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이승삶의 행복/♧-효사랑행복

혜명(해인)스님 2020. 5. 13. 14:58


    ♧-가족은 ‘은혜’로 맺어진 관계.-♧
        흔히 부모의 사랑을 넓은 바다와 끝없는 하늘에 비유한다.
        한 생명을 잉태해 스스로 독립할 때까지 길러주고 보살펴주는 것이 부모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부모는 물질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자식에게 중요한 존재이다.
        그래서 예부터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부모, 자식 사이의 관계를 천륜이라 하여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 하늘이 내린 것으로 생각했다. 인간에 의해 맺어진 것이 아니라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는 뜻에서 천륜이 강조돼 왔다.

        이에 비해 불교에서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은(恩)’의 개념을 중심으로 해석한다. ‘은’이란 ‘자비심에 의한 인간 사이의 각별한 선업(善業)’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불교에 생각하는 가족관계는 비록 부모, 자식 사이라도 인륜의 범위에서 합리적으로 이해되는 것이다.

        천륜으로 맺은 ‘무조건’관계보다 서로 은혜 갚고 베푸는 마음내야 한다는 것이다. <불설시가리월 육방예경>에서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자식은 부모에게 능히 봉양의 모자람이 없게 하고, 할 바를 먼저 부모에게 여쭈고, 부모의 하는 바를 어기지 말고, 부모의 명령을 거스르지 말고, 부모의 정업(正業)을 끊지 않게 해야 한다. 또 부모의 근심을 더하지 말고, 부모의 은혜를 생각하며, 부모의 병을 두려워해 의사로 하여금 고치게 하는 것이 요구된다.

        물론 위와 같이 부모를 모시고 봉양하는 것은 불교 뿐 아니라 다른 종교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모셔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주의할 만한 차이가 있다. 유교의 경우 부모를 섬기는 것은 천륜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별다른 이유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불교는 ‘은’의 윤리에 입각해 그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부모의 은혜를 생각하라는 것에 주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심지관경>에서 부처님은 “자부(慈父)와 비모(悲母)의 길러 주신 은덕으로 모든 남녀는 안락하다. 자부의 은혜는 높기가 산왕(山王)과 같고 비모의 은혜는 깊기가 대해(大海)와 같다. 비록 내가 1겁 동안 세상에 머물면서 부모의 은혜를 설하여도 능히 다하지 못한다.”고 설하셨다.

        그리고 <불설부모은난보경>이나 <불설효자경>에서도 아버지의 자은(慈恩)과 어머니의 비은(悲恩)을 열거한 다음 그런 막중한 은혜를 어찌 갚지 않겠느냐고 ‘은’의 개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므로 불교의 경우 다른 종교와 달리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천륜으로 맺어진 무조건적인 관계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낳고 길러 주신 ‘은혜 베풂(施恩)’과 자식의 ‘은혜를 알고 갚음(知恩, 報恩)’의 관계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불교에서 가족의 의미는 ‘서로 은혜로 맺어진 집단’이라 정의할 수 있다. 이처럼 ‘은혜를 베풀고 그 은혜를 알고 갚는 혈연 공동체’가 바로 가족이 갖는 의미인 것이다. 시대가 흐르고 인간관계가 복잡해지면서 부모와 자식의 관계 역시 점차 형식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불교 경전에서 강조하는 ‘은(恩)’의 개념을 다시금 되새겨 볼 시점이다.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