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불법과 동행을/卍-불교자료실

혜명(해인)스님 2019. 3. 13. 10:29

    불교에서는 죽은 이가 49일 동안 중음의 세계를 떠돈다고 한다.

    이 중음은 새 생명을 받기 전의 어둠의 세계라는 뜻이다.

    영가는 이 49일 동안 어둠 속에서 어리석은 귀머거리처럼 떠돌다가,

    살아생전의 업력에 이끌려 새로운 몸을 받는다고 한다.

     

    이를 불교의 여러 경전에서는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하여,

    염라대왕 앞에서 생전의 업에 대한 심판을 받고, 태어날 세상을 정하게 된다.'고 표현한다.

     

    대부분의 영가는 중음의 세계를 떠도는 그 49일 동안,

    가족이나 친척들이 복을 지어 자신을 구제 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한다.

     

    그 기간 안에 가족이나 친척이 영가를 위해 복을 지어주면

    그 복이 영가의 것이 되어 해탈을 얻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복을 지어줄 수 있을까?

    지장보살 본원경에서는 두 가지로 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하루, 이틀, 사흘, 나흘에서 칠일에 이르도록 불보살님께 공양을 올리고

    영가를 위해 지장경을 읽으면서, 좋은 세상에 태어날 것을 축원해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지장보살의 상이나 그림 앞에서 하루에서 칠일에 이르도록

    지장보살의 명호를 부르며 예배공양을 하게 되면,

    영가가 해탈을 얻어 인간과 천상에 태어난다고 한다.

     

    이를 오늘날의 49재에 적용시켜보자.

    영가를 잘 천도시키기 위해서는 남아있는 유족들이

    49재 기간 동안 정성을 다하여야한다.

     

    그 정성의 시작은 무엇인가?

    아침, 저녁으로 영가의 혼백 앞에 상식을 올리는 일이다.

    요즈음은 절에서만 재를 지내고 집에서는 상식을 올리지 않는 불자들이 많지만,

    이는 잘못된 풍습이다.

     

    이 상식은 꼭 올려야한다.

    돌아가신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을 배고픈 영가로 만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상식을 올릴 때에는 특별한 음식을 준비 하지 않아도 된다.

    집안에서 먹는 음식 그대로를 상에 차리면 되므로, 반드시 상식을 올리기 바란다.

    이렇게 아침 저녁으로 상식을 올리고 나서,

    아침에는 지장경 한편을 정성껏 읽어드리고,

    저녁에는 30분이나 한 시간 가량 '지장보살'을 염송하면서,

    영가가 지장보살님의 가피를 입어 좋은 세상으로 나아가지이다.'하는 축원을 해주면 된다.

     

    나아가 절에서 7일마다 한 번씩 일곱 번의 재를 올리며 영가를 위해 공덕을 쌓아주면,

    어찌 그 영가가 좋은 세상에 태어나지 않겠는가?

    실로 효성을 다하고 은혜를 은혜답게 갚을 수 있는

    49재 기간 동안 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를 꼭 당부 드린다.

     

    유가족의 정성과 영가천도

    고산스님이 부산 칠산동에 있는 법륜사 주지를 맡았을 때,

    법당을 청소하다보니 부처님 탁자 밑에 위패와 사진이한 트럭 분이나 있는 것이었다.

    수십 년 동안 모아두었던 그것들을 없애기 위해 고산스님은 3일 동안 재를 지내주었다.

     

    그런데,

    3일 동안 수많은 남녀가 꿈에 나타나는 것이었다.

    갓을 쓴 사람,

    보따리를 든 사람,

    아이를 데리고 있는 여자 등 수백 명이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스님은 그들에게 물었다.

    "어디로 갑니까?"

    "주인이 가라고하여 떠나는 것이니 갈 곳도 정해주시겠지요."

     

    고산스님은 3일 동안의 재를 지낸 다음,

    부처님 탁자 밑의 위패와 사진을 모두 꺼내었다.

    그런데 꿈에 나타났던 이들은 모두 그 사진들 속의 얼굴이었다.

     

    "! 그랬었구나."

    영가들이 천도되지 않고 법당에 머물러 있었음을 느낀 고산스님은

    영가들이 좋은 나라로 갈 것을 축원하면서 위패와 사진들을 태웠다.

    그 뒤 고산스님이 서울 조계사 주지를 맡았을 때는

    법륜사 경험을 바탕으로 삼아 7일간 정성껏 천도재를 지내주고,

    세 트럭분이나 되는 조계사 법당의 위패와 사진을 태웠다.

     

    그리고 나를 만났을 때 고산스님은 말하였다.

    "49재를 지내 준다고 하여 모두가 좋은 곳으로 가는 것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생전에 욕심과 집착이 강했던 영가는

    단순한 49재만으로는 쉽게 천도가 되지 않는 듯합니다."

    실로 고산스님의 경험담처럼 형식적인 49재만으로는

    망인의 천도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망인을 천도시킬 수 있는가?

     

    반드시 유가족의 정성이 따라 주어야한다.

    유가족의 정성이 천도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49재를 지내는 재자(齋者)들에게 늘 부탁드린다.

    "상복을 입고 있는 동안에는 ''혼자가 아닙니다.

     

    49재를 지내는 동안은 망인과 내가 같이 있음을 꼭 명심하십시오.

    ''의 말, ''의 행동하나가 망인을 좋은 곳으로 나아가게 하느냐,

     

    진흙바닥에 처박히게 하느냐를 결정합니다.

    정성성() 한 글자를 마음깊이 새기고 천도하십시오."

     

    그런데, 오늘날 49재를 모시는 유가족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대부분의 상주들은 재를 올리는 사찰의 부엌에 들어가 설거지조차 거들지 않는다.

    절에다 일정액의 돈을 드리고 나서 재가 있는 날에만 찾아와,

    영단을 향해 잔을 올리고 절을 하면 상주 노릇을 다한 것으로 생각한다.

    부모의 은혜를 갚는다는 마음으로 정성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대리상주인 사찰의 스님들에게 모든 것을 미루어버린다.

     

    부모의 임종을 접한 자리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던 이들이,

    채 며칠도 지나지 않아 ''의 몸 편한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하여서는 영가의 공덕을 쌓아준다는 49재의 의미가 크게 반감되어버리고,

     

    영가는 좋은 세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정성 없는 천도재의 결과는 너무나 자명한 것이다.

     

    출처:- 도서출판 효림 우룡 큰스님저 [불교신행총서4 영가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