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환이 생각

GSnJ 2016. 5. 9. 10:54

2016. 5. 9  농민신문에 실린 이정환 GS&J 이사장의 글입니다.


 

 


[명사칼럼] 농업 정책자금의 역습


 


GS&J 이사장  이정환



 
대기업·외국기업 농업진출

단순한 반대 아닌…농업·농정문제 근저 생각해야


 

  ‘새봄’이라는 농업회사법인과 네덜란드 농기업인 ‘레바트사’가 정부지원자금 130억원과 자체자금 300억원으로 경북 상주에 유리온실 10㏊를 건립해 연간 6000t의 토마토를 생산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농민단체 등이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바로 3년 전에 간척지 화옹지구에 동부한농이 정부지원금 170억원과 자체자금 380억원으로 유리온실 15㏊를 건립해 연간 5000t의 토마토를 생산한다고 했다. 그러나 대기업의 농업진출 반대에 부딪쳐 우여곡절 끝에 이 온실이 ‘우일산업’에 원가의 반도 안되는 가격에 인수됐던 기억이 생생한데 또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어떻게 대기업과 외국기업에 정책자금을 지원해 농가에게 칼끝을 겨누게 한단 말인가’ 하고 비분강개하기 전에 현실을 냉철히 직시해야 한다.

 

 기업의 농업참여가 늘어나면 농산물 수출이 늘어나는 등 농업발전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인데, 이를 소농보호라는 논리에 기대어 반대하면 개방화 시대에 언제까지 한국농업이 소농에만 의존할 것이냐는 비판에 직면해야 한다. 또한 ‘동부한농과 레바트사는 안되고 똑같은 농산물을 생산해 농가에게 똑같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우일산업은 왜 괜찮은가’에도 답해야 한다. 더욱이 농업인 1인이 지분 10% 이상만 투자하면 농업법인을 설립할 수 있으므로 기업이 농업회사법인을 통해 농업생산에 진출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따라서 기업의 농업진출을 차단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한 농업회사법인은 농가와 똑같이 취급하게 돼 있으므로 결국 기업의 농업정책자금 수취를 차단할 수 없을 것이라는 현실도 인정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단순히 대기업과 외국기업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농업과 농정 문제의 근저를 다시 생각하고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농업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농업지원자금의 종류와 규모를 늘려달라고 요구했고, 실제로 경영체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이 농정의 핵심을 이루게 됐다. 그런데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정부지원자금을 모두에게 골고루 나누어줄 수는 없으므로 운명적으로 선택과 집중이 될 수밖에 없다. 동부한농과 새봄이 많은 정부지원자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정책자금 지원이 농정의 핵심이 됐고, 정책자금은 선택과 집중이 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농가가 요구한 정책자금이 농가에게 칼끝을 겨누는 역습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선택과 집중이 될 수밖에 없는 정책자금은 본래 경영체 간의 공정한 경쟁을 훼손하는 역기능을 가지고 있다. 같은 상품 또는 서비스를 생산하는 경영체 가운데 어떤 한 경영체가 정부의 특별한 지원을 받는다면 경쟁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고, 때에 따라서는 자체 노력으로 시장에 먼저 진출한 경영체를 뒤늦게 정책자금의 특혜를 받은 경영체가 밀어내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시장에 경쟁자가 없던 시절에는 정책자금의 선택적 지원이 신상품 생산, 신산업 육성에 기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정책자금이 공정한 경쟁을 해치고 도리어 농가의 발등을 찍을 수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제는 농가가 나서서 정책자금 지원을 거부하고 완전개방시대에 가격과 작황의 위험을 확실히 흡수하는 직불 및 보험제도 중심의 농정개혁을 요구해야 한다.

 

 다음은 ‘국내총생산(GDP)의 2%에 지나지 않는 작은 산업인 농업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시장이 완전개방돼 값싼 식품이 넘쳐나는 시대에 소비자에게 한국농업이 왜 필요한가. 이 작은 산업을 위해 수만명의 공직자와 연간 20조원의 예산이 투입될 필요가 있는 것인가. 왜? 무엇을 위해? 결국 정부를 비롯한 모두가 단순히 ‘농산물’의 대외 경쟁력이 아니라 다원적 기능과 레저·서비스산업적 요소까지를 고려한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농가와 국민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깨우쳐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기업의 농업진출 문제가 반복되지 않는 방향으로 나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