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고민 나누기

고래 2010. 1. 15. 10:55

 

 

 

느린 아이, 걱정입니다.

 

 

 

도대체 누굴 닮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가 아흔 살 먹은 노인처럼 느리고 굼뜹니다. 행동이 느린 건 시간이 지나면 차차 나아질 거로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는데, 하루에 한두 시간 멍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건 그냥 보고 넘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공부가 싫으면 다른 거라도 몰두해서 열심히 하면 좋으련만, 딱히 그런 것도 없어요. 답답합니다. 다른 아이들은 시간을 아껴가며 치열하게 뭔가를 향해 달리는데 우리 아이만 제자리에 멈춰 있는 거 같아 속상합니다.

오영주 (가명. 서울 동작구)

 

 

아이들은 모두다 제각기 제 모양이 있습니다. 어떤 아이는 호기심이 많고 활동적이면서도 좀 어수선하기도 하고, 또 어떤 아이는 차분하고, 내성적이면서, 혼자 놀기를 좋아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이런 면면을 잘 관찰해서, 부족하거나 과한 부분을 적절히 지도해 주는 게 부모들의 역할이기도 하지요.

 

아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을 텐데, 아이들을 바라보고 또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겠다는 부모들의 생각에는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의 우리 부모들은 대체로 착하고, 건강하고, 사람 노릇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걸 좀 더 강조했다면, 요즘의 부모들은 더 똑똑하고, 남에게 지지 않으며, 적어도 제 앞가림은 자기가 할 줄 아는 아이가 되길 바라지요. 한마디로 남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아이가 되길 바라는 겁니다. 물론 그만큼 사는 게 더 팍팍해졌고, 남과의 경쟁에서 앞서는 게 더 중요해졌다고 부모들 스스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어떤 기준으로 아이를 보느냐에 따라 아이에 대한 평가는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뒤의 기준으로 보면, 무력하고 수동적인 아이가 앞의 기준으로 보면 그저 평범한 아이일 수도 있고, 또 뒤의 기준으로는 남보다 앞서고 똑똑한 아이가 앞의 기준으로 보면 너무 자기중심적인 아이일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또 매사에 무덤덤하다는 것도 애초 아이가 의욕이나 열정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아직 아이가 흥미를 느낄 만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사실 어떤 일에 열정을 갖고 몰두하는 일이 쉬운 일만은 아니니까요. 오히려 요즘 많은 아이가 무슨 일이든 금세 흥미를 느꼈다가도 바로 싫증을 내곤 하는 일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되거든요.

 

우리 사회는 유독 무엇이든 남보다 빠른 것을 좋아합니다. 빠른 행동, 빠른 생각, 빠른 의사결정. 사실 이렇게 ‘빨리빨리’를 좋아하게 된 데는 그런 속도가 생산성을 높여준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그런 방식으로 경제성장을 한 탓에 그런 믿음이 더욱 굳건하지요. 하지만 요즘 경제학자들 사이에선 오히려 반대의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빨리빨리’를 중시하는 태도는 이전의 대량생산 사회에서는 장점이 됐지만 요즘 같이 지식이 가치를 생산해 내는 사회에선 오히려 경쟁력 면에서도 뒤떨어진다는 것이지요. 고부가가치를 내는 일일수록 창의성과 사고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창의성과 사고력은 오히려 속도와는 반대편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빠른 걸음으로 걷다가도 무엇이든 골똘히 생각할 게 생기면 자연스레 발걸음이 느려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으실 겁니다. 이렇듯 생각하는 힘은 오히려 천천히, 느릿느릿 여유를 갖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새삼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자 이제 부모의 시각은 반쯤 접어 두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다시 한 번 천천히 아이들의 시간을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 아이는 무엇에 더 흥미를 가질 지를 아이와 같이 얘기도 나눠보고 고민도 해보고요, 또 아이가 보내는 시간을 그것 자체로 인정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지금 무덤덤해 보이는 아이의 시간이 제 인생에서 가장 평온하고 정신적인 성장을 가져오는 시간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고래가그랬어 74호 <교육 고민 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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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토론

고래 2010. 1. 12. 11:18

 

 

<고래가그랬어 74호 부모토론>

 

 

 

아이를 살리는 밥상 교육

 

아이에게 밥 한 끼 먹이려면 전쟁이 벌어집니다. 몸에 좋은 채소는 쳐다보지도 않고 라면과 소시지, 각종 첨가물이 범벅된 패스트푸드는 입에 달고 살지요. 나쁜 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것이 일상인 우리 아이들에겐 아토피와 비만의 위협이 늘 따라다닙니다. 아이들을 살리는 건강한 밥상 만들기는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겠지요. 경기도 성남지역의 한살림생활협동조합 조합원 부모님과 함께 아이들 밥상 교육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았습니다.

 

참여 : 박정아 (초3), 변경민 (초5), 이미영 (초3), 백영숙 (초6, 7살), 목진영 (초1, 6살), 이혜란 (초3), 최은하 (초3)

 

진행 : 안현선 (고래가그랬어)

촬영 : 안기혁 (바라스튜디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고민

백영숙(이하 ‘백’) : 큰아이 때는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가입하지 않았어요. 아이 아빠가 너무 유별나게 그러는 거 아니냐며 생협 이용하는 걸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고 주변에서도 믿을 수 있느냐는 의견이 있어서요. 그런데 둘째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결단을 내렸어요. 특히 주변에 아토피 앓는 아이를 보니까 결심이 서더라고요. 그때부터 식료품을 완전히 바꿨어요. 그래서 그런지 둘째가 큰아이보다 잔병치레를 덜 해요.

 

이혜란 : 우리가 아이를 가질 때쯤, 아토피에 대해서 사회에서 많이 주목하고, 또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거 같아요. 저도 아이 가질 때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되었는데 그때 살던 곳에는 생협이 없었어요. 여기 이사 와서 생협 가입을 하고 하나씩 둘씩 바꾸기 시작했지요.

이미영 : 네, 저도 비슷해요.

 

목진영(이하 ‘목’) : 아버지가 당뇨병이 있으셨어요. 의사에게 식이요법을 권유받고 유기농 식료품들 먹기 시작했지요. 그러다가 우연히 생협 회원이 되었어요. 저희 아이들도 그렇고 생협 회원 아이도 아토피 안 걸렸던 아이들이 없어요. 증상에 경중은 있지만 다들 조금씩은 앓더라고요. ‘먹는 거까지 바꿨는데!’ 엄마들은 좌절하게 되지요. 그래도 좋은 음식 먹지 않았으면 증상이 더 심했을 텐데, 그나마 덜 아프고 빨리 회복되는 거 아니냐며 우리끼리 위안을 삼곤 해요. 아토피는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 공기 같은 환경적인 요인도 큰 영향을 주잖아요. 그리고 아빠들도 중요하지요. 엄마들은 이것저것 신경 쓰는데 아빠들은 밖에서 조미료 팍팍 든 거 먹고 집에 와서는 아이들도 함께 먹는 밥상 앞에서 ‘맛없다’라고 하거든요. 그러면 정말, 한숨이 나오지요.

 

모두 : 맞아요.

 

이혜란 : 진짜 아빠 교육이 필요해요. 제발 아이한테 초코파이 좀 그만 사줬으면 좋겠어요.

 

변경민(이하 ‘변’) : 저 결혼 전에 패스트푸드니 패밀리 레스토랑이 무척 유행해서 친구들이랑 정말 많이 다녔어요. 먹으러 다니는 걸 무척 좋아했거든요. 저의 20대가 다 그런 거로 채워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에요. 그러서 그런가, 우리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아토피가 너무 심했어요. 무척 속이 상했지요. 아이가 어릴 때 공동육아를 했는데, 거기서 일 년 동안 제 담당이 물품 구매였어요. 그때부터 생협 물품을 이용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우리 집 식단도 싹 바꿨지요. 식품 바꾸고 주변 환경을 조금 바꾸니까 한 달쯤 지났나, 두꺼비 같았던 아이 등이 싹 낫더라고요. 그때 아이 아빠하고 저하고 생각한 것이 거기가 공기도 좋긴 했지만, 먹는 것도 큰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결론 내리고, 공동육아 하던 곳을 나오고 나서도 바뀐 식단을 유지하기로 했어요. 나오고 나서 몇 년 동안 아이 아빠가 가끔, 아이 상태가 많이 좋아졌으니까 이제 다른(자극적이고 가공된) 음식을 먹어도 되지 않겠느냐 했지만 저는 저희 아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생협 것만 먹이는 걸 고집했어요. 지금은 다른 것도 먹이고 생협 것도 먹이고 즐겁게 먹고 있고요. 참, 좋은 게 딸아이가 좀 크니까 스스로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은 잘 안 먹더라고요. 과자를 안 먹은 지 거의 일 년이 넘어요. 원래 아이 아빠는 과자 판매대에 가면 무척 행복해 하는 사람이었는데 아이도 안 먹으니까 저도 안 먹더라고요. 그동안 집 식구들 식습관이 참 많이 바뀐 거 같아요. 제 주변을 보니까 어른보다 아이가 먼저 책을 읽고 부모한테 생협을 알려주거나 식단을 바꾸자는 권유를 하기도 하더라고요.

