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속 진주

해찬솔 2014. 10. 3. 06:30

 

참 좋소잉~”

그랑게

왜 이제 왔당가

진주 남강을 굽어보면서 60~70대 어르신 3명이 왁자지껄 나누는 대화다. 1일부터 12일까지 경남 진주시에서는 유등(流燈)축제를 비롯해 개천예술제, 드라마페스티벌 등 축제가 남강에 넘실거린다. 축제의 중심지는 단연 진주 시내 한가운데를 지나는 남강을 낀 진주성이다.

 

 

 

진주성 공북문 오른편에 진주성 둘레길첫 지점을 알리는 안내 등.

 

1일 오후 진주성의 정문에 해당하는 북공문에 들어서자 오른편으로 길을 돌렸다. 충무공 김시민 장군동상도 외면하고 오른편으로 바로 방향을 튼 것은 진주성 둘레길 첫 지점이라는 등()이 나를 유혹했기 때문이다. 진주 토박이인 나도 생소했다. 아무튼, 진주성 둘레길 안내 등 옆으로 서로 등을 기댄 채 쉬는 조선 병사들의 등이 나왔다. 주위는 온통 조선 병사들의 군사 훈련하는 모습이 등으로 재현되어 있었다. 성벽 담을 따라 수호장군과 수호 군졸 등이 늘어서 있다. 성벽 옆으로 난 길을 둘레길처럼 따라 걸었다. 능소화 터널을 지나 북장대에 못 미쳐 돌무더기가 있다. <용다리>. 용다리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용다리 등

 

옛날, 이씨 성을 가진 군수가 있었다. 군수의 둘째 딸이 시집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이 죽어 친정에 돌아와 수절하고 있었다. 돌쇠라는 머슴이 그만 상전인 아씨를 사모했다고 한다. 젊은 나이에 일찍 남편을 잃고 홀로 긴 밤 지새우던 아씨.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 써주는 돌쇠에게 좋은 감정이 갈수록 쌓여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사랑하지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고 손 한번 잡을 수 없는 양반과 천민의 신분. 아씨가 먼저 시름시름 앓다 죽었다. 진주성에서 선학재 넘어 장사 지내러 가다 길목인 용다리에서 무심결에 개울물에 비친 얼굴을 보고 아씨~”하며 애타게 부르다 그만 미쳐 버렸다. 결국, 돌쇠도 다리 근처에서 아씨 따라 죽었다. 조용하던 용다리 밑 개천에서 수천 마리나 될 듯한 개구리울음소리가 들렸다. 마치 미친 돌쇠가 중얼거리며 울부짖듯. 그 뒤로 짝지은 남녀와 부부가 지나가면 개구리울음 소리가 끊겼다고 한다. 상사병에 걸린 사람이 용다리를 두 번 왔다갔다하면 씻은 듯이 나았다고 한다.

 

용다리 돌무더기 옆으로 등으로 재현한 용다리가 있다. 사랑 때문에 가슴앓이 하는 이라면 이곳을 재미삼아 지나면 사랑이 이루어질지 모르겠다. 북장대 정면에 천연기념물로 만든 등이 나온다. 하늘을 나는 학등이 예쁘다. 그 옆으로 민속놀이와 전통놀이 체험할 수 있는 공터가 나온다. 물론 각종 놀이를 재현한 등이 있다.

 

 

 

우리나라 유학자를 비롯해 세계적인 철학자 흉상 등과 아름다운 시를 담은 등이 생각하기 좋은 사색의 존

 

말타기 하는 등이 있는데 아쉽게도 술래가 가위바위보에서 졌다. 한 번 더 엎드려야 할 모양이다. 성벽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 제법 둘레길처럼 운치가 있다. 씨름판 재현한 곳을 지나자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등이 반겼다. 이 일대가 이른바 사색의 존이다. 우리나라 유학자를 비롯해 세계적인 철학자 흉상 등과 아름다운 시를 담은 등이 생각하기 좋다.

