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불법과 동행을/卍-법문의도량

혜명(해인)스님 2020. 3. 20. 11:23

    우리 불가(佛家)에서는 예로부터 효(孝)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기 때문에 효에 관한 경전들이 있고 수많은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 중에 경주 불국사 창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설화가 있습니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신라 신문왕 때 모량리에 머리가 크고 이마가 마치 성처럼 넓어서 이름을 가진 대성(大城)이라 하는 아이가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대성은 절에 시주하는 것을 보았는데
    스님은 ‘하나를 시주하면 만 배를 받을 것.’이라고 축원을 해 주었습니다.
    대성은 어머니에게 말했습니다.
    “분명히 우리는 쌓아 놓은 선행이 없어서 지금 이렇게 고생하는 것 같은데 이제 또 시주하지 않으면 다음 생은 더 힘들어질 겁니다.
    작지만 우리가 가진 밭을 절에 시주하면 어떨까요?”
    어머니는 흔쾌히 동의하였습니다.

    그러나 만 배의 복을 받기는커녕 얼마 있지 않아 갑자기 대성이 죽고 말았다.
    그날 밤 재상 김문량의 집에 ‘모량리 대성이라는 아이가 네 집에 의탁하러 온다.’는 소리가 하늘에서 울려왔고 부인은 그 날부터 태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열 달 후에 태어난 아이는 이상하게도 왼쪽 손을 꽉 쥐고 펴지를 않았습니다.
    아이는 7일 만에 손을 열었는데 금빛 간자를 쥐고 있었고 거기에는 ‘대성’이라는 두 글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모량리의 대성이 분명하였습니다.
    대성은 전생의 어머니를 모셔다 함께 봉양하였습니다.

    대성은 사냥을 좋아했는데 하루는 토함산에 올라 곰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사냥을 마치고 산 아래 마을에서 자는데 꿈에 곰이 귀신으로 나타났습니다.
    곰 귀신은 대성에게 ‘왜 나를 죽였냐?’며 심하게 원망하였고 대성은 그저 용서를 빌 따름이었습니다.

    그러자 귀신은 ‘나를 위해 절을 지어줄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대성은 이제 살 길이 보이는구나싶어 그렇게 하겠노라고 약속을 하였습니다.
    대성은 우선 사냥부터 그만두고 곰을 잡았던 자리에다 장수사를 지었는데 지금까지 누리던 부유와 다른 충만한 행복을 느꼈습니다.

    자비를 베풀고자 하는 서원 또한 돈독해져 이때부터 대성은 본격적인 불사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대성은 현생의 부모를 위해 불국사를 짓고, 전생의 부모를 위해서는 석불사를 지었다고 하는데 석불사는 지금의 석굴암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습니다.

    부모님을 위해 절을 지었다는 김대성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부모은중경’에 보면 제자들이 “어떻게 하면 부모님의 크신 은혜를 갚겠습니까?” 라고 여쭙자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부모의 크신 은혜를 갚으려면
    부모를 위하여 불경을 써서 보시하고,
    부모를 위하여 불경을 읽고 외우며,
    부모를 위하여 죄를 참회하며,
    부모를 위하여 삼보에게 공양하며,
    부모를 위하여 계법을 가지며,
    부모를 위하여 보시하여 복을 지을 것이니,
    만일 이렇게 하면 효도하는 아들, 딸이라 할 것이니라.”

    불자 여러분,
    그렇습니다.
    부모님 위하는 마음과 부처님 공경하는 마음이 어찌 두 마음이겠습니까?
    그런 오롯한 마음으로 계를 지키고 참회하고 기도하고 보시하고, 그런 정진의 마음으로 부모님을 대하고, 불사하는 마음으로 부모님을 봉양한다면 참으로 수승한 효도라 할 것입니다.

    법당에 계신 부처님 찾아뵙는 마음으로 부모님을 찾아뵙고, 사경하는 마음으로 부모님께 편지를 쓰고, 염불하는 마음으로 부모님과 대화하고 전화 한 통이라도 자주 드린다면 이보다 더 훌륭한 효도가 어디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도 “만일 이렇게 하면 효도하는 아들, 딸이라 할 것이다.” 라고 칭찬하실 것입니다. 부처님은 법당에만 계시지 않고 집에도 계시며, 관세음보살님은 절에만 계시지 않고 가정에도 계신다는 점을 잊지 마시고, 부모님 돌아가신 후에 피눈물 흘리며 후회하지 말고 살아생전에 정성을 다 하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나 자신을 위한 행복의 길이기도 합니다.

    <월간삼운 12월호 '도웅 주지 스님 법문'>

    -글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