 

: 맞아요. 우리 집 식구들도 식습관이 참 많이 변했어요. 남들 다 간다는 패밀리 레스토랑, 일 년에 한 번 정도 갔다가 오면 다들 양치질을 하고 김치를 찾고 난리가 나요. 혀를 마비시킬 정도의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지 않게 된 거지요. 전에는 아이가 자극적인 맛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빠지기도 했어요. 큰아이가 축구부인데 엄마들이 시합 날 아이들 배고플 때 먹으라고 햄버거를 정말 산처럼 많이 사서 왔어요. 다른 아이들은 자주 먹는 거니까 한 입 먹고 그만 먹기도 하고 심드렁한데, 우리 아이는 앉은 자리에서 두 개를 먹더라고요. 제가 옆구리를 꾹꾹 찌르면서 눈치를 주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았어요.

 

모두 : 하하하.

 

: 여태까지 내가 이놈을 어떻게 키워왔는데 이런 걸 이렇게나 많이 먹나 싶더라고요.

 

이혜란 : 아이가 클수록 엄마가 해주는 음식 말고 다른 음식을 먹을 기회가 많아져요. 대부분 아마 비슷한 경험이 있을 텐데, 아이가 아주 어릴 때는 보호가 가능해요. 거의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을 받아서 먹으니까. 하지만 학교에 들어가면 절망하게 되지요.

 

최은하(이하 ‘최’) : 맞아요.

 

이혜란 : 군것질 거리가 주변에 널려 있고 아이들이 같이 사먹고, 주변 엄마들 모임에 가도 먹거리에 그다지 큰 신경을 쓰지 않더라고요. 멜라민 파동 같은 게 나도 그냥 개의치 않고 먹고. 덩달아 아이들도 먹게 되고.

백 : 아이가 내 품에 있을 때는, 내가 노력하면 나쁜 거 피해갈 수 있었지요. 하지만 이제 다 커서 자기가 어쩌겠다는 데 말릴 수는 없겠더라고요.

 

 

밥상에서 벌이는 아이와의 신경전

: 엄마의 노력이 정말 많이 필요하지요. 저도 협박하기도 하고, 때리기도 하고, 그 식품의 안 좋은 점을 좀 과장해서 말하기도 했어요. 그런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아이의 식습관을 유지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리고 아이가 크면 책이나 매스컴을 보고 스스로 알고 고치기도 하고요. 며칠 전에는 제가 붕어빵 틀을 사서 붕어빵을 직접 만들어 줬어요. 아마 많은 회원님들이 아이 간식을 직접 만들어 주실 텐데, 우리 아들이 참 귀여운 게 제가 만든 음식이 그다지 맛있는 편은 아닌데도 먹으면 정말 맛있다고, 무조건 몸에 좋고 맛도 좋으니까 가게 내서 팔아도 되겠다고 추켜세워 줘요. 참 기특한 녀석이에요.

 

모두 : 하하하.

 

이미영 : 우리 아이도 친구 집에 가서 평소에 못 먹던 과자를 보면 ‘야호’하고 좋아하긴 하는데, 같이 과자가 산처럼 쌓여 있는 마트에 갔을 땐 저한테 사달라고 조르거나 하진 않아요.

 

: 아이들이 그렇다니까요. 저번에 마을 모임이 있었는데 아이들이랑 같이 김밥에 몇 개의 안 좋은 성분이 들어가나 찾아보기도 하고 색소 침착 실험도 하고 그랬거든요. 아이들이 그 후로 콜라도 안 먹고, 엄마가 김밥 사다주면 먹지 않고 그랬대요. 엄마들이 더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은 엄마가 말로 해 주는 거보다 다른 사람이 이야기해주고 눈앞에 보여주는 것에 더 혹하는 거 같아요.

 

: 사실 유혹이 참 많아요. 학원이나 학교 선생님들이 주는 보상용 사탕이나 과자 같은 거요. 그걸 안 받을 수도 없고, 받아서 먹을 수도 없고. 어떻게 교육하나 고민을 하다가, 일단 선생님이 주신 거니까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 오라고 했어요. 아이가 받아 온 과자를 다시 건네받아서 모았다가 아이 안 볼 때 버렸죠. 큰아이는 이렇게 넘겼어요. 그걸 잘 이해해줬고요. 어느덧 둘째아이도 커서 그런 거 막 받아올 나이가 되었어요. 요즘은 아이들 생일이고 그러면 같은 반 친구들한테 과자며 사탕이며 한 봉지씩 주곤 하거든요. 작은 아이는 이걸 너무 먹고 싶어 하죠. 평소에 좀처럼 볼 수 없는 아주 알록달록 예쁜 과자들이 잔뜩 담겨 있으니까요. 그러면 큰아이가 동생을 타이르죠. 여기엔 나쁜 게 들어있으니까 먹지 말고 엄마 주자고. 딸아이는 마지못해 오빠한테 넘겨주고, 아들은 나중에 몰래 자기 방에 가서 버려요. 제 역할을 아들이 대신해줘요.

 

모두 : 와~.

 

: 맞아요. 주변에 어른들이 챙겨준다고 사준 과자나 빵을 그 자리에서 싫다고 말하고 버리라고 할 수는 없더라고요. 감사히 받아서 엄마 가져다주라고 엄마가 다른 곳에 쓰겠다고 말했어요.

 

: 예전에 아이가 과자나 사탕을 막 먹고 싶어 할 때는 나쁘다는 생각만 있어서 무조건 못 먹게 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물어보는 거예요. 그렇게 나쁘다면서 왜 어른들을 그걸 만들어서 파느냐고, 왜 그걸 사람들은 다 감옥에 가지 않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좋은 방법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싶어 그다음부터 말을 바꿨지요. 생협에서 생산지에도 가고 하잖아요, 아이랑 같이 가서 이렇게 여러 사람이 노력해서 만든 소중한 먹거리이니까 감사하게 먹자고 했지요. 이런 게 어릴 때는 통하더라고요. (하하하) 무조건 못 먹게 하는 것보다는 아이의 욕구는 욕구대로 인정해 주면서, 엄마는 이걸 먹는 게 좋겠다고 권유하면 처음에는 그것에 저항하거나 불만을 느끼거나 하지만 나중에는 적응하고 돌아오고 하더라고요.

 

 

 

 

 

 

패스트푸트가 나쁘다고 하면서도 사주는 어른들

이미영 : 우리 아이도 축구부 같은 데서 간식이 나오면 자기 것 다 먹고, 아이들이 먹고 남긴 것까지 다 알뜰하게 처리한대요. 초코파이, 김밥, 컵라면 이런 거 나오면 거의 기절할 정도로 좋아해요. 처음에는 그게 무척 걱정스러웠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아 이것도 사회를 배워가는, 관계를 터 가는 한 과정이겠구나.’ 싶더라고요. 학교 급식도 그랬어요. 학교 들어가서는 모든 게 신기한 거예요. 공부며 아이들이며 먹는 것도요. 그동안 집에서는 안 먹어 본 게 워낙 많이 나오니까, 급식 반찬을 먹고 맛있었으면 집에 와서 길게 장황하게 설명하곤 했어요. 하지만 3학년쯤 되니까 알더라고요. 자기한테 안 맞고, 소화도 안 된다고 하는 걸. 어른들이랑 똑같은 거 같아요. 가끔 자극적인 맛이 당기고 먹고 싶고 하지만 먹으면 불편하다는 걸 몇 번 경험해서 알기 때문에 안 먹게 되는 거죠. 요즘은 도시락 싸 달라고 해요. 아이가 제가 해 주는 음식을 맛있다고 먹는 건 아니지만, 급식보다는 제 몸에 맞는다는 걸 아는 거죠.

 

: 전에는 남편이 가끔 아이를 데리고 나가 인심 쓰듯 원하는 걸 사주는 게 잦았어요. 아이도 아빠랑 같이 나가면 사달라고 할 걸 미리 준비할 정도로요. 그런데 요즘은 사달라고 하는 게 확 줄고, 그것도 그다지 자극적이지 않은 걸 원하더라고요. 남편이 뿌듯한 얼굴로 ‘우리, 아이 잘 세뇌시켰다.’래요. 아이가 자기 욕구가 있긴 있지만 스스로 범위를 두고 제한해서 선택하니까요.

 

모두 : 하하하.

 

: 아이가 커가면서 겪는 욕구의 표현이나 일탈에 너무 겁내지 않았으면 해요. 어른들처럼 아이들도 교육과 생활이 잘 연결되지 않는 거뿐이에요. 게다가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패스트푸드 먹으면 안 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아이한테 그걸 사주고, 먹이고 하잖아요. 아이들도 자기한테 들어오는 정보랑 현실이 다르다는 걸, 세상엔 그런 불합리함이 있다는 걸 느끼는 거지요.

 

: 아이들도 자기들이 집에서 먹는 식품이 밖에서 먹는 거랑 뭔가 다르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친구들한테 생협 과일 같은 간식을 내어주면 막 자랑을 해요. “이거 생협 과일이다!” 이렇게요. 물론 아이 친구는 ‘그게 뭔데?’라는 식으로 신경도 쓰지 않지만요.

