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환이 생각

GSnJ 2016. 9. 29. 13:54


 


쌀 문제, 이제 모두 도강(渡江)을 결단해야 한다.


 


GS&J 이사장  이정환


 
 작년에도 정부는 수확기에 공공비축용 쌀 39만 톤에 시장격리용 20만 톤을 합쳐 무려 59만 톤을 매입하여 쌀값을 떠받치려 했지만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정부 창고에 재고만 쌓였다. 당시 필자는 이 난을 통해 “쌀 문제를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농가를 위한 것도, 소비자를 위한 것도 아니고, 지속가능하지도 않은데, 그냥 모두 일단 눈을 질끈 감은 채 농업예산만 낭비하고 있다.” 라며 근본적 변화를 주문하였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가운데 올해도 수확기 쌀값은 더욱 하락하고, 시장격리 요구가 또다시 빗발치고 있다. 농식품부는 시장격리를 통해 쌀값 하락을 억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겠지만 결국 쌀값 하락은 막지 못하고 정부재고만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내년 어느 때쯤 또 다시 10만톤 당 1,500억원의 농업예산을 쏟아 부어 주정이나 사료회사에 팔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농업예산 부족을 메우려 기업 기부금으로 농어촌상생기금까지 만들려는 판에 농업예산이 이렇게 낭비되다니! 이 모든 것은 쌀 공급량이 수요량을 초과하는 함정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이 함정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논에 벼 이외의 작물을 심으면 ha당 300만원을 지급하는 생산조정제 카드를 뽑아들었지만 사람들을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정부가 한편으로는 직불제와 시장격리를 통해 결과적으로 열심히 쌀 생산을 장려하면서 한편으로는 벼를 재배하지 말라고 보조금을 주는 모순된 정책을 동시에 펼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런 보조금이 없더라도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 작목을 재배하려던 사람까지 당연히 이 보조금을 받으려 할 것이므로 이 제도에 의한 벼 재배면적 감소 효과는 보조금 지급면적의 반 정도밖에 안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제 모두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결연한 자세로 수매제도를 폐지하고 변동직불제를 도입하였던 2004년 양정개혁에 버금가는 결단을 해야 한다.



 먼저 공공비축이든 시장격리든 수확기 쌀값을 떠받치기 위한 시도에서 정부가 분명히 손을 떼야한다. 그래야 과잉 재고가 발생하지 않고, 그래야 매입가격의 1/10에 처분하여 귀한 농업예산을 낭비하는 황당한 일이 반복되지 않게 될 것이다. 또 그래야 역계절진폭도 줄어든다. 이미 2004년에, 쌀이 수급균형을 이루려면 2014년경 쌀값이 80kg 당 15만원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측되었고, 그래서 바로 변동직불제도가 도입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시장가격 지지에서 손을 떼는 것은 직불제가 실질적인 소득보전효과를 발휘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두 번째 해야 할 일은 목표가격을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하는 방안을 마련하여 소득보전 목적과 수급균형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법에서 정하고 있는 직전 5개년 평균가격은 실질소득보전 효과가 너무 약하고, 그렇다고 아무 대책 없이 18만 8,000원으로 올린 것은 과잉생산을 자초한 일이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현재 변동직불금이 전국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산출되므로 가격 하락률이 높은 지역에서는 소득보전 효과가 낮아지고, 이런 지역의 농가는 변동직불제가 있음에도 가격지지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별 가격하락률 차이를 반영하여 소득보전 효과가 어느 지역이나 비숫하도록 하는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세 번째는 변동직불금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당년에 벼를 심어야 하는 조건을 풀어서 변동직불제가 쌀 생산을 장려하는 효과가 최소화 되도록 해야 한다. 미국도 1973년에 가격지지 정책을 폐지하고 처음 변동직불제(부족분지불제도)를 도입하였을 때는 우리나라와 같은 방식이었지만 과잉생산 요인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1985년부터 당년 재배작물은 물론 휴경 여부와 관계없이 지급하도록 하였음에 주목해야 한다.


 

  네 번째는 고정직불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 고정직불금은 제도상으로 당년에 벼를 재배하지 않아도 지급하도록 되어있지만 많은 농가들이 벼를 심어야 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고, ha 당 100만원을 확정적으로 지급하는 것이어서 변동직불금 이상으로 쌀 생산유인이 되고 있다. 그런데 고정직불금이 늘어나면 변동직불금이 그만큼 적어지기 때문에 고정직불금은 농가소득 보전 효과가 거의 없다. 따라서 농가소득 효과는 없으면서 과잉생산유인이 되고 있는 고정직불금은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쌀값지지와 고정직불금에 익숙해진 농가들이 이러한 변화에 반발할  테지만 우리나라 쌀 산업은 이 강을 건너야 하고, 그것이 결국 농가를 위한 길이 될 것이다. 정부는 농가, 농민단체, 정치권, 전문가들과 함께 과연 이 강을 건너지 않고 우리나라 쌀 산업을 지속가능하게 할 길이 있는지를 정말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길이 없다면 모두가 도강(渡江)을 결단해야 한다.
 


