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환이 생각

GSnJ 2016. 7. 22. 16:36

2016. 7. 22  농민신문에 실린 이정환 GS&J 이사장의 글입니다.



 


[이정환 칼럼]농업 예산, 의무적 지출 중심으로 개편해야


 



GS&J 이사장  이정환



 
농식품부 전체가 매년 예산 확보에 매달리는 방식 자원 낭비는 물론 역기능도 수반


미국 농업예산 86% 의무 책정 우리도 FTA직불제 등 활용·개선에 농업계 힘 모아야


 


   농림축산식품부로 말하면 지금은 이른바 예산철 막바지이다. 봄부터 농식품부 직원들은 위아래 할 것 없이 기획재정부 농림예산 담당자를 찾아가 소관 사업 예산을 한푼이라도 더 따내려고 노력을 다한다. 그 결과 농업예산이 작년보다 늘어나면 직원들은 안심하고, 장관은 능력 있는 것으로 회자된다. 따라서 장관 이하 모든 농식품부 담당자들은 내년도 예산을 되도록 많이 확보해야 하고,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 기존 사업은 잘 포장하고, 뭔가 ‘좋은’ 새로운 정책사업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농림정책사업이 수백 가지나 되고 총예산이 17조원을 넘지만 어떤 정책사업이 있고, 얼마가 쓰이고 있는지 전체를 꿰고 있는 사람은 아마 농식품부 내에도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런 예산방식의 폐해는 매우 크다. 유능한 농림 공무원이 정책을 고민하기보다 매년 예산을 확보하고, 수많은 사업을 유지·관리하는 데 매달려 귀중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너무나 큰 자원 낭비라고 생각된다. 또한 농림정책사업이 계속 늘어나 때로는 시장기능과 충돌하기도 하고, 농가의 이익에 반하는 사업이 시행되는 역기능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정책사업이 당시의 대통령이나 장관은 물론 담당자의 개인적 판단에 따라 도입되고, 그랬기 때문에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쪼그라들거나 슬그머니 사라지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이다. 정책사업이 충분한 검증이나 논의 없이 도입되고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면 농정에 대한 불신을 키우기도 하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결정적 부작용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농정 예산이 법률에 의해 책정되고 집행되는 의무적 지출 중심으로 개편돼야 한다. 농식품부 직원이 매년 예산당국자와 실랑이해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에 의해 예산부처가 필요한 예산을 책정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에 의한 지출이기 때문에 당연히 입법과정에서 충분한 검증과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므로 어느 누구의 개인적 판단에 따라 졸속으로 정책이 수립되고, 예산이 책정됐다가 쉽게 사라지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또 이렇게 되면 농식품부 직원들이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이를 법률화하는 데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장관은 법률제정 과정을 통해 농정의 큰 방향을 생각하고 토론해 농정과 예산을 실질적으로 장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전체 농업예산의 86%가 5년 단위의 농업법에 의해 규정된 의무적 지출이다. 따라서 농업법을 제정하는 기간 동안 치열한 논쟁을 통해 정책이 입안되며, 일단 농업법이 통과되면 5년간 그 정책은 유지되고 필요한 예산이 의무적으로 책정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가소득보전직불제도나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직불제가 대표적인 법률에 의한 정책사업이고, 의무적 지출예산이다. 앞으로 농업계는 농업정책과 농업예산이 이런 방식으로 수립되고 책정되도록 하고, 이미 도입된 이런 의무적 지출제도를 잘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중 FTA 대책으로 무역이득공유제를 주장하다가 결국 기업이 부담하는 도농상생기금으로 낙착되고, 그마저 재원확보 문제에 부딪혀 활로를 찾느라 애쓰기보다 이미 의무적 지출로 규정된 FTA 피해보전직불제를 활용하는 데 농업계가 노력을 경주했어야 한다. FTA 피해보전직불제의 가장 큰 문제는 아직도 발동을 위한 가격조건이 피해보전 장치로서 불충분하다는 것이므로 지금이라도 이를 개선하는 데 농업계의 역량을 집중하기를 제안한다.



 또한 쌀 과잉생산을 해결하기 위해 벼 대신 특정 작물을 재배하면 보조금을 주는 생산조정사업을 도입하기보다는 법률에 의한 의무지출인 농가소득보전직불제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길 제안한다. 현재는 이 제도의 대상이 쌀만으로 돼 있으나 이를 미국과 같이 주요 작목으로 확대하고, 특정 작목의 재배를 요구하지 않는다면 어떤 것보다 훌륭한 FTA 대책이자 특정 농산물의 생산과잉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되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