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토론

고래 2010. 6. 9. 15:45

고래가그랬어 78호 부모토론







대학에서 맺은 사람 관계 


안현선 (이하) 흔히 ‘대학에 가야 한다. 대학 안 나오면 먹고 살기 어렵다.’라고 말하는 분들이 꼭 대학에 가야 한다고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대학에서 맺는 학연, 인맥이 사회 생활하는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케이  저는 대학에 가지 않았잖아요. 대신 바로 인형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 홈페이지를 만들었어요. 거기서 만난 사람들이 정말 괜찮았어요. 그 인연을 쭉 이어 가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있죠. 그리고 옆에 말랑님은 게임에서 만났어요. 나이도 비슷하고 해서 금방 친해졌지요. 그런데 이야기하다 보니까 이 친구가 서울대생인 거예요. 게임 하는 서울대생. 친해져서 집에도 놀러 오고. 게임 하기 잘했다는 생각을 했죠. 하하하.

홍여사  대학에서 맺는 인간관계도 여러 가지예요. 동아리나 취미로 인연을 맺었던 사람은 지금도 종종 만나거든요. 같은 과도 아니고 이해관계랑은 아무 상관없는, 그냥 단지 좋아하는 취미가 같은 사람은 부담 없이 자유롭게 만날 수 있어요. 그 취미랑 멀어지면 언제든 안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인데도 이상하게 자주 만나지고 편한데 오히려 선후배나 과 동기처럼 평생 맺어져 있는 사람들은 만나는 게 너무 불편해요. 졸업해서도 이해관계에 집착하게 되고요. 어쩌다 전화 오면 ‘결혼한다, 애가 돌이다. 동문회를 한다.’ 이런 식이죠. 한 번 연락 안 하다가. 진짜 너무 싫어요. 

말랑  인맥 쌓기라고 하면 저한테 이득이 되는 관계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거 같은데, 그런 면에서 대학은 분명히 유리한 점이 있긴 해요. 저 대학 때 만난 친구들이 대부분 의사, 고위 공무원, 법조인 뭐 이렇거든요. 친구라 하긴 좀 그럴 수도 있지만 여하튼 제가 아는 사람 중 많은 사람이 소위 빵빵한 직업을 가지고 있어요. 잘 이용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진짜 대단하겠다 싶어요.

그런데 절대 그 애들을 만날 일이 없고 만나고 싶지도 않아요. 만나면 할 이야기가 없어요. 하는 이야기라곤 뭔가를 가장한 자기 자랑이거나 그래도 살기 어렵다는 푸념뿐이에요. 그리고 이득이 된다고 해도 결국 제가 속한 조직(회사)의 이익이 될 뿐이에요. 제가 아는 사람을 통해서 뭔가 한 일은 결국 회사를 위한 일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해 봤자 제 연봉은 조금밖에 오르지 않는데. 그런 친구들이랑은 내 이야기길 잘 못하게 되니까 외로워지고 그래서 인맥이라고 하지만 친구는 아닌, 이상한 관계가 되었어요.

홍여사  제가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했던 사람들한테도 그런 부분이 있었어요. 제가 좀 이상하거든요. 마냥 모범생이었던 애들은 절 이해하지 못했어요. 이상한 새끼라고 여기기만 했지요. 하지만 제가 멋지다고 생각한 친구들은 물론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어요. ‘공부 잘하는 애들은 다 재수 없는 줄 알았는데 넌 엉뚱하네, 재밌네!’ 이렇게 받아준 거지요. 인정받는 느낌이었어요. 내가 성적을 잘 받아서가 아니라 내 생각 자체를 그럴 듯하고 재밌게 여겨 준 거예요. 자연스럽게 그런 사람들과 가까워지더라고요. 만약에 고등학교 때 이런 친구가 제 주변에 없었다면 정말 견디기 무척 어려웠을 거예요. 

