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 함께 일하는 사회

함께 2011. 7. 22. 14:48

소셜미션에 살고 소셜미션에 죽고!
소셜벤처는 소셜미션으로 말한다


사회적기업이라는 황무지에서 희망을 만드는 기업가들은 그들이 원하든 그렇지 않든 이미 한 배를 탄 동료이자, 운명 공동체다. 그래서 함께 나눌 수 있는 것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에 함께 고생하고 함께 즐거워하는 사회적기업가들의 진솔한 스토리를 <동고동락>에서 담아 보고자 한다. 이번호에서는 대한민국 소셜벤처 1세대로 활약 중인 소셜벤처인큐베이팅센터 입주 기업 대표들을 만나 보았다. 소셜벤처로서 정체성과 지속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그들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조하나 다들 바쁜 일정 속에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떻게 보면 ‘소셜벤처 1세대’라 부를 수 있는 여러분들과 함께 소셜벤처란 무엇인지, 또 소셜벤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해 심도 있게 이야기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김미균 소셜벤처는 기업의 천성이 이타적인 곳, 즉 우리만 생각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일하는 곳 아닐까요? 단순히 수익이 목적이 아니라 수익을 발생시키는 기업의 활동 자체가 이타적인 마음가짐에서 시작되는 거죠. 시지온의 경우, 돈을 못 벌어도 계속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지난 2년간을 수익 없이도 버텨 올 수 있었어요.


김형수 소셜벤처를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심성이 착하면서, 문제의식은 남들보다 더 강하다고 생각해요. 언젠가 트리플래닛 멤버들이 다 같이 미술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어요. 어렸을 때를 그려보라는 주문에 저 같은 경우는 놀이터에서 놀다가 형들한테 돈을 뺏기는 그림을 그렸어요. 이를 본 미술 치료사가 말하길, 제가 놀이터를 단순히 아이들이 노는 공간이 아닌, ‘놀이터’라는 사회로 보고 있다고 하더군요. 우리 모두 뭔가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아닐까요?


황룡 사이러스를 시작할 때만 해도 그런 의식을 가지고 있거나 소셜벤처를 아는 사람 자체가 많지 않았어요. 저 역시 처음부터 소셜벤처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거나, 소셜벤처 사업가로서의 꿈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고, 그것을 기업의 형태로 풀어 가려는 활동들이 소셜벤처에 부합했던 거 같아요. 한정되거나 무거운 사회 운동이 아닌 색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랄까?

 

강성태 소셜벤처는 벤처기업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죠. ‘벤처’의 의미가 부족한 자원과 아이디어, 열정으로 시작하는 것이라면 그 앞에 ‘소셜’이라는 글자가 붙어, 소속된 구성원들이 사회 문제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족한 자원과 위험을 감수하며 아이디어와 열정만으로 덤벼드는 용감한 기업을 의미한다고 생각해요.

 

김은정 저 역시 확장 개념으로 봐요. 기업과 대중에서 분리된 것이 아닌 거죠. 어디 가서 소셜벤처다, 사회적기업이다 말할 수 있다는 것, 이런 단어가 수면 위에 올라왔다는 것은 가치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는 반증일 거예요.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잘 사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 돈도 벌지만 무언가 나눌 수 있고 문제의식을 일으키는 역할을 하는 곳이 소셜벤처라는 인식이 더 단단해져야 하지 않나 싶어요.

 

강성태 모든 기업이 나중에는 소셜벤처가 되지 않을까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공급 과잉의 시대이면서 소비자들이 똑똑해졌고, 확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기업이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물건을 팔기 힘들 거예요. 장기적으로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하지 않아도 모든 기업이 소셜벤처가 되지 않고는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황룡 우리 내부적으로는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외부적으로는 심플하게 생각하더라고요. 착한 기업, 착한 사람들이 소셜벤처를 한다, 이렇게. 예전보다 반기업 정서가 심해진 요즘의 시대적 상황이 뭔가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 같아요.

 

가면정 더불어 그 ‘착한’ 것에 대한 가치를 높여야겠죠. 저소득층을 풍요롭게 하는 것 이외에 다양한 가치가 동시에 수면에 올라와야 할 거예요. 개개인의 활동가들이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그런 가치들이 정당한 대접을 받을 수 있게 인식이 잡혔으면 좋겠어요.

 

