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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nJ 2020. 4. 16. 16:32

2019.10.14 농민신문에 실린 이정환 GSnJ 이사장의 글입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GS&J인스티튜트 이사장 이정환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 여부는 ‘자기선언’ 방식에 따라 각국이 스스로 결정한다. 우리나라는 이 규정을 통해 개도국 지위를 적용받아왔다. 그렇지만 미국이 올 2월 개도국 지위를 결정하는 4가지 기준을 제시했고, 뒤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기준에 해당하는 나라는 10월23일까지 개도국 지위포기를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이 느닷없는 소식에 우리 농업계는 엄청난 타격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러나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옛말이 있듯이 정확히 상황을 파악하고 현명하게 이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

 

우선 1995년 발효된 WTO 농업협정에 따라 모든 회원국은 관세·보조금 감축 등을 이행한 후 현재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가 지금 개도국 졸업을 선언하더라도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새로운 농업협상이 타결되고 우리나라가 선진국 규정을 적용한 협정에 서명해야 비로소 개도국 졸업선언의 효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로운 농업협상이 시작되려면 개도국 규정개편을 포함한 WTO 개혁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렇게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미국은 18년이나 끌어온 WTO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개도국문제에 막혀 폐기된 상황이므로 중국 등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야 WTO 협상에 돌아오겠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국가들이 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때문이다. WTO 개혁에 실패하면 새로운 농업협상이 없으므로 이번 선언에도 불구하고 개도국 지위를 졸업할 기회 자체가 없을 것이다.

 

‘미·중이 전격적으로 WTO 개혁에 합의하고 농업협상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도 있지 않은가’란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 해도 이미 개도국 중 가장 선두에 서 있는 우리나라가 새롭게 합의될 기준에 따라 현재와 같은 개도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건 무리다. 물론 개도국 규정개혁 없이 새로운 농업협상이 타결되는 예상 밖의 상황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그 경우에는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유지할 수도 있을 텐데 이번 선언으로 졸업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건 10년 이상 후 미래의 일이 될 가능성이 크고, 그땐 52개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에 의해 이미 대부분의 농산물 관세가 철폐된 상태일 것이므로 개도국 지위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결국 개도국 졸업선언의 실질적 비용은 없거나 적고 불확실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차기 농업협상에서는 식량안보에 필수적인 소수 품목을 제외하고 개도국 지위를 적용하지 않을 것’을 적절한 시점에 선언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단,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어떤 식으로든 개도국 졸업이 이뤄질 경우 우리나라 농업에 충격을 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이에 대한 농가의 두려움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따라서 개도국 졸업 때 생길지도 모르는 충격에 대비한 보험장치가 필요하다. 미국의 가격손실보상제도(PLC)와 같이 농업의 가격리스크를 완충하는 가격변동대응직불제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농업계도 이러한 요구를 하는 것이 개도국 졸업약속에 반대하는 것보다 훨씬 실익이 있는 현명한 선택이라고 판단된다. 지금이 1930년대 이래 미국 농정의 중심을 이뤄온 가격리스크 완충장치를 우리 농업에도 도입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출처: 농민신문] 원문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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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nJ 2020. 4. 16. 16:30

2019.10. 01 내일신문에 실린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회장의 글입니다.

 

   

 

독일 통일과 남북관계에서의 자주권

 


김영윤((사)남북물류포럼 회장)

 

 

 오는 10월 3일은 독일통일의 날이다. 햇수로 30년째다. 독일통일에는 고르바초프를 빼놓을 수 없다. 그의 페레스토로이카(perestroika, 개혁), 글라스노스트(Glasnost, 개방)가 있었기 때문에 동서독이 통일할 수 있었다. 고르바초프는 자신을 불태워 세계를 바꾼 촛불 같은 사람이다. 구소련을 무너뜨려 인류를 구했지만, 자신은 몰락한 사람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유럽 국가에서는 끊임없는 민주화 투쟁이 일어났다. 스탈린을 비롯한 구소련에 의한 동유럽 지배, 즉 소비에트 체제에 대한 항거였다. 1953년 6월 구소련 점령지구인 동독의 수도 동베를린에서 일어난 시위를 비롯하여, 1956년의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봄’과 1968년 8월 미완의 ‘체코프라하의 봄’ 등이 그것이었다. 1980년 폴란드 연대노조의 총파업도 마찬가지였다.

 

 동유럽 국가의 민주화를 억누르고 있었던 힘이 노골적으로 표출된 것은 1968년 11월 폴란드 제5차 공산당 전당대회에서의 “브레즈네프 선언(Brezhnev Doctrine)”이었다. 브레즈네프 선언은 동유럽 국가에 대한 제한 주권론이다. 사회주의 진영 전체 이익을 위해 개별 국가의 주권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만약 이에 대항 하는 국가가 있다면 전차를 몰고 가서 머리통을 날려도 좋다는 것이 브레즈네프 선언이다. 동유럽 국가의 친소정권을 통한 소비에트 체제의 무자비한 탄압을 말한다.

 

 동유럽의 변화가 가시화 된 것은 고르바초프의 브레즈네프 선언의 폐기가 현실화되면서부터다. 1988년 3월에 일명 '신사고(新思考) 외교'를 펼치던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유고슬라비아의 베오그라드를 방문하여 소련의 새로운 외교방침인 이른바 '신 베오그라드 선언'을 한다. “완벽한 공산주의 모델은 없다. 그 누구도 진리를 독점할 수 없다. 한 나라의 장래와 체제는 그 나라 국민들만이 정할 수 있다. 어느 나라도 타국의 국내 상황에 간섭하거나 압력을 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 후 동유럽권 국가는 소위 벨벳혁명에 휩싸인다. 아무도 피 흘리지 않았던 부드러운 벨벳혁명은 브레즈네프 선언의 폐기가 원동력이었다. 동유럽 국가들의 구소련으로부터의 해방이자 소비에트 체제로부터의 이탈이었다. 자주권의 회복이었다. 구동독이 서독과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은 자주권을 회복한 시민혁명 덕분이었다.   

