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불법과 동행을/卍-불교자료실

혜명(해인)스님 2019. 7. 19. 13:52


제3강 화엄경의 구성 조직

      1. 경의 구성과 회처의 상징

      《화엄경》의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먼저《화엄경》의 구성 조직을《팔십화엄》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하겠다.《팔십화엄》의 구성 조직을 도시하면 다음〈표 1〉과 같다.

      〈표 1〉《팔십화엄》(7처 9회 39품의 설주와 교설내용)
      여기서 처(處)란 이 경을 설한 장소를, 그리고 회(會)란 경을 설한 모임을 말한다.
      경의 설처는 지상에 세 곳이고 천상에 네 곳이며, 보광법당에서는 세 번 설해지고 있으므로 7처 9회이다. 현재 사찰에서 즐겨 독송하는〈화엄경약찬게〉에도《팔십화엄》의 구조가 약술되어 있다.

      그 가운데 '육육육사급여삼 일십일일역부일(六六六四及與三 一十一一亦復一)'이라 함은 바로 39품을 9회에 배대한 내용이다. 다시 말해서《팔십화엄》은 일곱 장소에서 아홉 번 모임에 의해 39품이 설해지고 80권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초회 6품의 설주는 보현보살로서 삼매에 입정하고 출정한 후에 부처님 세계〔佛自內證境〕를 설하고 있다.
      제2회는 문수보살이 설주가 되어 신(信)을 설하고 있다.
      제3회는 법혜보살이 십주법문을,
      제4회는 공덕림보살이 십행법문을,
      제5회는 금강당보살이 십회향을,
      그리고 제6회는 금강장보살이 십지법문을 설하고 있다.
      이 4회는 모두 천상에서 설하고 있으므로 천궁 4회라고도 불리니, 삼현· 십성(三賢十聖)의 끝없는 향상도를 보인 것으로 십지 보살행이 그 대표가 된다.

      다음 제7회는 다시 보광명전에서 등각과 묘각의 계위에 해당하는 정각의 세계를 드러내고 있으니, 주로 보현보살이 설하고 있다. 보살도의 종극은 또한 정각과 일치함을 거듭 지상의 보광명전에서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제8회 역시 보현보살이 설하고 있으니, 보살도를 총괄하고 있다.

      끝으로 마지막 제9회는 전편 8회와 대비하여 《화엄경》 후편으로서 따로 구분하기도 한다. 제9회의〈입법계품〉은 그 내용상 전편에서 보인 불자내증경과 보살도 및 구경지를 선재가 출현하여 재현시키고 있다. 선재동자가 문수보살에게서 발심하고 53선지식을 역참하여 보현행에 머물게 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설주와 설처 그리고 교설내용 등에 의하여《화엄경》전체의 내용을 보면, 보현보살이 설주가 되어 보리수 아래와 보광명전에서 부처님의 깨달음의 세계를 설하는 보현경전계, 문수보살이 설주가 되어 중생에게 신심을 일으키는 문수경전계, 천궁 4회에서 향상되는 보살도를 설하는 십지경전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십주·십행·십회향의 삼현은 십지에 포섭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화엄경》은 여래의 과해(果海)를 보현보살을 통해서 보인 보현경전계와 중생을 발심케 하는 신(信)을 설하는 문수경전계 및 보살도의 전개를 보인 천궁 4회의 십지경전계로 분류되고도 있다.

      그런데 중생에게 신을 설하는 단계인 문수보살의 설법이 부처님의 깨달음을 설하는 장소인 보광명전에서 설해지고 있음을 주목하게 된다. 그것은 부처 종자이기에 부처될 수 있음을 말해 준다고 하겠으니 인과교철(因果交徹)의 화엄세계를 보여 주는 것이다. 이는 주초발심(住初發心)의 모습에서도 나타난다.

      중생이 신심을 원만 성취할 때 발심하여 보살이 되는데 그 발심을 하는 자리가 십주초인 초발심주이다. 이 초발심주에서 처음 발심하여 보살이 되는 때가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 때라고 한다. 그러므로 이후에 펼쳐지는 보살행은 정각후의 이타행이니 인과불이(因果不二)의 불국토장엄행이다.

      나아가 경에서는 부처와 중생의 체성이 다르지 않다고 한다.
      이처럼 중생은 누구나 자심이 곧 불지임을 깊이 믿는 것을 정신(淨信)이라 하니 이는《화엄경》에 보이는 특이한 신심의 양상이다. 중생이 본래 부처와 다르지 아니함을 믿고 본래의 모습대로 살고자 발심하여 보살이 되면 곧 중생의 본래모습인 부처로서 살게 되는 것이다. 경에 다양하게 펼쳐지는 보살행은《화엄경》의 말씀이 중생들, 바로 이 '나'를 위한 것임을 깨닫게 해 준다고 하겠다.