케이  저도 좋게 말하면 독특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너무 이상했거든요. 가장 가까운 가족들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요. 사실 저는 어린 마음에 가장 가까운 가족만큼은 내 맘을 알아줄 거라 믿었는데 그게 아니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함께 만화 동아리 하던 친구들은 일단 취미가 같으니 이야기도 통하고 그중에 한두 명은 저랑 생각도 비슷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생각이 서로 통한다는 게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여기 모이신 분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 아쉬운 소리 같은 걸 잘 안 하시나 봅니다. 하하. 맞습니다. 어디서 만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랑 서로 통하느냐가 중요하겠지요. 그게 진짜 관계 맺기가 아닐까 싶어요. 


대학 입시, 얻는 것과 잃은 것


  사람들은 ‘소위 일류대학 입학과 대기업 입사’까지의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만 크게 부각하고 ‘잃는 것’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거나,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일로 여깁니다. 여러분 경험에 비춰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을 이야기해 본다면요?  

말랑  요즘 쉬면서 이 생각을 좀 해 보는 참이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내가 얻은 게 뭘까, 크게 얻은 건 ‘아 공부가 나랑 맞지 않는구나.’이고 두 번째는 ‘서울대 정말 별거 없구나.’에요. 곁다리로 ‘아 저런 애들이 커서 다 높은 사람이 되는구나. 그래서 나라가 이렇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됐죠. 그리고 졸업장. 이 정도 얻은 거 같아요. 4년 넘게 다녔는데 이런 거밖에 못 얻어서 안타깝기는 한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솔직히 이거밖에 없어요.

  입시 준비하면서는 어땠어요?

말랑  입시 준비하면서는 얻은 건 지식, 잃은 건 제 시간과 친구들이었죠. 그런데 사실 지식이라고 해 봤자 다 까먹는 것들이에요. 처음에 대학에 가서 역사 수업을 듣는데 애들이 모여서 년도 말하기 놀이를 하는 거예요. ‘무슨 사건?’이러면, ‘1895년!’ 이런 식으로요. 보는데 참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사는데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 것들을 배운 거예요. 

케이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때쯤부터, 대학에 가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는 인형을 알기는 했는데 인형 만드는 게 내 직업이 될 거라고 생각해 보진 않았어요. 그냥 ‘어떻게든 살아지겠지,’라고 생각했죠. 잠이 많아서 만날 양호실 가서 자고 수업 땡땡이쳤어요. 그래서 얻은 건 음, 반 친구들의 질투, 제는 만날 가서 잔다고 말이에요. 

홍여사  두 분 이야기 들으면서 저도 생각해 봤는데, 대학에서 얻은 것이 저도 별로 없네요. 독립심을 얻은 것 같긴 한데, 왜냐하면 가족을 잃었거든요. 

우리 형들이 다 대학을 안 갔어요. 그래서인지 모든 기대가 저한테 쏠리더라고요. 사실 우리 부모님이 저한테 공부하라는 말 한마디도 한 적 없어요. 그런데도 집안에 가득 찬 내리누르는 듯한 압박과 암흑의 기운을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더라고요. 부담감 때문에 내 생각도 표현하지 못 하고 뭘 하고 싶다는 말도 못 했어요. 그냥 공부만 했어요.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거든요. 내 답답함을 폭력적으로 분출해 볼까 생각도 해 봤는데 그런 건 이미 형들이 다 해 버렸더라고요. 전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할 게 없으니까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한테 편지를 썼어요. ‘힘들어서 하루 바람 쐬고 올 테니 모른 척해 달라.’라고 하고 집을 나왔는데 바로 잡으러 오더라고요. 그 순간 ‘내가 눈치가 빨랐구나. 공부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부모가 나에게 기대하는 게 엄청났구나.’라는 걸 절감했죠. 그때부터 가족이랑 점점 더 멀어지게 되었어요. 오로지 어서 집을 떠나기 위해서 더 열심히 공부했지요. 지금 전 가족에 대한 애틋함도 살가움도 없는 괴물이 되었어요. 돌이켜 보면 그때 가족 중에 누군가가 나에게 ‘힘들지?’ 말 걸어주고 내 이야길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지금 내가 좀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이렇게 생각하니 쓸쓸해지더라고요. 부모님도 가게를 꾸려가느라 어린 나를 살갑게 챙길 여력이 없었겠지만 그게 결국 자식을 잃은 꼴이 된 거예요. 저는 고등학교 때 입시를 준비하면서 독립심을 얻었고 대신 가족을 잃었어요. 근데 뭐 가족은 다시 생겼으니까요.