 

 고르바초프의 신사고로 동독 주민들은 거리로 몰려나왔다. 시민혁명이 라이프치히 니콜라이 교회로부터 시작되었다. 여행의 자유를 원했던 동독주민들은 마침내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게 된다. 이어 두 체제는 전광석화같이 단일화했다. 구동독 주민이 이를 철저히 원했다. 구소련이 동유럽 국가들을 놓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고르바초프가 없었더라면 독일통일은 불가능했거나 훨씬 늦추어졌을 것이다.

 

 남북관계에서 미국이 한국을 좀 놓아 주면 좋겠다. 우리의 의지대로 남북관계를 가져갈 수 있도록 해 주었으면 한다. 많은 사람들은 남북관계에서 과연 우리에게 자주권이 있는지 자문하고 있다. 독감치료제인 타미플루를 보내는 것도 미국에 먼저 물어봐야 했다. 긍정적인 답을 얻어 보내려고 해도 그 다음엔 운송수단이 문제였다. 대북 제재 하에서는 수송수단이 넘어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우여곡절을 거쳐 운송수단까지 허락을 받았으나, 이번엔 북한이 안 받겠단다. 왜 안 받으려고 할까? 인도지원은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받는 상대의 처지와 입장을 헤아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메아리(2019.7.15)'는 "민족의 이익보다 미국의 눈치부터 살피는 비굴한 사대근성 때문에 북과 남이 민족 앞에 한 약속이 지켜지지 못하고 북남관계는 또다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자존심 상한다는 것이다. 아홉 차례나 기계장치 점검을 위해 개성공단을 방북하겠다는 개성공단사업자들의 신청을 미국과의 관계를 들어 주저했던 정부가 지난 5월 처음으로 승인했지만, 이제는 북한이 관련 협의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도 다 마찬가지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고르바초프가 될 수는 없을까? 적어도 남북관계에서만은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미국의 자세 변화도 중요하지만, 미국에 대한 우리의 자세도 중요하다. 미국이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이제부터라도 미국에 할 말은 좀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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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nJ 2020. 4. 16. 16:30

2019. 9. 27  농민신문에 실린 GS&J 연구위원 임정빈 서울대 교수의 글입니다.

 

   

 

공익형 직불제 도입을 위한 선결과제

 


GS&J 연구위원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9일 공익형 직불제 도입을 위한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 농업직불제를 공익형으로 개편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행 쌀 중심의 직불제를 논·밭 구분 없이 통합하고 공익형으로 개편해 농가의 소득안정과 농업의 공익적 기능 확산을 도모한다는 것이 골자다. 또한 현행 직불제의 혜택이 대농에 집중된다는 비판적 평가를 감안해 면적 구간별로 역진적인 직불단가를 적용한다. 일정 농지규모 이하의 소농에게는 농지면적이나 재배품목에 상관없이 동일한 금액을 주는 소농직불금을 신설, 이들의 소득안전망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쌀 중심, 대농 편중이란 현행 농업직불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공익형 중심으로 직불제를 개편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지금까지 직불제 운영과정에서 쌀에 대한 과도한 집중, 대농 편중적 수혜, 공익성 미흡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농업직불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 왔다.

 

사실 공익형 직불제로의 전환은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국민적 요구 증대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자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농업의 변화를 의미한다. 미국·유럽연합(EU)·스위스 등 주요 선진국들이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식량안보, 환경·생태 보호, 경관보전 등 농업과 농촌이 창출하는 공익적 기여를 보상하기 위해 공익형 지원프로그램을 강화해나가는 추세와 궤를 같이한다.

 

그런 점에서 현행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을 전면 개정해 명칭을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로 변경하고, 공익형 직불 농정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국회에 제출된 개정안의 취지와 내용을 보면 몇가지 측면에서 우려스러운 사항이 있다.

 

무엇보다 쌀 변동직불제 폐지를 전제로 하다보니 농가소득 안정과 농업의 공익적 기능 확산이라는 목적이 혼재돼 있다. 즉 두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는 모양새인데, 이러다 둘 다 놓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또한 공익형 직불제 개편의 핵심요소인 지급단가, 소농 기준, 구간별 면적 기준 등을 시행령·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에 위임하고 있어 아직도 세부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이는 법률안 개정단계에서 공익형 직불정책 시행의 핵심요소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으로, 향후 세부 기준 결정단계에서 사회적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선진국의 경험에서 보듯 공익형 직불제를 국민적 지지 속에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성과지표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성과지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평가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개정안은 공익형 직불제 시행의 성과관리체계에 대한 고민이 미흡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의 기본조건인 정책성과를 어떻게 제시할 것인지 걱정이다.

 

중요한 점은 공익형 직불제 시행 이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토양·물·대기·환경·생태·경관의 질 향상이 가시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익형 직불제 수혜농가에 대한 적절한 이행준수의무 설정과 함께 점검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앞으로 공익형 직불제가 국민적 공감대 속에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가기 위한 매우 중요한 선결조건이다.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공익형 중심 직불제로 개편하기 위해 보다 세부적이고 단계적인 실천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출처: 농민신문] 원문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