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맛, HEIMAT who walks over Mountains

산이 없는 동네에 태어나서 백두대간까지 진출하여 사진찍고 산행기 쓰고 소설도 쓴다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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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꽃 나무 사진 Nature Images

2009. 3. 19.

느린 곡조로 울려 오는 그 노래, '봄날은 간다'가 생각나는 노곤한 오후입니다.

봄이라는 게 누구에겐 희망의 봄인가 하면 다른 누구에겐 낙망의 봄이기도 한가 봅니다. 저에겐 언제나 기대감에 물들던 희망의 계절이었던 걸로 회상됩니다. 기대와 희망으로 신열에 들뜨던 희망의 계절 봄, 제가 태어났고 결혼했던 계절이기도 합니다.

 

반면에 T.S. 엘리어트란 시인은, 봄은 잔인한 계절이라고 했고요.(사실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읊음)

여러분의 봄은 어느 쪽인지요?

 

한편 김영랑은 봄을 모란이 피는 것에 맞추어 놓았고 5월을 봄의 절정으로 보았네요. 저의 봄이 3월 하순이니 저의 봄보다는 한달이상 늦네요. 김영랑시인의 멋진 시를 감상해 보십시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흰 서름(설움)에 잠길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로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최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한양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기둘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저의 봄은 교정의 목련에서 실질적으로 시작되는데 그때는 3월 20일경입니다. 드디어 어제 두 그루의 목련나무에 하얀 꽃이 피었네요. 목련꽃이라는 게 아시겠지만 피어있는 기간이 짧아서 곧 지게 됩니다. 오늘 날씨가 흐려 있는데만약 비라도 온다면 더 빨리 꽃잎이 떨어져 버릴 겁니다. 목련꽃이 개나리와 같이 피고 그 뒤를 이어 화려한 벚꽃이 피면 봄은 절정을 맞게 됩니다. 다음 주엔 교정에 벚꽃이 필 것 같습니다.

 

봄을 알리는 목련꽃의 모습을 두 장 올립니다. 카메라를 집에 두고 다니느라 휴대폰 카메라를 자주 사용하게 되네요. 

 

목련이 지면 영랑의 말마따나 저도 노래하렵니다. '나는 다시 기다리고 있을래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