조하나 사회 전반적으로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맞아요. 하지만 여전히 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의 개념에 대해 어려워하죠. 어떤 정답이 있다기보다는 여러분들처럼 실제로 이 영역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소셜벤처를 만들어 간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소셜벤처로서 소셜미션을 지켜 나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박정이 소셜미션을 지키는 건 어렵지만, 이를 지켜 내기 위해선 내 주변의 관계망을 넓히고 유지해 나가야 해요. 서로의 미션이나 영역을 충분히 인정하는 한도 내에서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그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확장되는 것만이 살아남는 길이 아닐까요? 오방놀이터가 아이들을 위한 사업을 하게 된 것은 내 아이만 잘 키워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서였어요. 어떤 아이가 나쁜 의도를 가지고 내 아이를 때리면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그 아이와 내 아이가 더불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키워 나가는 것이 필요해요. 마찬가지로, 우리들 스스로도 저 사람이 건강해야 나도 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늘 마음에 두고, 서로의 성장을 지켜봐 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박미현 터치포굿이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사람들이 자기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그 결과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어떻게 버려지는지 아무 관심도 없다는 거였죠. 버려지는 것들을 사람들이 쓸 수 있게 만들면, 자연히 관심을 가지게 될 거라는 생각으로 다양한 활동들을 해온 게 오늘에 이른 겁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 역시 사회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했고, 그것을 풀어내는 방법으로 소셜벤처를 선택하게 된 거죠. 동아리를 만들고, 그게 회사가 되고,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줄어들고, 조직화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소셜미션 자체가 흔들렸다면 힘들었을 거예요. 사실 소셜벤처는 모든 것을 사회적으로 풀어야 하기 때문에 때로는 비효율적인 것 같기도 하죠.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소셜미션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기업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이고, 그것이 어느 범주를 벗어난다면 더 이상 소셜미션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없겠죠.

 

원준호 예전에는 소셜미션을 잘 해결하는 것 정도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우리가 멋지게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소셜벤처의 주체들이 상당히 젊거나 독특하다면 더욱 이슈가 될 수 있고, 그걸로 소셜벤처라는 영역에 신선함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사회 문제를 구조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에 계속적인 시그널을 줘야 한다는 거죠. 처음 미션은 난청인에게 보청기를 끼워 드리는 거였지만 돈이 없어 보청기를 못 끼고 외로워하는 분들을 위로해 줄 수 있다는, 변화되는 삶의 양상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사회 구조적 문제에 개입하고 지지자를 만들 수 있게 되었어요. 우리의 뜻이나 서비스, 물건을 접하게 되는 사람들은 돈이 없고 뭔가 부족한 사람들이 아니라 가장 합리적이고 스마트한 선택을 한 사람들이고, 이들을 사회에서 선도적인 사람, 대안을 가진 자들로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해요.

 

황룡 소셜미션을 지켜 나가기 위해서는 계속 돈을 버는 것 이상의 답이 없지 않나 싶어요. 이 때문에 소셜벤처로서의 정체성을 가장 심하게 고민하기도 했는데요, 기업이라는 형태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유는 정부나 지원 기관의 지원금이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소셜벤처이지만 기업이기 때문에 일면에서는 굉장히 능글맞고 능숙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존의 기업이나 소비자를 상대해야 하고, 실질적으로 상품성을 설득시켜야 하기때문에 철두철미하게 상업적이어야 해요. 굳이 “인디 뮤지션을 도와주세요!”라는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는 거죠. 그래야 일반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소셜미션을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박정이 기업이기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인식을 바꿔 내는 것도 소셜벤처가 해야 할 역할입니다. 돈을 목적으로 하면 일반 기업들과 유사한 방법만 찾게 되고, 결국 선택의 폭은 한정되기 마련이니까요. 저는 아이 둘을 키우지만, 양육비는 크게 들지 않아요. 그 이유는 주변의 좋은 사람들로부터 쓰던 것을 물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관계망은 돈을 넘어서는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고, 절약된 양육비는 경제적 가치를 넘어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것이라 할 수 있어요. 소셜, 벤처, 미션 등 각각의 단어가 가진 개념 자체를 바꿔 나가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겠죠.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다면 그것은 나를 지켜 내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모두 다 같이 강해지는 것, 작지만 지속적으로 큰 힘을 낼 수 있도록 활동하고 변화시켜 나가는 게 우리 미션 중 가장 중요한 부분 아닐까요.

 

김미균 박 대표님의 마음이야말로 변치 말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말하면 수익을 생각하면서 소셜벤처로서 지향하는 가치관을 잠시 잊었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팀원들이 많은 조언을 해줬어요. 소셜미션을 어떻게 지속시키느냐는 외적으로는 돈이 되는 기업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고, 그것은 기업의 문화와 결부되어야 할 것입니다. 소셜미션이 기업 내부의 정신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새로운 구성원들은 소셜벤처의 정체성조차 잘 모르게 되죠. 때문에 소셜미션을 구성원들과 잘 공유하는 것이 중요해요.


가면정 우디의 경우 프로젝트별로 일을 하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이 몇 번씩 바뀌면서, 그런 문제에 현실적으로 부딪힙니다. 팀워크가 좋은 경우에는 일을 하면서 큰 힘이 되고 더 좋은 일들을 찾아 지속할 수 있었어요. 그동안은 동기부여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그것을 체화시키는 것이 소셜미션을 지켜 나가는 가장 큰 힘이라 생각합니다.

 

원준호 우리가 하는 일은 참여 주체들만의 것이 아닌 여럿의 눈이 있어야 되는 일이며, 대중적인 일이 되어야 합니다. 자금때문에 주체들에 변동이 생기는 것, 소셜미션이 흔들리는 것과 같은 문제들은 네트워크 속에서 각 소셜벤처들이 함께 풀어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조하나 시간이 한정되어 아쉬운데요. 그래도 짧은 시간에 비해 깊은 토론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여기 계신 분들이 지금의 마음을 지켜 나가며 소셜벤처로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네요.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이 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 영역에 관심을 갖고 사회의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데 동참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다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