끝없이 이어지는 행렬, 왜 벗어나지 못할까?


홍여사  많은 부모가 자기 아이들 반드시 대학에 보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데 대학은 갈 수도 안 갈 수도 있는 곳이잖아요. 이거 진짜 당연한 건데 왜 잊는 건지 모르겠어요. 

케이  주변 사람들이 다 그러니까 자기도 모르게 동화되는 것 같아요. 아이가 학교에 들어갔는데 보니까 모든 아이가 학원에 다닌단 말이에요. 그러면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겠죠. 보통 사람들은 흐름에서 벗어나면 불안해하니까요.

홍여사  저도 인생에서 한 번 정말 불안하고 막막했던 순간이 있었어요. 남들 다 임용고시를 보고 선생이 되는데, 저는 임용고시를 볼 생각이 없어서 안 봤거든요. 졸업은 했는데 갈 곳은 없고 그렇다고 부모님한테 가는 것도 싫었고요. 그 일 년 동안 밖에도 안 나가고 자취방에 혼자 있으면서 앞으로 뭘 하고 살까를 고민했어요. ‘도대체 내가 뭘 해야 할까,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를 진짜 데굴데굴 구르면서 고민했어요. 먹먹했죠. 

케이  중고등학교 때 여유 있게 ‘내가 뭘 하고 살까?’를 생각하는 시간이 있다면, 대학 4년, 졸업하고 몇 년, 이런 허송세월을 보내지 않을 수 있을 텐데…. 그럴 생각을 할 틈을 안 주니까요.

말랑  제가 아이들 과외 할 때 아이가 공부하기 싫다고 하면 저도 싫다고 이야기하곤 했어요. 참, 그렇더라고요. ‘대학에 보내려고 하는 과외인데, 선생이라고 앞에 앉아 있는 난 뭘 하는 걸까?’ 이런 생각도 들고. 홍여사 님은 고등학교 선생님이시고 대학은 꼭 필요한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시잖아요. 대입 지도를 하실 때 마음이 어떠세요. 

홍여사  아이들한테도 말해요. ‘시험이 가까워 오면 자괴감이 든다, 쓸쓸하다, 우울하다.’라고요. 이걸 교육이라고 하긴 좀 그런데 나는 아이들과 문학 작품 읽고 사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떻게 하면 즐겁고 행복할까를 찾아보고 싶은데…. ‘그럼 내가 뭘 해야 하나 뭘 할 수 있을까? 그만둬야 하나?’ 그만두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겠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대학 입시와 관련된 걸 조금 줄이고 내 목소리를 내는 교육을 하는 거 같아요. 비겁할 수 있지만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대학 입시와 관련된 문제 풀이 수업을 하더라도 좀 다르게 하려고 애써요. 문제를 풀면서도 정말 좋은 글이란 뭘까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결과는 답을 얻는 것일지 몰라도 어쨌든 그 과정에서 한 번 다르게 비틀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죠.

케이  제가 학생이라면 모든 선생이 대학에 가야 한다고 강요하는 와중에 그래도 대학에 꼭 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선생님이 있다면 정말 한 줄기 빛 같은 느낌일 거예요. 꽉 막힌 세상에 안 가도 된다고 말해주는 어른이 하나라도 있다는 거, 그분이 참 큰 역할을 해 주는 게 아닐까요?



부모토론 '대학의 의미' 전문은 <고래가그랬어> 78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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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토론

고래 2010. 4. 22. 10:57

 

혹시 내 아이에게 불이익이 갈까 봐.

: 전에 아이 학교 수익자 부담 경비 중에 졸업앨범비가 좀 부풀려진 거 같아서 학교운영위에서 업체 선정을 다시 하게 한 적이 있어요. 한 업체가 7~8년 동안을 하니까 좀 이상해서 공개입찰을 했지요. 이렇게 운영위원회 차원에서 뭔가 할 수 있는 경우는 다행이지요. 사실 학부모 개인이 학교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정말 드물어요.

