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해찬솔 2020. 1. 8. 06:30



잠시 숨고르기 하기 좋은 하동 북천~횡천 옛길

 

긴 문장에는 쉼표가 꼭 필요합니다. 쉼 없이 내달려온 나 자신에게 잠시 숨고를 여유를 주기 위해 일부러 빠른 길을 놔두고 에둘러 갔습니다. 하동 북천면에서 횡천으로 가는 고갯길입니다.

 

방화사거리에 이르면 사천, 진교IC와 하동, 순천 그리고 진주, 창원 방향으로 갈립니다. 하지만 방화사거리에서 하동, 순천 방향으로 접어들면 진주에서 하동 가던 옛 국도가 나옵니다.

 

산자락을 넘어가는 황토재는 굽은 길입니다. “S”자형 길이지만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탓에 쉴 곳이 많습니다. 아름드리나무가 먼저 쉬어가라 유혹합니다. 나무 곁으로 다가갑니다


지나온 마을과 들이 보입니다


우람한 근육질을 드러내듯 새 길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빨리 가는 길과 달리 쉬엄쉬엄 가는 이 길이 좋습니다. 가을걷이 끝난 휑한 모습이지만 초록으로 뒤덮을 그날을 위해 잠시 숨 고르는 모양새입니다.

 

나무 곁을 떠나자 금촌마을 표지석에서 다시금 차는 멈췄습니다. 버스정류장에 붙은 잠자리가 정겹습니다. 바라보는 풍경은 더욱더 정감어립니다.

 

근처 황룡사가 보입니다. 이순신 백의종군로 이정표가 나옵니다. 산길구간이 장군이 걸었던 길이라고 합니다.

 

주위는 나무들이 민낯을 보이지만 드문드문 가을의 흔적을 붙잡고 있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덩달아 마음도 주황빛으로 따사롭게 물듭니다.

 

북천면과 양보면 경계에 이르면 휴게소가 나옵니다. <인심 좋은 마음의 고향 북천>이라는 표지석이 면으로 들어서는 입구에서 반기는 고갯마루입니다.

고개 한편으로 이명산으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 이곳에서 이명산은 6km, 시루봉은 4.1km 거리 입니다.

 

등산은 다음으로 미루고 이제는 고개를 내려갑니다. 가을의 흔적을 머금은 산자락에 안기는 기분입니다. 마음이 풍성해집니다.

 

잠시 한 편에 차를 세웠습니다. 파노라마 같은 풍광이 펼쳐집니다. 산들이 겹쳐 보이는 모습이 산수화가 따로 없습니다. 한달음에 정상에 올라와 이런 풍경을 보는 기분이 상쾌하고 유쾌합니다.

 


내려가다 감당삼거리를 만났습니다. 진교IC, 양보면과 하동, 순천으로 가는 갈림길입니다. 삼거리에 감당리 원양마을이 있습니다.

커다란 마을 표지석 곁에는 <이순신 백의종군로>를 찾아 가는 길을 안내하는 안내석이 나옵니다. 그뿐이 아니라 청학동, 삼성궁으로 가는 길도 함께합니다.

 

고개를 넘어 횡천면으로 접어들자 한편에 차를 세우고 고개 돌아 지나온 길을 봅니다. 옛 국도 위로 기찻길과 새로 난 길이 높다랗게 서 있습니다. 빠르고 빠르게 직진만 했던 삶이 겹쳐 보입니다. 고개 하나 에둘러 왔을 뿐인데 쉼표 하나 찍은 듯 개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