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불법과 동행을/卍-법문의도량

혜명(해인)스님 2020. 7. 22. 13:56


맺힌 업(業)은 풀어야 한다.

      【상담 의견】 40대 초반의 주부였는데 너무도 이기적인 남편에게 시달리다가 이혼을 결심하고 저에게 상담을 했답니다. 선풍기를 틀어도 자기 쪽으로만 돌리고, 텔레비전 프로도 자기위주로만 보고 꺼 버리는가 하면 대학출신이지만 책은 전혀 읽지 않고, 몸에 좋다는 것은 어떻게든 구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혼자서 야금야금 먹어대는 남편이 문제였습니다.

      이런 사람과 아이를 셋이나 낳고 기르면서 힘들게 살았음은 물론이고 그간 자신의 삶은 전혀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던 겁니다. 그래서 이혼을 결심하게 됐다는 것이었습니다.

      【법정 스님】 ‘식사준비를 할 때 이 얄미운 녀석한테 밥 준다고 생각하지 말고 부처님께 공양을 올린다는 마음가짐으로 해 보십시오. 차를 만들 때도 부처님께 공양을 올린다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해 보십시오. 아이들 아버지가 저녁때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부처님이 돌아오신다고 반겨 보십시오. 밖에 나갈 때 뒷모습을 보고도 부처님 뒷모습이라고 생각하십시오.’

      이혼 결심까지 한 사람이라 사실 그 분 말이 처음에는 이런 저의 조언이 잘 와 닿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마음공부 삼아서 하루하루 노력을 했답니다. 그랬더니 점점 변화가 생기더라는 겁니다. 마음가짐이 달라지니 남편에 대한 원망과 미움도 사라지고 이제는 아예 없어졌다고 말입니다. 꼭 불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또 대상이 누구건 특히나 먹을 음식을 준비할 때는 늘 부처님께 공양을 올린다는 생각으로 하십시오.

      내 마음이 천당도 만들고 지옥도 만드는 겁니다. 관계란 이런 겁니다.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 겁니다. 맞서면 서로에게 상처를 줄 뿐입니다. 부부지간에도, 친구지간에도, 스승과 제자 사이에도 혹은 동료 간에도, 애인사이에도 맞서면 서로 상처를 입힙니다. 그러나 생각을 돌려 마음을 편한 쪽으로 돌이키면 온전히 본래 자기 자신으로 돌아갑니다. 자아실현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주부가 마음공부를 착실히 한 결과 위태롭던 가정이 다시 회복되고 자식들도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번듯하게 성장했다고 합니다. 가정의 위기를 극복한 겁니다. 요즘 걸핏하면 이혼하기를 식은 죽 떠먹듯 한다고 들었습니다. 이혼한다고 문제가 다 해결 되는 건 아닙니다. 매듭이 풀리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왜 하필이면 내가 그런 여자, 이런 남자를 만나서 고생을 하느냐고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닙니다. 선을 잘못 봐서, 순간의 선택으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업을 고쳐야 비로소 매듭이 풀립니다. 해결책은 내가 먼저 자기 자신을 투철하게 들여다봐야 합니다. 자신의 실체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왜 그 사람을 만나서 그렇게 사는 겁니까. ‘업(業)’으로 얽힌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 업을 고치지 않고는 매듭이 풀리지 않습니다. 그러자면 참고 견딜 줄 알아야 합니다. 그게 인간의 덕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참고 견딜 줄을 모릅니다. 자녀를 하나 둘 밖에 안 낳게 되면서 부모들이 아이들 뜻을 즉석에서, 다 받아 주었습니다.

      그러니 참고 기다릴 줄을 모릅니다. 이렇게 성장한 사람들이 어른이 되어 한 가정을 거느릴 수 있겠습니까. 참지 못하고 견디지 못해 이탈하는 겁니다. 부처나 보살을 먼 곳에서 찾지 마십시오. 절에 부처와 보살은 없습니다. 밖에서도 찾지 마십시오. 내 안에 잠들어 있는 부처와 보살을 일깨워야 됩니다.

      글쓴이: 향상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