 

모두 : 하하하

 

이미영 : 지난번 아이 생일잔치 할 때 아이들 맛있게 먹으라고, 애들이 좋아하는 가게에서 떡볶이며, 피자며 닭튀김을 시켜서 차려줬어요. 무척 잘 먹더라고요. 아이도 잘 먹고. 그래서 나중에 또 시켜줄지 물으니까, 아이가 그냥 엄마가 해주던 대로 구워달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더 좋다고. 신기하더라고요.

 

: 생일잔치 할 때 참 고민이 되지요. 처음에는 시켜서 해주다가 내 아이만 귀하다고 위하지 말고 다른 아이들 먹는 것도 잘해 줘야지 싶어서 떡볶이며 뭐며 좋은 재료로 다 만들어 줬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안 먹더라고요.

 

이미영 : 맞아요. 잘 안 먹어요. 입에 잘 안 맞는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이 감미료에 익숙한 거예요.

박 : 아이 친구가 놀러 왔을 때 간식 챙겨주면 노느라 정신 팔려서 먹는 게 눈에 들어오지 않아요. 그런데 축구 같은 거 하고 난 다음에 먹을 거 챙겨주면, 그냥 생협에서 파는 곡물 빵에 잼만 발라 줘도 잘 먹어요.

 

: 맞아요. 요즘 아이들 컴퓨터네 게임기네 방에서만 놀아서 잘 먹지도 않고, 입도 짧고 그렇지요. 우리 집 아이는 햄버거하고 초콜릿을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냥 사줬어요. 한 달에 한 번 같이 가서 먹었지요. 대신 다른 간식은 아이랑 같이 과자를 만들어 먹는 걸로 했어요. 다행히 아이는 자기가 만들어서 그런지 좋아하면서 먹긴 하는데, 저는 제가 만들었지만 참 맛이 없더라고요. 하하.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서는 파는 햄버거가 영 찜찜해서 제가 만들어 줬어요. 처음에는 맛이 없다고 안 먹다가 나중에 좀 익숙해지니까 먹었는데, 신기한 게 좀 더 지나니까 아예 햄버거를 찾지 않더라고요. 대신 집에서 먹는 단순한 조리법의 음식을 더 찾고 좋아하고 해요. 제가 요리를 못 해서, 단순한 조리법 밖에 몰라요. 반찬 가지 수도 세 개 정도이고요.

 

이미영 : 먹으니 참 다행이지요.

 

: 할머니가 같이 사셔서, 계절별로 제철 나물을 잘 무쳐 먹어요. 아이도 좋아하고요. 아까 생일상 말씀 여러분이 하셨는데, 저는 생일이라고 해서 따로 특별한 음식을 내주지 않고 밥이랑 국을 마련해서 한 끼 밥상을 내어 줬어요. 간식을 주지 않고 조금씩 내어주면 아이들도 먹더라고요. 아이들 탄산음료도 무척 좋아하고 많이 마실 거예요. 우리 아이도 종종 마셨는데, 아이도 먹으면 가스가 차고 그래서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알거든요. 탄산음료 때문이니까 그거 줄이고 대신 다른 음료수 먹자고 권해서 그렇게 하고 있어요.

 

 

‘뭘 그렇게 유별나게…’

이혜란 : 저희는 집안의 어른들이 참 많이 뭐라고 하세요. 우리 아이가 입이 정말 짧고 안 먹는 게 정말 많아요. 어떤 식이냐면, 생협 빵은 먹어요. 그렇지만 그걸로 만든 샌드위치는 먹지 않아요. 그냥 치즈는 먹지만 빵에 들어간 치즈는 안 먹어요. 김은 좋아하지만 김밥을 싸주면 먹지 않아요. 그나마 먹는 양도 정말 적어요. 엄마로서는 정말 괴롭지요. 게다가 아이가 비쩍 말랐어요. 그걸 본 집안 어른들이 저를 탓하세요. ‘그냥 아무거나 막 먹여라. 뭐 그렇게 유별나게 유기농이니 뭐니 골라 먹이냐. 네가 골라 먹이니까 아이도 그렇게 골라 먹고 안 먹고 하는 거다.’ 이런 이야기를 무척 많이 하셨어요. 어른들이 보시기엔 제가 아주 유별난 거지요. 당신들도 아이를 키워 보셨고, 조미료 넣고 뭐 가리지 않고 해서 먹여도 다 잘 먹고 컸는데, 뭐는 안 되고 뭐는 되고 이런 식으로 키우니까 아이가 키도 안 크고 몸도 마르고 한다는 거예요. 몸집이 작고 그래도 아이가 이런저런 토속적인 음식을 잘 먹어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으니까 어른들이 저를 굉장히 이상한 눈으로 보시고, 결코 그렇게 하려고 한 게 어른들 보시기엔 아주 까다로운 아이가 되어 버렸어요. 아무거나 막 먹인 아이들은 키도 크고 살도 찌고 얼마냐 좋냐며 아직도 말씀하셔요. 아주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하시죠.

 

: 다른 건 모르겠는데, 아이들이 지구력은 있어요. 여기서 서울 잠실까지 자전거 타고 너끈하게 다녀온대요.

 

이혜란 : 그런데 이런 이야기 들어 보지 않으셨어요? 생협 음식 먹고 공동육아 한 아이들은 키나 몸무게가 다 작다는 거요.

 

: 맞아요. 우리 아이도 작아요.

 

이미영 : 예외는 있는 거 같아요.

 

: 네, 우리 아이는 무척 커요.

 

이혜란 : 저도 공동 육아를 했어요. 거기 아이들은 다 고만고만해요. 산도 잘 타고 날마다 나들이도 잘해서 건강하고 튼튼하다고 생각 했는데, 다른 유치원 아이들하고 서 있으면 덩치 차이가 너무 나는 거예요. 그래서 왜 그럴까 의아해 했지요. 좀 더 크면 나아지겠지 하고 학교를 보냈는데, 여전히 작아요. 엄마들끼리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생협 음식 먹고 자란 아이들은 성장 호르몬제가 들어간 음식을 먹지 않잖아요. 하지만 시중에 도는 음식은 우유도 그렇고 성장 호르몬제 맞은 소가 만든 우유일 테고, 그래서 웃자라는 거 아닌가.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단단하고 작다고.

 

: 저희는 채식 위주로 식단을 짜요. 뭐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그냥 고기 누린내와 생선 비린내가 싫어서 잘 조리를 안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되었어요. 아이가 어릴 때는 자연스럽게 엄마의 식단을 따라왔지요. 아빠는 고기를 좋아해요. 가끔 ‘나도 고기가 먹고 싶다!’ 이러는데, 아이가 크니까 바로 그러더라고요. 고기가 먹고 싶다고. 밖에서 고기 맛을 안 거지요.

 

이미영 : 고기 맛은 어디서 귀신같이 안다니까요.

 

: 어릴 때 편안하게 뭐든 먹은 아이들은 새로운 음식에 대한 거부감 같은 게 없잖아요. 우리 아이는 어려서부터 간도 거의 하지 않은 심심한 음식, 된장찌개나 나물 같은 것만 줘서 새로운 음식을 먹을 때 주저하고 무서워하는 게 있어요.

 

: 우리 아이는 어릴 때는 굴비 한 마리 뚝딱 먹고 그랬었는데, 학교 들어갈 때 쯤 되어서는 생선을 전혀 안 먹는 거예요. 비린내 때문에 전혀 못 먹더라고요. 정말 신기했어요. 식성이 이렇게 변하나 싶을 정도로.

 

 

학교에서 동무들과 함께 먹는 급식

: 우리 아이 반 선생님은 급식할 때 국물까지 다 먹게 지도하시는 분이세요. 근데 우리 아이가 양도 적고 안 먹는 건 절대 안 먹는 녀석이라, 선생님께 말씀드렸지요. 이해해 주셔서 참 다행이지요. 급식 때 워낙 밥 양을 적게 받아먹으니까 배식하시는 분들이 우리 아이를 다 알아요. 어떻게 그렇게 조금만 먹고 지낼 수 있느냐고 저한테 물어 오시고.

 

: 아이가 집에서도 전혀 먹지 않아요?

 

: 아니요. 자기가 좋아하는 걸 무척 천천히 먹는 친구지요.

 

이혜란 : 우리 아이도 그렇게 양이 적었거든요. 그런데 조금씩 먹는 양이 늘더라고요. 그렇게 뛰어놀고 와서도 입에 숟가락만 물고 있고 뭘 먹을 생각을 안 하는 거예요. 유치원 선생님이 이해를 못 할 정도였지요.

 

: 아이가 좋아하는 게 있긴 있어요. 라면. 다른 건 다 먹이려면 제 속이 다 터지는데 이건 아직 다 끓지도 않았는데 식탁에 젓가락 들고 딱 앉아있어요. 진짜 빨리 국물까지 다 먹어요.

 

모두 : 하하하

 

: 저도 둘째 아이가 요즘 밥을 너무 늦게 먹어서 걱정이에요. 유치원에서 제일 늦게 먹는다더라고요.