 

: 부당함을 잘 알더라도 혹시 내 아이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을까 해서 문제제기를 망설이는 부모도 있을 겁니다. 이런 부모의 마음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경우도 있을 테고요. 학교운영지원비가 대표적인 사례일 듯해요. 중학교 학교운영지원비를 많은 부모가 거의 ‘의무적’으로 내고 있잖아요. 이것이 자발적 후원금이라는 걸 학교에서도 잘 알려주나요?

 

: 전혀 공지하지 않아요. 자발적인 후원금이라는 걸 아는 몇몇 학부모들이 안 내기도 하는데, 그러면 학교에서 전화가 와요. 내라고.

 

: 사실 거의 모르세요.

 

: 네. 99%의 부모는 모른다고 봐야지요. 한 학교당 한두 명 정도의 부모만 납부를 거부하실 겁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다른 학부모에게 납부 거부를 권해도 먹히지 않는 분위기에요. 왜냐면 그것 때문에 내 아이에게 불이익이 가면 안 되니까요.

 

: 보통 학교에서 학부모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은 아이들 편에 보내주는 가정 통신문이나 학교 홈페이지에 공지에요. 휴대전화 문자를 보내주기도 해요. 저도 몇 번 받아 봤어요. 하지만 운영지원비에 관한 문자는 한 번도 온 적이 없어요. 웃긴 건, 통장에 잔액이 부족해서 CMS인출이 안 될 때는 바로 문자가 와요. 잔액확인 해 달라고. 보면서 ‘학교가 정말 의무만을 강요하는구나!’라고 느꼈어요. 전에 ‘나는 운영지원비를 내지 않을 테니 CMS인출을 하지 말아 달라.’라고 이야기했던 분이 계셨어요. 그분한테 학교 측에서 뭐라고 이야기했느냐면 ‘CMS인출 안 할 수 있다. 그런데 당신 아이 2명이지 않느냐. 큰아이는 곧 졸업하겠지만 작은 아이도 이 학교로 오지 않겠는가. 잘 생각해 봐라.’ 이런 식이었어요. 이때가 한참 학교운영지원비의 문제점에 대해서 막 여론화되던 시점이었는데, 반환청구소송에서 패소하면서 학교 측이 힘을 얻게 되었어요. 법원이 학교에서 운영지원비를 걷는 데 정당성을 부여해 준 거예요. 어쨌든 학부모 개인적인 힘으로는 부딪히기 힘든 벽이다 싶어요. 오랫동안 관성화되었고 많은 사람이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거니까요. 일대일로 해서 해결하기가 참 곤란한 부분이에요.

 

: 학교운영지원비도 있지만 학부모들이 이렇게 저렇게 부담하는 비용이 무척 많아요. 4, 5월 운동회도 있고 소풍도 있고 어린이날, 스승의 날 선물도 그렇고. 주로 반의 임원을 맡은 아이 부모들이 모여서 하게 돼요. 몇몇 엄마들이 돈을 모아서 이것저것 준비하지요. 이렇게 들어가는 비용도 무시 못 해요. 아이 반 친구 엄마가 전화해서 제안하는데 그걸 딱 잘라 거절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반 아이들이 다 아는데 아이 자존심 문제도 걸려 있고요.

 

: 학부모들이 학교와 관련된 활동을 꽤 해요. 학부모회, 녹색교통학부모회, 운영위원회 등 다양하지요.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불법 찬조금이 횡행한다는 거예요. 얼마 전에 대원외고 21억 불법 찬조금 문제도 있었지요.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불법 찬조금을 불법이라고 느끼는 학부모가 많지 않다는 거예요. 아는 사람들은 그게 불법인 걸 아는데, 돈을 내는 학부모나 걷는 학교나 쓰는 선생님들은 그걸 불법 찬조금이라고 안 해요.

