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옛날 옛날에

렌즈로 보는 세상 2007. 2. 10. 22:24



 집이 학교에서 십리나 떨어져있던 나는 이른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가면 벌써 소화가 다 되어서 배가 고픈 지경인데 수업을 마치고
다시 그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와야 했으니 그 길은 항상 허기진
배를 채워가면서 돌아오는 길이였다.


봄이 되어 온 세상의 색깔이 다양해질때면 우리들의 먹거리
종류도 함께 다양해져갔다.

큰 길을 걸어올 땐 다른 동네 아이들도 있고 지나가는 차들도
있고 해서 점잖게 걸어와서는 좁은 들길로 들어서면 우리들의
먹이 사냥은 시작되는데...

그 첫번째가 길가의 달작지근한 찔레순 꺽어먹기다.
새로나온 찔레순을 꺽어먹는데 그늘에서 자란 오동통하게
살이찐 것이 맛있었으므로 우리는 다리에 상처가 나는 줄도 모르고
넝쿨 속으로 속으로 들어가기가 일쑤였지.

다음은 산을 넘어올 때 뽑아멱는 뽐빼(억새의 새순)였는데 그것은
지난 해 벌초를 해 둔 산소 주변에 주로 많이있어서 우리들은 이쪽
저쪽 산소를 흘낏거리며 봉분위를 오르락 내리락했다.
그러다 주인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부모님 성함을 들먹거리는
야단을 맞았었지.

이산 저산을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 우린 그것를 참꽃이라 부르며
따먹었는데 꽃을 너무 많이 따먹어 꽃물이 벤 혓바닥이 누가 더
검붉은가를 내기하곤 했어.
또 물오른 어린 소나무가지도 우리들의 먹거리중 하나였는데
그걸 송구 꺽어 먹는다면서 참 열심히도 먹었다.

그렇게 들과 산을 헤메다 보면 어느세 동네가 보였고
우리들은 그제서야 아주 바쁘게 오는 것처럼 허리춤에
찬 알루미늄 도시락을 찰카닥 거리며 달려 내려왔다.

2002 . 8 . 2

이글 보면서 잠시 눈감고 그때를 회상해 봤습니다.
가파른 고개길도 단숨에 차고올라 숨한번 들이키고 먹을것 찾아 이리저리....
그 길 십리 길 그냥 걸어다녔나요.
논두렁밭두렁 산등성이 또랑을 마구 헤매 다녔으니

그 때 내가 신었던 고무신은
새신이란 느낌보다
헌신 이란 느낌이 더 많은 듯해요.