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있어요

고래 2011. 4. 22. 10:49

네다섯 살 무렵 꼬마들이 동무들과 노는 모습을 본 적 있니? 개인차가 무척 심하지만 대체로 아예 남에 관심이 없거나 그 반대로 몹시 두려워해서 동무와 놀기를 거부하는 아이도 있고, 자기중심적인 시기라서 눈에 들어오는 장난감은 몽땅 제가 차지하겠다고 뺐고 때리고 울기도 해. 잘 어울려 노는 아이들도 가만 보면 이 아이랑 재미나게 놀다가도 관심을 끄는 다른 놀잇감이 보이면 미련 없이 ‘안녕~’하며 쌩~ 하고 등을 돌려버리지. 왜냐하면 아직 동무와 어울렁더울렁 주고받기도 하고 배려도 해가며 어울려 노는 시기가 아니거든. 양보하기도 하지만 그건 어른들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부지런히 주입해 놓은 탓이지. 그래야 착한 아이라고 칭찬받을 테니까.
좀 자라서 초등학교 1・2학년(길게는 3・4학년)까지 동무들의 관계를 살펴볼까? 사회성이라는 것이 조금 생기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나’ 중심이야. 이모가 작년에 4학년 담임을 했었거든. 하루에 한 명씩 학급의 동무 칭찬하기를 했었는데 칭찬하는 이유로 든 것을 살펴보면 제일 많은 것이 ‘나에게 00을 빌려주었다, 나랑 놀아주었다, 나에게 00을 주었다’ 같은 거야. ‘나’에게 무엇인가를 (빌려)주고 나랑 놀아주는 동무를 좋은 벗으로 평가하는 거지. 그래서 동무들의 환심을 사려고 먹을 것을 사준다거나 문구 같은 것을 동무들에게 그냥 준다거나 하는 동무들이 있기도 하고, 반대로 우정을 미끼로 그런 걸 요구하는 얌체 같은 동무들도 나타나지. 후자의 동무들은 보통 ‘먹튀’야. 미끼가 사라지면 우정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그 시기를 지나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시기가 오면 그때는 가까운 벗을 삼는 기준이 물질적인 것에서 벗어나서 대화가 통하는지, 관심사가 비슷한지, 서로 이해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지가 된단다.
예담이 말대로 그 동무가 전과 달리 너보다 만화책에만 관심 두는 것일지도 몰라. 그렇지만 이모는 말이야, 반대로 네가 변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 동무에게 예담이는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재미나는 만화책 많고 자기에게 잘 보여주는 착한 동무’일 거야. 그런데 예담이는 이제 마음이 자라서(성숙해져서) 그런 식의 잇속만 챙기는 동무관계는 유치하고 싫어진 것이지. 동무의 어린아이 같은 이기심이 살짝 밉살맞기도 하고, ‘내가 좋은 거야, 내 만화책이 좋은 거야? 이 우정의 정체는 대체 뭐야?’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야.
동무랑 지금처럼 지내고 싶다면 계속 재미난 만화책을 제공해주면 돼.^^ 만약 지금과는 달리 한 뼘 자란 동무관계를 만들고 싶다면 동무가 네게 바라는 우정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정체 먼저 파악해야 한단다. 만화책뿐인지 그것을 넘어선 대화와 마음의 나눔인지. 우정의 정체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까 동무가 더 의심스러워지는 거야. 동무와 만화책만 보지 말고 대화를 나눠보길. 만화에 대한 생각부터 나눠보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질 수 있을 거야.
이모가 항상 하는 말이지만, 행동하지 않으면 변화는 없단다!


고민상담_ 김현정 이모는 광명 구름산초등학교 선생님이야.





    


 
 
 

고민있어요

고래 2011. 3. 25. 11:00

‘그놈의 영어만 없어지면 살 것 같아!’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잦겠구나!^^ 이모의 직업이 선생님이니까 교육학에서 말하는 식으로 하자면, 학습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학습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가장 큰 열쇠라고들 해. 영어로 하면 'Motivation'. (‘으악~ 영어잖아!’하는 비명이 들리는 듯.ㅎ)


이모는 영어를 좋아해. 그래서 영어전담교사도 몇 번 했어.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잘한다는 것이 아니라 좋아한다고. 논어에 이르기를.


지지자(知之者) 불여호지자(不如好之者) / 호지자(好之者) 불여요지자(不如樂之者)

하였대.


