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불법과 동행을/卍-법구마음행

혜명(해인)스님 2020. 5. 25. 15:30


그냥 그냥 사는 거지.

      그냥 그냥 사는 것이지요.
      아무런 이유도 붙지 않고 조건도 붙지 않고 억지로 살려고 하지 않아도 그냥 그냥 살려지는 것이 우리네 인생입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
      산은 산대로 물은 물대로 그냥 그렇게 말입니다.
      산은 늘 그대로 그 자리에 있건만 아무런 분별도 하지 않고,
      물은 늘 내맡겨 흐르지만 아무런 시비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시냇물은 흐르다가 강으로 또 바다로 흘러갑니다.
      그렇게 인연 따라 흐르다가 따가운 햇살의 緣을 만나면 수증기가 되고 구름이 되고 그러다가 인연 따라 빗방울로 혹은 우박이며 눈으로 내립니다.

      언제부터 그랬냐 할 것도 없고, 왜 그러느냐 할 것도 없고,
      어느 모습을 딱히 고집하여 물로만 있지도 않고, 구름으로만 있지도 않고 빗방울이 되건 눈송이가 되건 탓하는 법이 없습니다.

      두 갈래 길 나와도 어디로 갈까 분별하지 않고 턱 놓고 가며,
      어떤 모양의 그릇에 담기더라도 마땅히 모든 모양과 하나가 되어 줍니다.
      지난 일에 얽매임도 없으며 미래의 일을 계획할 일도 없지만 지난 삶이 평온하고 앞으로의 삶도 내맡기고 자유로이 삽니다.

      사실은 우리의 삶도 이와 같습니다.
      우리의 모습도 이와 같은 모습 그대로입니다.
      그렇기에 애써 놓으려고 방하착, 방하착 하지 않아도 이미 다 놓고 가고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크게 보았을 때 우리의 삶은 놓고 가는 것입니다.

      다만 사사로이 잡고 있는 것이 많으니 온갖 선악, 시비, 분별, 행과 불행을 제 스스로 만들어 그렇게 만든 틀 속에 빠지니 그것이 문제라면 문제가 됩니다.
      그러나 그것 또한 우리에게 문제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지 마음자리에서 보면 그것 또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것 또한 크게 놓고 가는 모습일 뿐입니다.

      잠시 우리 마음속에서 괴롭다, 아프다, 우울하다,
      질투 난다하고는 있지만 그게 다입니다.
      그러고는 없는 것입니다.
      그렇게 잠시 마음 일었다가 사라지면 없는 것입니다.
      10년 전 배고팠던 일이 지금까지 배고픔으로 남아 있지 않듯,
      10년 전 오늘 있었던 일들을 지금 낱낱이 다 기억하여 남기고 있지 않듯,
      그렇게 그렇게 놓고 가고 있는 것입니다.

      잠시 어리석어 잡고 있었던 것 또한 업식으로 남는다고는 하지만 언젠가 인연 따라 흘러나오면 튀어나오는 대로 받아들이면 그만인 것입니다.
      그렇듯 잠시 잡았다 놓는 것을 어찌 잡음이라 하겠습니까?
      생각의 차이일 뿐입니다.
      잡는다고 하면 잡는 것이 되고 괴로운 것이 되겠지만 놓는다고 하면 그것 또한 놓고 가는 것입니다.

      수행자라는 자기확신만 있으면 됩니다.
      수행자는 늘 넉넉합니다.
      지음없이 짓고 받음없이 받고 사니 말입니다.
      이미 다 놓고 사는 것을 굳게 믿고 가시길 바랍니다.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