 

: 우리 아이 1학년 때 교실 안을 보면 하루에 몇 명씩의 부모님이 오셔서 교실 청소도 해주고 급식 나눠주는 것도 도와주고 그랬어요. 거의 모든 아이의 부모와 한 번씩은 와서 노력봉사를 했죠. 오지 않는 부모도 있었어요. 그걸 선생님도 알고 아이들도 알아요. 만약 제가 가지 않았다면 제 아이도 엄마가 학교에 오지 않은 아이 그룹에 들어갔겠죠. 그게 참 걸리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학교에 가게 돼요. 학교 선생님이나 학부모 모임 같은 데서 이런저런 명목의 돈을 걷어 모을 때도 쉽게 거부하기 어려웠어요. 안 그래도 염려스러운 내 아이가 학교에서도 이런 부분 때문에 혹 뒤처지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고요.

 

학교운영지원비 어떻게 쓰이는지 아세요?

: 학교운영지원비 사용내용은 공개되지 않나요?

 

: 학교운영위원회에 그해 회계결산을 위해서 공개하긴 합니다. 하지만 내용을 잘 살피고 예산과 수입 지출 사이의 흐름을 잘 꿰지 못하면 운영지원비가 어떤 항목에 얼마만큼 쓰였는지 파악하기 어려워요. 학교운영지원비가 전체학교예산에서 꽤 큰 부분을 차지해요. 학교에서는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거예요. 교육부에서 국정감사 때인가 내놓은 자료를 보니까 학교운영지원비를 교원 연구비, 학생 지도비, 학교 회계직원 보수 및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채용하는 일용직 인건비 등에 쓴다고 하던데, 교원연구비만 해도 교원연구가 굉장히 다양해요. 방학 중에 이뤄지는 것도 있고 학기 중에 이뤄지는 것도 있어요. 그러니 그중에 어디에 어떻게 쓰였다는 것인지 잘 알기 어렵죠. 제대로 하려면 운영지원비가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한 분류를 따로 해서 내놔야 해요.

 

: 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거예요.

 

: 학교 일용직 인건비는 교육비 예산에도 없고, 지자체에서도 지원해주지 않아요. 학교 자체에서 알아서 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학교 일용직이라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예요. 학교에 운영지원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 학교에서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운영지원비가 없어지면 학교 비정규직들이 다 잘린다고요. 그러니까 운영지원비를 내야 한다고요. 근본적으로 이 문제는 이분들을 정규직화해서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고 교과부나 지자체에서 임금 부담을 하는 방법으로 풀 일이지, ‘그렇게 때문에 운영지원비를 내야 한다.’라는 논리의 근거가 될 수는 없는 거예요.

 

 

 

 

무상교육은 예산 문제가 아니라 의지 문제!

: 지자체 선거와 관련해서 많은 사람이 무상급식을 이야기하는데요.

 

: 제가 사는 남부 지역이 서울에서 학교급식 지원을 가장 많이 받는 지역일 거예요.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정착했거든요. 이주노동자 가정 중에는 엄마나 아빠 중에 한 명만 한국에 있는 경우가 잦아서 한부모 가정이 많아요. 가정의 살림살이도 넉넉하지 않고요. 그러니까 당연히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학교에서도 당연히 지원하는 학생을 많이 추천할 수밖에 없었지요. 근데 작년에 운영위원회 회의를 하는데 급식지원자가 과도하게 추천된 관계로 아이들을 다시 추려서 이 중에서 16%인가를 탈락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남부교육청에서 추가된 인원에 대해서 지원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요. 이게 뭐냐면 실제로 무상급식에 대한 지자체의 의지는 전혀 없었다는 거예요. 무상급식에 대한 대원칙이 있고 그것의 완전한 실현을 위한 사전 단계로 지금과 같은 지원방식을 취하는 게 전혀 아니라는 겁니다. 의지가 있으면 예산은 만들 수 있어요. 구로구도 61억인가 하는 예산을 영어 교육에 투자해요. 그 돈이면 그 지역 아이들 다 급식해줄 수 있거든요. 무상급식은 지금 당장 해야 하는 거고. 그걸 안 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할 의지가 없기 때문이에요.

