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해찬솔 2020. 5. 31. 13:21

 

나만 알고 싶은 의령 중촌마을 숲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라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 시구처럼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숲이 있습니다. 주위에 덜 알려진 까닭에 나만의 비밀정원 같은 의령 대의면 중촌마을 숲이 바로 그곳입니다.

대의면 소재지에서 자굴산 쪽으로 한적한 시골길을 6km 가면 중촌리가 나옵니다. 길가에 우암 송시열과 치열하게 예송논쟁을 벌이기도 했던 남인의 사상적 기반, 미수 허목을 모신 미연서원이 있습니다. 미수 선생은 유학뿐 아니라 천문, 지리, 도가에도 능통했습니다. 서예 대가로 독특한 미수체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미연서원 앞 마을 속을 걷다가 작은 개울을 건넜습니다. 개울을 따라 서쪽으로 200m가량 가면 작은 숲이 나옵니다.

마을 주변 버려진 공터를 정비해 원두막 등의 편의시설을 갖춘 곳입니다.

작은 숲은 아늑합니다. 커다란 나무가 터널을 이룬 사이로 들어서자 숲의 싱그러움이 밀려옵니다.

숲 한가운데에 있는 수령 450년이 넘은 느티나무에 곧장 향했습니다.

늠름하고 웅장한 나무에 인사를 건넵니다. 눈을 지그시 감고 나뭇결에 손을 얹었습니다.

하늘의 기운이 전해져오는 기분입니다.

 

숲에서 바라보는 들녘 너머의 풍경이 평화롭습니다.

나무 그늘이 상쾌합니다. 한달음에 숲을 한 바퀴 다 돌 수 있지만, 굳이 그럴 까닭이 없습니다. 천천히 시간의 여유로움을 느끼며 숲을 거닙니다.

커다란 나무들이 마치 어깨를 서로 걸치고 양산처럼 따사로운 햇살을 막습니다. 숲속이 시원하고 상쾌합니다.

나무들의 무성한 나뭇잎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햇살이 내리쬐는 사이사이는 노란빛으로 반짝입니다.

애기똥풀꽃들이 무리 지어 황금처럼 빛납니다.

옆으로 미나리냉이들이 하얗게 피었습니다. 마치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밖에도 이름 모를 이름 모를 풀꽃들과 잠시 눈인사합니다. 덩달아 마음도 노랗고 하얗게 물들어갑니다.

개울 너머 농장에서 들려오는 소들의 노랫소리가 정겹습니다.

나무 아래 어쩌면 남근석일지 모를 커다란 돌이 망부석인 양 무심한 척 소리 나는 쪽을 향해 서 있습니다.

근처 벤치에 앉습니다. 나만의 비밀정원 같은 숲을 찬찬히 둘러봅니다. 가져간 캔 커피를 마십니다. 커피 한 잔의 여유 덕분에 금세 마음의 여유도 찾았습니다.

일상을 벗어나 여유를 되찾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