 
 
 

정환이 생각

GSnJ 2016. 8. 12. 14:55

2016. 8. 10 매일경제에 실린 이정환 GS&J 이사장의 글입니다. 아래 파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매경에 실린 글에서 수정된 것입니다.


 


 


 


[기고] 축산지주, 농협이 진정한 협동조합이 되기 위한 진통


 

 


GS&J 이사장  이정환


 


 
 정부는 내년 2월까지 농협경제지주사 체제를 마무리하기 위해 농협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으나, 축산경제사업에 대한 지배구조를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제까지 농경 및 축경대표가 경제지주의 공동대표가 되어 각각의 분야를 전담하고, 축산경제대표는 실질적으로 축협조합장 대표자회의에서 선출되었다. 앞으로도 현재와 같이 공동대표체제로 할 것인가? 단일대표로 하여 통합성을 더욱 높일 것인가? 농경과 축경부문을 별도지주로 설립하여 각각의 전문성을 높일 것인가?



 축산의 생산액 비중이 높으므로 축산경제대표를 두어야 한다는 주장에 논리적 비약이 있고 집단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비판이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주장의 논리적 타당성이나 의도가 아니라 우리나라 농업협동조합의 발전을 위해 경제지주사의 첫돌을 어떻게 놓을 것인가 이고, 그런 관점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우리나라 농협협동조합의 근본적 문제는 조합원의 이질성이 심화되어 이해관계가 서로 상충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농협은 1962년 정부 방침에 의해 전국 모든 농가를 조합원으로 만개가 넘는 조합이 일시에 만들어졌고, 이들 조합을 조합원으로 하여 농협중앙회가 조직된 데서 출발하였으므로 당초부터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조합원에 의한 조합’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더욱이 현재는 농가마다, 지역마다 생산하는 품목에 상당한 차이가 있고, 조합도 품목별로 분화되기에 이르러 조합원과 조합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게 되었으며, 앞으로 이런 경향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이질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우선 유럽의 선진국 농업협동조합들을 보면, 애초부터 같은 종류의 품목을 생산하는 농가들이 조직한 품목별 조합으로 출발한 후, 규모화를 위한 지속적 합병 또는 연합체로 발전하여왔다. 품목별조합 조직을 기본으로 하는 것은 같은 품목을 생산해야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이해관계가 일치해야 비로소 협동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본 조건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미곡종합처리장(RPC)과 청과물종합처리장(APC), 도축장 사업 등을 모두 농협이 하고 있지만 해당 농축산물을 생산하지 않는 조합(원)은 그 사업의 성과에 관심이 없고, 이를 위한 투자에 소극적, 또는 부정적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협동은커녕 이해관계의 갈등만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성격이 전혀 다른 여러 가지 품목을 한 조직이 취급하고 있으면 사업별 손익 평가와 이에 기초한 손익배분이 어려울 수밖에 없고, 이런 환경에서는 협동이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요컨대 경제지주사뿐만 아니라 회원조합도 구성원의 이익이 일치하는 품목별 조합으로 점차 분화·재편되고, 다시 그 연합조직으로 진화하여 규모화와 전문화를 추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 단계에서 우선 사업의 성격상 차별성이 강한 축산경제부문을 별도 지주로 분리하는 것이 농협의 발전방향에 합치하고 필요한 선택이다. 물론 축산지주를 분리하는 것은 농협의 고비용 구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고, 축산지주를 별도로 설립한다고 축산경제사업이 활성화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주장도 맞는다. 그러나 이질적이고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농경과 축산경제를 무리하게 통합하는 것은 품목별 조직으로 분화해 나가야 한다는 농협발전의 기본 방향에 역행한다는 점이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 요컨대 품목별 조직으로 발전한다는 농협의 발전방향, 성과평가에 따라 보상하고 책임을 물어 경영 효율성을 높인다는 경제지주의 설립 취지, 축산조합의 자발적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 등을 고려할 때 축산지주를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축산지주는 소매사업 등과 같이 농경지주와 공동투자 또는 사업제휴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비용을 절감하고 시장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협력관계를 적극 확대해 나가야 한다. 삼성이 애플과도 전략적 제휴를 하는 마당에 농협중앙회 아래 있는 지주사가 서로 협동하지 못한다면 농협의 미래는 절망적이다. 지금 농협경제지주 체제를 둘러싼 갈등은 농협이 진정한 협동조합으로 진화하기 위한 진통이므로 이를 비난하거나 회피하려 하지 말고 모두가 유연성과 진정성을 가지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환이 생각

GSnJ 2016. 7. 22. 16:36

2016. 7. 22  농민신문에 실린 이정환 GS&J 이사장의 글입니다.



