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속 진주

해찬솔 2015. 11. 19. 10:21

경남 진주시 진양호, 배 타고 유람하다

 

한국수자원공사 남강댐관리단.

 

가을 햇볕이 자취를 감췄다. 회색빛이 감도는 초겨울의 경계에 선 1117, 경남 진주시 남강댐관리단을 찾았다. 훌쩍 떠나고 싶었던 참에 서포터즈 간담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간담회보다 더 관심이 간 것은 진양호를 배 타고 둘러보는 일정이다. 한때 진양호는 신혼부부들이 즐겨 찾는 신혼 여행지였다. 진양호에 유람선을 타거나 노를 저어 유람하는 즐거움이 좋았다. 어릴 적 놀러 온 친지들과 진양호에서 유람선을 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더구나 데이트 코스로 아직도 찾는 이가 많아 옛 추억을 하나둘씩 끄집어내기 좋다.

한국수자원공사 남강댐관리단 선착장.

 

간담회를 마치고 드디어 배를 타러 갔다.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입구에 빨간 장미 두 송이가 피어 잘 다녀오라는 듯 인사를 건넨다. ‘물빛호라 적힌 보트를 탔는데 머리 조심이란 말에 머리 깊이 숙여 들어가려니 불려난 몸집에 구명조끼를 입어 들어가기 비좁았다. 선장을 포함해 모두 7명이 배를 탔다.

 

남강댐관리단 선착장에서 바라본 물 문화관.

 

선착장을 미끄러지듯 배는 빠져나오는데 저만치 물 문화관이 들어온다. 잿빛 하늘에도 불구하고 물 문화관 주위는 노랗고 붉게 물든 가을의 흔적이 남았다. 굳은 절개를 드러내는 대나무의 푸른 빛도 정겹다.

 

진주를 비롯해 낙동강 하류 지역 홍수를 막은 1등 공신인 진주댐 너머로 평거동 고층 아파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댐을 기준으로 둘러 나뉜 풍경이다.

 

미끄러져 선착장을 나온 보트는 앞쪽으로 하늘 높게 치솟아 빠르게 물살을 가르며 나아갔다. 물 문화관이 있는 언덕을 지나자 남강댐이 나온다. 댐 너머로 평거동 고층 아파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댐을 기준으로 둘러 나뉜 풍경이다.

남강댐관리단 물빛호에서 바라본 진양호.

 

남강댐은 진주를 비롯해 낙동강 하류 지역 홍수를 막은 1등 공신이다. 일제 강점기 일본인이 쓴 진주대관에 따르면 1920, 1925, 1933, 1936년 대홍수가 있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19368월의 대홍수 때는 남강 수위가 최고 9.5m에 이르러 장대동 제방이 터지고 진주성벽 일부가 무너지는 등 진주 전 시가지가 물에 잠겼다고 한다. 55백 호가 침수된 진주 시내는 죽음의 거리로 변한 셈이다.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일본 강점기 때부터 댐 건설을 계획했다가 1962년 착공, 1969년 완공한 다목적댐이다. 이후 보강공사를 벌여 2001년 완료해 현재에 이른다. 진주 시내 가까이에 댐이 들어선 이유는 결국 부산을 비롯한 낙동강 하류 지역의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365계단을 오르면 소원이 반드시 이루어진다365계단과 진양호 전망대 등이 모습을 드러낸다.

 

남강댐을 지나자 ‘365계단을 오르면 소원이 반드시 이루어진다365계단과 진양호 전망대 등이 모습을 드러낸다. 문득 진양호 전망대에서 노을빛을 구경하고 싶어진다. 아마도 올해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요즘 괜스레 바쁜 마음 탓이다. 올 초의 계획과 다짐을 돌아보고 정리할 시간이 다가온다. 리셋버튼을 눌러 처음부터 다시 하고 싶어진다. 저기 진양호 전망대에서 해넘이를 바라보며 노을빛의 기운을 받아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고 싶다.

 

시루떡을 켜켜이 쌓은 듯한 절벽들이 나온다.

 

진주 시민들의 식수를 끌어올리는 취수탑을 돌아 대평면 쪽으로 배가 내달리자 시루떡을 켜켜이 쌓은 듯한 절벽들이 나온다. 오랜 세월에 걸쳐 깎인 지층 단면인 진주층이다. 사암과 셰일로 된 지층의 총 두께는 100m가 넘는다. 진주 8경 중 하나인 뒤벼리처럼 해질 무렵이면 석양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듯 이곳도 온통 붉게 물들 모양새다. 

오메 단풍 들것네라는 시가 떠오르는 풍경이 저만치 활활 타올라 두 눈 가득 들어온다.

 

마치 물감을 이용해 한쪽의 그림을 밀착시켜 똑같은 그림을 반대쪽에 나오게 하는 데칼코마니처럼 시루떡인 듯 책인 듯 쌓인 절벽이 한 폭의 동양화다. 동양화가 끝나자 오메 단풍 들것네라는 시가 떠오르는 풍경이 저만치 활활 타올라 두 눈 가득 들어온다.

잔잔한 호수 너머에 기와집이 마치 신선들이 사는 동네인 듯 나타난다.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4호인 동산재다.

 

잔잔한 호수 너머에 기와집이 마치 신선들이 사는 동네인 듯 나타난다.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4호인 동산재다. 동산재는 창원 황씨 문중에서 1680년 건립한 재사(齋舍)로 남강댐 보강공사로 지금의 위치로 옮겨 현재에 이른다. 동산재는 고려말 문신으로 공민왕을 도와 원나라에 빌붙은 친원파를 몰아내는 데 공을 세운 공희공 황석기를 비롯해 황상, 황준, 황윤의, 황우, 황여필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다.  

진양호를 가르는 진수대교를 건너면 동화 속 풍경 같은 펜션들이 호수를 향해 드리워진 동네가 나온다.

 

동산재 위로 새들이 ‘V’자로 대형을 만들어 날갯짓을 하며 칙칙한 하늘을 가른다. 그 아래에 대나무의 푸른 빛과 활엽수들이 붉게 물든 외딴 섬(?)이 보인다. 호수 한가운데 고요히 배를 띄운 형상의 섬 같다.

수묵화 같은 진양호 풍경.

 

다시 하늘은 회색빛을 더하고 하늘을 품은 호수도 어둡다. 호숫가 산들도 수묵화처럼 먹물의 농도처럼 짙고 옅은 빛이다. 수묵화 같은 풍경이 잠시 이어지더니 하늘이 구름 사이 빛을 드리우자 고운 가을 풍경이 드러난다. ‘진수대교를 건너면 동화 속 풍경 같은 펜션들이 호수를 향해 드리워진 동네가 나온다 

물살 너머에 새들이 힘차게 날갯짓하며 붉은 가을을 배경으로 난다. 저만치 가는 가을처럼 인사한다.

 

드라마 촬영지였다는 소리는 물살에 날려가 버렸다. 물살 너머에 새들이 힘차게 날갯짓하며 붉은 가을을 배경으로 난다. 저만치 가는 가을처럼 인사한다. 진주층 절벽을 지나 다시 선착장. 40여 분, 배를 타고 진양호를 둘러본 경치는 육지에 발을 내딛자 나를 잠시 휘청거리게 한다. 진양호 풍경에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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