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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명(해인)스님 2019. 7. 19. 14:15


화엄경 해설-제1강 화엄학의 범주와 사상 개요

      1. 화엄학의 범주

      화엄사상을 담고 있는《화엄경》은 한국불교의 수행과 신앙형태에 크나큰 영향을 끼친 대표적인 경이다. 불교의식에도 화엄사상이 무르녹아 있다. 특히 한국선의 이해는 화엄사상의 공부 없이는 완전하지 못할 정도이다.

      지금도《화엄경》은 불교 전문 강원인 승가대학에서 이력과정의 마지막 대교과에서 배우는 과목이다. 아무튼 불교, 특히 한국불교에서 차지하는《화엄경》의 위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아니하리라 본다.

      '화엄사상의 세계'에서 앞으로 다루게 될 화엄학의 범주는 대강 다섯 분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화엄사상은《화엄경》의 중심사상이다. 《화엄경》에서는 우리 존재를 어떻게 파악하며 우리로 하여금 어떻게 살도록 교설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따라서 첫째로《화엄경》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둘째는《화엄경》을 소의로 하여 체계화한 화엄종의 화엄사상이다.

      그 가운데서도 중국 화엄종을 대성시킨 현수법장(643∼712)의 화엄사상이 그 대표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리고 그 전후로 영향을 받고 준 화엄가들의 화엄사상이 있다.

      셋째는 한국 화엄사상이다.
      한국화엄사상은 의상(625∼702)과 의상의 뒤를 이은 의상계 화엄이 그 주류를 이루고 있다.

      넷째는 화엄교사(華嚴敎史) 부분이다.《화엄경》이 편찬·유통되며 화엄종과 화엄사상이 형성되어간 역사적인 점도 살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화엄에 의하여 수학하고 증득해 가는 수증론(修證論) 부분도 빠뜨릴 수 없을 것이다. 이론과 실천은 뗄 수 없는 관계 속에 있으니 사상 속에 수행과 증득의 면이 함께 들어 있다.

      따라서 본 '화엄사상의 세계' 강의에서는《화엄경》을 개설하고, 화엄교사를 약설하며, 중국과 한국의 화엄사상을 고찰함과 동시에 수증의 방편을 살펴나가게 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화엄경》과 화엄사상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할 예정이다. 이에 기존의 연구업적에 의거하여 몇 가지 측면에서 화엄사상의 개요를 먼저 소개해 두고, 앞으로 그러한 화엄사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볼까 한다.

      2. 화엄사상의 개요

      1) 경의 사상을 이해하는 방법

      경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사용된 몇 가지 방법을 먼저 보기로 한다.
      우선 경전 이해의 전통적인 방법은 경의 제목을 통해서 그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다.
      청량징관(738∼839)의《화엄현담》에서는 '대방광불화엄경' 7자에 각각 10가지씩 의미를 붙여서 총 70가지로《화엄경》의 제목을 설명하고 있다.

      《화엄경》은 '대방광불화엄(大方廣佛華嚴)'을 설하는 경이니, 경을 능전(能詮)이라 하고 대방광불화엄을 경에 담긴 내용, 즉 소전(所詮)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화엄경》은 대방광하신 부처님의 세계를 보살의 갖가지 만행화로써 장엄함을 설하고 있는 경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또 경의 내용을 통틀어서 그 대의가 무엇인가 하는 데 주목해 왔다.
      조선시대 묵암최눌의〈화엄품목〉에는《화엄경》의 대의를 '만법을 통섭해서 일심을 밝힌다〔統萬法明一心〕'라고 하였다. 그 후 전문 강원에서 이 대의를 그대로 수용하여 경을 이해하는 방편으로 사용해 왔다.

      화엄종에서는 종지를 세우고 있다. 의상은〈법성게〉에서 법성(法性)으로 화엄세계를 노래하였고, 법장은《탐현기》에서 '인과연기 이실법계(因果緣起 理實法界)'를 주창하고 있다. 이들 방법을 종합해서《화엄경》의 중심사상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2) 화엄경의 중심사상

      (1) 여래출현(如來出現, 如來性起)
      《화엄경》의 중심사상으로서는
      첫째로 '여래출현'을 들 수 있으니, 여래출현은 다른 번역으로 '여래성기'이다.
      《화엄경》은 '대방광불'을 설하는 경이다.
      대방광이란 부처님의 체· 상· 용을 표현한 말이다.
      범어로는 방광을 Vaipulya(바이풀리야)라 하여 하나의 붙은 말이나, 한역에서는 '방'과 '광'에 각각 따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부처님의 지혜와 복덕, 원력과 자비, 신통과 위신력 등이 무한히 크고 반듯하고 너르다는 것을 담고 있다.