 


[이정환 칼럼]농업 예산, 의무적 지출 중심으로 개편해야


 



GS&J 이사장  이정환



 
농식품부 전체가 매년 예산 확보에 매달리는 방식 자원 낭비는 물론 역기능도 수반


미국 농업예산 86% 의무 책정 우리도 FTA직불제 등 활용·개선에 농업계 힘 모아야


 


   농림축산식품부로 말하면 지금은 이른바 예산철 막바지이다. 봄부터 농식품부 직원들은 위아래 할 것 없이 기획재정부 농림예산 담당자를 찾아가 소관 사업 예산을 한푼이라도 더 따내려고 노력을 다한다. 그 결과 농업예산이 작년보다 늘어나면 직원들은 안심하고, 장관은 능력 있는 것으로 회자된다. 따라서 장관 이하 모든 농식품부 담당자들은 내년도 예산을 되도록 많이 확보해야 하고,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 기존 사업은 잘 포장하고, 뭔가 ‘좋은’ 새로운 정책사업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농림정책사업이 수백 가지나 되고 총예산이 17조원을 넘지만 어떤 정책사업이 있고, 얼마가 쓰이고 있는지 전체를 꿰고 있는 사람은 아마 농식품부 내에도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런 예산방식의 폐해는 매우 크다. 유능한 농림 공무원이 정책을 고민하기보다 매년 예산을 확보하고, 수많은 사업을 유지·관리하는 데 매달려 귀중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너무나 큰 자원 낭비라고 생각된다. 또한 농림정책사업이 계속 늘어나 때로는 시장기능과 충돌하기도 하고, 농가의 이익에 반하는 사업이 시행되는 역기능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정책사업이 당시의 대통령이나 장관은 물론 담당자의 개인적 판단에 따라 도입되고, 그랬기 때문에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쪼그라들거나 슬그머니 사라지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이다. 정책사업이 충분한 검증이나 논의 없이 도입되고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면 농정에 대한 불신을 키우기도 하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결정적 부작용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농정 예산이 법률에 의해 책정되고 집행되는 의무적 지출 중심으로 개편돼야 한다. 농식품부 직원이 매년 예산당국자와 실랑이해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에 의해 예산부처가 필요한 예산을 책정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에 의한 지출이기 때문에 당연히 입법과정에서 충분한 검증과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므로 어느 누구의 개인적 판단에 따라 졸속으로 정책이 수립되고, 예산이 책정됐다가 쉽게 사라지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또 이렇게 되면 농식품부 직원들이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이를 법률화하는 데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장관은 법률제정 과정을 통해 농정의 큰 방향을 생각하고 토론해 농정과 예산을 실질적으로 장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전체 농업예산의 86%가 5년 단위의 농업법에 의해 규정된 의무적 지출이다. 따라서 농업법을 제정하는 기간 동안 치열한 논쟁을 통해 정책이 입안되며, 일단 농업법이 통과되면 5년간 그 정책은 유지되고 필요한 예산이 의무적으로 책정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가소득보전직불제도나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직불제가 대표적인 법률에 의한 정책사업이고, 의무적 지출예산이다. 앞으로 농업계는 농업정책과 농업예산이 이런 방식으로 수립되고 책정되도록 하고, 이미 도입된 이런 의무적 지출제도를 잘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중 FTA 대책으로 무역이득공유제를 주장하다가 결국 기업이 부담하는 도농상생기금으로 낙착되고, 그마저 재원확보 문제에 부딪혀 활로를 찾느라 애쓰기보다 이미 의무적 지출로 규정된 FTA 피해보전직불제를 활용하는 데 농업계가 노력을 경주했어야 한다. FTA 피해보전직불제의 가장 큰 문제는 아직도 발동을 위한 가격조건이 피해보전 장치로서 불충분하다는 것이므로 지금이라도 이를 개선하는 데 농업계의 역량을 집중하기를 제안한다.



 또한 쌀 과잉생산을 해결하기 위해 벼 대신 특정 작물을 재배하면 보조금을 주는 생산조정사업을 도입하기보다는 법률에 의한 의무지출인 농가소득보전직불제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길 제안한다. 현재는 이 제도의 대상이 쌀만으로 돼 있으나 이를 미국과 같이 주요 작목으로 확대하고, 특정 작목의 재배를 요구하지 않는다면 어떤 것보다 훌륭한 FTA 대책이자 특정 농산물의 생산과잉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되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