 

이혜란 : 아이가 어릴 때 클 때는 분명히 기본적인 열량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아이가 너무 안 먹는 거예요. 별수를 다 써 봤어요. 간식을 하나도 안 주기도 하고, 밥 안 먹으면 상을 그냥 치워 보기도 하고, 억지로 먹여도 보고요. 학교 들어가서는 아침밥 먹일 때마다 전쟁이었어요. 한 숟갈 먹고 먼 산 보고, 한 숟갈 먹고 멍 때리고 이러니까 정말 속이 터지겠는 거예요. 학교도 급식 먹기 싫어서 가기 싫다고 하는 수준이었어요. 애들이랑 노는 건 정말 좋은데 급식 먹는 게 싫어서 학교 가기 싫고, 친구랑 친구 집에서 노는 건 정말 좋은데 친구 집에서 챙겨주는 밥을 먹는 건 너무 괴로워서 못 가겠다고. 근데 3학년이 되니까 먹는 양도 좀 늘고, 먹는 속도도 빨라졌어요. 다른 아이들보다 무척 더디고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그런 시기가 오긴 오더라고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정말 다행이네요.

 

이혜란 : 여러분도 그러시겠지만 제가 요즘 고민인 게 학교 급식인데, 학교에서 하는 급식지도에 대한 설문을 보니까 아이에게 급식으로 나온 밥을 다 먹게 하는 게 좋겠냐 아니면 남겨도 괜찮다고 지도하느냐를 물어보더라고요. 사실 집에서도 하는 고민이에요. 차려놓은 걸 아이가 싫어하더라고 다 먹게 하는 게 옳은가, 아니면 좋아하는 걸 잘 먹게 하는 게 좋은가. 사실 어른인 저도 밥상이 차려져 있으면 다 골고루 먹는 게 아니거든요. 좋아하는 것 위주로 먹고 누가 싫어하는 거 먹으라고 하고 짜증이 나고요. 거기다가 아이가 마른 편이라 억지로라도 다 먹게 해야 하나, 아니면 먹을 때만이라도 즐겁게 먹고 싶은 거 먹게 해 줘야 하나 고민이에요. 설문이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서 이뤄지는데 결과를 보니까 다른 엄마들을 대부분이 다 먹게 해야 한다를 선호하시더라고요.

 

: 사실 적당한 급식의 양이 아이에 따라 다 다르니까 아이가 적당하게 먹고 싶은 만큼 떠 와서 먹는 방향으로 해야 할 것 같아요.

 

: 근데 그렇게 하면 더 먹는 것만 먹고 국이나 김치 같은 건 안 먹을 것 같아서요.

 

: 고학년이 되면 달라지더라고요. 모자라서 허기진다고.

 

모두 : 하하하.

 

: 맞아요. 5학년쯤 되니까 아이들이 전체적으로 다 잘 먹는데요. 우리 아이 불만이 저학년들 급식은 안 먹어서 다 남고 고학년 급식은 모자라는데 왜 고학년한테 적게 주냐는 거지요. 배식 양을 조절했으면 좋겠어요.

백 : 큰아이는 급식 한 번 먹으면 정말 억울해해요. ‘두 번 먹어야 하는데!’ 이러면서.

 

: 전에는 먹을 거에 대해서는 안전성이 최우선이었는데, 급식을 하게 되니까 더 신경 써야 할 게 생겨요. 학교 선생님이 농담으로 말씀하시긴 했지만, 우리 아이의 ‘늦게 먹고, 가려 먹고, 적게 먹는’ 것에 대해 언급하시더라고요. 만약에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았다면 아이의 키나 먹는 속도 이런 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을 텐데, 학교에 가고 주변에 보이는 게 생기니까 그런 거에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식단에 고기도 넣고 먹는 속도도 신경 쓰게 되고. 새로운 것도 도입하게 되고.

 

 

먹는 행위의 의미 - ‘귀하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 일본에서 아이들한테 밥 먹는 모습을 그려보라고 했더니 텔레비전 앞에서 혼자 밥 먹는 모습이 그렇게 많더래요. 우리도 그렇잖아요. 참 안타까운 게, 먹는 걸 ‘성장하는 데 필요한 열량’ 이런 정도로만 생각하지 실제로 밥을 먹는 행위가 어떤 의미인지, 어떤 분위기에서 먹어야 좋을지 같은 고민이 다 사라진 거예요. 음식의 재료와 그것을 길러 준 사람에 대한 생각, 감사 이런 것도 없어지고요.

 

: 저는 잔인하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아이가 헛구역질하더라도 일단 입에 들어간 음식은 삼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이들이 음식에 대해 감사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채소 한 단에 천 원 정도인데, 저는 그 가치가 너무 낮게 매겨져 있는 거 같아요. 채식이나 육식이나 뭘 먹는다는 건 남의 육체를 취하는 거니까 정말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어야 해요. 이런 이야기를 늘 하고, 그래서 음식은 먹을 만큼만 담고, 먹기로 한 건 다 먹게 하지요. 물론 부모도 그 말대로 해야 하고요. 물론 좋은 것을 가려먹어야 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먹는 것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의 마음을 늘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미영 : 저는 진짜 살기 위해서 먹는 게 아니라 먹기 위해서 산다는 이 단순한 사고가 아직도 변하지 않았어요. 더 멋진 걸 찾아보려 했는데 없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도 입안에 들어간 음식을 절대 뱉지 못하게 하는데 아이가 학교에 가더니 친구들이 뱉는 모습을 보고 집에서도 그렇게 하려고 하더라고요. 따끔하게 혼냈지요. 우리 아이도 워낙에 저희가 말해 놓게 있어서 입으로는 이게 농부 아저씨의 땀이고 어부 아저씨의 수고이고 줄줄 말은 하거든요. 근데 아이가 뱉는 거예요. 그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일단 입에 들어간 건 뱉지 않는다는 게 아이가 가진 좋은 점이었는데….

 

: 머리로는 아는 데 행동이 따라주지 않는 거지요.

 

이미영 : 네, 그건 진짜 아는 게 아니에요. 저도 먹는 걸 워낙 좋아하다 보니까, 먹는 거는 즐겁게 먹고 맛있게 먹고 건강하게 먹고 약으로 먹고 그렇게 먹어요. 근데 아이가 친구 집에 가면 뭘 먹지 못하고 그냥 와요. 한 끼 해결하라고 보낸 건데!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내가 몸에 좋지 않다고 말한 음식들만 나와서, 친구 엄마한테 ‘저는 먹지 않겠다.’라고 말하고 그냥 왔대요. 이건 아닌데 싶더라고요. 그래서 아이한테 말했어요. 그런 때에는 우선 너의 몸한테 물어보라고, 배가 고프다고 하면 먹는 거라고. 그래도 답이 안 나오면 네 양심에 물어보라고, 이걸 먹고 엄마한테 혼날 것 같으면 먹지 않고, 안 혼날 것 같으면 먹으라고요.

제가 아무리 가려준다고 해서 아이가 교육 덕분에 후천적으로 입맛이 고쳐지는 건 절대로 아니에요. 제가 전혀 먹이지 않았는데 한 번에 잘 먹는 것도 있고요. 엄마가 주관을 가지고 강하게 밀어붙여서 성과가 나오는 게 있고, 하나도 힘들이지 않았는데 제 몸이 원해서 먹게 되는 것도 있어요. 생협 참 좋지요. 그런데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게 하는 건 좀 아닌 거 같아 아이한테 시중의 과자나 음료를 일주일에 한 번 먹게 해주는데, 주면서 이렇게 말해요. ‘자, 먹어. 물감 섞인 설탕물!’

 

모두 : 하하하.

 

이미영 : 저는 정말 잘 먹어요. 맛이 없는 것도 잘 먹어서 사람들이 저랑 같이 뭘 먹으려고 많이 해요. 맛나게 먹는다고. 이게 아이한테 보여줄 좋은 모습 같아요. 내 아이만 오롯이 떠서 안전한 섬에 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이도 사회생활을 하고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어야 하니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고루 두루 잘 먹고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먹는 건 감사한 마음으로 먹고, 요리도 하라고 하고 설거지도 하라고 하죠. 그럼 자기가 조금이라도 도와서 요리한 건 무조건 맛있다고 먹고, 설거지 당번이 되면 어떻게든 그릇의 수를 줄이려고 해요. 말로 하지 않아도 참여하면서 아이가 느끼게 되는 거지요.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봐야

: 사람은 자기가 가지고 태어나는 기본적인 성향이 있는 거 같아요. 엄마가 아이의 그런 성향을 고려하면서 나름의 방향으로 교육해야 하는데 그게 잘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엄청나게 대립하게 되잖아요. 아이도 저도 쉽게 변하진 않지요. 그러니까 어른이 아이에게 맞춰 줘야 할 것 같아요. 나아가야 할 어떤 방향이 있다면 어른이 아이의 성향에 맞게 방법에 변화를 주고 해서 잘 이끌어야지 무조건 아이에게 엄마의 방향과 방법을 따르라고 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아이가 밍밍하게 조리된 음식을 싫어하면 소스를 놔 줘요. 전혀 상관이 없는 건데 놔주면 아이가 좋아해요. 내놓을 게 없으면 김칫국물이라도 놔줘요. 그럼 찍어서 먹어요.

백 : 참 어려운 문제에요.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느냐 아니면 우리가 아는 좋은 걸 강제적으로라도 하게 해야 하느냐. 편식하는 아이를 대할 때도 그렇고. 정말 고민이 되어요.

 

: 어릴 때는 엄마가 지도하고 한계를 정해주고 해야 했었는데, 아이가 크면 자기가 생각해서 저랑 의논해요. 조율이 되는 거예요. 저는 그게 참 좋더라고요.