      이처럼 부처님의 자각, 깨달음의 내용을 펴고 있기에《화엄경》을 정각의 개현경(開顯經)이라고도 한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경이라기보다 부처님을 설한 경이라 하여《불화엄경(Buddh vata saka)》이라고도 하였다.

      경전 성립사적으로 볼 때《화엄경》은 대승보살에 의하여 대승불교운동이 한창 일어나던 시대에 편찬된 초기대승경전이다.《대방광불화엄경》이라는 화엄대경(華嚴大經)은 서력 기원후 3,4세기경 중앙아시아 지방에서 편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화엄경》자체 내에서는 경이 설해진 곳은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성도하신 보리수나무 아래이며, 설해진 시기는 성도하신 직후라고 설하고 있다. 이는《화엄경》이 부처님의 깨달음의 세계를 교설한 것임을 상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화엄경》의 대방광불은 온 우주 법계에 충만한 변만불(遍滿佛)로서 모든 존재가 비로자나부처님의 화현 아님이 없다. 개개 존재가 고유한 제 가치를 평등이 다 갖고 있으니, 여래의 지혜인 여래성품이 그대로 드러난 존재인 것이다. 이를 여래성기(如來性起) 또는 여래출현(如來出現)이라고 한다.

      화엄가들은 화엄교주를 융삼세간(融三世間)·십신구족(十身具足)·삼불원융(三佛圓融)의 청정법신 비로자나불이라고 부른다. 화엄세계는 법신· 보신· 화신 이라 불리는 비로자나불· 노사나불· 석가모니불의 삼불이 원융한 비로자나불의 세계이다.

      《화엄경》에는 처음에 마가다국 붓다가야에서 정각을 이루신 석가모니부처님이 출현하신다. 그런데 이 석가모니부처님이 바로 비로자나부처님이시며, 비로자나는 노사나로도 번역되고 있다. 이러한 부처님을 삼불원융의 청정법신 비로자나불이라 한 것이다.

      또한 화엄의 비로자나부처님은 세간에 두루해 계시는 변만불(遍滿佛)이다.
      화엄가들은 일체 존재를 편의상 불·보살과 같은 깨달은 존재인 지정각세간(智正覺世間)과 아직 못 깨달은 존재인 중생세간(衆生世間)과 그들 정보가 의지해 있는 기세간(器世間)의 삼종세간으로 나누고 있다. 그러나 그 삼세간은 역시 각기 다른 존재가 아니라 하여 융삼세간이라 일컫는 것이다.

      《화엄경》에서는 부처와 보살, 보살과 중생, 중생과 부처가 다르지 아니함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체 존재가 비로자나 아님이 없으니, 기세간 역시 여래출현의 모습인 것이다. 이를 융삼세간불이라 한다. 의상은 이를《일승법계도(一乘法界圖)》에서 합시일인의 반시(槃詩)로 나타내고 있다.

      《화엄경》에서는 일체를 열이라는 숫자로 보이고 있으니 열은 원만수이다.
      그래서 부처님도 십불(十佛)로 말씀되고 있다. 이러한 십불이 구족한 무애세계가 대방광불의 세계인 것이다.〈법성게〉에서도 화엄세계를 '십불보현대인경'이라 읊고 있으며, 십불의 모습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화엄세계는 모든 존재가 비로자나불의 화현 아님이 없다.
      《화엄경》은 우리 범부 중생이 그대로 부처임을 깨우쳐주고 있다.
      의상은 이를 법성성기(法性性起)로서 옛부터 부처〔舊來佛〕라 하였다.
      《화엄경》은 불세계를 교설한 것이니, 부처님 세계는 옛부터 본래 부처인 중생의 원력에 의해 이 땅에 구현됨을 밝혀준 것이다.

      (2) 일승보살도(一乘菩薩道)
      《화엄경》의 중심사상으로서 둘째는 일승보살도이다.
      화엄이란 꽃으로 장엄하는 것이니 보살행이라는 꽃으로 불세계를 장엄하고 있는 것이다.
      《화엄경》에는 부처님께서는 광명으로만 보이시고 언설을 통해서는 문수(文殊)·보현(普賢)보살을 위시한 보살들이 설하고 있다. 부처님의 지혜를 성취한 보살들이 부처님의 세계를 드러내고 있다. 부처님의 세계가 보살행을 통하여 장엄되며 우리 중생에게 펼쳐지고 있다. 보살이 설하고 있는 그 보살행을 행함으로써 우리 범부 중생이 바로 부처의 삶을 살게 됨을 보이고 있다.

      범부와 보살과 부처가 다른 점은 발심에 있다.
      중생이 본래 부처이지만, 그러나 중생과 부처는 또 확연히 다르다.
      중생은 자기가 바로 부처인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스스로 부처인 줄을 자각하는 것이 바로 깨달음이다.
      그래서 신심과 발심이 필요한 것이다.
      신심이란 자기가 부처인 줄을 확실히 믿는 것이며, 이를 정신(淨信)이라고 한다.