 

: 으리으리하고 휘황찬란하게 구청 짓는 데 쓰는 돈만 줄여도 예산 충분합니다. 학교 돈 쓰는 거 보세요. 담장 지었다가 부수고 교실 벽 부셨다가 다시 짓고. 놀이기구 매해 바꾸고. 쓸데없는 곳에 예산 낭비하지 않고 제대로 예산안을 짜고 잘 집행하면 지금 학교 예산으로도 무상급식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언제까지 각 가정 가정을 파헤치고 아이들 아픈 부분을 들춰내면서 ‘내가 너희 밥 공짜로 줬어!’라고 생색낼 건가요. 언제까지 급식지원이 마치 대단한 돌봄인 것처럼 거들먹거릴 것인가요. 아이들이 받는 상처를 생각하면 답은 명료하지요. 범위를 정하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전면적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무상교육이 맞고 예산도 충분하니까요. ‘무상교육의 범위를 정하자.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게 다 교육은 아니다.’라는 얄팍한 말로 아이들을 기만하면 안 됩니다.

 

: 현재 예산으로도 가능하다는 생각이신 거죠?

 

: 지자체별로 교부금 비율이 다 다르잖아요. 한정된 예산에서 교육비를 어떻게 배분하고 쓸 것인가는 지자체장의 의지와 지역 학부모들의 활동에 비례한다고 볼 수 있어요. 요즘 지역별로 자율형 사립고니 특수목적고니 그런 학교를 많이 만들었잖아요? 그곳으로 지자체의 교육 예산이 굉장히 편중되게 흘러가고 있어요. 사람들이 이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데 그들에게 돈을 몰아 줘도 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어요.

 

: 의무교육을 무상으로 하는 나라 중에는 수업료뿐 아니라 교재, 급식비, 통학비, 의료비 그리고 생계보조와 아동수당까지 교육비의 범주에 넣기도 하더라고요.

 

: 잘 사는 나라라고 해서 교육적 복지 혜택이 잘 갖춰져 있다고 보지는 않아요. 교육 복지를 주장하면, 어떤 사람들은 우리의 경제수준은 그 나라에 못 미치는데 권리 차원에서만 선진국과 비교해서 그만큼 해 달라고 요구한다고 비난해요. 보편적 권리에서의 교육복지를 이해하는 않는 거죠. 제가 핀란드 스웨덴 같은 나라가 부러운 건 정당 정파를 초월해서 정치가이든 교사이든 노동자이든 보편적 권리에서의 교육복지를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평등한 사고가 널리 펴져 있기 때문이에요. 결국 교육철학의 문제죠. 여전히 많은 사람이 정치나 교육, 복지라 하면 뭔가 대단히 어렵고 큰일 하는 사람들만이 주무르는 것으로 생각해요. 이게 지금 우리 현실을 만든 한 원인이기도 할 거예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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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토론

고래 2010. 4. 21. 10:42

 

부모님들은 아이를 학교 보내면서 교육비를 걱정합니다.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아이들은 학교에 내야 하는 각종 비용을 내지 못해 잔뜩 주눅이 든 채 학교에 갑니다.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는 헌법에도 나와 있는데 왜 우리는 경제 사정을 들먹이며 모든 아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교육 받을 권리를 슬그머니 외면할까요? 무상 교육은 정말 꿈같은 이야기일까요?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에서 활동하는 학부모 두 분과 이야기 나눠보았습니다.

 

참여 정경희(중2, 초3), 박은경(초5, 초4)

사진 홍철기 (바라스튜디오)

진행 안현선 (고래가그랬어)

 

 

 

 

무상교육의 범위? 말 그대로 무상교육!

정경희(이하 정) :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사무국장 정경희입니다.

 

박은경(이하 박) : 같은 단체 서울지부 사무국장 박은경입니다.

 

안현선(이하 안) : 반갑습니다. 중학교 의무교육이 2002년부터 시행되었지만 중학교 과정이 의무교육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실제로 아이들을 키우는 학부모로서 어떻게 느끼시나요?