 

: 그렇겠네요.

 

: 사실 이건 아이들 문제라기보다는 어른들 문제지요. 요즘 홈쇼핑 광고 보면 정말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정말 헐값에 팔잖아요.

 

: 아이들은 고맙고 감사하고 그런 마음이 다 자기 체험에서 나오잖아요. 저도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신 분이 아니라 잘 몰라요. 그래서 농사를 지어보신 시어머니 도움으로 작은 텃밭을 꾸며서 아이가 씨 뿌리고 길러내는 시간을 가졌는데 분명히 아이가 느끼는 게 있어요. 그리고 가능하면 제철에 나오는 식물이랑 과일을 먹게 하지요. 같이 요리하고요. 아침밥을 잘 먹지 않으면, 아이를 좀 일찍 깨웠어요. 아침에 활동량을 늘려서 뭘 먹고 싶은 마음이 들게요. 그래도 안 되면 아이와 협상을 해야겠지요. 너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열량은 먹자고. 쉽지는 않아요. 아침은 여전히 괴로울 때도 있고, 즐거울 때도 있어요.

제일 중요한 것은 채소가 너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있고,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거 같아요. 알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직접 해 보는 거고요.

 

이미영 : 초원의 집이라는 프로그램 혹시 기억하세요? 저랑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데 남편은 정말 죽자고 고생하는 이야기를 왜 좋아하느냐고 해요. 정말 거기서는 하나서부터 열까지 다 만들어요. 먹는 것도 직접 길러서 다 만들고요. 눈뜨자마자 물 기르기부터 시작해서 잘 때까지 쉴 새 없이 일하거든요. 먹으려고요. 우리도 예전에 그랬고요.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단순히 편리하다는 이유로 나가서 먹고 전자레인지에 돌려먹고 그러잖아요. 생활은 정말 편리해 졌는데, 마음은 더 공허해 지고, 몸은 더 무거워져요. 정신적으로는 황폐해지고. 그러니까 굉장히 말초적인 자극만 찾게 되는 거예요. 더 자극적인 컴퓨터 게임, 더 자극적인 영상 같은 거요. 아이들도 단순한 맛이나 놀이로는 만족을 못하고, 계속 더 자극적인 것을 찾아요. 지루한 것 절대 못 견디더라고요. 이걸 견디어야 할 텐데, 걱정이 자꾸 돼요. 아이도 집안의 허드렛일을 하게 해야 해요. 자기 먹는 것에 대한 대가로 노동하는 거죠. 이건 아동 노동 착취가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거예요. 요새는 너무 쉽게 뭔가를 구할 수 있어서, 한 끼를 먹는 게 무척 쉽고 간단한 거로 여겨져요. 하지만 예전엔 그 한 끼를 만들기 위해 장작을 패고, 우유를 짜고, 물을 길어오고 불을 때고 정말 종일 노동해야 했다고요. 초원의 집 속 가족의 모습이 사람이 살아가는 진짜 모습이라 아이와 제가 그렇게 보고 또 보게 되는 거 같아요. 속도가 빠르게 그리고 복잡하게 사는 게 우선이고 최고의 선이라 여겨지는 곳에서 우리가 느린 것, 심심한 것을 이야기하는 건 옛날처럼 본래의 성질 그대로를 드러내어 놓고 사는 걸 바라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먹물 들어가는 것이 다가 아니에요. 사람이 몸을 움직여야 고마운 줄도 알고 소중한 줄도 알고 그러지요. 아이들 너무 곱게 편하게 키우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부모가 어느 정도 권위가 있어야 될 것 같아요. 생명과 연관된 건 ‘먹을래, 말래’가 아니라 무조건 먹어야 하는 거예요.

 

이혜란 : 저도 아이한테 밥풀 남기지 말고 싹싹 다 긁어먹으라고 몇 번 이야기했는데, 잘 지키지 않아요. 한날은 남편이랑 같이 아이의 그릇을 보면서 생각해 봤는데, 아이가 밥그릇을 깨끗이 비우는 건 아무 의미가 없는 거 같아요. 우리 정말 흔하게 막 버리잖아요. 남아서 버리고 상해서 버리고 음식 하다가 버리고. 남편은 음식 남는 꼴을 못 봐요. 시골에서 자라서 사람들이 어떻게 고생하면서 먹거리를 만들어 내는지 잘 아는 거예요. 그래서 어디 모임을 가도 남은 음식을 꾸역꾸역 다 먹어요. 저는 안 그래요. 도시에서 자라서, 나는 ‘내 위가 더 소중해!’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먹지 않아요. 일과 먹는 생활이 밀접하게 연관된 사람은 옆에서 말하지 않아도 음식의 소중함을 잘 알아요. 하지만 저나 우리 아이 같이 분리되어 생활하는 사람은 머리로만 알죠. 그러니 부모가 아무리 이야기한다고 해서, 하루 정도 생산지 견학을 간다고 해서 잘 알게 될 리가 없지요.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생산자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면 그때 음식의 소중함을 알게 될 거예요.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지금은 그냥 집에서 엄마 아빠가 음식을 귀하게 감사하게 먹는 모습을 아이한테 보여주는 것에서 만족하려고 해요.

 

<고래가그랬어 74호 부모토론>

 

 
 
 

부모 토론

고래 2009. 2. 24. 18:35

 

 

 

 

흔들리는 엄마 마음


 

엄마들은 주변 사람들 얘기 때문에 참 괴롭거든요. (웃음) 저희 아이가 1학년 되어서 처음 학교에 보내니까, 주변 엄마들이 학부모회를 드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엄마가 아이에게 성의를 보이는 걸 아이도 알고 선생님도 알아야 한다고요. 그래서 학교 학부모회를 들었어요. 열 명 정도 되는 엄마들이 모여서 청소도 하고 아이들 급식도 돕고, 무슨 일 있으면 엄마들끼리 약간씩 추렴도 하고 그랬거든요. 치맛바람이 그리 센 학교는 아니지만, 이렇게 엄마들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아이들 학원 문제나 성적 얘기가 나오죠. 그 중에서 성적이 좀 좋다는 아이들이 가는 학원으로 엄마들이 또 몰리게 되어 있어요.

 

다양한 정보 교환이 이루어지겠죠.


네, 그 학원에 보냈는데 어떻더라, 하면서 많이 얘기하죠. 한 반 년 동안 엄마들 얘기를 열심히 들었어요. 첫째 아이는, 이렇게 말하면 조금 미안하지만, 엄마한테는 시험 대상이잖아요. 남들이 좋다고 하는 건 이것도 시켜 보고 저것도 시켜 보고 다 해보게 되고요. 저도 열심히 쫓아다녔죠. 한 반 년 그러고 나니까, 아이도 저도 힘들더라고요. 저희 아이가 공부를 잘 못하거든요. 엄마 기대치를 못 따라 주는 거 같아 저도 힘들고 아이도 힘들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깨달았지요. 아, 다른 엄마들 얘기에 흔들려서 무작정 시키니까 아이가 힘들어하는구나. 그래서 2학기 때는 그 모임도 잘 안 나가게 됐어요. 다른 엄마들 말에 내가 흔들릴 필요 없겠다 싶어서요. 이렇게 나름의 기준을 정하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지금은 영어도 학원을 보내지 않고 도서관에서 소그룹으로 영어 동화책만 읽혀요. 영어를 공부로 접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요. 얘들은 어차피 영어를 평생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려서부터 질리게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우리말 배우듯이 자연스럽게 접하게 하고 싶어요. 다만 우리말처럼 제가 다 가르칠 수는 없으니까 영어 테이프 좀 들려주고, 제가 할 수 있는 대화 한 두 마디 해 주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도와주려고 해요. 그런데 이번에 도서관이 이사하게 되어서 영어 소그룹이 깨지거든요. 그래서 엄마들이 영어 학원을 알아봐서 우르르 같이 가더라고요. 그 학원으로 팀원들 다 가자고 하는데 저는 안 간다고 했어요. 아이들한테 영어 학원까지 보내고 싶지는 않고, 아직은 좀 편하게 접할 수 있게 해 주고 싶어요.


오은혜 저도 아이들 어릴 땐 나름대로 또래 엄마들하고 동아리도 하고 품앗이도 하고, 아이들 편하게 키우자, 이랬는데 학교 들어가니까 생각이 많이 달라지더라고요. 저희는 또 아파트 단지에 있다 보니 엄마들 말을 무시할 수가 없어요.


모두 웃음


오은혜 제가 귀가 좀 얇아서요. 그리고 아이가 성적으로 성과를 보여주면 되는데, 아이 성적이 엄마 기대치에 못 미치고, 엄마 귀가 얇을 경우엔 과도하게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는 것 같아요. 특히 방학 땐 진짜 고민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는데 여전히 마음이 많이 불안한 거 같아요.


