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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nJ 2015. 6. 22. 11:21

2015. 6. 22 농민신문에 실린 GS&J 연구위원 양승룡 고려대 교수의 글입니다.

 

 

 

한·중 FTA 피해 추계 다시 해야 한다

 

 

 
GS&J 연구위원 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정부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농업부문에 예상되는 피해규모가 연평균 77억원이라고 제시했다. 만약 이런 추계가 맞다면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수치는 대다수 전문가들의 예상이나 직관과 크게 배치된다. 이는 한·미 FTA의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중국 농업의 비용구조나 기술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납득하기 어렵다. FTA 피해 규모를 정확하게 추산하는 것은 이를 바탕으로 국내대책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중요하다. 정부는 이런 추계를 근거로 2016년부터 10년간 1598억원을 책정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융자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는 이번 FTA 영향평가를 연산가능일반균형(CGE) 모형을 이용해 수행하고 여러 국책 연구기관들의 검증을 거쳤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용된 모형이나 방법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FTA 영향평가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계량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필요불가결하다. 그러나 평가결과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모형의 타당성과 분석결과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필수적이다. 만약 계량분석 결과가 직관이나 전문가 예상과 크게 배치된다면 분석모형이나 방법론에 의문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번 한·중 FTA 영향평가도 한·미 FTA나 한·유럽연합(EU) FTA 때 사용했던 것과 같은 모형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존의 분석과정에서 제기됐던 문제점이나 비판을 충분이 수용해 개선시켰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기존의 영향평가 시 제기되었던 문제점들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 농산물의 특성상 일반 상품에 비해 대체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영향평가에는 거의 고려되지 않고 있다.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바람이 다른 쪽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특정 품목의 관세가 철폐되면 해당 품목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대체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이런 풍선효과를 영향평가에 고려하지 않는다면 농업 전체의 피해가 과소평가될 수밖에 없다.

 

 둘째, 2004년 한·칠레 FTA부터 이번에 비준이 요청된 한·중 FTA까지 17개의 무역자유화 협정은 그 영향이 각각 독립적이 아니라 서로 증폭되어 나타날 것이다. 선행 FTA의 영향으로 농업생산이 감소하고 경쟁력이 하락하면 후속 FTA의 효과는 더욱 가중돼 농업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지고 농업의 쇠퇴가 더욱 빨라질 것이다. 장기적으로 누적되는 FTA 효과는 특정 FTA별 평가로는 정확하게 분석하기 어렵다.

 

 셋째, FTA 영향평가에 주로 사용된 CGE 분석은 경제의 모든 부문이 동시에 균형을 이루는 일반균형 모형을 사용함으로써 경제 전체에 미치는 큰 그림을 그리는 데는 유용할 수 있으나, 개별 산업에 미치는 효과를 정교하게 분석하는 데는 제약이 있다. 특히 모형에 사용된 파라미터(매개변수)들의 조그만 오류에도 분석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문제점이 있어 추정결과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쉽지 않다.

 

 FTA 피해를 보다 정확하게 추계하는 것은 농업에 있어서 수출산업의 이득을 평가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다. 따라서 정부와 국책연구기관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FTA 영향평가를 제대로 했는지를. 경제 전체를 위해 시장개방이라는 청천벽력을 감내하는 농민의 입장을 헤아려 최선을 다했는지를. 만약 그랬다 하더라도 좀 더 세밀하고 정교한 부분균형 모형을 이용해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다시 분석하고 검증하는 작업에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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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nJ 2015. 1. 5. 12:49

2015. 1. 1 농민신문에 실린 GSnJ 연구위원 양승룡 고려대 교수의 글입니다.

 

 

무역이득공유제는 정의다

 

 
GSnJ 연구위원 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2004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10년간 미국·중국·유럽연합(EU)·인도·베트남 등과의 무역자유화 협정이 숨 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사실상 거의 완성된 한국의 ‘FTA 지도’는 속도 면에서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그려졌을 뿐 아니라, 체결국의 인구수도 60억명에 이르러 전 세계의 85%를 커버하는 거대한 규모다.

 

  이는 자동차나 전자제품 등에 엄청난 기회가 되는 반면, 국제경쟁력이 취약한 농업에는 세계 최강의 농민들과 생존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처절한 현실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FTA 무역자유화로 이익을 얻는 산업의 이익 일부를 환수해 피해를 입는 농업에 지원하는 소위 무역이득공유제를 위한 FTA 지원특별법 개정안이 2012년 국회에 상정됐다. 그러나 이 법안은 2년이 지나도록 정부의 반대로 법사위에 계류 중에 있다.

 

 무역이득공유제를 반대하는 논리는 헌법에 명시된 자유경쟁 및 사유재산권을 위협하는 ‘위헌론’과 무역이익의 크기와 수혜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기술적 불가론’이 주를 이룬다. 우선 무역의 이득을 추정하기 어렵다는 주장은 현재 FTA 피해보전직불제를 실행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FTA로 인한 농업의 피해를 정확하게 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다양한 상황에 따라 수입기여도를 추정해 농업의 피해를 보상하는 노력을 고려할 때 FTA 수혜산업의 이득을 추정하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불가능한 과제가 아니다.

 

 무역이득공유제가 헌법에 반한다는 주장은 더욱 설득력이 떨어진다. 헌법 119조는 1항에 자유로운 경제 질서를 존중함을 명시하면서도 2항에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과 적정한 소득의 배분을 유지하고,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해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해 산업간 이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FTA가 무역확대를 통해 경제성장과 국부의 증가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변화로 인한 일부 산업의 피해를 허용하는 공리주의적 관점을 실용적인 측면에서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FTA가 특정산업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산업에 보상하는 무역이득공유제는 헌법에 명시된 경제민주화 정신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것이다.

