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해찬솔 2009. 3. 8. 14:52

“학교 가는 길의 악어떼를 조심하세요!”

“정글 숲을 지나서 가자 엉금엉금 기어서 가자 악어떼가 나올라…악어떼”

 

흥겨운 동요는 현실이다. 더구나 학교 가는 길은.

 

3월 7일 토요일 쉬는 날,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온 큰 애와 2학년 작은 애 그리고 내후년 취학할 막내아이를 데리고 1Km 채 안 되는 등굣길을 산책삼아 함께 걸었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기 무섭게 아침 출근 시간에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횡단보도를 점거하고 있어 정글 속의 수풀을 헤치듯 택시 사이를 이리저리 피해 다녔다.

 

횡단보도를 건너 인도를 따라 학교를 가는데 이번에는 커다란 강철 개구리가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차량들이 차도에서 인도 쪽으로 절반 가까이 걸쳐서 주차되어 있다. 쇠로 만든 개구리를 피하고 보니 이번에는 인근 상가에서 내놓은 각종 선전입간판들이 아이들과 잡은 손을 놓치게 했다.

 

학교 근처 500m에 이르자 ‘스쿨존’표지판이 나타났다. 표지판 아래는 보란 듯이 악어 두 마리가 사이좋게 표지판을 에둘러 보호(?)하고 있다.

 

학생들의 등교시간에 맞춰 녹색 어머니회에서 오전 8시부터 8시40분까지 횡단보도에서 아이들의 교통안전을 도와주고 있었다. 신호등 앞에서 스물 남짓의 아이들이 파란 신호등 불빛에 따라 일제히 횡단보도를 건너는 데 경적을 울리며 쌩하니 악어한 마리(?)가 지나간다. 모두들 놀란 듯 뒤로 물러난다.

 

신호등 앞에서 아이에게 “빨간 신호등 일 때는 ‘절대, 절대’ 건너서는 안 되고 파란 신호등이 바뀔 때 건너야 한다”고 다짐까지 받았는데 ... 결국 다짐 하나를 추가했다. 신호가 바뀌어도 바쁜 악어(?)가 있을 수 있으니 천천히 좌우를 살펴서 건너라고...

주요 간선도로를 지나자 간선도로에서 학교 정문까지 300m 일직선. 일직선 인도에는 보호펜스가 설치되어 있다. 네 명이 겨우 다닐 수 있는 길을 학년 초라 각종 준비물 등으로 양 손 가득 들고 가는 아이들이 출퇴근시간대 혼잡한 지하철역 사람들처럼 학교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오직 앞만 보고 가야한다. 잠시라도 고개를 돌리거나 딴생각을 해서도 안 된다. 자칫 아침부터 별을 볼 수 있다.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전봇대에 부딪힐 뻔했다. 학교 가는 길, 인도 한 가운데에 전봇대가 3개나 있다. 인도 정중앙에 깔린 점자보도 블럭도 전봇대를 피해 다니고 있었다.

 

인도 주변에 보호펜스가 설치되어 있지만 차도와 인도가 만나는 펜스가 없는 곳에 얌체 악어들이 다시 한번 더 우리의 주의력을 테스트하고 있다.

 

학교 정문이 보인다. 학교 가는 길이 아니라 정글 속의 악어 떼를 피해 오늘도 무사히 도착했구나 긴장을 늦추면 ‘절대,결코’ 안 된다. 또 다른 악어들이 기다리고 있다. 내 자녀를 편안하게 등교 시키려는 일부 학부형님들이 몰고 온 각종 차량들이 악어로 변신해 등교하는 학생들과 섞여 서로가 서로를 보며 으르렁거리며 피해간다. 심지어 학교 정문 앞에 쩌억 입을 벌린 채 밤새 기다리는 악어도 여럿이다.

 

"학교 앞이 매우 혼잡하오니 차량으로 등·하교 하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라는 학교 안내 표지판이 외롭게 저 한 쪽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초행길의 학교 가는 길 1km를 걸어가면서 혼쭐이 난 아빠에게 큰 애가 위로해주었다. 오늘 등교 길은 아무것도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비가 오는 날은 우산 받쳐 들고 악어 사이를 헤쳐 등교했던 무용담(?)을 자랑한다.

 

기도하는 소녀 옆에 ‘오늘도 무사히’ 라고 적힌 선전물을 본 적이 있는가. 학교 가는 길 역시 ‘오늘도 무사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