우지 못하고 물건을 늘어놓고 정리를 못해서 다른 아이들까지 피해를 보게 됩니다. 


걱정이 너무 많아요 

아이가 주의력이 부족할 때 꼭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정서적으로 힘들고 불안정해서 그럴 수 있다는 겁니다. 큰 걱정거리가 있을 수 있고, 갑작스럽게 충격적인 일을 겪고 그 일이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도 다양한 걱정거리가 많습니다. 부모님이 싸우고 헤어진다는 말을 들어서, 가족이 아파서, 애완견이 곧 죽을 것 같아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아서 걱정합니다. 성추행을 당한 일이 자꾸 떠올라서 괴롭거나, 교통사고 난 것을 보고 놀라서 힘들어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왜 이렇게 다치죠? 

부주의한 아이들은 잘 다치기도 합니다. 부딪쳐 멍이 들어도 언제 어디서 그랬는지도 모르고,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해 돌부리에 걸리거나, 발을 헛디뎌 넘어지기도 합니다. 자기 몸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몸과 주변 사물과의 거리를 가늠하지 못해서입니다. 3차원이 아닌 다른 차원에 살고 있다는 말이 이해되시지요? 넘어질 때도 보호 반응이 적절히 나오지 않아 팔로 땅을 짚거나,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해 앞니가 부러지거나, 얼굴을 다치는 일도 생깁니다.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는 것도 자기 주변의 사물에 대해서 잘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못 하겠단 말이에요

부주의한 아이 중 상당수가 손이 굼뜨고, 몸을 쓰는데 곤란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몸으로 하는 활동을 싫어합니다. 옷 정리, 물건 정리 등 주변 정리는 대부분 몸으로 하는 것들입니다. 습관이 들어 있지 않거나 처음 하는 활동은 어색하고 에너지 소모가 많습니다. 그러면 자꾸 피하게 되고, 결국 또 습관이 잡히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겠지요. 게으르고, 못돼서 교사의 말을 듣지 않는 게 아니라, 뇌신경계에서 회로 형성이 잘되지 않은 상태라고 이해하면 좋습니다. 


조용한 ADHD

흔히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라고 하면 과잉행동을 하거나 충동적인 아이들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과잉행동을 하지는 않지만 주의력이 결핍으로 곤란함을 겪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ADD(Attention Deficit Disorder)로 진단합니다. ‘조용한 ADHD’라고 부르기로 하고요. 이 아이들은 착하고 모범생처럼 보이지만, 교사의 말을 흘려듣거나, 주변 정리를 못하고, 멍하니 딴생각을 하는 듯하고, 주의가 산만한 특징을 보입니다. 이 아이들은 지능이 좋아도, 생활습관이 엉망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성 뇌, 집중력 뇌, 행동 조절/계획 뇌가 아직 미숙해서 그렇습니다. 그럴수록 신체활동을 많이 하도록 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한 가지씩 정리해 나가게 돕고,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 주면 좋습니다. 


좋아지고 있구나!

정도가 심하고 개선이 안 될 때는 전문가 상담을 꼭 받도록 도와주세요. 아이 상태에 따라서 약물치료와 심리치료, 감각통합치료가 도움이 많이 됩니다. 

ADD 아이들을 심하게 혼이 나면, 스트레스를 받고 놀라서 정신이 더 없어집니다. 혼란스러워하면서 집중하지 못하고, 어리바리해 집니다. 그래서 정신이 없고 산만한 아이들일수록 놀라게 하지 말고 천천히 상황을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길게 설명하기보다 한 가지를 기억에 남게 설명해 주세요. 그리고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말로 해 보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말도 행동이기 때문에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것보다, 실행 기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종이에 할 일을 순서대로 써보는 것도 좋습니다. 실수가 잦더라도 자꾸 야단을 치기보다, 조금이라도 보이는 좋은 변화에 집중해서 칭찬해 주세요. 점점 더 좋아진다고 암시해 주면 분명히 조금씩 좋아질 겁니다.   




글_ 손성은 생각과느낌 몸 마음 클리닉에서 아이들, 청소년, 부모님의 마음을 함께 풀고 있습니다. 쓴 책으로는 <충분한 부모> <마음이 아파서 그런 거예요>가 있습니다.

그림_ 최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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