 

: 중학교 과정이 의무교육이 되었다는 걸 잘 모르기도 하지만, 그것이 ‘무상’이라는 것도 잘 인식하지 못해요. 무상이라면 쉽게 학교에 내는 돈이 없어야 하는 건데, 아주 당연하게 이런저런 비용을 걷고 내고 하거든요. 중학교부터 학교에서 학교운영지원비를 걷어요. 하지만 그것에 대해 사전에 학부모에게 설명하는 학교는 거의 없어요. 저희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도 학교운영지원비에 대해서 학부모인 저에게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어요. 우연히 제가 CMS로 학교운영지원비 3개월 치가 한꺼번에 빠져나간 걸 발견해서 알게 되었죠. 전에 참교육학부모연대에서 ‘의무교육이고 무상교육인데 학교운영지원비를 이런 형태로 걷는 것은 문제가 있다. 원하는 학부모에 한해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라고 이의제기를 했었어요. 반환소송까지 갔었는데 결국 패소했어요. 법원의 결정 이유가 학교운영지원비가 아이들 교육과 관련해서 쓰였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 그런 일이 있었지요.

 

: 학교운영지원비는 다수에 일반 학부모들이 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투명하게 공개가 되는지의 부분을 점검하지 못해요. 실질적으로 강제로 걷히고 있다고 봐야 해요.

 

: 사실 학교에 운영비를 어떻게 쓰고 있느냐고 질문할 학부모가 거의 없어요. 자기 아이에게 피해가 갈까 쉽게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거든요. 만약 어떤 분이 이의제기한다고 해도 주변 분위기가 ‘학교에서 하라는 대로 해야지 왜 나서서 따지고 그래?’ 이거에요. 물론 호응하는 사람도 있지만 소수이고 거의 80~90%의 사람들은 왜 들쑤셔서 학교를 시끄럽게 만드느냐고 해요.

 

: 어디까지가 무상이어야 하는지 범위를 정하자는 주장도 있는데요.

 

: 편의적으로 구분하자면 무상을 주장하는 건 진보이고 무상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보수일 겁니다. ‘무조건 공짜는 좋지 않다.’라는 걸 끌어내기 위한 보수진영의 계획적인 프레임이랄까? 많은 학부모가 그렇게 여기고 그런 이미지가 확산되는 경향이지요.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는 게 헌법에도 나와 있는데, 보수 쪽에서는 무상의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가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무조건 다 무상은 곤란하다.’라고 해요. 그들이 이야기하는 무상교육은 시혜적 성격이 강합니다. 없고 가난하고 힘든 학부모와 학생들을 도와주겠다는 식이지요. 그들은 보편적 교육의 측면에서 교육의 진정성을 가지고 ‘모든 아이들에게 무상교육 무상급식’ 이렇게 접근하지는 않아요. 보수 쪽의 프레임에 빠지게 되면 그들이 의도하는 대로 ‘무조건 공짜를 바라는 것은 좋지 않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어요. ‘의무교육은 무상’이라는 말 자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데, 보수 진영에서 자꾸 그 중간의 어떤 지점을 찾으려 하죠

 

 

 

 

무상 교육=공짜 교육=질 낮은 교육?

: 사실 무상교육은 사적 부담이 아니라 공적 부담을 하자는 것이고 공적 부담을 위한 재원은 학부모들이 세금 내서 만드는 거잖아요. 다들 꼬박꼬박 세금 내시면서, 왜 ‘무상교육은 공짜, 공짜는 염치없는 것’이라는 보수 진영의 논리가 많은 부모에게 먹혀들까요?

 

: 사실 제 주변에서도 중학교가 의무교육이 된 지 모르는 사람도 있고, 또 알더라도 무상교육을 보편적인 복지 차원에서 공공적인 복지, 보편적 복지차원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어요. 여전히 많은 부모가 학교운영지원비를 포함해서 아이들 학교에 보낼 때 드는 소소한 비용은 ‘대체로 우리 아이를 위해서 쓰겠지, 학교를 위해 쓰겠지, 필요한 곳에 쓰겠지.’라고 여겨요. 거기다가 이전 세대 사람들은 육성회비 내는 걸 당연하게 여겼어요. 학교에 다니는데 육성회비를 안 낸다는 게 말이 되느냐 이거지요. 강제로 냈던 육성회비가 없어졌다는 걸 그 나이 대 분들은 잘 모르고 계세요. 기본적으로 ‘내가 돈을 낸 만큼 교육받는다.’가 아니라 누구나 다 평등한 선에서의 교육,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학교 교육 문제뿐만 아니라 사교육 문제, 사회 문화 등이 굉장히 복잡하게 맞물려서 있는 상황에서 무상교육의 진정한 의미를 많은 사람과 공감하는 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닌 거 같아요.

