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타박네 2009. 12. 1. 09:24

 

오래 전 친구가 장사익  카세트 테입 하나를 건내 준 그날부터 소리꾼 장사익 사랑은 시작되었다.

내가 노래를 듣고 있자 무슨 청승이냐던 울냥반도 이제는 씨디를 차 안에 가지고 다닐 만큼 푹 빠져있다.

애 끊는 듯한 소리지만 그 속엔 어깨춤 들썩이게 신명나는 가락이 있고

서리서리 맺힌 한을 절절하게 풀어내면서도 듣다보면 슬퍼서 죽을 것 같기는 커녕

어느결에 응어리가 녹아 허공에 가벼이 흩어지는 듯한 소리다.

 

십여 년 전, 서울대 병원에서의 수술을 앞둔 무렵 세종문화회관에서 장사익 공연이 있었다.

죽을 땐 죽더라도 노래라도 한 번 들어보자며 입원 이틀 전이었던가,울냥반과 공연장을 찾았었다.

처한 상황이 상황인지라(당시엔 심각한 병인 줄 알고 있었으므로) 철철 눈물 날것 같았지만 아니,

오히려 한바탕 푸닥거리를 하고 난 뒤처럼 속 시원해져서 병원가는 발걸음이 새털처럼 가벼웠다.

물론 그 때 죽지 않았으니 지금 주절대고 있고.

 

 

 

 

 

 

 

 

 

가장 먼저 나온 음반이다.

찔레꽃, 귀가, 국밥집에서, 섬,  님은 먼곳에, 봄비 등...

하늘 가는 길이라는 만가 (상여소리)는  기가 막히다.

 

 

'섬'   신배승 시 

 

순대속 같은 세상살이를 핑계로

퇴근길이면 술집으로 향한다.

우리는 늘 하나라고 건배를 하면서도

등 기댈 벽조차 없다는 생각으로

나는 술잔에 떠 있는 한 개 섬이다.

술 취해 돌아오는 내 그림자

그대 또한 한 개 섬이다.

 

 

여행, 꿈 꾸는 세상, 아버지, 사랑니 뽑던 날,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특히 아버지란 노래가 마음에 와 닿는다.

 

 

 

희망 한 단, 시골장, 민들레, 황혼길, 봄날은 간다...

 

희망 한 단   김강태 시

 

춥지만 우리 이제

절망을 희망으로 색칠하기

한참을 돌아오는 길에는

채소파는 아줌마에게

이렇게 물어본다

 희망 한 단 얼마에요?

 

 

 

꽃구경, 귀천, 눈동자, 달맞이꽃, 바보천사...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난 뒤 듣는 '꽃구경'은 새삼 더 찡하다.

천상병시인의 "귀천"을 노랫말로 쓴 이 곡도 좋다.

 

 

 

기침, 삼식이, 귀가, 대전블루스, 나 무엇이 될까하니...

 이 중 '삼식이'란 노랫말. 그 환장할 것 같은 상황에 푹~ 웃음이 터진다.

 

삼식아~ 어디갔다 이제 오는겨~

소낙비는 내리구요

업은 애기 보채구요

허리띠는 풀렸구요

광우리는 이었구요

소코팽이 놓치구요

논의 뚝은 터지구요

치마폭은 밟히구요

시어머니 부르구요

똥오줌은 마렵구요~

 

참고로 요즘엔 하루 세끼 꼬박꼬박 집에서 밥 먹는 남편을 삼식이라고 부른다고.

 

 

 

파도, 웃은죄, 반달, 사랑굿, 허허바다, 동백아가씨 ...

 

 허허바다  정호승 시

 

찾아가 보니 찾아온 곳 없네

돌아와 보니 돌아온 곳 없네

다시 떠나가 보니 떠나온 곳 없네

살아도 산 것이 없고

죽어도 죽은 것이 없네

해미가 깔린 새벽녘

태풍이 지나간 허허바다에

겨자씨 한 알 떠 있네

4월 9,10일 LG아트센터에서 <Tune:조율>이라는 공연에 장사익 선생님께서 출연하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