 

 무역이득공유제의 보다 높은 명분은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명시돼 있는 ‘정의(justice)의 실현’에 있다.

 

   한국사회에 정의신드롬을 불러 온 하버드대의 마이클 샌델 교수는 정의로운 사회는 단순히 공리를 극대화하거나 선택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만으로 만들 수 없다고 설파하면서 사회는 시민들이 사회 전체를 걱정하고 공동선에 헌신하는 태도를 키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의론(Theory of Justice)>을 저술한 하버드대의 롤스 교수는 보다 분명하게 정의를 정의(定義)하고 있다. 그는 “모든 사람은 전체 사회의 복지라는 명목으로 유린될 수 없는 정의에 입각한 불가침성을 갖는다. 그러므로 정의는 타인들이 갖게 될 보다 큰 선을 위하여 소수의 자유를 뺏는 것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소득과 부를 불공평하게 분배할 때는 사회의 최소 수혜자도 이익을 얻을 수 있을 때 정의롭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체 경제와 국민을 위한 FTA로 인한 농업의 피해를 충분히 보상할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정의롭다고 할 수 있다. 제도 실행을 위한 기술적 난제는 전문적 식견과 중지를 모으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정부는 헌법에 명시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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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nJ 2014. 10. 29. 10:39

2014. 10. 29 농민신문에 실린 GSnJ 연구위원 양승룡 고려대 교수의 글입니다.

 

 

 쌀 관세화 개방, 방심은 금물이다

 
GSnJ 연구위원 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20년에 걸친 관세화 유예 끝에 쌀산업이 전면 개방의 수순을 밟고 있다. 정부는 관세 513%에 그간 관세화 유예 과정에서 허용했던 의무수입물량(TRQ)의 국가별 할당과 밥쌀용으로 30%를 수입해야 하는 용도별 배정을 철회하는 방식으로 2015년 1월부터 쌀시장을 전면 개방할 것을 WTO 사무국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한국농업의 중심축인 쌀산업이 전 세계 농가와 무한경쟁 상태에 돌입하게 됐다. 그러나 정부는 수입가격의 5배가 넘는 고율관세에 수입이 급증할 경우 추가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특별긴급관세(SSG)가 있기 때문에 쌀 수입으로 인한 국내산업의 피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농업인들을 설득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국제 쌀값과 환율을 기준으로 513% 관세를 부과할 경우 수입쌀 가격이 80㎏당 27만7000원에서 52만2000원이 되어 산지가격 17만4871원보다 높기 때문에 TRQ 이외의 물량이 수입될 가능성이 미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간연구소인 GS&J 인스티튜트도 국제 쌀 가격의 상승추세를 고려할 때 향후 10년간 추가수입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의 문제는 평균적인 분석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가격에 환율과 관세·제비용을 적용한 수입쌀 공매가격을 국내 산지가격과 단순 비교해 수입가능성이 없다고 분석하는 것은 분포의 의미를 간과하는 것이다. 평균이란 다양한 대안(수입가격)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경우를 의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역으로 평균 이외의 대안도 얼마든지 가능하며 실질적인 위험은 평균 이외의 상태, 즉 평균보다 낮은 가격에서의 수입 가능성에서 발생한다.

 연속적으로 풍작을 기록한 지난 2년간 국내 모 대형마트에서 판매된 161개 브랜드 쌀의 소매가격은 평균 26만원, 최고 54만원에 이른다. 이는 국영무역 형태로 TRQ 물량을 수입한 사례를 근거로 미국산 쌀의 경쟁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캘리포니아 쌀 농가의 생산비에 각 유통단계별 마진과 관세를 고려해 추정한 국내 공급가능 소매가격은 가장 생산비가 싼 농가들의 경우 26만원, 평균농가의 경우도 32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국내산 브랜드의 14%(22개)가 수입 쌀 평균가격보다 비싼 값에 팔리고 있으며, 캘리포니아 최저생산비 농가의 소매가격보다 비싼 브랜드가 40%(65개)에 이른다. 국내산을 선호하는 국산프리미엄 20%를 적용하더라도 상당수의 브랜드가 공급가능 소매가격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미국산 쌀은 국내 대형마트에서 잠재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의 마케팅 능력을 고려하면 상당한 시장점유율도 가능해 보인다. 한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미국 수출업자들은 하이엔드(고급) 시장을 대상으로 초기에는 저가격을 설정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난 후에는 점차 가격을 높여나가는 ‘시장침투가격전략(market penetration pricing)’을 비롯해 ‘1+1’이나 ‘끼워팔기(BOGO)’ ‘가격할인 쿠폰’ ‘샘플증정’ ‘시식회’ ‘광고’ 등 다양한 판촉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우병 파동을 겪은 미국산 쇠고기 시장점유율이 2013년 물량기준 37%, 금액기준은 이보다 높은 42%를 기록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중국의 경우도 미국보다 더 낮은 비용으로 생산하는 농가가 훨씬 더 많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쌀산업은 관세라는 우산 하나만 주어진 채 비바람 치는 들판에 내던져졌다. 5년이나 10년 후가 아니라 50년, 100년 후의 쌀산업과 식량안보를 고려해 좀 더 치밀한 분석과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요즘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돌다리도 두드려서 건너야 한다. 하물며 쌀은 아무리 두드려도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