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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nJ 2014. 10. 29. 10:39

2014. 10. 29 농민신문에 실린 GSnJ 연구위원 양승룡 고려대 교수의 글입니다.

 

 

 쌀 관세화 개방, 방심은 금물이다

 
GSnJ 연구위원 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20년에 걸친 관세화 유예 끝에 쌀산업이 전면 개방의 수순을 밟고 있다. 정부는 관세 513%에 그간 관세화 유예 과정에서 허용했던 의무수입물량(TRQ)의 국가별 할당과 밥쌀용으로 30%를 수입해야 하는 용도별 배정을 철회하는 방식으로 2015년 1월부터 쌀시장을 전면 개방할 것을 WTO 사무국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한국농업의 중심축인 쌀산업이 전 세계 농가와 무한경쟁 상태에 돌입하게 됐다. 그러나 정부는 수입가격의 5배가 넘는 고율관세에 수입이 급증할 경우 추가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특별긴급관세(SSG)가 있기 때문에 쌀 수입으로 인한 국내산업의 피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농업인들을 설득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국제 쌀값과 환율을 기준으로 513% 관세를 부과할 경우 수입쌀 가격이 80㎏당 27만7000원에서 52만2000원이 되어 산지가격 17만4871원보다 높기 때문에 TRQ 이외의 물량이 수입될 가능성이 미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간연구소인 GS&J 인스티튜트도 국제 쌀 가격의 상승추세를 고려할 때 향후 10년간 추가수입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의 문제는 평균적인 분석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가격에 환율과 관세·제비용을 적용한 수입쌀 공매가격을 국내 산지가격과 단순 비교해 수입가능성이 없다고 분석하는 것은 분포의 의미를 간과하는 것이다. 평균이란 다양한 대안(수입가격)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경우를 의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역으로 평균 이외의 대안도 얼마든지 가능하며 실질적인 위험은 평균 이외의 상태, 즉 평균보다 낮은 가격에서의 수입 가능성에서 발생한다.

 연속적으로 풍작을 기록한 지난 2년간 국내 모 대형마트에서 판매된 161개 브랜드 쌀의 소매가격은 평균 26만원, 최고 54만원에 이른다. 이는 국영무역 형태로 TRQ 물량을 수입한 사례를 근거로 미국산 쌀의 경쟁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캘리포니아 쌀 농가의 생산비에 각 유통단계별 마진과 관세를 고려해 추정한 국내 공급가능 소매가격은 가장 생산비가 싼 농가들의 경우 26만원, 평균농가의 경우도 32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국내산 브랜드의 14%(22개)가 수입 쌀 평균가격보다 비싼 값에 팔리고 있으며, 캘리포니아 최저생산비 농가의 소매가격보다 비싼 브랜드가 40%(65개)에 이른다. 국내산을 선호하는 국산프리미엄 20%를 적용하더라도 상당수의 브랜드가 공급가능 소매가격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미국산 쌀은 국내 대형마트에서 잠재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의 마케팅 능력을 고려하면 상당한 시장점유율도 가능해 보인다. 한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미국 수출업자들은 하이엔드(고급) 시장을 대상으로 초기에는 저가격을 설정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난 후에는 점차 가격을 높여나가는 ‘시장침투가격전략(market penetration pricing)’을 비롯해 ‘1+1’이나 ‘끼워팔기(BOGO)’ ‘가격할인 쿠폰’ ‘샘플증정’ ‘시식회’ ‘광고’ 등 다양한 판촉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우병 파동을 겪은 미국산 쇠고기 시장점유율이 2013년 물량기준 37%, 금액기준은 이보다 높은 42%를 기록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중국의 경우도 미국보다 더 낮은 비용으로 생산하는 농가가 훨씬 더 많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쌀산업은 관세라는 우산 하나만 주어진 채 비바람 치는 들판에 내던져졌다. 5년이나 10년 후가 아니라 50년, 100년 후의 쌀산업과 식량안보를 고려해 좀 더 치밀한 분석과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요즘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돌다리도 두드려서 건너야 한다. 하물며 쌀은 아무리 두드려도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