      법장과 의상이 소의로 한《육십화엄》에서는,《팔십화엄》과 대동소이하나〈보왕여래성기품〉에 초점을 맞추어 여래출현의 성기(性起)를 중시한 점이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경이 설해진 회처를 보면,《팔십화엄》처럼 지상-천상-지상으로 되어 있다.
      처음 석존 성도의 장소인 적멸도량·보광법당에서 출발하여 점차 6욕천 중 도리천·야마천·도솔천·타화자재천으로 상승하였다가 다시 지상인 보광법당으로 내려오고 있다. 여기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최고의 설처인 타화자재천궁에서 맨 마지막으로 설해진 것이〈성기품〉이라는 것이다.

      설주인 보살의 상징에 의해서도 불과를 드러낸〈성기품〉이 두드러진다. 경은 전체적으로 보현보살〔佛自內證境〕 → 문수보살〔信〕 → 제보살〔住·行·向·地〕 → 보현보살〔佛果行인 菩薩道〕을 통하여 설해지고 있다. 보현보살은 전후 네 번에 걸쳐 설주로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보현보살행품〉과〈성기품〉에서 설주인 것은 한층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양품이 속해 있는 타화자재천궁회의 타품들은 금강장보살이 설한 십지경전계인 까닭이다. 십지의 구극인 불과는 보현보살을 통하여 설해짐을 의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하여 보현보살은 불자내증경·불과·불과행용 등 통틀어 불경계를 드러내는 보현경전의 설주가 되고 있다.

      따라서 여래출현(여래성기)의 사상을 가지고 문수경전과 보현경전을 결합하고 그 사이에 십지경전을 체계지운 것이《화엄경》구성의 의도라고 볼 수 있다. 문수와 보현에 의해서 비로자나로서의 여래의 현현임을 보인 것은 명백한데, 거기에 십지경전을 체계지운 것은 이 양자를 시종으로 하는 보살도의 체계도 여래출현의 입장에서 조직한 것이라고 하겠다.

      이는 곧《화엄경》에서의〈성기품〉의 위치를 단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다. 60권《화엄경》이 이러한 의도로 편찬된 것을 잘 파악하여 구축한 것이 의상계 화엄가의 화엄성기사상이라 하겠다.

      2. 화엄경 약찬게

      이러한《팔십화엄》의 구성 조직은〈약찬게〉에도 담겨 있다.
      약찬게문은 마지막 제목을 제하면 110구 770자이다.
      《팔십화엄》을 간략히 엮고 있는 이〈약찬게〉의 체제와 내용을 보자.
      귀경송이다. 이는 화장세계의 비로자나 진법신과 보신 노사나불과 석가모니불 등 일체 여래와 시방삼세의 모든 대성에게 귀의한다는 것이다. 이 귀경게에서는 화엄정토가 화장세계인 것과 화엄의 주불이 법신 비로자나불인 것을 말해 준다. 그리고 이 비로자나불이 노사나불과 석가모니불과 다른 분이 아님도 시사하고 있다.

      화엄교학에서는 삼불이 원융한 청정법신 비로자나불을 경주(經主)로 모시니,〈약찬게〉에도 그러한 화엄교학에서의 불신관이 엿보이고 있는 것이다.

      설경인연력(說經因緣力)이다. 여기서는 해인삼매력에 의하여 전법륜됨을 말하고 있다.
      운집대중이다. 보현보살을 위시한 모든 보살대중과 39류의 화엄성중을 열거하고 있다.
      이들이 곧 세주라 불리는 분들이니 그 대표되는 세주의 이름이 보이는 것이다.
      각 회의 설주보살 또한 언급되고 있다.
      그리고〈입법계품〉의 근본법회에 모인 대중과 지말법회의 문수보살 설법처인 복성 동방 사라림에 모인 대중들도 보이며, 선재동자의 선지식들도 운집대중으로 언급되어 있다.

      선재의 선지식이다.
      문수보살에서 비롯되어 보현보살에 이르기까지 53선지식이 출현한다.
      경의 설처와 품명이다.
      유통송이다.
      이 경을 믿고 수지하면 초발심시에 문득 정각을 이루어서 화장세계에 안좌하니, 그 이름이 비로자나불이라 한다.

      〈약찬게〉의 독송은 중생이 보살행을 통하여 자신의 본래 모습인 부처로 살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켜 정각을 이룬다고 하는 수행의 길이 된다.

      〈약찬게〉의 지송은 특히 화엄성중의 보호를 갈구하는 대중신앙의 한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약찬게〉는 한국식 화엄지송경이자 다라니의 역할을 해온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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