엄마들 만나다 보면 귀가 얇아져서 내 주위가 흐트러지고, 옆에서 어떤 방법이 좋다고 하면 우리도 그렇게 해 보자, 하고 나도 모르게 이미 발을 담그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저도 아예 다른 엄마들을 잘 안 만나요. 특히 중학생인 큰아이 주변 엄마들이요. 어떤 때는 인터넷도 보기 싫어요. 거기서 별별 얘기가 다 나오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제가 궁금한 것, 알아보고 싶은 것만 찾아 봐요. 그러니까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요. 다른 엄마들하고 자꾸 만나서 많이 얘기하는 것보다, 아이 문제집 한 번 더 보고 공부 도와주는 게 낫더라고요. 근데 그러면서도 부모의 고집대로 살아야 하는 건지, 아니면 아이들 뜻으로 살아가야 하는 건지, 물 흐르는 대로 주변을 따라서 살아야 되는 건지, 그게 계속 고민스럽더라고요.


그건 대부분의 한국 부모들의 고민일 겁니다. 이렇게 해도 불안하고, 저렇게 해도 불안한 거죠.


오선애 예, 대한민국에 사는 이상 현실 무시가 안 돼요. 해외에서 시키지 않고 국내에서 시켜야 하는 것이 대부분의 현실인데, 경쟁에서 뒤쳐져 못 따라가면 아이도 괴롭잖아요. 부모로서 책임이 있으니, 지금 현 교육 흐름에 맞춰 아이가 자랄 수 있도록 밀어줘야겠다, 전 그런 생각이거든요. 아이가 학교에선 곧잘 해요. 엄마가 좀 도와주면 아이들이 어느 정도 하니까, 믿었죠. 그런데 강남이나 목동 같은 곳과 비교하니까, 거기서 오는 불안감이 참…….


사실 저도 그런 불안함에 저희 아이 중학교를 다른 동네로 보냈어요. 다른 동네 엄마들이, 애가 공부를 곧잘 하고 친구들하고도 잘 어울리니 다른 동네로 보내 봐라, 하기에 정말 무리를 해서 보냈어요. 주소 이전 시켜서요. 근데 가니까 문제가 생겼죠. 애가 굉장히 자존감이 낮아진 거예요. 제 딴에는 초등학교 때 상도 받아보고, 곧잘 한다고 생각하면서 중학교에 갔는데, 학교 갔다 집에 와서 말을 안 해요. 그래서 어느 날 아이한테, 학교생활 힘드니? 가기 싫어? 너랑 충분히 대화해서 다른 동네로 옮겨 놨다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실수 한 거 아니니? 친구 어울리기가 힘들어? 물어보니까, 그건 아니야, 학교는 재미있어, 라고 해요. 그런데? 하니까 아니야, 그러고 말아요. 그러다 좀 나중에 하는 얘기가, 엄마, 애들이 하다못해 농구까지도 잘해, 이래요. 이 말을 들었을 때, 너무 충격을 받았죠.


 

오선애 다들 만능이잖아요. 못하는 거 없이.


예, 맞아요. 얘가 하는 말이, 엄마 나는 농구 잘 하잖아, 근데 얘들은 농구까지도 잘 해, 그래요. 얘가 거기서 기가 팍 죽어서 온 거예요. 아이가 이렇게 말했을 때 그 기분은, 정말 안 당해 본 사람은 몰라요. 엄마들이 동네에서 어느 학교가 제일 떨어지네, 해도 초등학교가 거기서 거기지, 했거든요. 근데 아이 스스로가 그래요. 엄마, 얘들은 도대체 뭘 배우고 온 거야? 나도 한다고 했는데. 이러더라고요. 못 하는 게 없대요. 잘하는 애는 자기가 따라갈 수가 없다는 거예요.


 

오선애 저희도 이사를 갈지 갈등을 하다가, 지금 이사 가면 내신에 효과적이지 않다, 사는 곳에서 내신을 잡아라, 이렇게도 말하기에 그냥 접고 여기서 잘 해서 좋은 학교 보내자, 이런 결론을 내렸었거든요. 어디 있어도 참 고민이네요.


이런 현실을 보면서 아직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은 어머니는 어떤 마음이 드시는지 궁금합니다.


예, 저희 아이는 아직 다섯 살밖에 안 되어서……. 저는 우리 아이만큼은 자유롭게, 스트레스 안 받고 잘 커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런 쪽에 맞춰 교육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거든요. 근데 요즘에는 이게 왔다 갔다 해요.


 

오선애 아니, 아이가 다섯 살인데 벌써 왔다 갔다 하시면……. (웃음)


왔다 갔다 하게 된 계기가 뭐냐면, 저희가 귀농을 준비하고 있어요. 근데 저희 아파트에 특목고에 보낸 어머니가 계신데 그 분을 만나서 귀농할 거라고 얘기했다가 제가 엄청나게 혼났어요. 귀농할 거예요, 하니까 애는요? 그래서 같이 가지요, 했더니, 딱 첫 마디가, 애 바보 만드실 거예요? 이러세요. 그래서 무척 충격을 받고 상처도 받았어요. 왜 시골로 내려가는 게 아이를 바보 만드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그 어머니 말씀이 제가 너무 뭘 모른다는 거예요.SKY 대학은 안 되어도 서울에 있는 대학만 목표로 잡아도 지금 해야 될 게 얼마나 많은데, 애 바보 만들 일 있냐고 하시면서, 자기 아이를 특목고 보내기 위해 어떻게 했는지 쫙 나열하시는데, 그 아이는 초등학교 때 벌써 수능 영어 수학을 끝냈더라고요.


 

오선애 세상에~. 허허허허.

 

 


그 엄마는 뿌듯한 거예요. 그 아이가 이번에 가게 된 상산고등학교가, <수학의 정석> 쓴 분이 만든, 수학이 특화된 자립형 사립고예요. 그러니 당연히 수학을 잘해야 진학할 수 있고요. 그래서 그 아이는 대치동에 있는 수학 전문 학원이며 비싼 선생님들 쫓아다니면서, 일주일에 5일을 학교 끝나고 6시간씩 수업을 했대요. 막판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요. 또 그 몇 년 동안 내내 새벽까지 공부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이 엄마 얘기를 쭉 듣고, 저는 포기를 했어요. 일단 엄마인 제가 못 따라갈 것 같고, 또 정말 그렇게 아이가 숨도 못 쉴 정도로 해야 하나 싶어서요.
그러다 다시 갈등이 생겼던 게 뭐냐면, 제가 작년에 전국 어린이 글짓기 심사를 할 기회가 있었어요. 방학동안 글을 보내면 그걸 추려서 심사하는 대회였어요. 전국에서 학교별로 글을 보내왔는데, 응모작을 추려서 상을 줄 때, 글을 많이 보낸 학교에는 최소한 한 명이라도 상을 줘야 해요. 그런데 제가 1차 본선 심사를 했는데, 지방 아이들 글이 아무리 많아도 진짜 뽑아 줄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러면서 제가 놀란 게, 지방하고 도시하고 아이들 교육 수준이 이렇게 차이가 나나 싶더라고요. 한 학교에서 2백 개, 3백 개씩 온 건 한 편이라도 뽑아 줘야 한대요. 근데 정말 뽑아 줄 수가 없어요. 겨우 겨우 한 편씩 뽑아서 2차 본선으로 넘기긴 했는데, 이 때 많은 걸 느꼈죠.
또 제가 얼마 전에 충남 서산을 갈 일이 있었어요.
근처에 고등학교가 있었는데, 2학기 수시 합격자 명단이 정면에 플래카드로 붙어 있더라고요. 그걸 보고 또 한 번 충격을 받았죠. 합격자 명단에, 서울에 있는 대학은 하나도 없더라고요. 우리가 알 법한 지방대도 없고요. 그런데 그 명단 자체도 스무 명도 안 되는 거예요. 아마 서울에서 그 내용으로 붙었으면 난리가 났을 거예요. 그래서 또다시 내가 지금 시골로 내려가는 게 잘하는 건가, 애 진짜 바보 만드는 게 아닌가, 고민이 되더라고요. 저희 아이가 발육 상태도 늦거든요. 발육이 늦으니까 계속 주위에서 교육 얘기를 하는 거예요. 저희는 지금 아무 것도 안 시키거든요. 그나마 다니던 어린이집도 안 다니고 집에서 쉬고 가족끼리 놀자 판인데.


오선애 그때는 그게 제일 좋죠.


