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엽 삼촌의 판화로 본 세상

고래 2017. 8. 16. 10:00



아주 큰 인삼이 거꾸로 땅에 심겨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누가 큰 항아리에 꽃꽂이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갑자기 땅속을 뚫고 나와 하늘을 받치고 있는 튼튼한 팔뚝 같기도 해.

삼촌은 바오바브나무를 사진으로 처음 보았는데,
그때 사진을 거꾸로 들고 있는 줄 알았어.
나무줄기가 뿌리로 보였거든.
근데 이게 악마 짓이래.
아주 옛날에 바오바브나무와 악마 사이에 안 좋은 일이 있었나 봐.
악마가 홧김에 바오바브나무를 거꾸로 심어버렸다지 뭐야.
 
코끼리는 왜 있느냐고?
사실, 코끼리는 숨바꼭질을 진짜 좋아해.
그런데 하고 싶어도 못해. 너무 커서 숨을 데가 없잖아.
아무도 코끼리랑은 숨바꼭질하지 않아.
정말 하고 싶은데, 어떡해?
결국 코끼리는 밤에 혼자 들판에서
제일 큰 바오바브나무 뒤에 숨는 연습을 했어.
이제 코끼리가 왜 있는지 알겠지?
어쨌든 삼촌은 바오바브나무가 멋지고 신기해.



그림_ 이윤엽 삼촌은 판화가야. 우리가 사는 세상을 따뜻하게 그러나 때로는 날카롭게 그려내지.








 
 
 

윤엽 삼촌의 판화로 본 세상

고래 2017. 7. 18. 10:00



삼촌이랑 같이 사는 진돗개, 까부리.
이름이 왜 까부리게?
왜긴. 엄청 까불어서 까부리지.
논과 밭, 산과 들 엄청 신나게 뛰어다녔거든.
지금은 그게 다 옛날이야기가 되었지만.

까부리는 17살이야.
개 나이에 7을 곱하면 사람 나이가 된다고 하네.
17 곱하기 7은…
잠깐만 계산기 좀 가져올게.
우와, 119! 까부리는 119살이야.

까부리는 듣지 못해.
절뚝절뚝 다리도 절고
꼬리에 파리가 날아와도 그냥 가만히 있고
거의 종일 누워 있어.
그래도 맛있는 거 주면 잘 먹고
모르는 사람이 보이면 벌떡 일어나서
컹컹 짖어.
딱 두 번 컹컹 짖고 다시 드러누워.

그래도 까부리는 얼굴만 보면
아직 까부리야.
개는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주름살이 없어.
털이 가려서 그런가 봐.

까불아, 사랑해.



그림_ 이윤엽 삼촌은 판화가야. 우리가 사는 세상을 따뜻하게 그러나 때로는 날카롭게 그려내지.


 
 
 

윤엽 삼촌의 판화로 본 세상

고래 2017. 6. 13. 10:30



너무하다.
오늘은 꼭 비가 올 거라고 해놓고서
하루가 다 갔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너무 한다 너무해.

속이 탄다 속이 타.
고구마 속이 타.
토마토 속이 타.
고추·마늘 속이 타.
벼·보리·나무·꽃들 속이 타.
온 마을 사람들 속이 타.
기다리다 기다리다
전부 속이 타.
 
왜 안 오는 거야.
제발 비야 비야
비야 비야 비야
비야 비야 비야
비야 비야 비야
와라 와라 와라.




그림_ 이윤엽 삼촌은 판화가야. 우리가 사는 세상을 따뜻하게 그러나 때로는 날카롭게 그려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