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마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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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팡/여행 이야기

2020. 7. 27.

2020년 7월 9일

섬과 유종의 썸을 꿈꾸며 다시 찾아든 마라도

 

역시나

호락호락한 섬은 아니라는 거.

 

들어오는날 부터

어마무시한 장대비를 퍼붓더니

오후 네시쯤 무렵 비가 멎더라는 ㅎ

 

민박집 사장님왈

 

"오늘은 비때문에 손님도 없고

우리도 나가서 없으니까

들어오면 집이나 잘 지키고 있으셔~~"

 

"저기요 사장 엉아~

가끔은 저한테도 손님 대접좀 해조바바요~"

 

"아 맞다 너 손님이지? 그럼 손님아~

김치며 밑반찬은 거기 그대로 있으니까

알아서 떠 먹고 찌개는 끄리기만 하면되니까

맛나게 쳐드삼~"

 

역시나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쿨하신 ㅋ

 

 

오후 여섯시 무렵

한달살이 피날레를 장식할 마지막 낚시라

그 어느 때보다 의욕은 충만 하였으며

그 어느 때보다 몰입도는 최강이였으니~!

 

헌데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니

이 사납기 짝이없는 바다를 상대로

낚시대 하나로 맞짱뜨고 있는 또라이는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나 혼자 ???

 

흐흐흐

내가 오늘 마라도 접수하는거여~

 

서너차례 폭풍 헛챔질 끝에

아가야 돌돔이 바늘을 꼴까닥

삼키고 올라온 것이었던?

 

'우쒸.. 이 바쁜 와중에..'

 

짜증을 꾹 꾹 눌러담고 바늘 갈이 하던 중

 

저만치 너울이 슬금 슬금 일렁이는 듯하여

살짝 뒤로 몇발짝 후퇴하고는 고개를 돌려본 순간 !!!

바로 눈앞에서 집채만한 파도로 둔갑하면서

서 있는 나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촬~!! 퐈~!! 돡~!!!

 

밑밥에 미끼에 살림망까지

순식간에 몽땅 휩쓸어 가버리시는~@@

 

멘 붕...

 

쫄딱 젖러버린...;;;;

허겁지겁 뜰채로 이것 저것 건진다고 개땀 좔좔..ㅠ;;;;;

 

 

하......

 

미끼도 읍꼬...

밑밥도 읍꼬...

살림망도 읍꼬..

정신도 읍꼬...

 

주섬 주섬

남은 연장들 챙기고 숙소로 돌아가려던 즈음

서쪽 하늘 먹구름 틈새로 숨어 저물던 해가

빼꼼 나오는 듯 하더니

그제서야 바다가 다시 잠잠해지는

얄궂은 씨츄에이숑 ㅠ ㅠ

 

역시

마음을 비웠어야 하느니~ ㅠ

 

 

바다가 잠잠해지는 틈을 노렸던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던것이었던~???

 

어디 짱박혀 있었는지

한줄로 마구마구 기어나오는 게 님덜만

떨어져 있는 새우쪼가리덜 집어 먹느라고

아주 걍 쒼나버린~

 

많이덜 드시 게~ ㅠ

즐거우시 게~ ㅠ

행복하시 게~ ㅠ

 

 

이튿날

멀리서 바라본 바다는 잔잔~

 

허나

가까이 다가가면

이따금씩 몰아치는 그 우악스러운 너울에

똥겁쟁이 네오는 그저

쫄깃해진 심장만 부여잡고 마른 침만 꼴까닥

 

결국

낚시는 바로 접고

관광객 모드 변신 ~!

 

하루죙일 해풍이랑 허그 또 허그~ㅋ

 

나오는 오늘

 

거짓말같이 잠잠해져버린 바다..

 

헌데 내일은 다시 또 풍랑주의보라니

아마도 오늘의 이 잔잔한 바다는

나가는 이에게 선사하는

이 자그만 섬의

마지막 선물일수도~^^

 

 

나오는 배를 타러 선착장으로 가던 길엔

눈부시게 파란 하늘 아래

시리도록 푸른 바다가 열렸다

 

순간 울컥~! 목젖이 뜨거워지던 이유..

모를일이다 ㅎ

 

번잡한 세상과 격리된 바다

그리고 그 벅찬 호흡

 

단잠은 내가 잤으나

꿈은 섬이 꾼듯한 ㅎ

 

오늘은 아주 천천히 술잔을 비워야겠다

그리고 맨 마지막 잔은

가득 채워두기만 하고 마시지 말아야지

 

남은 아쉬움을 술잔에 가득담아

아주 천천히 곱씹다가

맨 마지막 잔에는

진한 여운을 가득 남겨 두고 싶은 마음에~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