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고민 나누기

고래 2010. 7. 23. 09:00

고래가그랬어 80호  교육고민나누기



아이를 위해서 부모의 삶을 희생하는 게 당연한 걸까요?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이의 아빠입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시골이어서인지 도시에서 지금껏 20년을 넘게 살아왔는데도 여전히 적응하기 어렵습니다. 왠지 모르게 늘 바쁜 도시 생활이 갑갑하고요. 그래서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 근처로 내려갈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시골 생활이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이로운 점이 훨씬 많을 것 같다는 것이 제 생각이고, 아이와 아내에게도 여러 가지 면에서 훨씬 나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강하게 반대합니다. 이유는 아이의 교육 때문입니다. 서울을 벗어나면 아이가 좋은 교육을 받을 여건을 마련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아빠라는 사람이 어떻게 아이 교육과 장래에 대해 그렇게 무심할 수 있느냐 라며 부모의 의무도 다하지 않는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몰아붙입니다. 그렇게 아내와 몇 번 다투고 나니까 이런 의문이 들더라고요. 아이를 위해서라면 부모는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하는 걸까? 내키지 않더라도 참고 견뎌야 하는 걸까? 내 꿈은 아이를 위해서 보류해야 하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는 저를 사람들이 부성애가 부족한 부모로 여길 것 같아 누구랑 의논하기도 어렵습니다.

박진환(가명. 서울 양천구)



어떤 아빠가 아이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아이는 책을 읽으려 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생각하기에 늘 텔레비전만 보는 아빠가 책을 읽으라는 소리는 우습기만 합니다. 반면 아이가 놀이하듯 자연스럽게 책을 보는 집이 있습니다. 그 아이의 아빠는 잔소리 대신 아빠 스스로 책을 읽습니다. 두 아이가 공통적으로 느꼈던 것은 ‘아빠의 말이 아니라 행동’이었을 것입니다.

행복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행복하게 사는 부모와 함께 자란 아이는 그만큼 행복해질 가능성이 크겠지요. 사람이 태어나 자라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존재는 부모입니다. 아이는 부모의 삶을 보면서 느끼고 깨달으면서 조금씩 배워가지요. 아이가 행복하길 바란다면 부모 스스로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 부모들의 모습을 보면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합니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고, 실제로도 그렇게 합니다. 예를 들어 사교육비가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렇게 높은 사회는 한국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는 학원비 버느라 힘든 부모를 알아주기는커녕 오히려 적대감을 가집니다. ‘부모는 아이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해야만 한다’라는 생각은 부모뿐 아니라 아이의 삶을 옭아맬 수 있습니다. 나 때문에 고단한 삶을 겨우겨우 버티어내듯 살아가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행복을 느끼는 아이는 없을 테니까요.

시골에서 사는 것이 도시보다 훨씬 이로운 것이라면, 박진환 님뿐만 아니라 아이와 아내에게도 지금보다 더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는 여건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우리 가족을 행복하게 하는 선택이라고 확신하신다면,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천천히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아빠의 생각이 옳다고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몰아간다면 그것은 강요에 지나지 않습니다. 시골 자체가 행복을 보장해 주는 곳은 아니지요. 과정이 지난하더라도 꾸준히 소통해 가면 반드시 좋은 결실을 볼 수 있으실 겁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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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고민 나누기

고래 2010. 6. 28. 09:00

고래가그랬어 79호  교육고민나누기



미래를 위해 지금은 좀 참고 견뎌야 하지 않을까요?


6학년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올봄부터 중학교 준비를 위해 영어 학원과 수학 학원에 보내고 있어요. 전문 학원이라 그런지 수업 시간도 길고 해야 할 숙제도 무척 많더군요. 처음에 가기 싫다고 투정부리는 아이를 보며 조금 망설이긴 했지만 어지간한 대학 졸업장으로는 정규직 취업조차 힘든 현실에서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눈 딱 감고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있습니다. 조금 힘들더라도 지금 참고 열심히 하면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으니 그때 누릴 더 큰 자유를 위해서 엄마인 제가, 아이가 흔들리지 않게 잘 잡아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즘 아이가 이상해요. 저 몰래 학원도 빠지고 숙제도 잘 안 해 가요. 집에서 저랑 말도 잘 안 하고요. 사춘기라서 그럴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볼까 했는데 자꾸만 ‘오죽 힘들었으면…. 혹시 내가 잘못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손미희 (가명. 경기도 시흥시)



많은 부모가 아이의 스무 살 이전의 삶을 대학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들은 아이의 본격적인 인생, 즉 스무 살 이후의 인생을 위해 스무 살 이전의 삶에서 느끼고 배워야 할 것들을 생략할 수 있다고 여기지요. 워낙 각박한 세상인지라 부모들의 그런 생각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경제적 안정이라는 강박에 짓눌린 부모들이 아이가 어린 시절에 배워야 할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을 외면하는 건 참으로 불행한 일입니다.

언제부터 한국은 ‘오늘 없는 내일’의 사회가 되었을까요? 연원은 박정희 군사독재시대부터일 것입니다. 18년 독재 기간 내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오늘을 생략할 것을 강요당했지요. 한국인들은 미래를 위해 열심히 일했고, 그 덕에 이른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경제성장’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오늘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서 살아가는 습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10년 후, 20년 후에 좀 더 행복하기 위해서 정작 오늘 행복하게 지내는 걸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늘 더 넓은 평수의 아파트와 더 많은 통장 잔액을 위해 잔업과 특근을 마다하지 않지요.