아니에요, 저 지금 욕먹고 있어요. (웃음) 욕 무진장 먹고 있습니다. 아이 바보 만든다고요. 그런데 상산고 보낸 엄마 얘기를 듣다보면 이것도 아니다 싶은 거예요. 그래서 아, 세상이 이렇게 간다면 난 차라리 거꾸로 가겠다. 이렇게 빡세게 시켜도 안 될 거라면, 그냥 아이한테 스트레스 안 주고, 우리 식대로 편안하게 키우자. 무엇보다 우리가 주관을 확실히 가질 필요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요. 다른 사람들 말을 너무 들을 필요가 없더라고요. 왜냐하면 다 아이가 아니라 엄마 욕심으로, 자기만족으로 시키는 거더라고요. 우리 애 키가 176cm인데, 사고는 초등학생이에요. (웃음) 바깥에서 체험을 많이 못 해서, 뭘 모르는 거예요. 저는 나름대로 체험을 시킨다고 했는데도,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다보니 걔의 체험이 되지 못한 거죠. 아이가 다 이해를 하는 줄 알았어요. 근데 아무 것도 몰라요. 아이한테, 지금까지 뭐 하나라도 엄마가 시키고 싶어서 시킨 게 아니다, 역사 탐방도 네가 가고 싶어 해서 보냈다, 농구도 네가 하고 싶어 해서 시켰다, 그렇게 얘기했더니 얘가 하는 얘기가, 엄마 나한테 항상 물어 볼 때 이렇게 말했잖아. 이런 것이 있는데 어떠니, 라고 물어보고, 만약 농구라면, 엄마 그거 왜 해야 하는데? 하면 이러저러해서 네 체력이 달리니까 해야 하지 않겠니, 하면 그 말이 맞으니까 응, 할게, 그랬다는 거예요. 자기는 엄마가 하라는 대로 다 따라갔대요. 그 말을 들었을 때, 그게 정말 실수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일 싫은 게 뭐니? 하니까 공부래요. 그럼 지금 꼭 해야 하는 건 뭐니? 하니까 그것도 공부래요. 왜? 그러니까, 엄마가 그러잖아, 선생님, 어른들이 그렇게 얘기하잖아, 공부해야 된다고, 그래요. 그래서 다른 무엇을 제일 하고 싶으니, 물었더니 아무 것도 없대요. 그냥 하라는 대로 하겠대요. 그런 말을 들으면 참 안타까워요. 그동안 남들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면서 시켰는데, 지금 너무 후회가 돼요. 사람이라는 게 참, 여기에 가면 이렇게 되고, 저기에 가면 저렇게 되더라고요. 제가 요즘 큰아이가 다니는 학교 동네 엄마들을 잘 안 만나는 이유가, 따라갈 수가 없어요. 내 형편은 이런데, 가랑이가 찢어질 정도로 너무 무리를 해가면서 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더라고요. 지금도 학원을 보내고는 있지만요. 안 보낼 수는 없는 게 또 부모더라고요. 엄마가 이것저것 시켜서 이것저것 다 잘하기는 하지만, 그 중에서 나중에 스스로 자기 길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어제 엄마들 모임에서 어떤 엄마가 한 말이 있어요. 요즘 아이들이 엄마들이 다양하게 시켜 놓아서 열 가지면 열 가지 다 잘 한대요. 그 중에 소수 아이들은, 그 열 가지 중에 자신이 정말 원하고 잘하는 것을 끌어내서 자기의 것으로 만들 수 있대요. 그런 아이들은 아주 적다는 거죠. 그러니 사회에 나왔을 때 자기가 뭘 선택해야 하는지 모르는 거예요.

 

 

 

대학이 교육의 최종 목표?


해둬야 할 건 많고, 그걸 정신없이 따라 가기에도 바빠서 아이 스스로나 부모나, 아이의 진로에 대해 다양하게 고민할 여력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선애 그러니 자꾸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키우는지 보게 돼요. 특히 대학 잘 보낸 엄마들 얘기에 솔깃하게 되지요. 이번에 어떤 엄마가 쓴 책을 보니까 엄마가 6학년부터 잡아줘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대학 간다고 하면 어떤 틀에 맞춰서 아이를 키우라고요. 완전 시스템 교육인 거예요. 그런데 보니까 틀린 말 아니더라고요. (웃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학을 보내려 한다면 틀린 말은 아니겠죠.


오선애 예, 현실이 그렇잖아요. 그러니 안 시키자면 불안감이 심한 거죠. 부모로서 무책임할 수도 없고, 우리 아이만 바보 만들 수 없으니까요. 저도 아이들 어릴 때는 사교육 많이 안 시킨다는 주의였지만 어느 순간 다른 엄마들 말에 휘둘리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이렇게 현실을 쫓아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지금은 그렇게 하시는 게 정상인 것처럼 됐죠. 실제로 대부분 그렇게들 하시고요.


오선애 예, 그렇게 되니까 저도 엄마로서 최선을 다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 교육의 최종 목표는 대학인가요? 왜 다들 그렇게 생각을 해요. 저는 그 마음을 버렸어요. 제가 결혼을 늦게 해서, 아이들 대학 보낸 친구들도 있거든요. 그 친구들 얘기를 들으면서 제 스스로 결론이 다져지는 것은, 제 딸의 교육 목표가 단지 대학 보내기여서는 안 되겠고 아이가 행복하도록 도울 수 있다면 좋겠다는 거예요. 부모라는 사람이 그저 대학 진학을 위해서 학원 대 주고, 교육비 대 주는 사람이 아니고,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건강이나 다른 면을 보살펴 주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아이가 정말 공부가 하고 싶어서 학자가 되겠다면 부모가 교육비를 대 줘야죠. 그게 아닌데 무조건 공부 쪽으로 밀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저는 저희 딸이 어떤 곳에 재능이 있는지 늘 관찰을 해요. 그리고 뭐 되고 싶니, 말을 걸어 보고요. 그럼 매번 바뀌어요. 훌륭한 선생님 얘기 들으면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하고, 또 책을 보다가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하고.


오선애 막연한 꿈을 가지고 계속 살 수는 없죠. 아이가 아직 어리니까 그렇게 말하죠. 조금만 더 커 보세요. 그 때는 어떻게 말하나. (웃음)


 

그렇죠, 현실적으로. 저희는 지금 아직 아이가 1학년이니까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일 수도 있어요. 아이가 중학교 가보면 또 달라질 수도 있겠지요.


오선애 아이가 어릴 때는, 초등학교 때까지는 꿈이 크죠. 큰 꿈을 향해서,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를 키우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키우는데, 이 꿈이 중학교 들어가면 달라져요. 그래서 중학교에 맞는 꿈을 꾸고, 고등학생 되면 또 바뀌고, 어른 되면 또 바뀌잖아요. 그렇게 꿈을 약간씩 좁혀가는 과정 같아요.

 

 

 

엄마의선택이 아이의 선택?


아이들이 자신의 진로와 꿈을 고민할 때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 현실이지요.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유는, 다시 말해 아이들 꿈이 다양하지 못한 이유는 지금 어른들이 바라는 길이, 아니,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은연중에 강요하는 길이 다양하지 못한 탓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나름대로는 좀 일반적이지 않다고 생각되는 길도 고려를 해 봤었어요. 그래서 대안학교도 많이 알아봤죠. 그 이유가, 아이가 공부하기 싫다고 놀러 나갔다가 조금 지나면 다시 들어오더라고요. 놀이터에 놀 애가 없대요. 다 학원 간 거죠. 그런데 대안학교는 자기들끼리 생활하고 공부를 하잖아요. 그 점이 너무 좋은 거예요. 아, 애들은 이렇게 커야 돼, 하고 많이 알아 봤어요. 홈페이지도 많이 들어가 보고, 보내본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딸 둘 있는 집이 있는데, 일반 초등학교를 보내다가 5학년, 1학년 때 대안학교를 보냈어요. 그랬더니 좀 거친 편이던 둘째가 많이 온순해졌더라고요. 그래서 어머, 너무 좋아졌다, 이러면서, 너희들 대안학교 가보니 어땠니? 물어보니까 첫째가 하는 말이, 저는 일반 학교가 더 마음에 들어요, 하더라고요. 그래서 왜, 어땠는데? 하니까 그 아이 말이, 거기는 수업도 나가서 하고요, 여기와 너무 달라요, 라고 해요. 그래서 너무 좋지 않니? 그러니까, 동생은 좋다는데 전 싫어요, 그래요. 그래서 걔는 다시 여기로 왔어요. 그 아이를 보고 우리 아이도 나중에 이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대안학교에 보내려던 생각을 접었어요. 내가 무조건 결정할 것이 아니고 오히려 내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몇몇 대안 학교는 보내려면 드는 돈도 장난 아니거든요.


근데 대안학교에서라도 그게 하기 나름이거든요.


그렇죠. 하지만 거기에서도 또 흐름을 따라가야 되잖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만약 대안학교를 선택했다면, 거기 분위기에 저는 또 따라가야 되는 거예요. 제가 일반 학교에 보내서 그곳 분위기에 따라가는 것처럼, 대안학교를 보내고 나면 제가 제 주관대로만 할 수 없지요. 또 애들 아빠가 많이 반대를 했어요. 아직까지 우리나라 정서를 볼 때 그냥 물 흐르는 대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것도 맞는 얘기예요. 무시할 수도 없는 거고요.


 

오선애 저는 어떻게 보면 일부 엄마들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 게, 지방대든 SKY든 어쨌든 대부분 대학 교육을 받아본 엄마들이 내리는 결정이잖아요. 그런데 소수의 몇 퍼센트만 SKY 간다고 해서 그걸 어른들끼리 통계를 내서, 애들의 기본 교육 기회마저 박탈하고 다른 길로 유도하는 건 부모 스스로가 독단적인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아이들이 편하게 커야 한다는 것엔 동의를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가 커갈 시대하고 아이들이 커갈 시대가 다르잖아요. 우리 때도 대학이 평준화 되어서 많이 나왔는데, 우리 아이들 때는 대학이 기본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아이한테 기회는 줘 보고 다른 선택을 하게 할 수 있어야지, 어려서부터 엄마가 아이에게 세상이 너무 힘들다고 말하면서 경쟁을 시켜 보지도 않고 엄마가 밑그림을 다 그려놓고 배재시키는 것, 그것도 나름대로 엄마의 횡포라고 저는 생각해요.