      이러한 청정한 신심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원력이 깊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정신만 성취되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키게 되니 곧 발심(發心)하게 되는 것이다.
      발심한 중생이 보살이다.
      보살이란 보리살타(Boddhi Sattva)의 준말이니 깨달을 중생 또는 깨달은 중생〔覺有情〕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화엄에서는 발심만 하면 바로 정각을 이룬다고 한다. 처음 발심할 때가 바로 정각을 성취하는 때이다〔初發心時便成正覺〕.

      그러므로《화엄경》에서 시설하고 있는 발심보살의 보살행은 성불로 향해가는 인행(因行)이라기보다 정각후의 과행(果行)이며 부처행〔佛行〕인 것이다. 인· 과가 둘이 아닌 인과교철(因果交徹)의 인행이며 과행이다. 다시 말해서 비로자나부처님의 세계를 구체적으로 구현시켜 나가는 것이 바로《화엄경》에서의 보살행이다.

      《화엄경》의 보살계위는 십주(十住)·십행(十行)·십회향(十廻向)·십지(十地)·등각(等覺)·묘각(妙覺)의 42위(四十二位)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보살계위를 52위 또는 53위 및 57위 등으로 설정하는 것과 다르다.《팔십화엄》에서는 신(信)은 십신(十信)의 계위로 나타나지 아니하니, 신은 모든 보살도를 받치고 있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42계위의 맨 첫 단계인 초발심주에서 발심하여 여래가에 태어난 발심보살의 보살행은 하나하나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앞 단계라기보다 낱낱이 나름대로 독자적인 가치를 지닌 이타행이며 불국토를 장엄하는 일면인 것이다.

      〈입법계품〉에서 선재동자가 역참한 53선지식의 낱낱 해탈문도 모두 독자적인 가치를 지닌 완전한 해탈문 이며, 선재의 구법은 구체적으로 불세계를 구현시켜 나가는 여정인 것이다. 그러므로 화엄사상을 보살사상으로 규정짓고 있으며 그 가운데서도 십지행을 대표로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보살도를 말함에 있어서〈십지품〉을 〈입법계품〉 못지않게 중시해 왔던 것이다.

      (3) 법계연기(法界緣起)
      온갖 세계와 중생은 다 비로자나부처님의 현현이며, 보살행으로 불세계가 구현되고 있음을, 화엄교가들은 또한 십현육상(十玄六相)의 사사무애(事事無碍) 법계연기(法界緣起)로 설명하기도 한다. 일체의 제법은 서로서로 용납하여 받아들이고〔相入〕 하나 되어〔相卽〕 원융무애한 무진연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화엄종의 대성자인 현수법장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화엄종의 종취로서 인과연기 이실법계를 주창하고 있다. 인과연기는 사(事)이고, 이실법계는 이(理)로서 이와 사가 둘이 아니며, 따라서 사와 사가 걸림 없는 사사무애의 일진법계(一眞法界)이다. 이 일진법계의 체는 물론 일심(一心)이다.

      불교를 불교이게 한 석가모니부처님의 깨달음을 한 마디로 말하면 연기의 진리를 든다.
      연기에 맞으면 불교이고 연기에 어긋나면 불교가 아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불교는 연기의 진리를 교설하고 있는 것이다. 연기란 '연하여 함께 일어난다.'라는 의미인 프라티티야삼우트파다(prat tyasamutp da)의 역어이다. 모든 존재는 어느 것이나 그럴 만한 조건이 있어서 생긴 것, 즉 말미암아 생긴 것이니 상의상관(相依相關)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다.
      이것이 일어나므로 저것이 일어나고, 이것이 멸하므로 저것이 멸한다〔此有故彼有 此無故彼無 此起故彼起 此滅故彼滅〕'라는 연기의 이법은 모든 존재의 발생과 소멸에 적용할 수 있는 까닭에 보통 연기의 기본공식이라 일컫고 있다.

      세존께서는 십이연기〔無明· 行· 識· 名色· 六入· 觸· 受· 愛· 取· 有· 生· 老死〕의 순관과 역관을 통하여 무명을 멸하고 생사의 모든 괴로움을 탈각하셨다고 한다. 이 연기의 진리는 후에 여러 가지로 그 설명방식이 변천되어 왔다.

      업감연기(業感緣起)·뢰야연기(賴耶緣起)·여래장연기(如來藏緣起) 그리고 법계연기(法界緣起) 등이 그것이다. 화엄의 세계는 법계 전체가 비로자나법신의 현현인 것이니, 여래성연기의 여래출현이기에 법계연기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출처:- 월천사 키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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