그런 부모들 덕에 한국의 아이들은 20년 가까운 세월을 잃어버립니다. 놀아야 할 시기에 놀지 못하고, 조화로운 인격과 사유하는 능력을 키워야 할 시기에 먹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모조리 경쟁에 바치지요.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정상적인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오히려 이상한 일입니다. 우리는 이미 쓰는 말 대부분이 욕인 초등학생에 대해, 아무 조건 없는 순수함이 아니라 스펙으로 이성 친구를 고르는 고등학생에 대해, 엄마가 수강신청을 대신해 주는 대학생에 대해 듣고 있습니다.

사람이 미래를 계획하는 건 당연합니다. 이 살벌한 경쟁 체제에서 아이의 10년 후를 근심하는 것 또한 당연하지요. 그러나 오늘이 없는 미래란 있을 수 없습니다. 오늘 아이가 마음껏 뛰어노는 걸 생략한다면 10년 후 아이는 몸도 마음도 병들어 있을 것이며, 오늘 가족과 대화를 생략하고 친구들과 이해와 우정을 나누지 않는다면 10년 후 아이는 진심으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는 쓸쓸한 인생을 살게 될 것입니다. 오늘 즐거운 아이가 미래에 행복한 어른이 된다는 걸, 행복은 내일이 아니라 바로 오늘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됩니다. (끝)


글 | 고래가그랬어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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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고민 나누기

고래 2010. 1. 15. 10:55

 

 

 

느린 아이, 걱정입니다.

 

 

 

도대체 누굴 닮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가 아흔 살 먹은 노인처럼 느리고 굼뜹니다. 행동이 느린 건 시간이 지나면 차차 나아질 거로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는데, 하루에 한두 시간 멍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건 그냥 보고 넘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공부가 싫으면 다른 거라도 몰두해서 열심히 하면 좋으련만, 딱히 그런 것도 없어요. 답답합니다. 다른 아이들은 시간을 아껴가며 치열하게 뭔가를 향해 달리는데 우리 아이만 제자리에 멈춰 있는 거 같아 속상합니다.

오영주 (가명. 서울 동작구)

 

 

아이들은 모두다 제각기 제 모양이 있습니다. 어떤 아이는 호기심이 많고 활동적이면서도 좀 어수선하기도 하고, 또 어떤 아이는 차분하고, 내성적이면서, 혼자 놀기를 좋아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이런 면면을 잘 관찰해서, 부족하거나 과한 부분을 적절히 지도해 주는 게 부모들의 역할이기도 하지요.

 

아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을 텐데, 아이들을 바라보고 또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겠다는 부모들의 생각에는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의 우리 부모들은 대체로 착하고, 건강하고, 사람 노릇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걸 좀 더 강조했다면, 요즘의 부모들은 더 똑똑하고, 남에게 지지 않으며, 적어도 제 앞가림은 자기가 할 줄 아는 아이가 되길 바라지요. 한마디로 남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아이가 되길 바라는 겁니다. 물론 그만큼 사는 게 더 팍팍해졌고, 남과의 경쟁에서 앞서는 게 더 중요해졌다고 부모들 스스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어떤 기준으로 아이를 보느냐에 따라 아이에 대한 평가는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뒤의 기준으로 보면, 무력하고 수동적인 아이가 앞의 기준으로 보면 그저 평범한 아이일 수도 있고, 또 뒤의 기준으로는 남보다 앞서고 똑똑한 아이가 앞의 기준으로 보면 너무 자기중심적인 아이일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또 매사에 무덤덤하다는 것도 애초 아이가 의욕이나 열정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아직 아이가 흥미를 느낄 만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사실 어떤 일에 열정을 갖고 몰두하는 일이 쉬운 일만은 아니니까요. 오히려 요즘 많은 아이가 무슨 일이든 금세 흥미를 느꼈다가도 바로 싫증을 내곤 하는 일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되거든요.

 

우리 사회는 유독 무엇이든 남보다 빠른 것을 좋아합니다. 빠른 행동, 빠른 생각, 빠른 의사결정. 사실 이렇게 ‘빨리빨리’를 좋아하게 된 데는 그런 속도가 생산성을 높여준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그런 방식으로 경제성장을 한 탓에 그런 믿음이 더욱 굳건하지요. 하지만 요즘 경제학자들 사이에선 오히려 반대의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빨리빨리’를 중시하는 태도는 이전의 대량생산 사회에서는 장점이 됐지만 요즘 같이 지식이 가치를 생산해 내는 사회에선 오히려 경쟁력 면에서도 뒤떨어진다는 것이지요. 고부가가치를 내는 일일수록 창의성과 사고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창의성과 사고력은 오히려 속도와는 반대편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빠른 걸음으로 걷다가도 무엇이든 골똘히 생각할 게 생기면 자연스레 발걸음이 느려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으실 겁니다. 이렇듯 생각하는 힘은 오히려 천천히, 느릿느릿 여유를 갖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새삼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자 이제 부모의 시각은 반쯤 접어 두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다시 한 번 천천히 아이들의 시간을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 아이는 무엇에 더 흥미를 가질 지를 아이와 같이 얘기도 나눠보고 고민도 해보고요, 또 아이가 보내는 시간을 그것 자체로 인정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지금 무덤덤해 보이는 아이의 시간이 제 인생에서 가장 평온하고 정신적인 성장을 가져오는 시간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고래가그랬어 74호 <교육 고민 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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