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불법과 동행을/卍-법구마음행

혜명(해인)스님 2020. 3. 23. 11:40

    이 몸 이 때 못 건지면 지난 세월 윤회의 업을 돌이켜보면 몇 천 겁을 두고 흑암지옥에 떨어지고 무간지옥에 들어가 갖가지 고통을 받았을 것인가.

    불도(佛道)를 구하고자 하여도 선지식을 만나지 못하고 오랜 겁을 생사에 빠져 깨닫지 못한 채 갖은 악업을 지은 것이 또 얼마나 될 것인가.

    때때로 생각하면 저절로 한숨이 나오는데, 어찌 방종하여 그전 같은 재앙을 다시 받겠는가. 그리고 누가 나에게 지금의 인생을 만나 만물의 영장이 되어 도 닦는 길을 잃지 않게 하였는고. 실로 눈먼 거북이 나무를 만남이고, 겨자씨가 바늘 끝에 꽂힌 격이다.

    그 다행함을 어찌 말로써 다할 수 있겠는가.
    내가 지금 스스로 물러설 마음을 내거나 게으름을 부려 항상 뒤로 미루다가 잠깐 사이에 목숨을 잃고 지옥에라도 떨어져 갖은 고통을 받을 때, 한마디 불법을 들어 믿고 받들어 괴로움을 벗고자 한들 어찌 될 수 있겠는가. 막상 위태로운 데에 이르러서는 뉘우쳐도 소용이 없다.

    바라건대 수도인들은 게으르지 말고 탐욕과 음욕에 집착하지 말며, 머리에 불을 끄듯 하여 돌이켜 살필 줄을 알아야 한다.

    무상(無常)은 신속해서 몸은 아침 이슬과 같고 목숨은 저녁노을과 같다.
    오늘은 살아 있을지라도 내일은 기약하기 어려우니 간절히 마음에 새겨 둘 일이다.
    세상의 유위(有爲)의 선을 가지고도 삼악도의 괴로운 윤회를 면하고 천상과 인간에서 뛰어난 과보를 얻어 여러 가지 즐거움을 누리는데, 하물며 이 최상승(最上勝)의 심오한 법문이겠는가. 잠시 믿기만 해도 그 공덕은 어떤 비유로도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경전에 말씀하기를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에 사는 중생들에게 칠보로 공양하여 모두 만족하게 하고, 또 그 세계의 모든 중생을 교화하여 사과(四果, 성자의 네 가지 지위)를 얻게 하면, 그 공덕은 한량없고 끝이 없다.

    그러나 잠깐 동안 이 법을 바르게 생각하여 얻는 공덕보다는 못하다.'고 하였다.
    이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 법문은 가장 존귀하여 어떤 공덕으로도 견줄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경전에 '한 생각 깨끗한 마음이 바로 도량(道場)이니, 갠지스강의 모래처럼 많은 칠보탑을 세우는 것보다 뛰어나다. 보배로 된 탑은 언젠가 무너져 티끌이 되겠지만, 한 생각 깨끗한 마음은 마침내 바른 깨달음을 이룬다.'고 하였다.

    출처 : 보조 지눌 스님 수심결(修心訣)중에서 – 법정 스님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