풀이하면 ‘많이 아는 사람은 그 일을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그 일을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사람에게 이르지 못하느니라.’라는 뜻. 그 식으로 따지면 이모는 호지자(好之者)와 요지자(樂之者) 사이쯤 될까?


교사의 처지에서 보면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내 수업에 관심과 흥미를 갖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정말 큰 문제야. 얼마 전 TV에서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니 한자 학습지를 하던 일곱 살 꼬마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엄마에게 이렇게 말하더라. '강아지로 태어났으면 좋았겠어. 강아지는 한자 공부 안 해도 되잖아.' 하는데 그냥 웃을 수만은 없었어. 실은 올해 이모가 영어전담을 하게 됐거든. 내가 올해 가르칠 4백 명 넘는 아이 중에는 저 꼬마가한자를 끔찍해하는 것처럼 영어를 싫어하고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많을 거야. 그런 동무들에게 동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어쩜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우게 하는 것보다 의미 있는 것이겠지.


이모가 학교 다닐 적에는 중학교에 가서야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어. 이모는 욕심이 많은 학생이어서 영어를 잘하고 싶었지. 그런데 그게 맘처럼 잘 안 되더라고. 이놈의 꼬부랑 말은 귀로 들어오긴 하는데 뭔 소린지는 잘 모르겠고 답답하기만 했어. 냅다 외워버려서 시험은 어떻게 해볼 수 있겠는데 듣기평가는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 (시골이라 학원도 없었고, 주변에 가르쳐줄 만한 언니, 오빠도 없었고, 선생님의 발음은 너무나 정직해서 듣기평가에 나오는 외국인 발음이랑은 완전 딴판이었지.) 매번 반타작도 못했어. ‘영어가 싫어~~~’하면서 ‘영포(영어 포기자)’가 되고 싶었지만 이모는 욕심과 자존심이 센 학생이었거든. 고민하다가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기 시작했어. 여섯 시부터 한 시간 동안 영어 공부하는 프로그램이 했었거든. 꾸준히 듣다 보니 재미도 있더라. 석 달인가 열심히 라디오를 들었는데, 그즈음 학교에서 다시 듣기평가를 보았어. 점수로 환산하자면 40점 쯤 맞던 아이가 갑자기 95점을 맞았어. 숨기려 해도 미소가 비실비실 새어나왔어. 그 뒤로 영어를 좋아하게 되었고 그러니까 영어 시간이 즐거워지고 공부도 재미있더라고. 이모의 ‘동기’는 욕심과 자존심이었던 셈! (말하고 보니 멋지고 근사한 동기는 아니군. 아, 부끄러워라.)


눈사람을 만들려면 일단은 눈을 한껏 모아서 단단하게 뭉치를 만들어야 하지. 그런 다음 그 눈 뭉치를 눈밭에 굴리면 눈덩이가 점점 불어나게 돼. ‘동기’는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꼭꼭 다져 만든 작은 뭉치 같은 거야. ‘동기’는 사람마다 달라. 팝송을 이해하기 위해서 영어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도 있고, 영어 선생님을 짝사랑해서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도 있고, 목표한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나 미래의 꿈을 위해서 영어공부를 하는 사람도 있지. 이모가 아는 어떤 아저씨는 비행기 조종사야. 그 아저씬 공부를 끔찍이 싫어했고 영어도 완전 못했대. 근데 조종사는 세계 여러 곳을 다니잖아. 그래서 영어를 반드시 잘해야만 했던 거야. 그래서 조종사가 되고 나서야 미친 듯이 영어공부를 하셨고 효과도 만점이었다고 해. 그 아저씨의 동기는 ‘필요’였던 셈. 네게도 ‘동기’가 필요할 거야. 너의 동기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렴! 없으면? 만들어 보렴! ^^



고민상담_ 김현정 이모는 광명 구름산초등학교 선생님이야.





고래가 그랬어라는 어린이 교양지가 있군요~ 좋은책같네요. 저는 어렸을때 학습지를 했는데요. 영어책에 있는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고... 우주여행을 하는 아기 공룡 이야기였는데, 일러스트도 예쁘고 선생님도 너무 친절하셔서 영어가 좋아진것 같네요.
암튼 초딩때관심을 가져놓은것이 오래 가더라구요. ^^
한번 잡지 보고 추천해야겠어요~ ^^
고맙습니다 :)

 
 
 

