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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nJ 2017. 3. 2. 10:10

2017. 3. 1 농민신문에 실린 GS&J 연구위원 양승룡 고려대 교수의 글입니다.


 

 


[양승룡 칼럼] 시장도매인제 논란 ‘수산물유통법’서 교훈 얻어야

 


 
GS&J 연구위원 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2016년 말 정부는 세간의 이목을 끌지 못했지만 중요한 법 개정을 단행했다. 1997년 김영삼정부가 규제개혁 차원에서 폐지한 수산물 의무상장제를 복원해 수산물 유통 정상화를 꾀한 것이다.



 핵심 내용은 거래정보 부족으로 가격교란이 심한 수산물을 산지공판장을 통해서만 거래하게 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것이다. 정부 규제완화가 대세인 오늘날 오히려 산지유통을 강제 규제하는 이런 법 개정 배경은 기존 임의상장제가 가져온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래전부터 수산자원 보호와 거래 공정성을 위해 모든 수산물은 의무적으로 산지공판장을 통해서만 유통하게 했다. 그러나 투명한 거래로 세원이 노출되는 것을 꺼린 산지상인들이 어민들에게 더 높은 가격 등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산지공판장을 우회해 불법적으로 거래하기 시작했다. 우회유통의 우월한 조건에 현혹된 어민들은 임의상장제 도입을 요구했고, 의무상장제를 행정 규제로 인식한 문민정부는 이를 전격적으로 도입했다. 그러나 이는 상인들이 제시하는 좋은 계약조건은 의무상장제 아래서만 가능한 것임을 간과한 결과였다.



 수산물 임의상장제는 거래정보가 노출되지 않아 거래교섭력 불균형을 가져옴은 물론, 생산과 유통에 관한 정확한 통계 수집을 불가능하게 해 효과적인 수산정책을 수립하기 어려운 문제를 초래했다. 특히 내수면 양식 어류는 99% 이상이 장외에서 거래돼 소수 중간상인의 거래정보 독점으로 가격교란이 극심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2005년부터 의무상장제를 재도입, 수산물 유통을 정상화하는 방안을 모색했고 10여년의 노력 끝에 지난해 연말 법 개정에 이른 것이다.



 20년에 걸친 수산물 유통제도의 변천사는 농산물 유통에도 중요한 교훈을 준다. 경제성장과 도시화, 식품소비패턴의 변화로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수용능력이 한계에 이르러 시장의 물적기능을 강화하고 물류효율화를 목적으로 한 시설현대화사업이 2011년부터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국가적 사업이 시장도매인제 도입 여부를 놓고 수년째 표류하고 있다. 시장도매인제는 상장경매를 기본으로 하는 가락시장에 수산물의 임의상장제와 유사한 위탁상 제도를 부활하는 것이다. 과거 위탁상 제도의 극심한 폐해로부터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한 가락시장에 다시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자는 가장 큰 명분은 경매제에 비해 유통비용이 적고 가격이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검증되지도 않은 주장은 실제로 10년 전 설립된 서울 강서시장에 도입돼 실험적으로 운영돼왔다. 그러나 경매제를 건너뛰어 절감할 수 있는 수수료에 비해 적정가격을 찾기 위한 가격발견비용이나 계약이행비용 등 시장도매인제의 거래비용이 훨씬 클 것이다. 경쟁을 통해 결정된 가격이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경매제에 비해 출하자와 시장도매인간 비공개계약으로 이뤄지는 시장도매인제가 시장의 효율성을 얼마나 저해할지 명약관화하다.



 경매제가 건강하게 운영되면 시장도매인제는 대안적인 유통경로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시장도매인제가 득세해 경매제의 기능을 위협하게 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가락시장은 경매제를 중심으로 운영돼야 하며, 경매제가 훼손되면 수산물 임의상장제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농산물 유통에 재앙이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몇몇 중도매인의 이익을 위해 다수 농민과 소비자의 이익을 위협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출처: 농민신문] 원문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