 

떠나와 삼 년인데 / 옛 살던 곳 그리워 / 가을걷이 바쁜 시월 / 잠시 쉬며 눈 감으니

불야성 그 강물 위를 / 님 손잡고 걷고 있네

 

칠팔월 더위에도 / 천수교 아래에선 / 장인들의 빠른 손길 / 쉼 없이 바빴는데

불 밝혀 객 맞을 준비 / 하루해가 짧더라

 

여러 시 중에서도 이덕재의 시월이 오면이라는 시가 눈에 들어왔다. 유등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한창 더운 7월과 8월에도 굵은 땀 흘리며 등을 만든 장인들의 수고가 새삼 떠올랐기 때문이다. 조선이 임진왜란이라 낮춰 부른 동북아 국제전쟁 전문 박물관인 국립진주박물관 뒤로 연인의 존이다. 뻘건 대낮부터 젊은 연인들의 입맞춤이 예사로 펼쳐진다. 다정하게 입맞춤하는 연인등 앞에서 셀카 봉으로 찍으면서 연인의 볼에 뽀뽀 하는 풍경이 정겹다. 등에 불 들어오는 밤이면 더욱 과감해질 듯하다. 밤은 이 모든 부끄러움을 없애고 용기를 부추기는 셈이다. ‘연인의 존을 지나자 푸른 죽순 모습의 등들이 펼쳐졌다. 둘레길이라는 호칭에 부끄럽지 않은 운치를 지녔다.

 

 

 

둘레길이라는 호칭에 부끄럽지 않은 운치 좋은 길.

 

운치 좋은 길이 끝나자 승병들을 재현한 등이 입구에 횡대로 서 있는 호국사가 나왔다. 호국사에서 서장대로 가는 가파른 길, 계단을 올랐다. 서장대에서 가져간 음료수를 마시며 쉴 적에 지나가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엿들었다. 이 나이 되도록 왜 이제 왔을까 하는 아쉬움이 묻어나는 대화 속에 내년에도 오자는 약속을 하셨다. 서장대를 지나 국립진주박물관 앞 야외 행사장을 지났다. 조선 시대 서민의 삶을 재현한 등을 지나자 큰 느티나무 아래 성황당에서 정화수 한 그릇 떠놓고 간절히 기도를 올리는 어머니 등이 보였다. 저잣거리를 지나 촉석루에 올랐다. 진주의 아름다운 산천은 영남에서 제일이다.’라고 고려 명종 때 문신 이인로(1152~1200)가 그의 <파한집>에서 한 말이 아니더라도 촉석루에서 바라보는 진주 남강은 전국 제일이다.

 

 

 

진주 남강을 수놓은 유등.

 

촉석루를 나와 동문에 해당하는 촉석문을 지나자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 그 물결 위에 /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라고 노래한 변영로의 <논개> 시비가 나온다. 논개 시비 주위에는 사진기를 든 사람들이 많았다. 오후 8시 불꽃놀이를 촬영하기 위해 온 모양새다. 그런데 아직 3시간이나 남은 오후 5시다. 그러고 보니 강 건너 이른바 불꽃놀이와 유등 구경하기 좋은 천년광장 등에는 자리를 깔고 좋은 자리를 선점한 사람들이 보인다. 카메라를 든 이들이 낮에 찍은 사진을 서로에게 보여 주면서 중국말이 쏟아져 나왔다. 중국인 사진동아리인 모양이다.

 

 

 

 

대한민국 유등 공모전 최우수상 작 염원

 

왔던 길을 돌아 다시 성 안으로 들어갔다. 공북문 근처의 긴 의자에 앉아 성 안 조형물에 불이 들어오길 기다렸다. 아빠와 아들이 셀카 봉으로 오지 못한 엄마에게 생중계로 이곳을 전한다.

우리 사진 엄청 찍었어.~도 찍고~도 찍고~”

유등축제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은 눈으로만 보지 않는다. 무수히 많은 사진을 찍는다. 휴대전화로, 카메라로. 조형물 하나 지날 때마다 사진 한 컷의 유혹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옛 경상남도 도청 정문이었던 영남포정사 앞을 밝힌 조선 군졸 등.

 

 

오후 540. 드디어 조형물에 불이 들어왔다. 공북문을 기준으로 동쪽으로만 등에 불이 들어왔다. 어디 전기 선로가 고장인지 서쪽에 자리한 등에는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1시간여 지나 성 안은 등빛으로 빛났다. 어둠이 깔리기 전에 진주성을 이미 둘러보았지만, 등에 불이 들어온 풍광은 또 다르다. 밤에 피는 진주. 등 빛으로 꽃을 피웠다. 왔던 다시 둘러보아도 힘들지 않았다. 빛이 들어오고서야 더욱 즐거운 축제의 물결에 휩쓸렸다. 카메라 초점을 맞춰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밤에 피는 진주를 담기 바빴다.