고민있어요

고래 2011. 3. 2. 11:00



● 재밌는 얘기, 하나 해줄까?_ 이모에겐 언니가 한 명 있는데, 세 살 터울이야. 근데 공교롭게도 생일이 4일밖에 차이가 안 나. 그래서 이모는 어렸을 적에 나랑 언니 사이에 4일 말고도 3년이라는 시차가 더 있다는 생각을 못했어. 언니는 나보다 고작 4일 먼저 태어난 주제에 언니랍시고 잔소리하고 날 부려 먹으려고 드는 못된 캐릭터라고 생각했지. 얼마나 억울하고 치사했겠어? 이제 와 생각하면 너무 심했다 싶게 언니에게 덤볐지. 힘으로 덤비기도 하고 언니랑 싸우다가 어쩌다 맞아 울게 되면 엄마한테 혼나게 하려고 억지로 더 눈물을 짜내가며 대성통곡을 했지. 더 자라서는(아마 네 동생 나이 때 즈음?)말로 깐족거리거나 언니를 무시하는 말을 해서 자존심을 건드리기도 했어. 심지어 언니라고 부르지도 않고 싸울 때뿐 아니라 평소에도 '00아'하고 이름을 불렀어. 완전 얄밉지 않니? 하루도 싸우지 않는 날이 없었고 둘 중 하나는 울음을 터뜨리거나 엄마에게 회초리를 맞아야 끝나는 싸움이었어. 4일 차이 나는 언니 동생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어렸을 때니까. 그런데 문제는 조금 자라도 언니와 나는 처음 그대로 계속 앙숙관계를 벗어날 수가 없었어. 사사건건 부딪히게 되고 마치 평생 만날 수 없는 기찻길처럼 가까워지지 않았지.


어때? 이모의 어린 시절 이야기인데, 이모 얘길 들으니까 어떤 아이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니? 바로 네 동생! 이모가 네 동생과 똑 닮았지? 나도 어디 가서 빠지는 덩치가 아니라서 언니랑 세 살이 차이임에도 마구 덤비고 때리고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고 그랬거든. 언니가 엄마한테 혼나게 하려고 고자질하거나, 열 받게 만들려고 자존심 긁는 소리만 골라 하고……. 야, 내가 봐도 진짜 밉상이다!! 그렇지? 그렇다고 이모 넘 미워하지 말고. ^^;;


● 우린 왜 그렇게 싸웠을까?_ 예부터 형제자매는 무릇 우애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우린 어려서부터 많이 듣고 자라잖아. 형제자매는 가족이니까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마구 퐁퐁 샘솟아야 맞을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가 않아. 오히려 형제자매는 똑같이 엄마‧아빠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경쟁자야. 서로 협력하는 경쟁자거나 나에게 별로 위협적인 존재라고 여겨지지 않는 경쟁자라면 별로 안 싸우겠지만, 그렇지 않음 어느 한 쪽을 누르고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서 계속 경쟁하고 싸우게 되지. 기질이나 성향이 너무 다른 경우에도 무지 사이가 안 좋아. 내 눈에 비친 언니나 동생의 모습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되거든. 왜 저렇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무시하거나 고쳐주려고 잔소리를 하거나 싸우게 돼. 이모와 이모의 언니는 지금 사이가 어떨 것 같아? 죽고 못 사는 사이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사이좋고 서로 이해해주는 자매란다.


● 어떻게?_ 열쇠는 ‘이해’와 ‘배려’야. 이해는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해. 나와 동생이 다르다는 것, 내 눈에이상하게 비치는 동생의 행동이 동생으로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거야. 당연히 쉽지 않아. 무시하려고 해도 동생이 시비를 걸면 자꾸 울컥하게 된다고 했지? 누구나 그러기 십상이거든.


이모는 언니가 멀리 있는 고등학교에 가서 떨어져 살게 되면서 언니와 나의 관계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어. 이모처럼 어떤 계기가 있거나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도우미가 되어달라고 부탁해 볼 수 있어. 쉽게는 엄마와 고민을 나눠보는 것도 괜찮을 거야. 다만 그럴 땐 동생 입장에선 엄마와 누나가 합심해 자기만 미워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으니 신중할 필요가 있어. 네가 동생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면 배려는 자연스럽게 우러나올 수 있어. 그럼 동생 때문에 억울하고 상처받은 마음은 누가 달래주느냐고? 왜 너만 이해하고 배려해야 하느냐고? 너 스스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동생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중에 자연스럽게 먼저 생기게 돼. 누가 먼저 시작하느냐에 달렸어. 누구든 먼저 시작하면 서로에게 치유가 되고 위로가 될 거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누구도 시작하지 않기 때문이야.


고민상담_ 김현정 이모는 광명구름산초등학교 선생님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