 

: 무상교육이라 하면 학교 급식은 기본이고 앨범비, 체육복비, 준비물비, 체험학습비, 특기적성비, 방과 후 교실 비용까지 다 무상이어야죠.

 

: 교육비 일체가 되겠네요.

 

: 기본적으로 학교에 다니면서 학교 안에서 벌이는 활동에 필요한 제반 경비는 다 무상이어야 하고 그것이 교육과 연결된다고 이해되어야 해요. 그런데 사실 이것에 다 수익자부담 원칙을 적용하고 있어요.

 

잡비 없는 교육이 진짜 무상 교육

: 말씀하신 대로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각종 경비를 학부모가 부담하는 상황인데요. 통계를 보니까 2009년 기준으로 서울 지역 학생 1인당 수익자부담경비 금액이 665,000원 정도더라고요. 실제로 체감하시기에 어느 정도인가요?

 

: 통계상의 수익자부담경비 내용은 졸업앨범비, 단체활동비, 특기적성교육활동비, 학생수련활동비, 현장학습비, 학교급식비, 학교지정의류비 정도가 될 겁니다. 제가 엊그제 계산을 해 봤는데, 우리 아이한테 들어가는 비용도 대략 65만 원정도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제 계산엔 앨범비와 학교지정의류비, 특기적성비가 빠졌어요. 만약 이 항목들을 더하면 금액은 더 커지겠지요. 요즘은 학교 다양화라고 해서 학교별로 대단히 많은 활동을 해요.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거기에 참석하게끔 유도하는데 그런 기타 비용을 더한다면 60만 원이 아니라 70만 원도 넘을 것 같아요.

 

: 학부모가 체감하는 수익자부담 경비는 더 커요. 학기 초에 각종 준비물을 마련하다 보면 필요한 비용이 엄청나거든요. 파스텔같이 특별하게 미술에 관심 없는 아이들은 한 번 쓰고 말 재료까지 다 사야 하니까요. 그런 부분까지 고려하면 돈이 무척 많이 들어요. 그리고 방과 후 교실도 비용이 적게 든다고 많이 생각하시는데, 시간당 비용(수업료)로 계산하면 사교육이랑 비교해도 결코 싼 게 아니에요.

 

: 맞아요. 작년에 우리 아이 학교 운영위원회 회의에 방과 후 교실 중에 영어교실 운영을 외부 사교육 업체에서 들어와 하겠다는 안이 올라왔었어요. 조건이 좋다고 학교장에 권하더라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인가 물었더니 영어 교실 환경을 좋게 바꿔주겠다고 했대요. 비용도 교재비만 받겠다고 했고요. 아마도 업체에서 교장에게 로비한 게 아닌가 싶은데 여하튼 그때는 운영위원회에서 사교육이 학교에 들어오는 건 안 된다고 그 안건을 부결시켰어요. 그런데 교장이 그다음 운영위에도 올려서 결국 이번에 승인되었고 학부모들은 3개월 치 30만 원이 넘는 비용을 한꺼번에 내야 하는 상황이 되었어요. 원어민 강사네 뭐네 화려하긴 한데 결국 그들은 업체잖아요. 자기들이 들인 비용 이상을 반드시 뽑아갈 거라고요.

 

: 그렇지요. 엄마들이 내는 비용이랑 학교에서 보조해주는 비용 더하고 교재비에 거기다가 3개월 치 한꺼번에 받아가니까요. 방과 후 교실이 결코 싼 게 아니에요. 무상교육이라고 할 수 없는 거지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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