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고민 나누기

고래 2009. 2. 5. 11:57

 

 

큰 아이가 4학년, 작은 아이가 1학년인데 교육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습니다. 아내와 갈등이 많거든요. 저는

아이들이 공부도 중요하지만 아직은 초등학생이니까 많이 놀았으면 좋겠는데 그런 말을 하면 아내는 잘 알지

도 못하면서 그런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그래서 그 이야기만 하면 늘 분위기가 안 좋아지고 그래서 더 그 이

야기를 하기가 어렵고요. 아내와는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하다 만났는데 이런 일로 갈등을 벌이게 되다니 참

힘들군요. 묘책이 없을는지요?     글  김상윤  가명, 43세 경남 울산시 

 

 

이런 말이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처하신 상황은 아주 흔한 경우라는 걸 먼저 말씀드리고 싶군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개 아빠들은 교육문제에 대범한 태도를 보이는 데 반해 엄마들은 좀 더 긴장한 태도를

보입니다. 아이가 학원 같은 데 다니는 것도 대부분 엄마들의 의견에 의해서지요. 그런 차이가 갈등을 만들고

그 갈등이 그 차이를 더 깊게 만듭니다.

 

문제는 아빠와 엄마의 그런 차이가 교육문제에 대한 나름의 철학에서 온다기보다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온

다는 것입니다. 아빠들은 아무래도 현장에서 떨어져 있을 수 있다 보니 좀 더 이상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반

면 엄마들은 교육이라는 이름의 전장에서 있다 보니 아무래도 더 실제적인 것들에 집중하게 되는 거죠. 그런

데 이런 상황의 차이를 무시하고 태도만 갖고 보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아빠가 볼 땐 내 아내가 저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왜 저렇게 되었을까 싶고, 엄마가 볼 땐 아이들 문제에 실제

적인 참여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을 속물로 보는 듯한 태도가 마땅치 않을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이 문제는 아빠 쪽의 태도가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먼저 아내의 수고와 고통에 충분한 감사와 존중

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내에게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듣고 배워야 합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떠드는 건 잘못이 분명하니까요. 그 다음에 비로소 의견을 낼 수 있을 텐데 물론 아내의 현

재 실천들을 역시 하나의 의견으로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해야겠지요. 그렇게 하면 비로소 대화와 토론이 시작

될 수 있고 일단 대화와 토론의 물꼬가 터지면 그 다음은 훨씬 쉽습니다.

 

만일 아내가 현장의 불안과 강박 때문이 아니라 정도를 넘어서 삶의 가치관 자체가 달라졌다는 게 확인이 된

다면 차원이 다른 문제겠지요. 좀 극단적인 표현으로, 아내 분께서 ‘명문대 입학과 대기업 취직’이 아이가

행복에 이르는 유일한 통로라고 확신한다면 말입니다. 그건 더 이상 교육문제가 아니라 인생관이나 삶의 철학

에 관한 문제겠지요. 생활공동체의 성원으로서 이해와 존중이 가능한가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생

각합니다.

 

어느 경우든 해결책은 ‘현실적’인 자세에 있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명문대 입학과 대기업 취직’

에 매진하는 걸 ‘현실적’인 자세로 여깁니다. 어처구니없는 착각입니다. 이른바 명문대에 입학하는 학생은

대입수험생의 5% 안팎입니다. 그 명문대 입학생의 대다수는 특목고 출신이고 나머지의 대다수도 강남이나 목

동처럼 소위 특수지역 출신입니다. ‘특’에 끼지 못한 대다수 학생이 명문대에 입학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쯤

될 겁니다.

 

대다수 학생과 부모에게 ‘명문대 입학과 대기업 취직’에 매진하는 건 매우 ‘비현실적’인 자세입니다. 너

도나도 하늘의 별을 따려다 우수수 떨어져서 스스로 패배자, 낙오자라고 자책하는 건 ‘현실’입니다. 한국에

는 수만 개의 직업이 있습니다. 명문대를 나오지 못해서 대기업에 들어가지 못해서 내가 이 일을 하게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행복할 도리가 없습니다.

 

댁의 자녀의 꿈은 무엇인지요? 그 꿈이 공부를 잘해야 이룰 수 있는 거라면 아이는 당연히 공부를 열심히 하

겠지요. 그게 아니라면 부모님의 눈과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자녀에게 무엇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지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부모와 자녀가 ‘현실적’인 대화를 시작해 보시면 어떨까요? 


글  조대연  (고래가그랬어 편집장)

 

 

고래가그랬어 62호

 

 

 

좋은글입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