 

 

 

진주성 우물터에 진주 난봉가를 재현한 등.

 

진주성 안에서 발견한 우물터에 아낙네들 빨래하는 풍경이 등으로 빛났다. 우물가에 앵두나무도 아니고 웬 말 탄 사내가 있다. ‘진주난봉가를 재현한 등이다. 남편도 없이 며느리 혼자 시집살이를 하며 3년 동안 진주 낭군을 기다렸다. 우물가를 지나는 진주 낭군도 몰라볼 정도로 시간은 그렇게 지났지만, 첩을 데리고 돌아왔다. 첩과 희희낙락하는 진주 낭군은 아내에게 권주가를 불러보라 하는데 아내는 진주 낭군에 대한 좌절로 목매 죽었다. 진주 낭군은 아내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버선발로 뛰어나와

"기생 정은 삼 년이요, 본댁 정은 백 년인데 / 내 이럴 줄 왜 몰랐던가

사랑 사랑 내 사랑아 / 어화 둥둥 내 사랑아

 

때늦은 후회뿐.

 

 

 황홀한 불꽃이 촉석루 앞에서 10여 분 펼쳐졌다. 불꽃놀이는 1, 3, 10일 있다.

 

어느새 오후 8. 밤하늘에 아찔아찔한 황홀한 불꽃이 타올랐다. 불꽃놀이가 시작이다. 남녀노소 모두 일제히 하늘을 향했다. 들고 있는 휴대전화며 카메라도 불꽃의 궤적을 담기 바빴다. 10여 분간의 절정이 끝났다. 34만의 진주시민이 축제 동안에만 그 열 배로 늘어나는 기적이 시작이다. 등 구경, 사람 구경 이제 시작이다.

 

 

유등축제 동안에만 34만의 진주시민이 열 배로 늘어나는 기적이 일어난다.

 

 

진주성 이외 꼭 가볼 곳

 

- 진양호 : 아침 물안개, 저녁 노을이 멋진 인공호수다.

- 경상남도 수목원 : 산림박물관을 비롯한 열대식물원, 야생동물원, 무궁화공원, 화목원, 생태온실, 민속식물원, 삼림욕장이 있다.

- 용호정원 : 1922년 당시 거듭되는 재해로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박헌경(朴憲慶)선생(1872~1937) 자신의 재산을 털어 만든 정원이다.

- 망진산 봉수대 / 선학산 전망대 : 남강과 진주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 성전암 : 이반성면 여항산 중턱에 있는 절. 조선 인조가 이곳에서 100일 기도 후 왕에 올랐다는 전설이 있다. 저녁 노을에 물든 능선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 : 국내 유일의 청동기 전문 박물관이다. 당시 생활상을 재현한 야외전시장은 산 교육문화의 현장이다.

 

진주 맛집

 

- 진주실비 : 통영다찌, 마산통술에 견주는 것이 진주실비다. 신안동사무소 뒷골목 주택가에 실비집들이 늘어서 있다. 맥주 5000, 소주 1만원이면 안줏값이 필요없다.

- 수복빵집 : 중앙시장 내 70년이 된 허름한 빵집이다. 단팥죽에 찍어 먹는 찐빵 맛이 최고다.

- 장어집 : 진주성 인근 남강 변 언저리 장어구이집들이 즐비. 연탄불로 초벌구이하는데 이 냄내의 유혹을 이겨내며 지나가기는 어렵다.

- 천황식당 : 중앙시장 내. 일제 강점기에 지은 허름한 목조건물 외양과 달리 진주비빔밥을 맛볼 수 있다. 진주비빔밥은 나물에 육회를 얹어 나온다.

- 하연옥 : 이현동 소재. 만화 <식객>에도 소개된 진주냉면집. 두꺼운 육전을 고명으로 올렸다.

- 아리랑 : 신안동. 유생들이 밤에 글공부하다 배가 고프자 거짓으로 향을 피워 제사를 지내고 나서 먹었다고 전하는 헛제사밥이 딱이다.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자주 들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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