모두 그렇죠, 그럴 수도 있죠.


흔히 우리나라 교육 환경보다는 핀란드나 스위스 같은 곳이 더 낫다고들 하거든요. 그런 나라들은 대학 진학률이 25%밖에 안 돼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학을 안 가죠. 교육 제도가 잘 되어있고 다양한 길이 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저는 엄마가 남다른 밑그림을 그려 놓는 것이 아이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는 말씀에 약간 반대하는 게, 사실 대학 보내겠다는 것도 부모가 일방적으로 그리는 밑그림일 수 있거든요. 더구나 남들처럼 대학 가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과, 그 길을 따르는 것을 마치 대단한 기회를 주는 듯 생각하는 것은 좀 모순인 것 같습니다.


 

오선애 근데 한국 현실에서, 아무래도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기회는 더 많은 건 맞잖아요.


예, 그건 현실이죠. 하지만 대학에서 자신이 전공한 것을 자기 직업으로, 스스로 긍지를 느끼는 직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기회가 몇몇 명문대 출신을 비롯한 소수에게 집중되는 것도 현실이거든요.


 

오선애 현실적인 정답이 나와 있는데 부모가 그건 아니라고 말한다는 게…….


예, 현실이 중요하죠. 현실을 바로 보게 하는 것도 중요한 교육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요즘 대학생 실질 취업률이 50%도 안 되고, 실제 취업을 한 학생들 중에서 절반에서 70% 이상이 이직을 희망한다고 해요. 회사에 들어간 사람들도 마음에 안 들어서 계속 옮기는 경우가 많고요. 명문대 출신이 유리하다는 현실보다는 차라리 대학생 취업률이 50%를 밑돈다는 게 더 거대하고 더 절실하게 체감할 수 있는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맞아요.


그러니까 저는 과연 대학이 대다수 학생에게 기회냐고 묻고 싶습니다. 온 집안이, 부모 인생까지 저당 잡혀서 죽어라고 달려들어서 입시 공부 시켜서 사회인을 만들었는데, 아주 소수의 인원만 자신이 하는 일에 긍지를 느끼고 있어요. 그럼 나머지는 뭐가 되느냐는 거죠. 아까 지정하 어머니도 아예 방향을 틀겠다고 하셨는데, 저도 제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나중에 행복할까, 그 궁리를 나름대로 했어요. 그리고 아이들하고 계속 얘기를 했지요. 나중에 네가 식당 일을 할 수도 있고, 공사장에서 등짐을 질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사는 게 왜 부끄럽지 않은지, 그런 얘기를 계속 했습니다. 사실 이게 대학 보내는 것만큼 어려운 교육인데, 저는 그게 부모의 도리라고 생각해요. 저도 제 아내도 대학을 나왔고, 우리나라에서 명문대 나온 사람이 얼마나 유리한지 저도 잘 압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그 유리함은 소수의 것이지요.


오선애 맞아요. 취업이 진짜 심각해요. 우리는 지금 어린 애들 키우니까, 대학이라도 가야 될 것 같고, SKY에 가면 좋고, 서울 소재 대학이 아니어도 어쨌든 대학은 가야 먹고 살지 않겠느냐는 마음이 드는데, 현실 취업을 보면 정말 장난이 아니에요.


예, 정말 심각합니다.

 

 

 


대학 가는 공부만 하는 아이들


SKY라고 해도 우리나라에서나 그렇지 외국에서 인정해 주지 않잖아요. 우리가 목을 매서 서울대지만요. 서울대를 나왔어도 그걸로 평생직장을 가지는 것도 아니고, 다른 일을 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고요. 또 우리 애들이 다 자란 20년쯤 뒤의 세상은 또 다르잖아요. 그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 또 다를 텐데, 엄마가 아이에게 어느 정도 기본적인 것은 해 줘야겠지만……. 사실 저도 그 기본적인 것이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체력이나, 인성 교육이 기본이겠죠. 요즘 아이들 보면 바깥에서 땅을 안 밟아서 그런지 체력이 약해요. 우리 아이도 엄청 먹거든요, (웃음) 근데 중학교 들어가니까 체력이 달려요. 또 애들이 몇 년씩 학교를 다니면서 얘깃거리가 없어요. 요새 애들은 모이면 컴퓨터나 하죠. 이번에 동창회 모임을 집에서 했는데, 막 수다를 떠니까 아이가, 엄마는 친구들하고 뭐 그렇게 할 말이 많아? 그래요. 그래서 우리 때는 할 얘기가 너무 많았다고 했어요. 정말 할 얘기 많았잖아요. 매일 학교에서 뛰놀고요. 그러다 보니 누가 와서 고무줄을 끊고 갔다느니……. 지금은 그게 아니잖아요. 정말 안타까워요. 초등학교 때부터 기운 빼면서 아이한테 공부 시키는 것보다, 집에서 가족이나 가정의 필요성을 잘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게, 우리 시누이 아들은 학원 하나 안다니고도 공부를 너무 잘해요. 공부를 하려고 스스로 밤을 새요. 자기는 대학을 가야 된다 이거예요. 엄마 나 시험 봐야하니까 제사 때 못 가. 그러면 그래, 시험 공부해라, 우리끼리 갈게. 이게 몸에 밴 거예요. 근데 이번에 그 애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근데 얘가 한 번도 안 찾아가요. 그래서 제가 너 왜 안 가니, 하니까 시험 때였어요, 왜 내일 가니 오늘 가서 엄마 봐야지? 하니까 자고 가야 돼요, 시험 보느라 너무 피곤해요. 이러는 거예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과연 이런 아이가 커서 어떤 사람이 될지…….


저희 형님네 생각이 나네요. 큰 조카가 중1이에요. 지난번에 시아버님 생신이라 가족끼리 오랜만에 모였죠. 근데 밥 먹고 나니까 들어가서 시험 공부하라고 하더라고요. 1년에 명절, 생일해서 딱 네 번 모이는데, 사촌들끼리 등을 맞대고 공부를 하고 있는 걸 보니까 이게 아니다 싶은 거예요. 그렇게 공부를 시켜서 점수 1점 더 나올 수도 있고 덜 나올 수도 있고, 그 1점에 수십 등 차이가 날 수도 있죠. 그러니 엄마들도 그렇게 공부만 시키는 건데, 그렇게 해서 좋은 대학을 나왔다고 해도 그 자식이 가족한테 어떻게 할까 싶더라고요. 요즘은 자식에게 무언가 기대하고 키우는 건 아니잖아요.


 

저는 기대해요.


모두 웃음


옛날처럼 자식이 나를 부양할 거라고 생각하고 키우지는 않아요. 저도 지금 부양을 못 하고 사는데요. 그런 기대는 안 하지만, 자식이 힘들 때 부모한테 올 수 있는 그늘은 되어주고 싶은데, 그렇게 키워서는 내 그늘로 돌아올 것 같지 않더라고요. 제가 너무 멀리까지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요.


아니에요.


게다가 집밖에서는 아이들이 또 달라요. 집에서 아이들 보시다가, 학교에서 생활하는 모습 보시면 굉장히 충격적이실 거예요.


예, 다르더라고요. 내가 보는 아이와, 바깥에서 보는 아이는 천지 차이예요. 우리 아이가 굉장히 순진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밖에 나갔더니 순 깡패예요. 욕도 못하는 줄 알았는데, 욕도 엄청 잘해요. 엄마들은 아이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절대 아니에요. 아이들이 우리보다 한 수 위예요.


예, 상상 이상이죠. 집에 오면 그렇게 안 하죠. 그러다 학교에서 행동하듯이 엄마한테 하는 게 언제냐면, 빠른 아이는 중학생 때, 늦은 아이는 대학 딱 들어가고 나면 싹 돌아선대요.


맞아요.


대학도 하나의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죠, 그러나 그 길만 따라 가다가 인성 교육이라든지 아이들과의 소통 같은 것들을 소홀히 하면, 틀림없이 후회하게 될 것 같습니다.


맞아요. 당장 오늘 시험에서 90점, 100점짜리 시험지를 가지고 오는지, 학원 하나를 더 끊을 것인지, 그래서 새 학기를 조금 더 수월하게 보낼 것인지, 지금 당장은 이게 고민이지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정말 공부를 시키는 이유가 뭐지? 하는 생각이요. 막연한 단어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행복하기 위해서, 내 아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키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요즘 저희 아버님이 편찮으세요.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그 나이가 되었을 때를 자꾸 생각하게 돼요. 지금처럼 아등바등 사는 게 아니다, 싶은 생각도 들고, 좀더 다른 것을 아이한테 보여줄 필요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나중에 아이 스스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 봤을 때, 아이한테 내가 주고 싶었던 것과 아이가 느낀 것이 일치한다면, 저는 그게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모두 맞아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우리들이 너무 어정쩡하게 교육을 받아서, 아이들에게도 어정쩡하게 교육을 시키다 보니까 지금 이 교육 시스템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 보면 누구 탓할 것 없이 어른들이 잘못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아이가 커갈수록 그런 생각이 드네요.
조 예, 그렇죠. 부모들 스스로도 혼란스러운 상태니 아이들은 더 힘들 겁니다. 이런 불안감을 어떻게 하면 떨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모두의 과제라고 할 수 있겠지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고래가그랬어 63호 부모토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